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세계 각국으 건축물을 한데 만날 수 있다.
자카르타는 여러 문화가 겹겹이 쌓이며 성장한 도시다. 오래전부터 중국계 주민들이 터를 잡은 글로독(Glodok)에는 붉은 등불과 중국식 사원이 남아 있다. 코타투아(Kota Tua Jakarta)로 자리를 옮기면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가 바타비아(Batavia)를 거점으로 삼았던 시절의 유럽식 건축물이 펼쳐진다. 도시 서쪽으로 더 이동하면 화려한 조각으로 뒤덮인 남인도식 힌두교 사원까지 등장한다.
같은 자카르타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풍경도 제각각이다. 중국계 인도네시아 문화부터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의 흔적, 남인도 타밀 문화까지. 자카르타에서 잠시 다른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색 건축물 3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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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자카르타 차이나타운 PIK(Pantjoran Chinatown PIK) |

자카르타에서 가장 먼저 떠날 나라는 중국이다. 다만 자카르타의 차이나타운은 한곳이 아니다. 오래된 중국계 주민들의 삶이 남은 글로독(Glodok)과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판초란 차이나타운 PIK(Pantjoran Chinatown PIK)가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먼저 역사 속 중국을 만나고 싶다면 글로독으로 향해야 한다. 잘란 판초란(Jl. Pancoran)을 중심으로 페탁 스믈란(Petak Sembilan), 잘란 크메낭안(Jl. Kemenangan) 일대까지 이어지는 자카르타의 대표적인 중국계 상권이다.
북자카르타의 판초란 차이나타운 PIK은 골프 아일랜드 PIK(Golf Island PIK)에 들어선 현대적인 차이나타운이다.
글로독이 실제 중국계 주민들의 역사와 생활을 품고 있다면 판초란 PIK는 중국 건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테마형 상업공간이다. 중국식 패문을 지나면 붉은색과 금색으로 꾸민 건물이 늘어서고 다층 파고다형 랜드마크와 기와지붕, 용과 사자 조각이 시선을 잡아끈다.
해가 지면 분위기는 더 극적으로 바뀐다. 곳곳에 매달린 붉은 등불에 불이 들어오고 파고다와 건물 외벽에도 조명이 켜진다. 중국 본토나 대만의 야시장을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 펼쳐진다.
딤섬과 차슈, 완탕면, 중국식 만두부터 대만식 간식과 버블티, 중국식 디저트까지 먹거리도 풍부하다. 중국·인도네시아 퓨전 음식과 기념품, 생활잡화를 파는 상점도 함께 들어서 있다.
방문은 오후 4시 30분 이후가 좋다. 밝을 때 건축물을 먼저 살펴본 뒤 해 질 무렵 붉은 건물과 노을을 함께 담고, 밤에는 등불과 야경을 즐기는 식이다. 전체 상업공간은 대체로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안내되며 식당과 카페마다 영업시간은 다르다.
‘진짜 자카르타 속 중국’을 보고 싶다면 글로독, 화려하게 재해석한 중국풍 야경을 원한다면 판초란 PIK다. 같은 차이나타운이지만 두 곳을 함께 보면 자카르타의 중국계 문화가 과거에서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지고 변했는지도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다.

Unnamed Road, 14460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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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코타투아(Kota Tua Jakarta) |

붉은 등불을 뒤로하고 이번에는 유럽으로 향한다.
코타투아(Kota Tua Jakarta)는 자카르타가 바타비아(Batavia)라고 불리던 시절의 흔적이 집중된 역사 지구다. 17~18세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는 이곳을 동남아시아 무역의 주요 거점으로 삼았다. 운하 주변으로 관공서와 창고, 교회와 상인들의 주택이 들어섰다.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당시의 도시 골격과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다.
코타투아의 중심은 파타힐라 광장(Taman Fatahillah)이다. 넓게 트인 석조 광장을 유럽풍 건물이 둘러싸고 있다. 광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건물이 자카르타 역사박물관(Museum Sejarah Jakarta·Museum Fatahillah)이다.
1710년 완공된 옛 시청사(Stadhuis)를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단정하게 좌우 대칭을 이룬 외관과 커다란 창문이 전형적인 유럽식 관공서 분위기를 풍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VOC 시대의 행정자료와 식민지 시대 고가구, 옛 지도와 무기, 선박 관련 자료를 통해 바타비아에서 지금의 자카르타까지 도시가 변해온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네덜란드와 중국, 현지 문화가 교류한 흔적과 독립운동 관련 자료도 전시한다. 과거 사용했던 감옥과 지하 감옥도 남아 있다.
조금 더 걸으면 칼리 베사르(Kali Besar) 운하변에서 강렬한 붉은색 건물 하나를 만난다. 1730년 지어진 토코 메라(Toko Merah)다. 이름 그대로 ‘붉은 상점’이라는 뜻이다.
붉은 외벽과 네덜란드풍 창문, 운하가 어우러진 모습 때문에 코타투아에서도 특히 사진이 잘 나오는 건물로 꼽힌다. 과거 네덜란드 총독과 관련된 공간으로 쓰였으며 VOC 시대 건축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다시 파타힐라 광장으로 돌아오면 와양 박물관(Museum Wayang)도 있다. 과거 네덜란드 개혁교회가 있던 자리에 자리한 박물관으로, 현재는 인도네시아 전통 그림자 인형극인 와양 쿨릿(Wayang Kulit)을 비롯해 목각 와양 골렉,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 관련 인형, 공연 악기와 제작 도구 등을 전시한다.
코타투아에서 유럽 여행 분위기를 끝까지 이어가고 싶다면 마지막 목적지는 카페 바타비아(Cafe Batavia)가 좋다.
파타힐라 광장을 마주 보는 오래된 건물에 들어선 카페다. 어두운 목재와 고전적인 거울, 오래된 사진과 유럽식 가구로 내부를 꾸몄다. 특히 2층 창가에 앉으면 파타힐라 광장과 식민지 시대 건물을 내려다볼 수 있다.
나시고렝 같은 인도네시아 음식부터 스테이크와 파스타, 샐러드와 디저트까지 판매한다. 메인 요리는 대략 9만~18만루피아(약 6800원~1만3700원), 커피는 3만5000~5만루피아(약 2700~3800원) 수준이다.

