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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미국에서 가장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온 사람들의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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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미국에서 가장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온 사람들의 여행이야기

요즘 짧게는 2~3주, 길게는 1년 아니 수년을 ‘살아보기’로 여행 다니는 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단기간 여행에서 느낄 수 없는 ‘무엇’이 ‘살아보기’ 형태의 여행에서 접할 수 있다는 이들.

여책저책은 미국을 ‘관광지’가 아닌 ‘삶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두 저자를 만납니다. 천성용 작가는 샌디에이고에서 바다와 햇살, 여유로운 일상을 통해 삶의 속도를 되찾는 과정을 담아냈습니다.

이대진 작가는 미주리라는 소도시에서 가족과 함께 살아가며 평범한 일상 속 미국의 진짜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화려한 명소보다 사람과 도시의 분위기, 생활의 온기 등에 주목한 저자는 여행이 결국 풍경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전합니다.

연구하러 갔다가 바다만 보고 왔다

천성용 │ 행복우물

여행을 다녀오면 후기 삼매경에 빠지고는 한다. 유명한 관광지, 맛있는 음식, 꼭 가봐야 할 명소들이 주 소재다. 때로는 여행지에서 본 풍경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삶의 방식에 더 관심을 가지기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쪽의 도시 샌디에이고가 대표적이다.

카이스트(KAIST)에서 산업경영학과 경영공학을 공부하고 금융권을 거쳐 현재 단국대학교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는 천성용 교수는 방문교수직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났다. 그곳에서 머문 시간 동안 그는 연구실보다 태평양을 품은 도시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책 제목도 ‘연구하러 갔다가 바다만 보고 왔다’고 지었다.

책은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가 아니다. 오히려 한 도시가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천천히 기록한 생활 여행기다. 저자는 샌디에이고를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마음을 배우게 되는 도시라고 정의한다.

아침이면 사람들은 운동화를 신고 바다를 걷고, 서퍼들은 파도를 향해 나가며, 카페 창가에는 노트북 대신 햇살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앉아 있다. 경쟁보다 균형, 성취보다 일상을 먼저 생각하는 도시의 리듬은 치열하게 살아온 한 사람의 마음에도 조금씩 스며든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독자도 그 속도를 따라 걷게 된다. 라호야 코브에서는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바다사자들을 바라보고, 토리 파인스 자연보호구역에서는 태평양을 품은 절벽길을 걷는다.

발보아 공원의 고즈넉한 산책길을 지나 선셋 클리프에서는 하루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만난다. 관광지의 정보를 나열하기보다 그곳에서 저자가 느낀 감정을 먼저 전하기 때문에, 독자는 목적지를 외우기보다 풍경 속 공기를 상상하게 된다.

미식 이야기도 흥미롭다. 브런치 레스토랑 ‘모닝 글로리’, 해산물 맛집 ‘아이언사이드’, 멕시코 타코와 바비큐, 젤라토와 수제맥주까지 샌디에이고의 대표적인 맛집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음식의 맛보다 그 음식을 둘러싼 분위기를 더 오래 이야기한다.

“어쩌면 샌디에이고의 음식은 날씨가 절반쯤은 완성한다.” 이 한 문장이 책 전체를 설명한다. 좋은 음식은 접시에 담겨 나오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그 음식을 먹던 공기와 햇살, 바람이라는 사실이다. 여행의 기억 역시 풍경보다 감정으로 남는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도시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다. 그는 샌디에이고를 화려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곳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를 오래 바라본다. 차 트렁크에 하나둘 늘어나는 돗자리와 비치 텐트, 주말이면 자연스럽게 바다를 찾는 일상, 공원과 해변, 카페와 자전거길이 느슨하게 이어지는 도시의 풍경은 여행자의 시선을 넘어 생활인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저자가 방문교수라는 신분으로 머물렀기에 가능한 이야기도 있다. 관광객이라면 쉽게 지나쳤을 공원과 마트, 카페와 동네 풍경을 계절의 변화와 함께 기록한다. 그래서 독자는 며칠 여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몇 달 동안 그 도시에서 함께 살아보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책에는 특별한 사건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읽게 된다. 잔잔한 문장 속에 햇살과 바람이 스며 있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마음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진다. 마치 여행 마지막 날 호텔 창밖으로 바다를 오래 바라보고 있는 기분과 닮았다. 여행이 결국 어디를 갔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돼 돌아왔느냐를 묻는 일이라면 이 책은 그 질문에 가장 잔잔한 방식으로 답하는 여행기다.

