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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카페부터 커피섬까지…’별의별’ 강릉커피축제의 뒷이야기[축제를 만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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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즐긴 축제 현장 뒤에는 몇 달 동안 오직 이 하루를 위해 달려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만족감과 그들의 수고는 비례하죠. 여행플러스는 축제장 뒤에서 가장 분주하게 움직인 ‘축제를 만든 사람들’을 만납니다.

방문객에게는 자연스러운 축제 풍경이지만, 거리 하나를 행사장으로 바꾸기까지는 보이지 않는 수고가 필요했다. 상인들을 일일이 찾아가 3주 동안 동의서를 받았고, 차량이 뜸한 새벽 4시에 시설물을 설치했으며, 축제에 쓸 원두 2t을 직접 볶았다.

올해로 18회째를 맞은 강릉커피축제가 지난 21일부터 25일까지 닷새간 안목커피거리와 안목해변, 송정 솔밭 일대에서 열렸다. 슬로건 ‘커피풀 강릉’처럼 도시 곳곳이 커피로 가득 찬 5일이었다. 개막 현장에서 홍삼녀 강릉시 문화예술과장, 전찬균 강릉문화재단 팀장, 이준형 강릉커피연구회장, 유리 수공예 업체 ‘유리알유희’ 매니저를 만났다.

“커피만 파는 행사로 끝내지 않으려 했다“

올해 축제 기획의 첫 번째 목표는 ‘강릉다운 커피축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홍 과장은 “이번 축제를 기획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목표는 ‘강릉다운 커피축제’의 정체성을 더 분명히 만드는 것이었다”며 “강릉은 이미 커피 도시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커피와 함께 강릉의 바다, 도시 분위기, 로컬 카페 문화, 시민 참여가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국내외 축제 사례를 살피며 주목한 것은 ‘공간을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홍 과장은 “단순히 부스를 나열하기보다 방문객이 축제장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머물고, 사진을 찍고, 커피를 마시고, 지역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동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커피 시음이나 판매뿐 아니라 공연과 체험, 로컬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구조를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별의별 강릉커피’에서 ‘커피풀 강릉’까지

올해 슬로건인 ‘커피풀 강릉’에는 축제 기간 도시 전체가 커피로 가득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전 팀장은 “‘뷰티풀’, ‘원더풀’처럼 형용사로 ‘커피스러운 강릉’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커피를 맛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구성했다. 무료 시음 공간 바로 옆에 원두 판매 부스를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 팀장은 “‘이 커피 맛있네, 원두가 뭐예요?’ 하면서 원두를 사 가시는 분들도 계신다”고 말했다.

방문객에게는 다양한 커피를 맛볼 기회를, 지역 카페에는 매출과 홍보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후추 커피와 흑임자 커피 같은 이색 메뉴부터 핸드드립과 아메리카노까지 선보이며 시음과 구매를 연결했다.

참여 업체의 구성에도 변화가 있었다.

초기에는 디저트와 빵을 판매하는 업체가 많았다. 커피는 한 잔을 마시는 반면 빵은 여러 개를 구매하는 소비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 이 때문에 “커피축제에 갔더니 다 빵이더라”는 반응도 나왔다.

올해는 스페셜티 존을 별도로 마련하고 지역 커피 업체를 모집하는 동시에 외부 업체도 초청했다.

전 팀장은 “비율은 여전히 커피가 아닌 업체가 많긴 하지만 예년에 비하면 20~30곳 더 늘었다”며 “커피와 디저트가 적절히 섞이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올해 처음 선보인 ‘글로벌 커피라운지’도 강릉커피축제의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시도였다.

전 팀장은 “축제니까 사람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 위주로 짜다 보니 전문가 프로그램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함께 살릴 방법을 지역 전문가들과 논의했고, 그 결과 ‘바리스타의 테이블’이 탄생했다.

커피 명인이 시그니처 메뉴와 고급 원두로 방문객에게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워시드와 내추럴 등 원두 가공 방식에 따라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설명하고 한 잔씩 시음할 수 있도록 했다.

글로벌 커피라운지에서는 ‘커피와 인문학’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국내 바리스타들의 시그니처 커피와 강릉의 전통 디저트를 함께 소개했고, ‘나도 바리스타’ 프로그램에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참여했다.

원두로 만든 이색 공간 ‘커피섬’도 눈길을 끌었다. 원두 2t을 볶아 조성한 공간으로, 올해 새롭게 선보인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였다. 전 팀장은 “이 커피섬이 올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고 말했다.

