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거창한 목적 없이 떠난 뒤 깨달은 여행의 진짜 의미

여행플러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여행플러스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거창한 목적 없이 떠난 뒤 깨달은 여행의 진짜 의미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거창한 목적 따위 세우지 않고 현재를 즐기는데 집중하기도 합니다. 두 여행 모두 옳고 그른 것은 아닙니다. 다만 방식의 차이 또 부담과 책임의 유무 등도 있을 겁니다.

서울 북촌 한옥마을 / 사진 = 언스플래쉬

여책저책이 만난 두 저자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유성관 작가는 맥주 한 잔을 핑계로 전국 브루어리를 찾아다니며 여행지의 풍경과 사람을 기억하고요. 김보민 작가는 유명 관광지 대신 서울의 골목을 걸으며 익숙한 도시에서 낯선 이야기를 발견합니다.

두 저자 모두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누구와 함께 했는가’에 집중합니다. 또 계획에서 벗어나 우연히 만나는 풍경과 사람 속에서 여행의 진짜 의미를 찾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여행을 떠난 이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미지의 세계_로컬 × 브루어리 × 여행

유성관 │ 일토

여행을 떠나기 전 목적지를 정할 때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다로, 맛있는 것을 먹고 싶으면 맛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꼭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맥주 한 잔을 찾아 길을 나설 수도 있다. 그러다가 생각지도 못한 동네를 만나면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오래 기억할 풍경 하나를 얻어 돌아와도 좋다. 그 자체가 여행이니 말이다.

유성관 작가의 ‘미지의 세계_로컬 × 브루어리 × 여행’은 바로 그런 여행을 담은 책이다. ‘여름 맥주 영화’에 이어 선보이는 두 번째 맥주 에세이인 이 책에서 저자는 전국의 브루어리와 브루펍을 찾아 떠난다. 경남 통영에서 시작해 전남 순천과 나주, 전북 전주, 충남 홍성, 강원 평창을 거쳐 부산, 경북 경주, 강원 강릉으로 이어지고 서울과 수도권, 인천까지 발걸음이 닿는다.

그런데 이 책을 단순히 ‘전국 맥줏집 안내서’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저자는 방문할 곳을 미리 공부하고 전문가처럼 맥주의 맛과 향을 분석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훈련되지 않은 애호가’라고 소개하며 지극히 주관적인 감각으로 맥주를 마신 순간을 기록한다. 무엇을 마셨는가보다 어디에서, 누구와, 어떤 기분으로 마셨는가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일까. 그가 말하는 맥주 한 잔에는 여행지의 풍경이 함께 따라온다. 순천만에서 수천 마리 흑두루미의 비상을 바라본 뒤 마신 스타우트는 단순한 흑맥주가 아니다. 커피 향이 도드라지는 맥주를 마시면서도 저자는 몇 시간 전 눈앞에서 날아오르던 흑두루미를 떠올린다. 맥주와 풍경이 어느 순간 하나의 기억으로 겹쳐진다. 맛을 평가하는 대신 여행의 감정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홍성의 작은 양조장에서는 더욱 특별한 풍경을 만난다. 정해진 시간에 동네 사람들이 모닥불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드나든다. 거창한 축제도, 유명 관광지도 아니다. 그저 동네 한구석에서 사람들이 맥주를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시간이다. 하지만 여행자는 바로 그런 장면에서 지역의 진짜 표정을 발견한다.

부산 기장의 한 비어펍에서는 주인장의 부산 사투리 한마디가 여행의 기억이 된다. “난 잘 모르겠다 싶으시면.” 맥주를 잘 몰라도 괜찮다는 친절한 안내였을 텐데, 저자는 이 말을 부산의 정서가 담긴 하나의 캐치프레이즈처럼 받아들인다. 맥주를 마시러 갔다가 결국 사람의 말투와 태도를 기억하고 돌아오는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여기서 나온다. 브루어리를 찾아 떠났지만 결국 발견하는 것은 맥주 너머의 세계다. 통영에서는 바다를 만나고, 순천에서는 흑두루미를 보고, 나주에서는 수도원의 분위기를 느낀다. 전주의 저녁노을과 평창의 산골, 경주의 고분과 강릉의 바다도 맥주와 함께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그러다 보니 독자는 어느 순간 ‘맥주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대신 한 도시의 골목을 걷고, 작은 양조장의 문을 열고,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고, 그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기를 마시는 여행에 동행하게 된다.

