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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 지중해 바다만큼 시원하고 매력까지 넘치는 튀르키예 여름 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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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맛] 지중해 바다만큼 시원하고

매력까지 넘치는 튀르키예 여름 미식

제철 채소·올리브유로 차린 여름 음식 한상

메이하네 해산물부터 마라시 돈두르마까지

튀르키예의 여름은 눈으로만 즐기는 계절이 아니다. 싱그러운 제철 채소와 향긋한 허브, 신선한 해산물, 여기에 올리브유가 어우러진 음식까지 맛봐야 제대로다. 때문에 미식은 튀르키예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여름에는 지중해와 에게해 연안에서 생산하는 신선한 농산물과 해산물이 더욱 풍성해진다. 토마토와 오이, 가지, 주키니, 피망 같은 채소는 물론이고 올리브유와 허브를 활용한 음식이 식탁을 가득 채운다. 차갑게 즐기는 수프와 샐러드, 전통 음료, 바닷가에서 맛보는 메제와 해산물도 더해진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것은 음식 하나하나에 지역의 풍경과 생활문화가 녹아 있다는 점이다.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골목 안 작은 식당이나 시장 근처의 로컬 레스토랑, 바닷가의 메이하네에서도 튀르키예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올리브유 한 방울에 담긴 지중해

튀르키예 여름 미식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식재료는 단연 올리브유다. 에게해와 지중해 연안에서는 올리브유가 단순한 조리용 기름을 넘어 음식의 풍미를 완성하는 중요한 식재료로 쓰인다.

가볍고 건강한 한 끼를 원한다면 ‘제이틴야을르라르(Zeytinyağlılar)’라고 부르는 올리브유 요리를 눈여겨볼 만하다. 그린빈과 주키니, 아티초크 등 제철 채소를 올리브유와 함께 은은하게 조리한 뒤 차갑거나 미지근한 상태로 즐긴다. 강한 양념으로 맛을 덮기보다는 채소 본연의 맛과 올리브유의 향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여행 중 무더위에 지쳤다면 오히려 이런 음식이 반갑다. 무겁고 기름진 음식 대신 산뜻한 채소 요리를 먹고 나면 오후 일정도 한결 가벼워진다. 여러 가지 올리브유 요리를 작은 접시에 나눠 담아 먹으면 튀르키예 음식 문화의 다채로운 맛을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음식도 있다. 피망이나 가지 등의 채소에 쌀과 향신료 등을 채워 넣어 만든 ‘돌마(Dolma)’다. 지역과 재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즐기는 이 음식은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채소와 향신료, 올리브유의 풍미가 어우러진다. 에게해 지역에서는 지역에서 자란 허브를 활용한 음식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바다와 햇살, 비옥한 땅에서 자란 채소와 허브가 식탁에 오르면서 음식 자체가 마치 여름 풍경처럼 느껴진다.

샐러드부터 차가운 수프까지

샐러드는 튀르키예 여름 여행 중 빼놓을 수 없다. 우리에게 아는 샐러드와 달리 튀르키예에서는 신선한 채소에 올리브유와 레몬 등을 더해 재료의 맛을 살리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초반 살라타스(Çoban Salatası)’가 있다. 토마토와 오이, 양파 등 신선한 채소를 잘게 썰어 만든다. 고기나 생선 요리의 곁들임으로도 잘 어울린다. 화려한 조리법은 없지만 뜨거운 여름날에는 오히려 이런 단순한 음식이 더욱 맛있게 느껴진다.

‘크스르(Kısır)’도 여행자들이 맛볼 만한 음식이다. 불구르를 기본으로 다양한 채소와 향신료를 섞어 만들어 새콤하면서도 향긋한 맛이 특징이다. 애호박을 활용한 튀르키예식 전 ‘뮈즈베르(Mücver)’ 역시 여름철 별미다. 애호박을 중심으로 다양한 재료를 섞어 부쳐내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샐러드와 함께 먹으면 간단한 점심 식사로도 손색이 없다.

더운 날씨에 어울리는 차가운 음식도 있다. 튀르키예 곳곳에서는 요거트 등을 활용한 차가운 수프를 여름철 별미로 즐긴다. 특히 동부 지역에서는 요거트와 병아리콩, 밀 등을 넣은 ‘아이란 아시(Ayran Aşı)’가 향토 음식으로 꼽힌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과일을 은은하게 끓여낸 콤포스토(Komposto)나 전통 셰르벳, 레모네이드 등을 곁들이면 좋다. 강한 단맛보다는 과일과 허브의 향을 살린 음료가 많아 여름철 갈증을 달래기에도 제격이다.