우물 밖 미주리 – 현직 기자의 좌충우돌 미국 정착기

이대진 | 호밀밭

여행을 관광이 아니라 살아보기로 하면 많은 것이 달리 보인다. 그런 경험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 남고 나아가 삶을 바꾸게 하기도 한다. 책 ‘우물 밖 미주리 – 현직 기자의 좌충우돌 미국 정착기’는 책장을 넘길수록 그런 느낌을 담뿍 받는다.

미국이라고 하면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산일보 기자인 이대진은 조금 다른 미국을 보여준다. 한국언론진흥재단 해외연수 프로그램으로 가족과 함께 1년 동안 머문 곳은 인구 13만 명 남짓의 대학도시 미주리주 컬럼비아. 여행 책자에서도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미국의 ‘평범한 하루’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첫 장부터 화려하지 않다. 환승 비행기를 놓치고, 가구 하나 없는 집에서 침낭을 깔고 첫날밤을 보내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자동차를 사고, 운전면허를 따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주차 딱지와 씨름하는 일상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장면들이 미국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미국을 ‘구경하는 나라’가 아니라 ‘살아가는 공간’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쓰레기차 기사와 아침마다 인사를 나누고, 우편배달부가 하루도 빠짐없이 골목을 지키고, 학교는 학부모들의 기부와 봉사로 운영된다. 점수와 승패보다 참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체육 수업, 은퇴 후 화가가 되어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들, 동네 도서관이 주민들의 사랑방이 되는 풍경은 우리가 뉴스에서 접했던 미국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서 기자 특유의 관찰력도 빛난다. 미주리저널리즘스쿨 도서관에 펼쳐진 뉴욕타임스를 아무도 들춰보지 않는 모습, 교회 투표소에서 첫 투표를 마친 대학생들의 표정, 트럼프 재집권과 한국의 비상계엄, 환율 상승이 평범한 가정의 장바구니를 어떻게 바꾸는지까지. 거대한 정치와 사회도 결국 한 가족의 식탁 위에서 이해하게 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곳에 사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부산에서 살아온 기자는 미국에서도 대도시가 아닌 중서부 소도시를 선택했다. 그래서 이 책에는 관광객의 미국이 아니라 주민들의 미국이 담긴다. 페이스북 중고장터에서 피아노를 사고, 미식축구 경기에 열광하는 이웃과 어울리고, 오래된 산책길을 걸으며 도시의 시간을 이해한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보다 컬럼비아라는 작은 도시가 더 깊게 기억되는 이유다.

책에는 미국 곳곳을 여행한 기록도 담겼다. 국립공원과 디즈니월드, 동부와 서부를 누비지만 정작 가장 오래 남는 장소는 집 앞 산책길인 MKT 트레일이다. 여행의 감동은 멀리 있는 절경보다 매일 반복되는 풍경 속에서 더 깊어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책은 해외 정착기이면서 동시에 가족 성장기이기도 하다. 에필로그는 아내와 두 딸이 각각 직접 썼다.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네 사람이 기억하는 미국은 모두 다르다. 부모는 생활을, 아이들은 성장을 이야기한다. 영어 한마디 못하던 둘째 딸이 친구를 사귀고, 나중에는 전학생을 도와주는 아이가 되는 과정은 여행이 사람을 얼마나 크게 성장시키는지 보여주는 가장 따뜻한 장면이다.

저자는 익숙한 세상을 잠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살아본 가족의 기록을 책으로 옮겼다. 여행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진솔하게 풀어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미국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도 언젠가 다른 도시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우물 밖으로 한 번쯤 뛰어오른 사람만이 세상의 넓이를 안다고 한다. 책은 그 한 번의 용기가 결국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만드는지를 조용하지만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언젠가 해외에서 살아보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미주리 이야기와 동행해보길 바란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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