“축제가 재미있어서”…참여 업체들의 이야기

축제에 참여한 지역 업체와 단체들도 저마다의 아이디어와 전문성을 살려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를 선보였다.

수공예 마켓에 참여한 강릉 지역 유리 수공예 업체 ‘유리알유희’도 그중 하나다. 업체 매니저는 “관내 업체라 신청 기간에 신청했다. 알리는 목적도 있지만 그냥 재미있어서 나온다”며 “강릉 축제 가운데 커피축제가 단오제 다음으로 크다. 나오면 재미있다”고 말했다.

강릉커피연구회도 축제를 함께 만드는 민간 단체 가운데 하나다.

연구회는 2019년 결성해 그해부터 커피축제에 참여했다. 지난해에는 라테아트를 선보였고 올해는 체즈베 커피 체험을 마련했다.

체즈베는 가늘게 분쇄한 커피를 작은 주전자에 넣고 끓이는 방식이다. 이번 체험에서는 뜨거운 모래를 이용했다.

이준형 회장은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전국적으로 봐도 모래로 체즈베를 하는 체험은 없더라”며 “그래서 한번 해보자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연구회가 축제에 참여하는 이유는 수익보다 커피문화를 알리고 함께 즐기는 데 있다.

이 회장은 “연구회와 단체로 나오다 보니 이익이 목적이 아니다. 커피를 알리고 홍보하고, 저희도 즐기는 것”이라며 “그냥 재미있다”고 말했다.

방문객들의 커피 지식이 깊어졌다는 점도 체감했다.

이 회장은 “요즘은 커피에 대해 워낙 많이들 알고 계셔서 질문이 너무 깊다”며 “저도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준비가 완성도를 만든다”…새벽 4시 작업에 원두 2t

축제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완성되기까지는 행정과 현장 운영 인력의 뒷받침도 필요했다. 강릉시와 강릉문화재단, 지역 카페와 업체들은 역할을 나눠 축제를 준비했다.

홍 과장은 “강릉커피축제는 시가 혼자 만들 수 있는 축제가 아니라 강릉문화재단과 지역 카페, 업체,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라고 말했다.

강릉시는 전체적인 방향 설정과 예산, 인허가, 안전관리, 유관기관 협의 등 행정적 기반을 마련했다. 강릉문화재단은 축제 운영과 프로그램 구성, 현장 실행을 맡았다.

홍 과장은 “강릉 커피문화의 실제 얼굴은 지역 카페와 로스터, 바리스타, 관련 업체들”이라며 “행정에서는 민간이 가진 창의성과 전문성이 최대한 드러나도록 지원하되 전체 축제의 질서와 안전, 공공성은 시와 재단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협력했다”고 말했다.

홍 과장은 “관광객분들은 축제장에서 보이는 프로그램이나 부스, 공연을 주로 기억하시지만 실제로는 그 뒤에 아주 많은 현장 점검과 준비가 있다”며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것이 안전, 동선, 위생, 전기, 쓰레기, 화장실, 안내 체계 같은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요소들은 문제가 없을 때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하나라도 부족하면 방문객 만족도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장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며 “이를 위해 매일 130명의 운영 인력이 투입돼 곳곳에서 맡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행사장에는 5개의 아트셰이드를 설치했다. 전 팀장은 스타벅스 앞 구간의 사연을 들려줬다. “상인들이 ‘여기는 행사장 분위기가 안 나니 행사장처럼 보이게 해달라’고 많이 요청했는데, 가보니 차가 계속 다니는 곳이었다.” 결국 차량이 거의 없는 새벽 4시부터 4시 30분까지 작업해야 했다. 원두 2t을 볶느라 고생한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커피축제는 뜨거운 음료와 전기 장비를 많이 사용하는 만큼 안전사고 예방에 신경을 썼다.

홍 과장은 “방문객이 몰리는 시간대의 보행 동선, 대기 줄이 다른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지, 전기 사용량이 안전 기준에 맞는지, 우천이나 강풍에 대비한 시설물 고정 상태, 야간 조명과 안내 표지의 가독성 등을 계속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가장 큰 변화였던 안목커피거리의 ‘차 없는 거리’ 조성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기존 도로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방문객이 커피를 마시며 머물 수 있는 노천카페로 바꿨다.