Kota Tua, Mangga Besar, Taman Sari, West Jakarta City, Jakarta,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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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무루간 사원(Jakarta Murugan Temple) |

사진= 무루간 사원 인스타그램
중국과 네덜란드까지 둘러봤다면 마지막은 분위기가 가장 극적으로 달라지는 곳이다.
자카르타 서부 칼리데레스(Kalideres)에 자리한 스리 사나타나 다르마 알라얌(Shri Sanathana Dharma Aalayam), 이른바 자카르타 무루간 사원(Jakarta Murugan Temple)이다.
사원 앞에 서면 앞서 둘러본 자카르타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남인도 타밀 문화권의 드라비다(Dravidian) 건축양식을 구현한 힌두교 사원이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고푸람(Gopuram)이다. 남인도 힌두교 사원 입구에서 볼 수 있는 피라미드형 탑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수많은 신과 신화 속 인물의 조각이 겹겹이 쌓인다.
붉은색과 금색, 파란색 등 강렬한 원색을 사용해 멀리서도 단번에 눈에 들어온다. 탑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각각의 조각마다 자세와 표정, 장식이 다르다. 인도 타밀나두(Tamil Nadu)의 사원이나 싱가포르 리틀인디아에 들어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사원의 중심에는 무루간(Murugan) 신이 있다. 타밀 힌두교에서 무루간은 용기와 지혜, 승리와 연결되는 중요한 신이다. 벨(Vel)이라는 창을 들거나 공작과 함께 표현한다.
내부 역시 화려하다. 드라비다식 기둥부터 천장과 벽을 가득 채운 힌두 신화 장식, 금빛 신상과 의식용 종, 제단과 내부 사당까지 이어진다. 꽃과 향까지 더해지면 눈으로 보는 건축물을 넘어 실제 타밀 힌두교의 종교 공간에 들어왔다는 사실이 더욱 선명해진다.
운이 좋다면 푸자(Puja)나 아비셰캄(Abhishekam) 같은 힌두교 의식도 만날 수 있다. 무루간 관련 의식과 시바라트리, 나타라자 특별 예배 등 다양한 종교행사가 열린다.
일반 관광객에게는 오후 1시부터 오후 3시 30분 또는 4시 사이 별도의 방문시간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 방문객이 몰릴 때는 예약이나 인원 제한을 시행하기도 한다. 무료 또는 자율 기부 방식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방문 안내에서는 2만루피아(약 1500원)의 등록비나 청소기금이 안내된 사례도 있다.
복장과 관람 예절도 중요하다. 입구에서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들어가며 경우에 따라 발을 씻은 뒤 입장한다.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옷을 입고 내부에서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는 것이 좋다. 제단과 신상은 만지지 않고 예배 중인 신도를 가까이서 촬영해서도 안 된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입구에서 촬영 가능한 구역부터 확인하자.

Jl. Bedugul Jl. Daan Mogot No.2, RT.6/RW.17, Kalideres, Kec. Kalideres, Kota Jakarta Barat, Daerah Khusus Ibukota Jakarta 11840 인도네시아
글로독의 중국식 사원은 수백 년간 자카르타에 뿌리내린 중국계 인도네시아 공동체의 역사를 보여준다. 판초란 차이나타운 PIK에서는 같은 중국 문화가 현대적인 상업공간으로 어떻게 다시 표현되는지 비교할 수 있다.
차로 조금 이동하면 풍경은 다시 바뀐다. 코타투아의 시청사와 광장, 붉은 토코 메라와 운하는 자카르타가 바타비아였던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를 오늘날까지 이어준다. 무루간 사원에서는 지금도 이어지는 타밀 힌두교 공동체의 종교문화와 남인도 드라비다 건축을 만난다.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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