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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책저책] 안정된 군장학생, 5년차 직장인은 왜 다 던지고 세계여행을 떠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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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책저책] 안정된 군장학생, 5년차 직장인은

왜 다 던지고 세계여행을 떠났을까

간혹 ‘예측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됩니다. 의외의 일, 그러니까 변수 발생의 긴장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무래도 여유와 그 궤를 같이 하겠죠. 그런데 이 편안함을 박차고 나간 이들이 있습니다.

안정된 미래를 약속한 군 장학생 신분을 던진 스물넷의 청년과 5년 차 직장인의 명함을 뒤로하고 소설가가 된 나이 서른의 또 다른 청년입니다. 두 사람은 예측 가능함을 거부하고 불확실한 이방인의 길을 떠났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네팔 포카라 / 사진 = 언스플래쉬

이들에게 여행은 풍경을 소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누구의 자녀’도 ‘어느 조직의 일원’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알게 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스물넷의 청년은 인도의 거친 소음에서, 서른의 청년은 유럽의 낯선 골목에서 화려한 기념사진이 아닌 본인 스스로의 단단함을 가지게 됐습니다.

여행플러스는 정해진 길을 벗어날 용기가 필요한 청춘들에게, 두 사람의 서툴지만 의미 있는 여행기를 담은 책 두 권을 소개합니다.

지독하게 뜨거웠고 눈물나게 서툴렀던

이성헌 | 나무와 바다

청춘은 누군가에게는 낭만, 또 다른 이에게는 전쟁이다. 사실 두 주제를 다 겪는다는 것이 맞는 말일테다. 어느 쪽의 비중이 더 크냐의 문제일 뿐 결국 청춘을 보내는 이들의 시간은 비슷하다. 다만 청춘의 현재를 보내는 이들은 치열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군 장학생이라는 보장된 미래와 안정된 궤도를 스스로 걷어찬 이가 있다. 무모한 듯한 그의 결정이 이어진 곳은 인도. 그는 배낭 하나만 챙겨 남인도의 폭염 속으로 뛰어들었다.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스물넷. 어느 누구보다 뜨거운 청춘을 불사른 기록이 12년의 시간을 넘어 책으로 태어났다.

텀블벅 펀딩률 315%를 달성하며 출간 전부터 화제를 모은 이성헌 작가의 ‘지독하게 뜨거웠고 눈물나게 서툴렀던’이 그 주인공. 책은 인도의 신비로움을 예찬하거나 여행의 요령을 전하지 않는다. 불친절한 세계를 온몸으로 통과하며 비로소 ‘자신’이라는 존재를 마주하게 된 한 인간의 성장 보고서다.

저자의 여정은 코친에서 시작해 바라나시의 갠지스강을 건너 네팔 포카라를 지나 북인도 바날리에 이르기까지 5개월간 이어진다. 책은 시작부터 여행의 환상을 단호히 거부한다. 섭씨 40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폭염, 10시간 연착이 기본인 악명 높은 기차, 끊임없이 달려드는 사기꾼과 호객꾼들까지. 저자가 마주한 인도는 단 한 번도 여행자에게 친절한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이 압도적인 무질서와 불합리 속에서 역설적인 해방감을 맛본다. 서울에서 자신을 옥죄던 취업 걱정과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당장 눈앞의 소음과 생존 투쟁 앞에서 증발해 버리는 묘한 경험을 마주했다.

특히 이 책이 다른 여행 에세이와 달리하는 점은 ‘솔직함의 밀도’에 있다. 체 게바라의 여행기를 배낭에 넣고 떠났던 스물넷 청년의 치기 어린 열망과 허세, 그리고 방충망조차 없는 저렴한 숙소에서 천장 선풍기를 바라보며 느끼던 패배감과 지독한 외로움까지 저자는 자신이 겪고 느낀 있는 그대로의 여행을 실감나게 기록했다.

갠지스강 가에서 타오르는 시신을 바라보며 삶과 죽음이 종이 한 장 차이임을 실감한 것이나 네팔 포카라의 정적 뒤에 다시 찾아오는 현실의 막막함을 견뎌내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평범한 듯 극적인 순간을 미화하지 않은 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인도 바라나시 / 사진 = 언스플래쉬

저자는 “누군가는 청춘을 낭만이라 부르지만, 겪어본 사람들은 안다. 청춘은 불확실한 미래와 싸우고, 타인의 시선과 싸우고, 무엇보다 초라한 자신과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여행은 단지 국경을 넘는 행위가 아니라 누구의 자녀도 아니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발가벗겨진 자신을 안아주는 법을 배우는 ‘자기 혁명’의 과정이다. 지독하리만치 시달린 끝에 도달한 길 위에서 저자는 처음으로 자신의 발로 서 있다는 감각을 느낀다. 비로소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사랑할 용기를 얻는다.