카페가 늘어선 구간에는 별도 판매 부스를 설치하지 않고 보행로에 수공예 마켓을 배치했다. 차량을 통제한 구간에는 커피와 디저트 부스를 마련하고, 방문객이 음식을 구매한 뒤 송정 솔밭에서 쉬어갈 수 있도록 했다.

전 팀장은 “상권과 충돌하지 않는 업체를 입점시키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노천카페 구상은 전 팀장이 처음 축제를 맡았을 때부터 품어온 아이디어다.

그는 “처음 여기 올 때부터 길을 한번 막아보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상인들 저항이 심하다고 하더라”며 “처음이고 교통이 어떻게 될지 몰라 함부로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상인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했다. 3주 동안 가게마다 방문해 축제 계획을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았다.

전 팀장은 “‘테이블만 놓겠다, 가게에서 사 가신 분들이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 사이사이 거리공연을 넣어 사람들이 머물 수 있게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동의서를 다 받았다”고 말했다.

홍 과장은 “커피숍에 협조를 구해 커피를 사서 바깥 테이블에 앉아 마시게 한 것”이라며 “거리의 의자도 이번 축제를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통행은 긴급 차량을 제외하고 제한했다.

상인들의 동의를 얻는 것만큼 주변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는 일도 중요했다.

전 팀장은 “이 뒤는 주택가라 주민들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게 해야 했는데 교통 여건상 쉽지 않았다. 그래도 잘 도와주시고 협조해 주셨다”고 말했다.

기반시설도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전기를 쓸 수 있는 양이 한정돼 발전차를 써야 하는데 놓을 위치도 마땅치 않았다”고 전했다.

행사장 시설물을 설치하는 작업도 늦은 밤과 새벽까지 이어졌다. 차량이 계속 다니는 구간에서는 통행이 뜸한 새벽 4시부터 4시 30분까지 작업해야 했다. 방문객에게는 자연스럽게 보이는 축제 풍경 뒤에 이런 준비가 숨어 있었다.

닷새간 열린 축제…교통·날씨·방문객 집계가 과제

축제는 지난 25일 닷새간의 일정을 마무리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겼다. 방문객이 특정 시간대와 공간에 몰리면서 발생하는 교통 혼잡과 야외 축제 특유의 기상 변수가 대표적이다.

홍 과장은 “장기적으로는 축제를 특정 공간과 기간에만 집중시키기보다 지역 상권과 관광지로 방문 흐름을 분산시키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같은 기간 열린 ‘2026 강릉 ITS 세계총회’와 연계해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안내체계도 보완했다.

다국어 리플릿과 안내표지판을 마련하고 주요 행사장에 통역 인력을 배치했다. 인도네시아 ‘5P Global Movement’팀도 참가해 해외 커피문화를 소개했다.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도 행사 운영에 힘을 보탰다.

안목번영회와 송정동 자생단체 등은 행사장 주변 정비와 순찰, 질서계도 활동을 맡았다. 강릉시와 강릉문화재단, 경찰·소방 등 관계기관은 안전 점검과 인파 관리에 협력했다.

축제를 준비한 사람들이 바란 것은 거창한 성과보다 방문객이 강릉의 커피와 바다를 즐기고 돌아가는 일이었다.

전 팀장은 방문객들이 축제를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냥 와서 재미있게 즐기셨으면 좋겠다. 여기는 어디에 앉아도 바다가 보인다. 오시는 길에 교통 체증이나 부족한 안내 때문에 짜증이 나실 수도 있지만 어쨌든 오시면 ‘와, 바다다’ 하면서 커피 한잔 마시고 즐기다 가셨으면 한다.“

그가 그리는 강릉커피축제의 미래는 커피 한잔을 권하는 말이 일상적인 인사가 된 강릉의 모습과 맞닿아 있다.

전 팀장은 “‘밥이나 한번 먹자’, ‘소주 한잔 하자’처럼 ‘커피 한잔 할래요’도 인사가 됐다”며 “밥 먹으면 커피 마시고 사람 만나면 커피 마시는 게 일상처럼 느껴지는 도시”라고 말했다.

강릉에서 커피가 일상이 된 만큼 축제도 해마다 가을이면 자연스럽게 찾는 행사로 자리 잡기를 바랐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돌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하룻밤 머물며 강릉을 여행하는 계기가 되는 것도 목표다.

홍 과장도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그는 “강릉커피축제가 단순히 며칠간의 행사를 넘어 강릉의 로컬 카페와 관광 자원을 함께 경험하는 계기가 되도록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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