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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초록 공원 감싼 아만 나이러트 방콕 나이러트 가문 유산 보존해 역사와 휴식 결합 전 객실 스위트 52실, 기본 객실 면적 94㎡ 1500㎡ 규모 스파와 고목 아래 야외 수영장 |

나이러트 공원/ 사진=아만 나이러트 방콕
근사한 호텔은 이제 어디에나 있다. 반짝이는 샹들리에와 매끈한 대리석은 흔한 풍경이 됐다. 여행자가 찾는 건 땅이 간직한 오랜 기억일지 모른다. 지나간 시대의 유산을 오늘 어떻게 이어 가야 할까. 효율을 앞세워 모든 것을 허무는 길만 있는 건 아니다. 태국 방콕에는 역사 안으로 스며든 신상 호텔이 있다. 작년 4월 문을 연 아만 나이러트 방콕이다.
호텔 ‘아만’은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뜻한다. 1988년 태국 푸껫 아만푸리로 문을 열었고 지금은 전 세계 36곳을 운영한다. 역사적인 장소를 지키는 수호자로서 공간을 보존한다. 아만은 팬층이 두터워 ‘아만 정키’라 불리는 단골 투숙객까지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할리우드 스타 킴 카다시안이 자주 묵었다. 국내 스타 가운데 가수 제니와 배우 한예슬은 미국 아만기리에서 휴가를 보냈다. 곧 한국에도 아만 서울이 문을 연다.
아만 나이러트 방콕은 아만이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에 이어 세 번째로 연 도심형 호텔이다. 푸껫 아만푸리 이후 태국에서 두 번째다. 호텔이 자리한 룸피니 지역은 대사관과 쇼핑몰이 모인 중심가다. 수완나품·돈므앙 국제공항에서 차로 40분 걸린다. 찻길 소음이 잦아들면 거대한 공원이 펼쳐진다.

나이러트 그룹의 로고가 그려진 나이러트 공원 입구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공원에는 사연이 있다. 거대한 도시 기틀을 다진 인물은 나이러트 그룹 창업주 고(故) 프라야 박디노라세트다. 1894년 사업을 시작해 근대화를 이끌었다. 태국 첫 근대식 호텔을 세웠고 방콕 최초의 버스 사업과 얼음 공장을 꾸렸다. 사람들이 그를 ‘나이러트(러트 씨)’라 부르면서 이 호칭이 가문과 회사 이름이 됐다. 흥미로운 점은 눈부신 발전을 이끈 가문이 도심 한복판에 100년 넘은 울창한 숲 ‘나이러트 파크’를 남겨뒀다는 것이다.

나이러트 공원/ 사진=아만 나이러트 방콕
창업주는 원시림이던 땅을 사서 가족이 쉴 수 있게 나무를 가꿨고 태국 첫 개인 식물원이 탄생했다. 지금은 그의 증손녀 나파폰 렉 보디라트낭구라 대표가 가문을 이어 땅을 지킨다. 아만 나이러트 방콕은 이 숲을 그대로 두고 100년 된 고목의 가지가 건물을 뚫고 자라도록 하늘을 열어줬다. 공간 곳곳에 남은 과거를 허물지 않고 오늘의 휴식으로 이어 놓았다.
숲의 기억을 품은 호텔

나이러트 공원 고목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9층 리셉션 로비의 대형 나무 조형물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호텔은 나이러트 파크 안 약 2.8헥타르(ha) 부지에 들어섰다. 고목 사이로 새소리가 들리고 객실 창밖으로 초록빛 공원이 펼쳐진다. 문을 나서면 도로보다 정원이 먼저 나온다. 플런칫 BTS역이 호텔에서 걸어갈 거리에 있어 시내 어디든 나가기 편하다. 명품 쇼핑몰과 디자이너 숍은 걸어서 닿는다.

체크인 과정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1층은 도착 로비다. 체크인하는 9층 리셉션 로비는 세 개 층 높이로 트여 있고 대형 나무 조형물이 늘어져 있다. 로비에서 연꽃이 담긴 그릇 위로 물을 흘려보내는 의식을 마치면 시원한 웰컴티가 갈증을 달래준다. 프론트 데스크 뒤편 벽은 3000여 개 팽이 오브제로 채웠고 치앙마이 장인이 조각해 금박을 입힌 목재 스크린이 옆에 선다.
체크인을 마치면 호텔 바로 앞에 선 저택에 들러 볼 만하다. 1915년에 지은 헤리티지 홈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쓴다. 투숙객은 무료로 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객실과 복도 벽에 새겨진 창업주 외동딸이자 태국 최초 여성 장관을 지낸 탄후잉 레어삭 삼파티시리의 지문 / 사진=아만 나이러트 방콕
호텔 곳곳에는 나이러트 가문의 역사가 남아 있다. 건축가 장미셸 가티는 부지에서 영감을 얻어 호텔을 설계했다. 리셉션 주변 단차 바닥은 1915년 지은 방갈로의 티크목 마루를 따랐고 로비의 대형 나무 조형물은 공원 고목에서 영감을 얻었다.
객실과 복도 벽에는 창업주의 외동딸이자 태국 최초 여성 장관을 지낸 탄후잉 레어삭 삼파티시리의 지문을 새겼다. 렉 대표의 할머니다. 렉 대표는 설계안을 직접 고쳐 방콕에서 세 번째로 키가 큰 100년 된 솜퐁 나무를 지켰다.
자연을 들인 섬세한 디자인

