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마천루와 쇼핑몰로 익숙한 싱가포르지만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울창한 자연 속에서 다양한 야생동물을 가까이 관찰하고 숲과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를 걸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다. 여기에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와 세계 각지의 새들을 만날 수 있는 조류 공원까지 더하면 싱가포르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자연과 동물, 역사를 차례로 만나며 도심 여행과는 다른 매력을 즐길 수 있는 싱가포르 하루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
01 Kranji War Memorial 크렌지 워 메모리얼 |

사진= 싱가포르 관광청 홈페이지
크렌지 워 메모리얼(Kranji War Memorial)은 싱가포르 북부의 조용한 언덕에 자리한 제2차 세계대전 추모 공간이다. 여기서는 전쟁 당시 싱가포르와 말레이 지역에서 희생된 연합군과 영연방 군인들을 기리고 있다. 현재 묘지에는 4461기의 묘가 자리하며 푸른 잔디밭을 따라 흰색 묘비가 가지런히 늘어서 있어 차분하면서도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은 전쟁 전 영국군의 군사시설과 탄약 저장고가 있던 장소이기도 하다. 싱가포르가 일본군에 점령된 이후에는 포로수용소와 병원으로 활용됐으며 이곳에서 목숨을 잃은 포로들을 매장하면서 작은 묘지가 만들어졌다. 전쟁이 끝난 뒤 싱가포르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전사자들의 묘를 옮겨와 지금의 전쟁묘지가 조성됐고 1957년 공식 개장했다.
언덕 위에 자리한 싱가포르 메모리얼(Singapore Memorial)도 놓치지 말자. 12개의 석조 벽에는 시신이나 묘지를 찾지 못한 2만4000명 이상의 전사자 이름이 빼곡하게 새겨져 있다. 중앙에는 약 22m 높이의 기둥이 솟아 있고 양옆으로 넓은 지붕이 펼쳐지는데 위에서 바라보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기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묘비 하나하나에 새겨진 이름과 기념비를 천천히 살펴보며 오늘날 평화로운 싱가포르의 모습 뒤에 남아 있는 전쟁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크렌지 워 메모리얼
9 Woodlands Rd, 싱가포르 738656
|
02 Crimson Restaurant 크림슨 레스토랑 |

사진= 크림슨 레스토랑 페이스북
싱가포르 여행 중 특별한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크림슨 레스토랑(Crimson Restaurant)을 찾아가 보자. 버드 파라다이스 내부의 홍릉 재단 크림슨 습지에 자리한 레스토랑으로 통유리 너머로 아메리칸 플라밍고와 스칼렛 아이비스, 마코앵무 등 형형색색의 새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식사할 수 있다. 뒤편으로는 버드 파라다이스에서 가장 높은 폭포까지 펼쳐져 있어 식사 자체가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 된다.

사진= 크림슨 레스토랑 페이스북
싱가포르다운 맛을 경험하고 싶다면 킹 프론 락사(King Prawn Laksa)를 추천한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공급받은 큼직한 왕새우에 굵은 버미셀리 면과 두부, 락사 잎을 넣고 매콤하면서도 진한 코코넛 국물을 더한 메뉴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왕새우와 홍합, 생선에 버섯과 스쿼시, 마리나라 소스와 숙성 파르메산 치즈를 곁들인 서스테이너블 시푸드 파스타(Sustainable Seafood Pasta)도 좋은 선택이다.

사진= 크림슨 레스토랑 페이스북
육류 요리도 다양하다. 덕 레그 콩피(Duck Leg Confit)는 부드럽게 조리한 오리 다리에 매시드 포테이토와 구운 느타리버섯, 시트러스 가든 샐러드를 곁들이고 오렌지 발사믹 드레싱과 브라운 소스로 풍미를 더한다. 든든한 메뉴를 원한다면 램 섕크 스튜(Lamb Shank Stew)도 선택지다. 양고기 정강이에 당근과 버섯, 매시드 포테이토 등을 곁들여 푸짐하게 즐길 수 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창밖을 자유롭게 오가는 새와 울창한 습지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어 평생 경험해 보지 못했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영업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니 방문 시 참고하자.
Crimson Restaurant
20 Mandai Lake Rd, Bird Paradise at the Mandai Wildlife Reserve, 싱가포르 729825
|
03 Bird Paradise 버드 파라다이스 |

사진= 싱가포르 관광청 홈페이지
싱가포르에서 형형색색의 새들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이색 관광지가 있다. 버드 파라다이스(Bird Paradise)는 만다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자리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조류 공원으로, 400종이 넘는 새 3500여 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특히 새를 우리 밖에서 바라보는 일반적인 동물원과 달리 세계 각 지역의 자연환경을 재현한 8개의 대형 워크스루 조류관을 직접 걸으며 새를 관찰할 수 있다. 머리 위로 새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가까운 나뭇가지에 내려앉는 모습을 만날 수 있어 한층 생생하게 조류 생태를 경험할 수 있다.

