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책저책] 누구나 가는 여행은 지루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들처럼 여행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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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책저책] 누구나 가는 여행은 지루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들처럼 여행해보세요
남의 시선에 너무 신경을 쓰다 보면 자신의 진짜 모습이나 능력을 발휘하기 힘듭니다. 틀에 박힌 대로 계획된 일만 하다 보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여행 속으로 가져간다면 어떻게 될까요. 눈치보다 자신이 하고 싶거나 보고 싶은 것을 못하고, 벽 너머에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강원 평창 육백마지기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철학자와 소설가의 시선으로 제주의 숨은 지층을 읽어낸 책 ‘제주에서, 우리는 다른 곳을 본다’, 그리고 차 키 하나로 일상을 로그아웃하는 책 ‘훌쩍 떠나는 드라이브 전국 일주’. 이 두 책은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납작한 관광을 거부합니다. 대신 온전한 자신만의 시선과 속도로 장소를 마주하라고 권합니다.
여행플러스는 가공되지 않은 길 위에서 마주하는 낯선 공기, 그 안에서 숨을 고르는 청춘들에게 진짜 나를 되찾는 길라잡이 역할의 책을 만납니다.
제주에서, 우리는 다른 곳을 본다
심귀연·김운하 공저 | 지혜의 산
에메랄드빛 바다와 검은 현무암, 이국적인 야자수와 세련된 카페거리. 요즘 제주도를 떠올리면 그려지는 장면이다. 누군가의 카메라 렌즈 속에는 비슷한 분위기의 풍경이 여럿 잡힌다. 익숙해서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보고 또 보고에 지치기도 한다.
책 ‘제주에서, 우리는 다른 곳을 본다’는 이러한 익숙한 감상의 이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우리가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풍경 너머에는 아직 보지 못한 또 다른 제주가 존재하지 않을까.” 철학자 심귀연과 소설가 김운하, 두 저자는 함께 발을 맞추며 심해 지하수를 퍼 올리듯 ‘제주’를 길어 올렸다. 책은 단순한 여정의 기록을 넘어 자연과 인간, 시간과 기억이 어떻게 한 섬에 켜켜이 쌓여왔는지 살핀다.
두 저자가 주목하는 제주의 첫 번째 얼굴은 180만 년에 걸친 화산 활동이 빚어낸 지질학적·생태학적 심층이다. 제주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을 거머쥔 생태계의 보고다. 책은 1만여 년 전 고산리 유적지에서 시작해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수월봉 지질 트레일 등을 짚으며 거대한 자연의 역사를 추적한다.
바닷속 세 개의 분화구에서 분출한 화산 쇄설물이 파도와 바람에 깎여 완성한 용머리해안의 절벽을 보며 저자는 “시간이 쌓여 지금의 숭고한 아름다움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진흙 위에 찍힌 선사시대 사람과 동물의 발자국 화석, 백색의 억새풀과 시퍼런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새섬 등 제주의 모든 공간은 그 자체로 지구의 심층 역사를 증명하는 살아 있는 교과서로 다가온다.
책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 깃든 인간의 역사와 생태적 공존이다.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늘 바람과 재난을 견뎌야 했던 인간의 고단한 삶과 근현대사의 깊은 상흔이 교차한다. 세계에서 가장 긴 용암동굴이자 고고학적 가치를 지닌 빌레못 동굴은 제주 4·3 사건의 참혹한 비극이 잠든 장소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송악산 해안 절벽 아래에 있는 일제강점기 제주도민을 강제로 동원해 파놓은 군사 진지 동굴 역시 흉터처럼 남아 있다.
몽골의 지배와 관리들의 수탈, 11세기 한라산 화산 폭발의 재해 속에서도 제주도민들은 섬을 버리는 대신 한라산의 신화를 빚어내며 삶을 지속했다.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거친 ‘숨비소리’를 뱉어내는 해녀들의 삶도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바다 생태계와 공생해 온 끈질긴 생의 기록이다.
제주는 인간의 탐욕이 지구 기후와 생태를 뒤흔드는 한 가운데를 걷고 있다. 송악산 전체를 유원지로 만들려던 국제 사기 소동부터 최근의 스포츠타운 건립 계획까지, 자연을 자본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저자들은 강력한 경고를 보낸다.
용암 대지에 스스로 뿌리를 내린 곶자왈의 마법 같은 숲을 바라보며, 철학자와 소설가는 인간이 자연에 굳이 개입해 자생력을 망치기보다는 그들의 거처를 빼앗지 않고 온전히 보전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공존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철학자의 깊이와 소설가의 감각이 아름답게 교차하며 독자를 제주의 깊은 속살로 안내한다. 풍경은 이야기가 되고, 지질은 기억이 되며, 익숙했던 명소들은 전혀 새로운 세계의 서사로 살아난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 독자들은 제주의 푸른 바다가 단순한 평면이 아닌, 수백만 년의 시간과 삶의 숨결이 겹겹이 겹쳐진 입체적인 공간임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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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책에 동봉된 색실과 바늘로 직접 표지 위에 자신만의 제주 지도를 그려볼 수 있도록 기획한 독자 체험형 구성은 이 책이 지향하는 ‘나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제주’라는 모티브를 더욱 특별하게 완성한다.
