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에서 비행기로 1시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는 해가 지면 또 다른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도시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 건축물이 늘어선 올드타운에는 저녁 조명이 켜지고, 칼리마스 강변은 시민들의 산책 공간으로 변한다.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의 분위기가 섞여있는 곳으로 현지 젊은 커플들이 데이트하러 많이 온다.
오래된 건축물부터 강변 공원, 현지 먹거리와 바로 옆 차이나타운까지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수라바야의 오후를 알차게 채워줄 올드타운 산책코스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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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강변에 남은 독립전쟁의 역사…코타라마 역사공원 Taman Sejarah & Museum Hidup Kota Lama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수라바야 올드타운 산책의 중심에는 코타라마 역사공원(Taman Sejarah & Museum Hidup Kota Lama)이 있다. 라자왈리 거리(Jalan Rajawali)에 자리한 역사문화공원으로, 인터나티오(Internatio) 건물과 칼리마스 강 사이에 있다. 젬바탄 메라 플라자 맞은편에 위치한다.
이 일대는 1945년 수라바야 전투와 깊은 관련이 있다. 당시 인터나티오 건물 주변에서 연합군 장교가 사망한 사건은 영국군과 인도네시아 독립 세력의 갈등이 격화되는 계기 가운데 하나였다. 이후 11월 10일 대규모 전투가 벌어졌으며, 인도네시아는 이날을 ‘영웅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공원은 수라바야 올드타운 재생사업의 하나로 조성됐다.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의 주요 사건이 벌어졌던 지역을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정비했다. 산책로와 역사 기념물, 조형물 등을 통해 도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지금은 넓은 광장에서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진찍고 쉬는 공간이 되었다. 현장에선 SNS용 사진을 찍는 젊은 현지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칼리마스 강변과 인터나티오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야외 테라스와 거리 조명이 어우러진 풍경도 볼거리다. 저녁에는 산책을 나온 시민과 대학생들이 모여들며 주말에는 버스킹과 거리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주변에서는 길거리 음식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있어 활기찬 분위기다.
공원은 24시간 개방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공원 주변에는 함께 둘러볼 만한 역사 건축물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그라파리 가루다 빌딩(GraPARI Telkomsel Group Garuda)이다. 젬바탄 메라 인근 가루다 거리(Jalan Garuda) 4번지에 자리한 건물로, 현재는 인도네시아 통신사 텔콤셀(Telkomsel)의 고객 서비스센터로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은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에 북부 전화국을 뜻하는 ‘칸토르 틸폰 우타라(Kantoor Tilpoen Utara)’로 불렸다. 1925년 당시 수라바야의 전화 통신을 관리하던 시설이었다.
독립전쟁 당시에는 영국군이 주둔했던 인터나티오 건물 맞은편에서 수라바야 항쟁과 관련된 방어 거점으로 활용됐다. 식민지 시대의 통신 인프라와 독립전쟁의 역사가 함께 남아 있는 건물이다.
외관에는 커다란 창문과 고전적인 출입구 등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 건축의 특징이 남아 있다. 저녁에는 외벽에 조명이 켜지고 주변의 복고풍 가로등이 오래된 거리와 어우러진다. 젬바탄 메라와 라자왈리 거리 일대에는 역사 건축물과 칼리마스 강변 풍경이 이어져 사진 촬영 코스로도 활용된다.

Jl. Taman Jayengrono No.2-4, Krembangan Sel., Kec. Krembangan, Surabaya, Jawa Timur 60175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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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식민지 시대 은행의 변신…자바 은행 박물관 De Javasche Bank Museum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그라파리 가루다 빌딩에서 도보 약 1~2분 거리에는 자바 은행 박물관(De Javasche Bank Museum)이 있다. 가루다 거리 1번지에 자리한 건물로, 인도네시아 은행제도와 식민지 시대 금융의 역사를 소개한다.
자바 은행은 1828년 네덜란드 국왕 빌럼 1세의 명령으로 설립됐다. 수라바야 지점은 이듬해인 1829년 9월 14일 문을 열었다. 이후 네덜란드령 동인도의 경제와 화폐 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현재의 건물은 1904년 재건축됐다. 암스테르담 출신 건축가 에두아르트 카위퍼르스(Eduard Cuypers)가 설계했으며 네오 르네상스 양식에 자바 지역의 장식 요소를 결합했다.
건물은 복원 작업을 거쳐 2012년 박물관으로 공식 개관했다. 내부에는 인도네시아 은행제도의 역사와 자바 은행의 변천사, 식민지 시대 화폐와 옛 지폐, 수라바야의 과거 사진, 금융 관련 자료 등을 전시한다. 3개 층에 걸친 전시공간에서는 복원된 옛 은행 내부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운영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이며 월요일과 공휴일에는 휴관한다. 내부 전시를 보고 싶다면 낮에 방문해야 한다.
저녁에는 박물관 내부 대신 건물 외관을 감상하는 일정으로 구성하면 좋다. 조명이 켜진 건물은 고풍스러운 건축 양식을 사진에 담기 좋은 배경이 된다.
박물관에서 라자왈리 거리 방향으로 약 200m를 이동하면 코타라마 역사공원에 닿는다. 도보 약 3~5분 거리로, 두 장소를 묶어 둘러보기 좋다.

