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책저책]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리의 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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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책저책]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진리의 여행법
준비가 완벽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어 분명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완벽한 준비를 하려다 본질을 놓치기도 합니다. 때로는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법입니다.
미국 시애틀 / 사진 = 언스플래쉬
여책저책이 만날 두 책은 모두 자전거 여행을 소재로 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도전과 성장’의 기록이라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저자 김석환은 은퇴 후 안락함을 벗어나 낯선 길 위에서 예술과 삶의 의미를 찾았고요. 저자 서성구는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미국 횡단에 나서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두 저자 모두 완벽한 준비보다 일단 출발하는 용기, 길 위에서 만난 사람과 풍경,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새로운 자신을 진솔하게 담아냈는데요. 독자들에게 도전의 가치를 전한 ‘화가의 자전거 여행’과 ‘어차피 완벽히 준비된 도전은 없다’, 두 책을 소개합니다.
화가의 자전거 여행
김석환 | 헥사곤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밟는 순간, 길은 여행이 되고 여행은 예술이 된다. 일생을 미술과 함께한 이가 페달을 밟는 주인공이라면 예술이 될 여행은 좀 더 특별하지 않을까. 화가 김석환이 그렇다. 그는 은퇴 후 자전거와 스케치북을 벗 삼아 세계를 누볐다. 그 여정을 꼼꼼하게 기록해 담은 여행 에세이도 출간했다. 책 ‘화가의 자전거 여행’이다.
책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국립공주대학교 교수로 오랫동안 재직한 저자 김석환이 정년퇴임 이후 선택한 새로운 삶, 그리고 여행을 담아냈다. 안락한 노후 대신 자전거 여행이라는 낯설고도 고된 길을 선택한 저자는 일본 홋카이도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그리고 전남 해남 임하도까지 페달을 밟고 또 밟았다.
책은 흔히 떠올리는 여행서와는 결이 다르다. 유명 관광지나 맛집을 소개하는 여행 가이드가 아니라 무거운 짐을 실은 자전거를 끌고 비바람과 언덕을 넘으며 하루하루를 버텨낸 한 예술가의 삶의 기록에 가깝다.
숙소를 미리 예약하지 않고 그날의 상황에 따라 잠자리를 찾아야 하는 긴장감, 펑크 난 타이어를 수리하며 보내는 시간, 비를 맞으며 오르막길을 오르는 고단함 등 여행의 불편함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숨김없이 소개한다.
저자의 여행법은 좀 유별나다. 숙소를 미리 정하지 않는다. 목적지에 쫓기다 보면 길 위에서 마주하는 풍경과 순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 자체보다 목적지 도착이 우선이 되는 순간 여행의 본질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홋카이도 일주 과정에서 경험한 극한의 순간들도 생생하게 기록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는 작은 야광 조끼 하나에 의지해 공포와 싸워야 했고, 장비 문제를 뒤늦게 발견하고는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고생담에 머물지 않는다. 이야기와 함께 저자가 보여주는 그림 때문이다. 저자는 길 위에서 멈춰 설 때마다 작은 스케치북과 수채 물감을 꺼내 풍경을 기록했다. 홋카이도의 한적한 하우스 앞 벤치에 앉아 스케치를 하던 순간 그는 “살랑살랑 부는 바람을 몸으로 느끼며 스케치하려니 일순 온갖 잡스러움이 날아갔다”고 적는다. 육체적 고단함 속에서도 예술은 그에게 쉼이자 치유가 된다.
책 곳곳에는 여행과 예술이 만나는 순간들이 담겨 있다. 자전거 바퀴가 지나간 길 위의 풍경은 단순한 풍경화가 아니라 작가의 시선과 감정이 스며든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독자는 글과 함께 소개되는 스케치를 통해 여행지의 풍경뿐 아니라 그 순간 작가가 느꼈던 감정까지 함께 공유하게 된다.
특히 책은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세대에게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 많은 이들이 정년퇴임을 삶의 마침표처럼 받아들이지만 저자는 오히려 그 시점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는 익숙함에 머무르기보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배우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인생 2막을 개척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현재 입주 작가로 활동 중인 해남 임하도에서의 스케치와 단상도 수록했다. 바람 부는 섬에서 자연과 마주하며 써 내려간 글들은 여행이 단순히 이동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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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자전거 여행기이면서 예술 에세이이고, 동시에 인생 후반전을 향한 선언문 같기도 하다. 낯선 길 위에서 다시 자신을 발견하고 싶은 독자,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책은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어차피 완벽히 준비된 도전은 없다
서성구 | 애드앤미디어
한여름 자전거를 타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달려본 적이 있다면 또는 상상을 한다면 매우 힘들 것이 눈에 보듯 뻔하다. 어쩌면 우리내 인생도 때로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 뙤약볕에 달리는 자전거와 비슷하다. 다만 두려움보다 움직여야 한다는 절박함이 더 클 때 비로소 새로운 길이 열리는 법이다.
책 ‘어차피 완벽히 준비된 도전은 없다’의 저자 서성구는 미국 5000km를 자전거로 횡단했다.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저자는 끊임없이 자신을 새로운 환경에 던지며 그 경험을 고스란히 책에 실었다. 때문에 책은 단순한 여행기보다는 한 청년이 성장해 온 과정을 기록한 도전의 보고서 같다.
책은 65일 동안 미국 대륙을 자전거로 횡단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 여정에는 그가 수없이 고민한 선택의 결과가 녹아있다. 저자는 고려대학교 입학을 위해 삼수에 도전했고, 해병대 장교로 복무했으며, 전역 다음 날 국토 종주에 나섰다. 이후 이집트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로 일하고 케냐 마라톤 마을에서 한 달을 보내는 등 안정된 삶보다 끊임없이 낯선 도전을 선택해 왔다.
이 모든 선택의 출발점은 대학 시절 들려온 한 통의 전화였다. 버스를 타고 자취방으로 향하던 중 어머니로부터 “아빠가 암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후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을 경험하면서 저자는 시간의 유한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책은 그 경험이 어떻게 인생의 방향을 바꾸었는지 솔직하게 풀어낸다.
미국 횡단 계획은 거창한 준비 속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준비가 부족했기에 가능했다. 저자는 챗GPT와 함께 지도를 보며 시애틀에서 뉴욕까지의 경로를 설정했고,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을 결정했다. 책 제목인 ‘어차피 완벽히 준비된 도전은 없다’ 역시 이러한 경험에서 탄생했다.
여정은 역시나 순탄하지 않았다. 데이터가 끊겨 길을 잃고, 고속도로에 잘못 진입했다가 펑크를 겪기도 한다. 때로는 텐트 하나에 의지해 밤을 보내고, 낯선 사람들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미국 서부의 광활한 자연을 지나며 곰과 마주하는 긴장감 넘치는 순간도 등장한다.
책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아버지의 죽음과 삼수, 국토 종주, 해외 체류 경험 등 저자의 성장 서사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 횡단 과정에서 마주한 생생한 여행 기록이다. 두 이야기는 서로 교차하며 ‘왜 도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은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그는 “세상에는 미친 사람이 많다. 그리고 그들은 대체로 멋지다”고 말한다. 새로운 도전에 뛰어드는 사람들끼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며, 그런 만남이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SNS에 미국 횡단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무려 200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 폭발적 반응은 그만의 진정성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의 특별한 경험을 자랑하기보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책은 새로운 시작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지금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루고 있는 일이 있는지, 그리고 문밖으로 한 걸음 내디딜 용기가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다. 저자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완벽한 준비는 없지만 시작은 언제나 가능하다고 독자들에게 전한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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