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책저책] 동네의 온기를 느끼고 싶을 때 찾아가면 좋을 장소 두 곳
갈수록 잊혀지는 것이 있습니다. 70~80년대 생이라면 익숙했을 추억 하나 떠올려볼까요. 엄마나 아빠의 손을 잡고 짧으면 일주일에 한 번 꼭 가는 곳이 있었죠. 뜨거운 물에 때를 불리고 몸의 이물질을 벗어내고 나면 그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던 공간, 목욕탕입니다. 목욕을 마치고 마시는 팩이나 유리병에 담긴 초콜릿 우유는 꿀맛이었더랬죠.

그 시대 전국 어느 마을을 가든 중국집은 꼭 있었습니다. 창문 너머로 짜장면이나 짬뽕, 탕수육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면 입가에는 침이 잔뜩 고이고는 했습니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이삿날 등 특별한 날의 1순위 방문처는 역시나 중국집이었죠. 그만큼 중국집은 서민들에게 친근했던 곳이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추억을 가득 채웠던 대중목욕탕은 점점 사라지고 있고요. 마을 지킴이 같았던 중국집은 유명 프랜차이즈로 분위기를 달리하는 추세입니다. 두 공간은 공통점을 지니는데요. 화려한 관광지나 맛집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자리하며 공존하던 곳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공간을 기록한 책이 최근 각각 출간해 관심을 끕니다. 한 권은 전국의 오래된 대중목욕탕을 찾아 지역 공동체의 이야기를 담았고요. 다른 한 권은 피아노 조율사가 전국 중국집을 다니며 중화요리와 사람들의 삶을 기록했습니다.
두 책 모두 평범한 직업인의 발걸음에서 시작한 생활문화 탐방기인데요. 골목의 목욕탕과 동네 중국집이라는 익숙한 공간 속에서 한국 사회의 정서와 추억을 발견하게 합니다. 빠르게 사라져가는 일상의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한 두 책은 독자에게 ‘가까운 곳을 새롭게 바라보는 여행’을 소소하게 전합니다.
전국 목욕탕 탐방
김성진|베르단디

평생 살면서 목욕탕, 좀 더 정확하게 대중목욕탕을 가본 횟수는 얼마나 될까. 전국의 목욕탕만 200곳 넘게 다닌 이가 있다. 물론 그 방문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블로그를 통해 목욕탕과 카페를 꾸준히 기록해 왔다. 약 8년 동안 축적한 자료 가운데 보존 가치가 있는 목욕탕 58곳을 선별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목욕탕을 기록한 문화 탐방서 ‘전국 목욕탕 탐방’이다.
저자 김성진은 부산 출신의 목욕탕 탐방가다. 주말마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오래된 목욕탕을 찾고 기록한다. 책은 경남 통영부터 서울 성동구까지 전국 팔도를 돌며 의미 있는 대중목욕탕 58곳을 선별해 소개했다. 국내 유일의 목욕탕 도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단순한 목욕 시설 안내서가 아니라 한국의 생활문화와 지역 공동체의 흔적을 담은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국 각지의 목욕탕에는 저마다의 역사와 사연이 남아 있으며, 책은 이러한 공간의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책에는 서울·부산·전라·경상·충청·강원·경기·세종·대전·제주 등 전국 지역의 목욕탕을 고루 소개한다. 서울에서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성수탕과 도심 노동자들이 찾는 매일온천, 한국에서 가장 작은 목욕탕으로 알려진 제일목욕탕 등이 등장한다. 부산에서는 바다를 바라보며 입욕할 수 있는 문오성해수탕, 독특한 바가지탕이 있는 구덕탕, 굴뚝 두 개가 나란히 솟은 장수탕과 천일탕 등을 알려준다.
지역의 역사와 생활이 깃든 목욕탕도 눈길을 끈다. 강원 태백의 그린목욕탕은 탄광 노동자들이 하루의 피로를 풀던 공간이며, 경남 통영의 청수탕은 새벽이면 어업 노동자들로 붐비는 곳이다. 전북 장수에는 주민들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운영하는 작은 공공 목욕탕이 있어 마을 공동체의 소통 공간 역할을 한다.
목욕탕은 단순한 입욕 시설을 넘어 지역 사회의 생활 공간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농사 계획을 나누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저자는 이러한 장면을 통해 목욕탕이 한국인의 일상과 문화가 축적된 공간임을 강조한다.

책은 목욕탕의 건축과 시설, 문화적 특징도 흥미롭게 다룬다. 예를 들어 목욕탕 굴뚝의 형태가 지역마다 다르다는 점, 자동 등밀이 기계의 제조사가 지역별로 분포 차이를 보인다는 점, 그리고 과거 목욕탕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바가지탕이나 타일 벽화 같은 요소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도 기록한다.
또한 탈의실에 놓인 플라스틱 목욕 바구니, 목욕탕 매점의 커피우유, 목욕관리사와 이발사의 이야기 등 목욕탕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생활 풍경도 함께 담았다. 특히 오래된 목욕탕에서 발견되는 타일 벽화와 색색의 목욕 바구니, 독특한 바가지탕 등은 한국 목욕 문화의 미학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목욕탕을 “가장 맨얼굴의 한국을 만나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화려한 관광지나 유명 명소가 아니라 동네 골목 깊숙이 자리 잡은 목욕탕에서야말로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삶이 가장 솔직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책은 사라져가는 목욕탕 문화를 기록한 아카이브라는 점도 주목한다. 과거에는 동네마다 하나씩 존재하던 대중목욕탕이 최근에는 시설 노후화와 이용 감소로 점차 문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공간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국 목욕탕 탐방을 시작했다.
또한 ‘전국 목욕탕 탐방’은 새로운 국내 여행 방식도 제안한다. 유명 관광지를 빠르게 둘러보는 대신 지역의 목욕탕을 중심으로 주변 시장과 음식점, 골목 풍경을 함께 경험하는 느린 여행을 추천한다. 이는 지역 관광 동선을 다양화하고 지방 소도시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 여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목욕 문화 역시 한국의 독특한 생활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책은 목욕탕을 중심으로 지역을 여행하는 새로운 관광 루트를 제시하며 한국의 로컬 문화를 깊이 경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책은 익숙하지만 점점 사라져가는 동네 목욕탕의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했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전국 골목 곳곳에 숨어 있는 목욕탕의 이야기를 만나며 한국 생활문화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중국집 – 피아노 조율사의 중국집 탐방기
조영권|린틴틴