사진= 싱가포르 관광청 홈페이지
공원에 들어섰다면 세계 각지의 자연환경을 하나씩 여행하듯 둘러보자. 가장 큰 조류관인 ‘하트 오브 아프리카(Heart of Africa)’에서는 울창한 아프리카 숲과 계곡을 재현한 공간을 거닐며 다양한 새를 찾아볼 수 있다. ‘윙스 오브 아시아(Wings of Asia)’에서는 동남아시아의 논과 숲을 배경으로 황새와 펠리컨 등 아시아 지역의 조류를 만날 수 있으며, ‘크림슨 웻랜드(Crimson Wetlands)’에서는 아메리칸 플라밍고와 스칼렛 아이비스, 마코앵무 등 화려한 색을 자랑하는 새들이 습지를 거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더위에 지쳤다면 실내에 마련된 ‘펭귄 코브(Penguin Cove)’로 향해보자. 차가운 환경을 재현한 대형 공간에서 펭귄들이 무리를 지어 생활하고 물속을 빠르게 헤엄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다. 공원 곳곳에서는 새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먹이를 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규모가 큰 만큼 여유 있게 시간을 잡는 것이 좋다.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마지막 입장은 오후 5시다. 세계 각지의 숲과 습지를 옮겨놓은 듯한 공간을 거닐며 수천 마리의 새를 가까이 만날 수 있어 동물을 좋아하는 여행객은 물론 가족 여행으로도 즐기기 좋은 곳이다.
Bird Paradise
20 Mandai Lake Rd, Mandai Wildlife WEST, 싱가포르 729825
|
04 Mandai Boardwalk 만다이 보드웍
|

사진= 만다이 야생동물 공원 홈페이지
싱가포르의 자연 속에서 하루를 여유롭게 마무리하고 싶다면 만다이 보드웍(Mandai Boardwalk)를 걸어보자. 리버 원더스와 싱가포르 동물원 외곽을 따라 조성된 3.3km 길이의 산책로로 어퍼 셀레타 저수지와 건너편 중앙 집수 자연보호구역의 울창한 숲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 별도의 입장료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만다이 지역의 여러 명소를 둘러본 뒤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다.
산책로에 들어서면 잔잔하게 펼쳐진 저수지와 울창한 열대 녹지가 어우러진 풍경이 이어진다. 길을 걷다 보면 곳곳에 전망대와 휴식 공간이 나타나는데 그중 ‘이오라 네스트(Iora’s Nest)’에서는 탁 트인 저수지와 주변 초원을 바라보며 잠시 쉬어가기 좋다. 특히 늦은 오후에는 부드러운 햇빛이 수면과 숲을 비추면서 한층 여유로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주변에 실제로 살아가는 야생동물을 찾아보는 것도 만다이 보드워크의 재미다. 숲과 저수지가 맞닿은 환경 덕분에 다양한 새와 나비, 파충류 등이 서식하며 운이 좋다면 말레이왕도마뱀이나 흰배바다수리 등도 발견할 수 있다.
버드 파라다이스에서 세계 각지의 새들을 만났다면 이번에는 만다이 보드워크를 천천히 걸으며 싱가포르 본연의 숲과 저수지 풍경을 즐겨보자. 복잡한 도심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싱가포르의 자연을 느끼기 좋은 장소다.
만다이 보드웍
80 Mandai Lake Rd, Mandai Wildlife EAST, 싱가포르 729826
|
05 Singapore Zoo 싱가포르 동물원 |

사진= 싱가포르 동물원 홈페이지
싱가포르 동물원(Singapore Zoo)은 다양한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싱가포르 대표 동물원이다. 1973년 문을 연 동물원으로 넓은 부지에 300종이 넘는 동물 4200여 마리가 생활하고 있다. 특히 철창 대신 해자와 유리, 나무와 수풀 같은 자연 지형을 활용해 동물과 관람객 사이의 경계를 최소화한 ‘오픈 콘셉트’로 유명하다. 울창한 열대 녹지 사이를 걸으며 동물들이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사진= 싱가포르 동물원 홈페이지
동물원을 대표하는 스타는 오랑우탄이다. 나무와 로프로 연결된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조성해 운이 좋다면 관람객 머리 위를 오가는 오랑우탄도 만날 수 있다. 열대우림 생태계를 재현한 ‘프래져 포레스트(Fragile Forest)’도 놓치지 말자. 거대한 바이오돔 안을 직접 걸으며 두발가락나무늘보와 말레이큰박쥐, 알락꼬리여우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 밖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것과 달리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있는 듯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초원을 재현한 ‘와일드 아프리카(Wild Africa)’에서는 기린과 얼룩말, 흰코뿔소 등 사바나를 대표하는 동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조금 더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먹이 주기 체험에 참여해 보자. 기린과 흰코뿔소, 얼룩말, 아시아코끼리 등 여러 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건넬 수 있으며 대부분 별도의 요금과 예약이 필요하다. 어린이를 동반했다면 염소와 포니 등 친숙한 동물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키즈월드(KidzWorld)까지 함께 둘러보기 좋다. 울창한 숲을 산책하듯 이동하며 세계 각지의 동물을 만날 수 있어 가족 여행은 물론 자연과 동물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충분히 시간을 들여 둘러볼 만하다.
싱가포르 동물원
80 Mandai Lake Rd, 싱가포르 729826
싱가포르는 화려한 도심만큼이나 자연과 야생동물, 그리고 역사가 공존하는 도시다. 세계 각지의 새들이 살아가는 조류 공원을 거닐고, 조용한 전쟁 추모 공간과 저수지 산책로까지 둘러보다 보면 싱가포르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쇼핑과 야경 대신 숲과 동물, 그리고 역사 속으로 떠나는 하루는 다른 싱가포르 여행과는 다르게 오래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이다.
글= 이경동 여행+ 에디터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