훌쩍 떠나는 드라이브 전국 일주
김송은·윤현철 공저 | 용감한 까치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의 소음에서 완전히 벗어나 머릿속을 싹 비우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거창한 여행 계획을 짜고 짐을 꾸리는 과정마저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 우리는 문득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어진다.
책 ‘훌쩍 떠나는 드라이브 전국 일주’는 일상에서의 일시적인 ‘로그아웃’을 꿈꾸는 현대인들을 위한 다정한 안내서다. 20년간 국내외 곳곳을 누비며 가슴을 울리는 공간을 발굴해 온 여행 전문가 김송은 편집장과 렌즈의 작은 파인더를 통해 찰나의 공기와 분위기를 포착하는 윤현철 사진가가 의기투합했다. 책은 “바람과 운전대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낭만을 현실로 바꾸어 놓는 전국 45개의 명품 드라이브 코스를 제안한다.
책이 기존의 여행 가이드북과 궤를 달리하는 지점은 타인의 시선이나 정형화된 일정에 쫓기는 ‘피곤한 관광’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데 있다. 저자들은 차 키 하나와 이 책 한 권만 있다면 누구나 지금 당장 완벽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도로 위 풍경을 감상하며 조용히 사색에 잠기는 드라이브부터,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따라 부르는 해방감 가득한 여정까지, 그날의 기분과 감정에 따라 남의 눈치 볼 것 없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진짜 여행’의 본질을 실현하도록 돕는다.
제주 금능해수욕장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정처 없이 달리다 잠시 차를 세우고 숨을 고르는 순간, 일상에서 수십, 수백 km 떨어진 낯선 곳의 공기 내음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정거장이 아니라 오랫동안 가슴에 머무는 치유의 공간으로 거듭난다. 책은 대한민국 구석구석 숨어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 길 45곳을 고르고 골랐다. 탁 트인 수평선을 옆에 두고 달리는 동해안·서해안·남해안 코스는 물론, 깊은 계곡과 산길을 굽이치는 청량한 드라이브 길, 계절마다 꽃향기와 초록빛이 펼쳐지는 초원 길을 담았다. 더불어 도시의 화려한 불빛과 밤바다를 품은 야경 드라이브 길, 미식가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식도락 길,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한 신비로움을 머금은 제주도의 중산간 도로까지 독자의 취향과 목적에 맞는 다채로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최근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은 차에서 숙박하는 여행인 차박 문화를 완벽하게 반영한 구성도 돋보인다. 단순히 달리기 좋은 길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드라이브 코스마다 잠시 머물며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차박 명소’ 45곳을 1대1로 매칭했다. 강원 철원 가산농원과 평창 육백마지기, 충북 충주 수주팔봉 노지, 제주 금능해수욕장 야영장 등 이미 차박러들 사이에서 성지로 꼽히는 곳들도 포함했다. 주차장 규모와 이용 요금, 영업시간은 물론이고 편의점 위치, 취사 가능 여부,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부 등 차박에 필수적인 편의시설 정보를 꼼꼼하게 정리했다. 초보자도 시행착오 없이 안전하고 편안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충주 수주팔봉 / 사진 = 충주시
여기에 공간의 깊이를 더하는 203개의 ‘미니 여행 코스’는 이 책의 실용성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드라이브 도중 놓치면 아쉬울 주변의 숨은 명소와 문화유산, 독특한 체험 스폿들을 촘꼼하게 엮어 단순한 이동로였던 도로를 풍성한 서사의 공간으로 확장한다. 드라이브의 낭만을 완성하는 식도락 정보도 빼놓지 않았다. 운전의 피로를 달래줄 감성 충만한 이색 로컬 카페와 줄을 서서 먹어도 아깝지 않은 지역 최고의 맛집들을 차가 들르는 동선에 맞추어 친절하게 안내한다.
책은 찰나의 화려함으로 소비되고 사라지는 공간이 아닌, 누군가의 마음속에 영원히 각인될 정직한 풍경들을 정성스레 담아낸 기록이다. 빛바랜 사진 한 장에서 그날의 온도와 공기를 다시 읽어내듯, 저자들이 뷰파인더와 문장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위로를 건넨다.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는 것이 두렵거나 일상에 지쳐 무기력해진 이들이라면, 유난히 햇살이 맑은 어느 날 이 책을 조수석에 싣고 시동을 걸어보길 바란다. 바퀴가 구르는 모든 곳이 내 삶의 무대가 될지 모를 일이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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