객실 내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객실은 스위트 52실뿐이다. 기본 룸이 94㎡(약 28평)로 방콕에서 가장 넓다. 통유리창으로 자연광이 들고 색감은 톤을 낮췄다. 방향과 층에 따라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북쪽을 보는 디럭스와 서쪽과 남쪽을 보는 프리미어가 기본이고 270도로 창이 트인 코너와 프리미어 코너가 각 7실씩 있다.
노을을 오래 보고 싶다면 17층 테라스 스위트(114㎡)가 알맞다. 18층 전체를 쓰는 아만 스위트(566~713㎡)에는 이동식 벽난로와 사우나·온탕·냉탕을 갖춘 전용 스파룸, 짐과 엔터테인먼트룸, 서재, 다이닝룸이 한 층에 모여 있다.

여름용 로브를 비치한 모습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객실 침대에는 세계 최고 침구 브랜드로 꼽히는 이탈리아 프레떼를 깔았다. 가구 안에 TV가 숨어 있어 버튼을 누르면 올라온다. 욕실 한가운데 놓인 둥근 대형 욕조에 아로마 배스 솔트를 풀어 느긋하게 몸을 담그기 좋다. 샤워 공간은 짙은 대리석으로 통일했다. 천장 틈의 간접 조명이 석재의 결을 따라 퍼지고 둥근 레인 샤워와 핸드 샤워를 함께 배치했다. 어느 곳에서나 초록빛 정원이 보인다.

아만 라운지/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식음업장은 9층과 19층에 모여 있다. 9층에는 오픈 키친을 갖춘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르바와 애프터눈 티, 칵테일을 내는 라운지 1872가 있다. 1872는 창업주가 태어난 해에서 따온 이름이다.

라운지 1872/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19층에는 스시 오마카세 세스이와 테판야키 히오리가 있고 두 곳 모두 저녁에만 문을 연다. 식사 뒤에는 아만 라운지에서 매일 밤 라이브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고목 아래서 즐기는 휴식

야외 수영장과 그늘을 만든 오래된 솜퐁 나무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부대시설도 다양하다. 9층 25m 야외 수영장에서는 렉 대표가 지켜낸 솜퐁 나무가 그늘을 만든다. 10층 아만 스파는 1500㎡(약 453평) 규모로 전통 마사지와 러시아 사우나 시설을 갖췄다. 벼락 맞은 티크나무로 깎은 도구로 어깨와 척추 라인을 따라 두드리는 마사지는 아만 스파에서만 받을 수 있다. 쌀 찜질 주머니로 등과 어깨를 누르는 쌀 컴프레스 오일 마사지가 있다.

야외 수영장과 그늘을 만든 오래된 솜퐁 나무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마사지를 받지 않아도 도심 전경을 보며 건식과 습식 사우나, 온탕, 냉탕을 편하게 누릴 수 있다. 같은 층에 기구 필라테스 스튜디오와 피트니스 센터, 헤어 앤 네일 살롱이 있다. 8층 메디컬 웰니스는 헤르티튜드 클리닉이 맡아 혈액검사 기반 진단과 영양 주사, 크라이오테라피, 줄기세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1층엔 여러 굿즈를 판매하는 아만 에센셜 숍이 있다.

턴다운 서비스/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턴다운(잠자리 정돈 시간) 때는 침대 위에 태국 전통 인형이 놓여 있다. 체크아웃하는 날에는 직원이 나무 상자를 내밀며 운세를 한번 뽑아 보라고 권한다. 다음 여정을 축복하는 태국 전통 의식이다. 상자에서 꺼낸 종이에는 앞날을 비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짐을 챙겨 나서면 캐리어 손잡이에 짙은 녹색 가죽 네임택이 달려 있다. 투숙객 이름 앞에 태국어 존칭 쿤(Khun)을 붙여 새겼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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