피아노 조율사는 전국을 다닌다. 맑고 정확한 소리를 위한 요청이 오면 전국 방방곡곡으로 달려가는 일이 다반사다. 28년 간 피아노 조율을 하고 있는 조영권 씨는 일을 나설 때면 항상 비밀수첩을 챙긴다. 조율을 마치고 가야 하는 곳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바로 중국집이다.
저자는 한 마디로 중식 마니아다. 전국을 누비며 조율 일을 마치고 웬만해선 빠지지 않고 동네 중국집을 찾았다. 오래된 가게, 평생 한 가지 일만 해온 사람들, 음식 하나에 삶을 녹여 놓은 이들의 이야기가 어쩌면 자신이 걸어온 길과 비슷해서인지 공감이 갔다. 그렇게 모으고 모은 자료를 정리해 책으로 엮은 것이 ‘중국집 – 피아노 조율사의 중식 노포 탐방기’다.
2018년 가을 빛을 본 이 책은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8년이 지난 뒤 디자인과 일부 정보를 바로잡아 개정판 ‘중국집 – 피아노 조율사의 중국집 탐방기’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었다.

책은 조율 의뢰가 들어오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 피아노의 음을 바로잡고, 일을 마친 뒤에는 그 지역의 중국집을 찾아 식사를 하며 남긴 경험과 이야기를 기록했다. 평범한 직업인의 일과 취미가 결합된 독특한 기록은 ‘노동과 미식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식문화 콘텐츠로 주목받아 왔다.
저자는 피아노 조율이라는 직업을 통해 전국 각지의 도시와 마을을 찾았다. 망가진 음을 바로잡는 섬세한 작업을 마친 뒤 그는 조용히 수첩을 꺼내 들고 동네 중국집을 찾아 나선다. 수첩에는 오랜 시간 동안 모은 중국집 이름과 주소, 음식에 대한 메모가 빼곡히 적혀 있다. 그렇게 축적된 기록이 바로 ‘중국집’의 출발점이다.
책은 피아노 조율 작업과 이어지는 중식 노포 탐방기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짜장면과 짬뽕, 볶음밥, 탕수육 등 한국식으로 정착한 중화요리를 맛보며 가게마다 다른 음식의 특징과 가게의 역사,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단순한 맛집 소개를 넘어 한 세대의 식문화와 지역 생활의 풍경을 기록한 점이 특징이다.

책에 등장하는 중국집은 도시의 유명 식당뿐 아니라 검색으로도 쉽게 찾기 어려운 오래된 동네 가게까지 다양하다. 수타면을 고집하며 수십 년째 가게를 지켜온 주인, 후계자가 없어 고민하면서도 가게를 이어가는 노포 사장, 매일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음식을 만들어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한 중국집이라는 공간이 한국인의 일상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보여준다. 짜장면은 한국에서 가장 친숙한 외식 메뉴로 자리 잡았고, 중국집은 동네마다 하나씩 존재하는 생활 공간이었다. 그러나 같은 짜장면이라도 가게마다 맛과 조리 방식, 분위기가 모두 다르며, 그 차이가 각 가게만의 역사와 개성을 만들어 왔다.
책은 이러한 차이를 세심하게 기록한다. 물짜장, 고추짬뽕, 간짜장, 유니짜장, 수타짜장면 등 다양한 메뉴가 등장하며 각 음식이 가진 특징과 지역별 분위기를 함께 소개한다. 군만두와 탕수육, 볶음밥 같은 대표 메뉴 역시 가게마다 다른 맛과 조리법을 보여준다.

이러한 이야기는 글뿐 아니라 만화 형식의 그림으로도 표현된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이윤희 작가가 참여해 책 곳곳에 담백한 만화를 더했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지며 피아노 조율사의 일상과 중국집 풍경을 한층 친근하게 전달한다.
책은 단순한 음식 기행을 넘어 일과 취미, 소리와 맛 사이의 관계를 기록한 에세이이기도 하다. 피아노의 음을 조율하는 섬세한 작업과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경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전한다.
저자는 ‘국수의 맛’과 ‘경양식집에서’ 등도 집필했다. ‘중국집’은 이 두 책과 함께 ‘피아노 조율사 탐방기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전국 곳곳의 중국집을 잇는 작은 지도를 만들었다. 책은 피아노의 음을 맞추는 조율사의 손길처럼 오래된 중국집과 그 안의 사람들 이야기를 조용히 기록한 한 권의 생활문화 기록이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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