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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핫스폿] 1년 중 한 번, 가을 끝자락에 볼 수 있는 은빛 억새와 쪽빛 태평양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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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핫스폿] 1년 중 한 번, 가을 끝자락에 볼 수 있는

은빛 억새와 쪽빛 태평양의 낭만

대만 차오링 고도에서 만나는 낭만 트레킹

200년 역사 숨 쉬는 단란 고도의 가을 비경

탁본 체험부터 따뜻한 평안죽 한 그릇까지

푸롱 도시락·자전거 라이딩 떠나는 1박 2일

가을빛이 차츰 깊어지고 있다. 일상의 소란스러움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꿈틀댄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산 능선을 온통 은빛으로 물들이는 억새꽃과 아득히 펼쳐진 쪽빛 태평양이 만나 보는 이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곳이 있다.

바로 대만 동북각(東北角)이다. 트레킹 애호가들 사이에서 매년 가을 최고의 스폿으로 꼽히는 이곳에서 올해도 어김없이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차오링 고도(草嶺古道) 억새꽃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자연이 선사하는 황홀한 풍경과 깊은 역사의 숨결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가을 여행지로 여행자들을 손짓하고 있다.

차오링 고도 / 사진 = 대만관광청

신베이시(新北市) 공랴오구(貢寮區)와 이란현(宜蘭縣) 터우청진(頭城鎮)을 가로지르는 차오링 고도는 대만의 옛길인 단란 고도(淡蘭古道) 북부 노선 중 가장 대표적인 구간이다. 무려 2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 길은 과거 청나라 시대의 석비 유적들이 코스 곳곳에 고스란히 남아 있어 걸음걸음마다 세월의 무게와 운치를 전해준다.

전체 코스 길이는 약 8.5km로, 경사가 전반적으로 완만하고 걷는 재미까지 누릴 수 있어 완주까지 약 3~4시간이면 충분하다. 평소 등산을 즐기지 않는 트레킹 초보자나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도 체력적 부담 없이 무리 없이 거닐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차오링 고도 / 사진 = 대만관광청

특히 11월이 되면 코스 주변을 빽빽하게 메운 억새가 만개하며 산바람을 따라 은백색 꽃물결이 파도처럼 출렁이는 일명 ‘은빛 파도’의 장관을 연출한다. 바람 따라 억새가 서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코스의 가장 높은 지점인 야커우(埡口)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며 신비로운 구이산 섬(龜山島)과 시린 태평양 바다가 시원하게 시야를 가득 채운다. 은빛 억새와 푸른 바다가 만나는 이 순간은 차오링 고도 트레킹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생 장면으로 가슴속에 남는다.

축제 기간에 맞춰 차오링 고도를 찾으면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채로운 현장 문화 체험이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트레킹 종점 인근의 다리(大里) 관광안내소에서는 한자 ‘호(虎)’ 자가 묵직하게 새겨진 역사적 석비 ‘후즈베이(호자비·虎字碑)’를 그대로 재현해 직접 손으로 새겨보는 비석 탁본 체험을 마련한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옛 석비의 감촉을 느끼며 나만의 역사적 기념품을 남겨볼 수 있다.

차오링 고도 / 사진 = 대만관광청

또한 동북각 현지 상인들이 오손도손 모여드는 시장에서는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정겨운 현지 먹거리와 아기자기한 수공예품, 신선한 농특산물을 만나볼 수 있다. 주말에 방문하는 여행객이라면 전문 해설사와 함께 고도의 숨은 역사와 억새 생태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무료 해설 서비스도 놓치지 말자.

트레킹을 무사히 마치고 종점인 다리 천공묘(大里天公廟)에 다다르면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특별한 선물이 기다린다. 사찰에서 완주의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트레커들에게 따뜻하고 고소한 ‘평안죽(平安粥)’을 무료로 대접하는 것. 다리가 뻐근해질 무렵 맛보는 따끈한 죽 한 그릇은 지친 몸과 마음을 온화하게 녹여주며 이번 여정의 가장 따스한 마침표가 돼준다.

푸롱 해수욕장 / 사진 = 대만관광청

트레킹 전후로 출발지인 푸롱(福隆) 일대를 천천히 거닐어보는 것도 여행을 알차게 즐기는 팁이다. 푸롱 해수욕장은 동북각을 대표하는 해변 명소로, 황금빛 모래사장과 시원하게 밀려드는 파도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바닷바람을 맞는 것만으로도 근사한 휴식이 된다.

출출해진 배를 채워줄 먹거리로는 대만 여행자들의 소울푸드로 불리는 ‘푸롱 도시락’이 제격이다. 수십 년간 푸롱역 주변을 지켜온 이 명물 도시락은 정갈한 나무 통 안에 큼직한 고기와 갖가지 반찬이 푸짐하게 담겨 나와 식도락의 재미를 톡톡히 선사한다.

지우차오링 순환 자전거 도로 / 사진 = 대만관광청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지우차오링 순환 자전거 도로(舊草嶺環狀線自行車道)’ 라이딩을 해볼만 하다. 버려진 옛 철도 터널을 멋스럽게 재단장해 만든 총길이 13km의 자전거 코스로, 터널 안의 시원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지나 탁 트인 해안선을 따라 페달을 밟는 동안 동북각만의 독보적인 청량함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만약 트레킹을 마치고 종점인 다리에 도착해서도 여운이 남아 아쉽다면 감성 열차에 몸을 싣고 남쪽 이란(宜蘭) 터우청(頭城)으로 길을 이어가도 좋다. 활기 넘치는 우스강(烏石港) 항구의 풍경과 독특한 현대 건축미를 자랑하는 란양 박물관(蘭陽博物館)을 함께 둘러보면 다채로운 매력이 꽉 찬 1박 2일 동북각 힐링 여행을 완성할 수 있다.

우스강 항구 / 사진 = 대만관광청

차오링 고도로 향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타이베이 메인역에서 대만 철도(TRA) 열차를 타고 푸롱역(福隆站)에서 하차하면 된다. 역에서 나와 등산로 입구까지 도보로 약 20분가량 걸어가거나, 억새꽃 축제 기간 한정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F831, 791, F823 번 노선 등)를 타고 푸롱 위안왕컹커우(福隆遠望坑口)로 이동하면 된다.

트레킹을 마친 뒤에는 다리 천공묘에서 시골길을 따라 걸어서 10분 거리에 위치한 다리 기차역(大里站)으로 이동해 열차를 타고 귀가할 수 있어 동선이 깔끔하다.

란양 박물관 / 사진 = 대만관광청

현지는 바닷바람이 강하게 부는 편이다. 가벼운 바람막이 외투와 접지력이 뛰어난 트레킹화 착용은 필수다.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에 대비해 휴대용 우비와 마실 물을 배낭에 미리 챙기는 것이 좋다. 강한 바람과 햇살을 피하고 호젓한 고도의 고요함을 한껏 누리고 싶다면 햇살이 온화한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것을 추천한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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