물론 여행이 늘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브루어리를 찾아 헤매다 허탕을 치기도 하고, 길을 잘못 들기도 한다. 숙취에 시달리고 출근을 걱정하면서도 다시 맥주를 마신다. 운전을 해야 하는 날에는 술 대신 논알코올 맥주를 선택한다. 여행의 불편함과 소소한 실패까지 숨기지 않기에 이야기는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책 제목인 ‘미지의 세계’에도 이런 의미가 담겼다.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하는 ‘the undiscovered country’에서 제목의 모티브를 가져왔다.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고, 그래서 더 궁금한 세계. 그것은 크래프트 맥주라는 문화일 수도 있고,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작은 브루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넓게 보면 우리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장소와 사람, 그리고 여행 그 자체다.

책이 알려주는 여행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꼭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갈 필요도, 완벽한 일정을 짤 필요도 없다. 좋아하는 것 하나를 핑계 삼아 길을 나서면 된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브루어리를 찾아가면 되고, 커피가 좋다면 동네 카페를 찾아가도 좋다. 그렇게 걷다 보면 계획에 없던 풍경과 사람을 만나게 된다. 여행의 목적지는 지도 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한 잔의 맥주가 여행의 출발점이 되고, 그 잔을 내려놓는 순간까지가 하나의 여행이 된다.

너도 가봤으면 해

김보민 │ 비아북

서울에서 어디를 가야 할지 묻는 질문에는 늘 비슷한 답이 돌아온다. 유명한 맛집, 새로 생긴 카페, 사진 찍기 좋은 곳 등이다. 하지만 하루쯤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골목을 걸어도 좋다. 천천히 걷다가 오래된 표지석 앞에서 멈추고, 담장 너머로 보이는 한옥에 눈길을 주고, 이름도 몰랐던 작은 길을 따라가 보는 것. 그렇게 걷다 보면 익숙했던 서울이 조금 낯설게 다가온다.

김보민 작가의 첫 책 ‘너도 가봤으면 해’는 바로 그런 서울 걷기의 즐거움을 글로 풀어냈다. 유튜브 채널 ‘너도 가봤으면 해’를 통해 서울 곳곳의 숨은 이야기를 소개해온 저자는 관광객들이 흔히 찾는 명소보다 그곳에 오래 남아 있는 이야기와 풍경에 주목한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는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도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그시 들여다보니 매번 달라지는 풍경 속에서도 꿈쩍 않고 남아 있는 이야기들이 보였다.” 서울을 처음 만난 외부인의 시선은 오히려 서울을 오래 살아온 사람들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매일 지나다니던 골목에 어떤 사람이 살았는지, 오래된 건물이 왜 그 자리에 남아 있는지, 익숙한 동네의 이름에는 어떤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는지 들여다보게 한다.

책은 서울의 열두 동네를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탐미’에서는 아름다움에 오래 머물고, ‘허심’에서는 천천히 걸으며 마음을 비운다. ‘이색’에서는 낯선 풍경에 발걸음을 멈추고, ‘유람’에서는 시간을 따라 동네를 바라본다.

서촌에서는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흔적을 따라가고, 부암동에서는 인왕산과 북악산 사이에 고인 시간을 만난다. 성북동에서는 근현대 문인들의 이야기를 좇고, 후암동에서는 남산 자락에 기대어 살아온 동네의 독특한 풍경을 바라본다.

해방촌에서는 이국적인 분위기와 오래된 골목이 공존하는 풍경을 만나고, 익선동에서는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 움직이는 한옥마을의 모습을 살핀다. 낙산공원에서는 성곽길을 오르며 도시의 낭만을 찾고, 북촌에서는 골목마다 겹겹이 쌓인 시간의 무게를 마주한다. 정동에 이르면 근대 서울의 흔적과 함께 익숙한 노래의 풍경까지 떠올린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서울을 ‘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 동네마다 직접 그린 약도를 넣고, 함께 들러볼 만한 식당과 카페, 독립서점과 쉼터를 소개한다. 하지만 이 책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장소가 아니라 그곳을 바라보는 방법에 있다.

가령 같은 한옥 골목도 그저 ‘예쁜 곳’으로만 알고 지나칠 때와 그곳에 어떤 사람들이 살았고 어떤 시간이 흘렀는지를 알고 걸을 때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이야기를 알면 풍경이 달라진다. 저자가 책 곳곳에서 보여주는 것도 결국 그 차이다.

그래서 책은 여행 가이드북과 에세이의 중간쯤에 놓인다. 당장 주말에 들고나가도 좋은 실용적인 안내서이면서, 책장을 넘기다 문득 창밖을 바라보게 만드는 산책 에세이다. 무엇보다 마음을 끄는 것은 ‘비싼 식당이나 쇼핑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저자의 여행법이다.