화려하지 않아 더 맛있는 로컬 식당

튀르키예에서 진짜 현지 음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유명 관광지의 레스토랑만 찾아다닐 필요는 없다. 골목을 걷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작은 식당에 들어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중에서도 ‘에스나프 로칸타스(Esnaf Lokantaları)’는 튀르키예 사람들의 일상적인 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에스나프는 상인이나 자영업자 등을 뜻하고, 로칸타스는 식당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편하게 들러 집밥 같은 음식을 먹는 식당이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정교한 플레이팅을 기대하기보다는 식당 안쪽에 진열된 여러 음식을 보고 그날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는 재미가 있다. 채소 요리부터 고기와 콩, 쌀을 활용한 음식까지 다양한 가정식 메뉴를 준비해 여러 가지를 조금씩 맛보기에도 좋다.

최근 여행에서 주목받는 ‘논나스탈지아(Nonna-stalgia)’ 감성과도 맞닿아 있다. 논나스탈지아는 할머니를 뜻하는 이탈리아어 ‘논나(Nonna)’와 향수를 의미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를 결합한 표현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음식처럼 정겹고 소박한 맛을 찾는 흐름을 뜻한다.

에스나프 로칸타스의 매력 역시 여기에 있다. 한 끼를 근사하게 차려내기보다 오랜 시간 익숙하게 만들어온 음식으로 손님을 맞는다. 여행자에게는 그 자체가 튀르키예의 일상을 경험하는 방법이 된다.

해 질 무렵, 바닷가 메이하네

한 낮의 튀르키예가 올리브유와 채소의 싱그러움을 보여준다면, 저녁에는 바다를 바라보며 즐기는 메이하네(Meyhane)가 기다린다.

이스탄불을 비롯한 해안 지역에서 만나는 메이하네는 튀르키예의 식문화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메이하네는 전통적인 주점 형태의 식당으로, 한두 가지 음식을 빠르게 먹고 나오는 곳이라기보다 여러 음식을 천천히 나누며 대화를 즐기는 분위기가 강하다.

식탁 위에는 작은 접시에 담긴 다양한 메제가 차례로 오른다. 요거트를 베이스로 만든 ‘하이다리(Haydari)’를 비롯해 올리브유를 활용한 채소 요리와 각종 허브 요리 등이 입맛을 돋운다. 하나씩 맛보다 보면 어느새 작은 튀르키예 음식 박람회에 참여한 듯 하다.

메제의 매력은 ‘무엇을 먹느냐’만큼이나 ‘어떻게 먹느냐’에 있다.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앉아 음식을 조금씩 덜어 먹고, 마음에 드는 메뉴가 있으면 다시 주문한다. 음식과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식사 자체가 하나의 여행 경험이 된다.

여기에 바다에서 갓 올라온 듯한 신선한 해산물을 그릴에 구워내면 여름밤의 풍경이 완성된다. 생선과 각종 해산물을 담백하게 구워내 올리브유와 레몬 등을 곁들이면 재료의 맛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난다.

전통 증류주 ‘라크(Rakı)’를 곁들이는 것도 튀르키예 메이하네 문화의 특징이다. 라크는 물을 섞으면 특유의 뿌연 색으로 변하는 술로, 튀르키예의 전통적인 식문화와 함께 이야기되는 대표적인 음료다. 메이하네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다. 해가 완전히 지고 바닷바람이 선선해질 때까지 천천히 음식을 즐기는 것. 튀르키예의 여름밤을 제대로 만끽하는 방법이다.

특별한 듯 달콤한 아이스크림

마지막은 달콤한 디저트다. 튀르키예를 대표하는 아이스크림 하면 ‘마라시 돈두르마(Maraş Dondurması)’를 빼놓을 수 없다. 카흐라만마라시(Kahramanmaraş) 지역에서 발전한 전통 아이스크림으로, 일반적인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쫀득하고 탄력 있는 식감이 특징이다. 염소젖과 지역의 야생 난초 구근에서 얻은 살렙(salep) 등이 사용되면서 특유의 밀도와 식감이 만들어진다.

이 아이스크림이 특별한 이유는 먹는 방법에서도 찾을 수 있다. 너무 단단하고 쫀득해 녹는 속도가 느리다 보니 때로는 나이프와 포크를 이용해 잘라 먹기도 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거리에서는 아이스크림 판매자가 긴 막대기를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손님을 기다리게 하는 익살스러운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한다. 주문한 아이스크림을 받는 순간까지 하나의 놀이가 되는 셈이다.

튀르키예의 여름 여행에서 마라시 돈두르마는 단순한 디저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행 중 만나는 낯선 음식과 사람, 거리의 풍경이 어우러져 하나의 추억이 되기 때문이다.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푸른 바다와 유적을 찾아오는 여행객들에게 튀르키예의 다채로운 여름 미식은 결코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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