인도 코친 / 사진 = 언스플래쉬

12년이 지난 지금, 저자는 헬기 조종사로 하늘을 누비는 평범한 어른의 삶을 살고 있다. 그가 빛바랜 노트를 다시 꺼내 든 이유는 명확하다. 부서지고 나서야 단단해진다는 진리, 그리고 잃어버린 길이 때로는 가장 정직한 길이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현재 그 시절을 통과하고 있을 또 다른 스물넷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하고 싶었다.

책은 완벽하지 않은 여행일지라도, 길을 잃고 바가지를 쓸지라도, 그 길의 끝에서 조금 더 단단해진 눈빛을 가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전한다.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운 이부터 자신만의 길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저자는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갈 용기를 건넨다.

서른에는 좋아하는 곳으로 가자

곽민주 | 미다스북스

서른에 대해 가수 김광석은 자신의 노래 ‘서른 즈음에’에서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다’고 했다. ‘비어 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다’며 공허함도 덧붙였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청춘에게 서른은 참 묘하다. 사회에서는 걸음마 갓 뗀 초년생이기도, 성인으로 10년을 보낸 만큼 성숙한 어른의 책임감도 공히 느껴야 한다.

누군가는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해 안착한 반면, 다른 이는 끊임없이 삶의 도전에 부딪히고 또 부딪히는 시기다. 2024년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한 곽민주 작가는 바로 그 지점에서 5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무작정 떠났다. 그가 향한 곳은 국경 밖 이방인들이 있는 곳이다.

책 ‘서른에는 좋아하는 곳으로 가자’는 스위스부터 홍콩까지 12개국을 유랑하며 써 내려간 서른 살 신인 소설가의 내밀하고도 뜨거운 성찰의 기록이다. 그동안 저자의 삶은 철저히 ‘결과’와 ‘이성’의 영역에 있었다. 측정 가능한 성장을 추구했고, 여행조차 SNS에 올릴 그럴싸한 결과물을 위해 다녔다.

스스로를 ‘해외여행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 정의했던 그는 의외의 선택을 했다. 아니 정반대의 결정이었다. 낯선 길 위로 자신을 던진 결정적 이유는 ‘예측 가능한 운명’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저자는 귀국 날짜를 자신의 서른 번째 생일인 12월 24일로 정해둔 채 떠났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불확실한 세계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과정 자체가 여행으로 거듭났다.

책 속에서 저자는 자신의 불안을 숨기지 않는다. 일본 오사카 우메다 공중정원에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며 화를 내기도 하고, 홍콩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 앞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망가지고 더 절망해서 바닥이 되어보라”는 친구의 조언처럼, 저자는 여행을 통해 ‘좋은 곳’과 ‘좋아하는 곳’의 차이를 몸소 깨닫는다. 타인의 기준에 맞춘 ‘좋은 곳’이 아닌, 비록 거칠고 위험할지라도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곳’을 찾아가는 여정은 잃어버렸던 자신을 되찾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사진 왼쪽부터 독일 드레스덴, 영국 런던 / 사진 = 미다스북스

무엇보다 소설가 특유의 섬세하고 솔직한 문체는 책을 읽는 내내 독자의 마음을 파고든다. 논리적인 글보다 감성적인 글에 자신 있다는 저자의 고백처럼 프랑스 파리의 첫발에서 느낀 짝사랑의 희망이나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앞에서 쏟아낸 눈물은 독자들에게 날것의 위로를 건넨다.

저자는 “나를 여행하는 일은 대단한 무언가를 손에 쥐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나를 쥐어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의 이런 생각은 이 시대를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때문에 책은 단순히 12개국의 풍경을 나열한 여행서에 그치지 않는다.

책은 예측 가능한 안전한 일상을 포기하고 미지의 세계로 떠난 한 인간의 성장기다. 변수 가득한 길 위에서 어떻게 사랑과 용기를 발견했는지를 여행 내내 찾고 깨닫는다. 서른의 길목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는 이들이나 ‘내 인생은 실패한 게 아닐까’ 고민하는 모든 방랑자라면 저자의 여정을 따라 위로를 받길 바란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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