여행이라고 하면 우리는 자꾸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곳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사진을 남겨야 하루를 제대로 보낸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조금 다르게 하루를 보내도 괜찮다. 골목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가게 앞에서 잠시 멈춰도 되고, 공원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바라봐도 된다. 계획했던 길에서 벗어나도 좋다. 오히려 길을 잃었기 때문에 만나게 되는 풍경이 있을지 모른다.

저자가 말하는 서울의 매력도 여기에 있다. 서울은 빠르게 변하는 도시지만 동시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 기억을 품고 있다. 새 건물이 들어서고 새로운 가게가 생기는 사이에도 오래된 골목과 건물, 사람들의 이야기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어쩌면 서울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울을 관광지처럼 바라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동네를 처음 가는 사람처럼 걷는 것이다.

평소에는 목적지를 향해 지나쳤던 길에서 잠시 멈춰 서고,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주변을 바라보면 서울은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오늘까지 아무 의미 없이 지나쳤던 담장 하나가 이야기가 되고, 낡은 건물 하나가 시간이 된다.

책 제목인 ‘너도 가봤으면 해’에는 그래서 단순한 추천 이상의 마음이 담겨 있다. ‘여기가 유명하니 한번 가보세요’가 아니라, ‘내가 걸어보니 좋았는데 당신도 한번 걸어봤으면 좋겠다’는 권유에 가깝다.

여행은 반드시 멀리 떠나야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매일 사는 도시에서 평소와 다른 길을 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익숙한 곳에서 낯선 것을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잠시 여행자가 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조금 길을 잃어도 좋겠다. 우리가 몰랐던 서울은 어쩌면 유명한 관광지보다 그런 골목 어딘가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장주영 여행+ 기자

✈
여행플러스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트렌디'한 여행 정보를 받아보세요!
https://www.instagram.com/trip_plus/
2.2K
게시물
23.2K
팔로워
2
팔로우

관련 기사

author-img
여행플러스
viewus@mk.co.kr

댓글0

300

댓글0

[여행꿀팁] 랭킹 뉴스

  • [여행+핫스폿] 추석 연휴 한국 찾는 외국인이 찜한 도시는 2위 부산…1위는
  • [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몸과 마음이 힘겹고 방황까지 이를 때 여행 떠나면 생기는 일
  • [여행+핫이슈] 배송 걱정 이제 그만…호텔가가 내놓은 새로운 명절 선물의 정체
  • [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오래 머물고 느리게 걸어야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여행
  • 3D펜으로 건물을 만든다…어린이 체험 더한 서초 건축문화제 [페스티벌 플러스]
  • [여행+호텔] ‘부어라 마셔라 시대’ 종말 끝에 술 없이 취하는 특급호텔 바의 새 메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영화속 장면 같아 난리난 정치인과 아나운서의 충격적인 실제 불륜 장면
    영화속 장면 같아 난리난 정치인과 아나운서의 충격적인 실제 불륜 장면
  • 전라도 사람 뿔나 있는 줄 알았다고 당당히 말해 위기 맞은 여가수
    전라도 사람 뿔나 있는 줄 알았다고 당당히 말해 위기 맞은 여가수
  • 현재 무작정 돈 많이 모으려 한다는 톱배우 정체와 납득이 가는 이유
    현재 무작정 돈 많이 모으려 한다는 톱배우 정체와 납득이 가는 이유
  • 심수봉 지지 유명 연예인 나왔는데…호재라고 볼수 없는 인물 정체 ‘씁쓸’
    심수봉 지지 유명 연예인 나왔는데…호재라고 볼수 없는 인물 정체 ‘씁쓸’
  • SK 최태원 회장의 혼외자 인정에 노소영이 남긴 뜻밖의 한마디…’의외’
    SK 최태원 회장의 혼외자 인정에 노소영이 남긴 뜻밖의 한마디…’의외’
  • 조영남 녹화중 망언에 이경실 오열하며 “입 닥쳐” 발언…방송계 파장
    조영남 녹화중 망언에 이경실 오열하며 “입 닥쳐” 발언…방송계 파장
  • ‘김다현 실언 논란’ 심수봉, 정신병원 강제 입원 약물주사까지…’일파만파’
    ‘김다현 실언 논란’ 심수봉, 정신병원 강제 입원 약물주사까지…’일파만파’
  • 진보진영 역사학자 황현필 “박정희의 육여사 암살 자작극은…” 입장 밝혀
    진보진영 역사학자 황현필 “박정희의 육여사 암살 자작극은…” 입장 밝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