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필리핀 다바오를 떠올릴 때 거대한 독수리와 악어, 혹은 과일의 왕이라 불리는 두리안을 먼저 연상하곤 한다. 하지만 남들이 다 가는 뻔한 명소들만으로 다바오의 진면목을 모두 보았다고 말하기엔 다바오가 가진 매력의 스펙트럼이 너무나도 넓다. 화려한 도심의 그늘에 가려진 깊은 역사적 자취부터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하는 청정 해변의 프라이빗한 휴식, 그리고 독창적인 해산물 미식까지. 다바오의 숨겨진 보석 같은 명소들만으로 구성한 이색 힐링 코스를 소개한다.
샌 페드로 메트로폴리탄 대성당

사진= 공식 페이스북
도시의 정신적 지주이자 가장 오래된 역사를 품고 있는 샌 페드로 메트로폴리탄 대성당(San Pedro Metropolitan Cathedral)은 필리핀의 수많은 스페인식 성당들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외관으로 방문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스페인 식민지 시절이었던 1847년에 처음 건립된 이후 수차례의 재건 과정을 거치며, 현재는 전통적인 석조 양식 대신 거대한 콘크리트 아치와 배의 닻을 형상화한 듯한 현대적이고 전위적인 지붕 디자인을 갖추게 됐다. 붉은 벽돌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실내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겹겹이 쌓여 묵직한 울림을 준다. 아침 경배를 마친 뒤 성당 주변의 활기찬 광장을 거닐며 현지인들의 소박한 일상을 눈에 담아보자.

3J85+2M7, San Pedro St, Barangay 38-D, Poblacion District, Davao City, Davao del Sur, 필리핀
디 본 콜렉터 뮤지엄

사진= 공식 페이스북
경건한 성당에서 나와 도심의 골목을 따라 조금만 이동하면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독특한 테마의 자연사 박물관인 ‘디 본 콜렉터 뮤지엄(D’ Bone Collector Museum)’이 나온다. 미국인 관장이 수십 년간 전 세계의 바다와 육지를 누비며 수집한 동물들의 실제 골격 수천 점이 촘촘하게 전시돼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거대한 향유고래와 다양한 고래류, 그리고 거대한 상어와 희귀 조류들의 뼈대다. 거대한 해양 생물의 뼈가 천장에 매달려 있거나 전시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은 기묘하면서도 압도적이다. 전시된 많은 해양 생물의 골격 옆에는 그들이 인간이 버린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삼키고 고통스럽게 죽어간 사연이 함께 기록돼 있다. 다바오 도심 한복판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지구 환경의 위기를 동시에 깨닫게 하는 장소다.

76-A San Pedro St, Talomo, Davao City, Davao del Sur, 필리핀
마리나튜나

사진= 공식 페이스북
두 곳의 도심 코스를 돌며 지친 몸과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향할 곳은 다바오가 자랑하는 최고의 프리미엄 해산물 레스토랑, ‘마리나튜나(MarinaTuna)’다. 이곳은 참치 한 마리를 부위별로 해체하여 무려 10가지가 넘는 독창적인 요리로 선보이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국내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참치의 특수 부위 요리들은 미식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숯불 향을 가득 머금은 채 부드럽고 고소한 살코기를 자랑하는 참치 턱구이(Panga)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최고의 인기 메뉴다. 여기에 신선함이 극에 달한 참치 눈알 수프나, 현지 특유의 새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참치 킬라윈(필리핀식 회무침)은 별미다. 깔끔하고 쾌적하게 정돈된 대형 매장에서 서빙되는 최고급 로컬 참치 만찬을 즐겨보자.

Bo. Pampanga, Km. 8 Davao Agusan Road, Lanang, Davao City, Davao del Sur, 필리핀
펄 팜 비치 리조트

사진= 공식 홈페이지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면 이제 번잡한 도심을 잠시 벗어나 자연의 품으로 뛰어들 시간이다. 다바오 연안의 선착장에서 전용 보트를 타고 약 45분을 달리면 사말 섬의 보석이라 불리는 휴양지 ‘펄 팜 비치 리조트(Pearl Farm Beach Resort)’에 도착한다. 과거 실제 진주 양식장으로 사용되던 부지를 최고급 친환경 리조트로 개조한 곳으로 때 묻지 않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독특한 전통 가옥 양식의 건축물이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반드시 숙박을 할 필요 없다. 리조트에서 운영하는 웰컴 데이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왕복 선박편과 함께 풍성한 점심 뷔페, 그리고 리조트가 보유한 프라이빗 해변과 인피니티 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해변 주변의 맑은 바다에서는 조금만 헤엄쳐 나가도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열대어들을 만날 수 있어 스노클링이나 카약을 즐기기에도 최적이다. 남태평양의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온전한 휴식을 취하며 여행의 피로를 씻어내기 좋은 스폿이다.

Brgy, Babak – Samal – Kaputian Rd, Babak, Samal, 8119 Davao del Norte, 필리핀
잭스 리지

사진= 공식 홈페이지
다시 육지로 돌아와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갈 무렵에는, 다바오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고지대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 ‘잭스 리지(Jack’s Ridge)’로 향해보자. 이곳은 현재 세련된 야외 레스토랑과 카페, 기념품점들이 모여 있는 낭만적인 명소지만,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일본군이 다바오 걸프만을 감시하고 방어하기 위해 구축했던 천혜의 요새이자 격전지라는 반전의 역사를 품고 있다. 밤이 되면 이곳은 로맨틱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탁 트인 야외 전망대에 서면 사말 섬부터 시작해 다바오 시내 전역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화려한 불빛의 파노라마가 한눈에 들어온다. 잔잔하게 흐르는 라이브 밴드의 음악을 배경 삼아, 시원한 산 미겔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도심의 야경을 감상하는 시간은 다바오 여행 중 가장 감성적인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117 Shrine Hills Rd, Talomo, Davao City, Davao del Sur, 필리핀
블루 포스트 보일링 크랩 앤 쉬림프

사진= 공식 인스타그램
앞서 방문한 마리나튜나가 정갈하고 고급스러운 참치 요리의 진수였다면, 이곳은 날것 그대로의 활기와 이색적인 즐거움이 가득한 해산물 축제의 장이다. 접시나 포크 대신 테이블 전체에 큰 비닐을 깔고, 주문한 게와 새우가 커다란 비닐봉지에 매콤하고 중독성 있는 소스와 함께 버무려져 통째로 등장한다. 이곳의 시그니처인 갈릭 버터 소스나 매콤한 삼발 소스는 신선한 크랩의 속살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함께 버무려 나오는 옥수수와 소시지 역시 별미다. 다바오 주민들의 유쾌하고 열정적인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끼며 여행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선택지다.

J.P. Laurel Avenue, Bajada, Brgy, Buhangin, Lungsod ng Dabaw, 8000 Lalawigan ng Davao del Sur, 필리핀
기존 여행자들의 발자국 뒤를 쫓는 대신 찾아낸 다바오의 숨은 보석 같은 공간들은 화려한 명소보다 더 깊고 진한 기억으로 오래도록 머무를 것이다. 도시가 품은 역사의 무게와 자연의 아늑함, 그리고 삶의 활기를 가장 생생한 온도로 마주할 수 있는 코스로 떠나보자.
강예신 여행+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