Jl. Garuda No.1, Krembangan Sel., Kec. Krembangan, Surabaya, Jawa Timur 60175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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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현지인처럼 즐기는 저녁 한 끼…카수아리 먹거리 거리 Pujasera Kasuari |

역사 건축물과 강변을 둘러봤다면 저녁 식사를 즐길 차례다. 코타라마 역사공원에서 도보 약 4~5분 거리에는 카수아리 먹거리 거리, 푸자세라 카수아리(Pujasera Kasuari) 가 있다.
인도네시아어 ‘푸자세라(Pujasera)’는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공간을 뜻하는 ‘푸삿 자자난 세르바 아다(Pusat Jajanan Serba Ada)’의 줄임말이다.
관광객 중심의 야시장과 달리 현지인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식당 분위기가 특징이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인도네시아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는 볶음밥인 나시고렝(Nasi Goreng)과 볶음면인 미고렝(Mi Goreng), 닭꼬치 사테 아얌(Sate Ayam)이다. 고기 수프인 소토 다깅(Soto Daging)과 굴레(Gule), 수라바야의 향토 음식인 론통 발랍(Lontong Balap)과 타후 테크(Tahu Tek)도 판매한다.
닭고기 국수 미 아얌(Mie Ayam), 토종닭 밥 요리 나시 아얌 캄풍(Nasi Ayam Kampung), 오리튀김 베벡 고렝(Bebek Goreng) 등도 맛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식 팬케이크 마르타박(Martabak)을 비롯해 딤섬과 매콤한 세블락(Seblak), 추로스 등 간식류도 다양하다.
음료로는 달콤한 아이스티인 에스 테(Es Teh)와 오렌지 음료 에스 즈룩(Es Jeruk)이 인기다. 나시고렝이나 미 아얌에 에스 테를 곁들이거나 사테 아얌과 에스 즈룩을 함께 주문하는 것도 좋다. 타후 테크와 마르타박, 딤섬과 세블락 등 여러 메뉴를 나눠 먹으며 현지 음식을 경험할 수 있다.
가격도 비교적 부담이 적다. 나시고렝과 미고렝은 약 1만5000~3만루피아(약 1300~2600원), 사테 아얌은 약 2만~3만5000루피아(약 1700~3000원) 수준이다.
타후 테크와 마르타박은 약 1만~2만5000루피아(약 900~2200원), 딤섬과 간식류는 약 1만3000~2만루피아(약 1100~1700원)다. 에스 테와 에스 즈룩 등 음료는 약 5000~1만루피아(약 400~900원)이며 1인 식사비는 약 2만~4만5000루피아(약 1700~3900원) 정도다.
이곳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음식, 현지인 중심의 분위기가 장점이다. 다만 영어 메뉴판이 없는 가게도 있고 주말 저녁에는 좌석이 부족할 수 있다. 매장마다 영업시간이 다르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일부 식당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며 야식과 간식을 판매하는 가게는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문을 열기도 한다. 저
일반 가맹점과 달리 현금결제 중심이다. 야외 푸드코트인 만큼 더위와 비, 모기에 대비할 필요도 있다.
식사 후에는 카수아리 거리에서 약 350m 떨어진 PTPN I 리저널 5 건물로 이동할 수 있다. 도보 약 5분 거리다.

002, Jl. Elang No.7-C, RW.15, South Krembangan, Krembangan, Surabaya, East Java 60175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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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100년 된 식민지 건축의 야경…PTPN I 리저널 5 |

PTPN I 리저널 5 / 사진= PTPN I 리저널 5 홈페이지
PTPN I 리저널 5(PT Perkebunan Nusantara I Regional 5)는 수라바야 올드타운의 대표적인 식민지 시대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메락 거리(Jalan Merak) 1번지에 자리하며 흰색 외관과 웅장한 기둥이 특징이다.
이 건물은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 무역회사 HVA(Handelsvereniging Amsterdam)의 사무소로 지어졌다. 1920년 착공해 1925년 완공됐으며 당시 수라바야에서 규모가 큰 콘크리트 건물 가운데 하나로 알려졌다.
이후 인도네시아 국영 농업기업 PTPN XI의 본사로 사용됐다. 현재는 PTPN I 리저널 5 관련 업무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2022년에는 인도네시아 교육·문화·연구·기술부로부터 국가급 문화재로 지정됐다.
건물은 고전적인 흰색 정문과 기둥, 넓은 잔디 광장을 갖췄다. 아르데코와 자바 네오클래식 요소가 결합된 건축 양식이 특징이다.
낮에는 건물의 세부 장식을 감상하기 좋고, 저녁에는 외벽 조명과 함께 야경을 촬영할 수 있다. 흰색 건물과 잔디 광장, 주변 올드타운 거리를 함께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장소다.
현재 업무시설로 사용하고 있어 내부 출입은 제한된다. 외부 건축물과 야경은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서 칼리마스 강을 건너면 수라바야 차이나타운의 켐방 제푼 거리로 이어진다. 거리는 약 800m~1㎞로 도보 약 10~15분, 차량이나 베칵을 이용하면 약 3~5분 걸린다.

Jl. Merak No.1, Krembangan Sel., Kec. Krembangan, Surabaya, Jawa Timur 60175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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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붉은 홍등 아래 펼쳐지는 야시장…수라바야 차이나타운 |

수라바야 올드타운 야간 산책의 마지막 목적지는 차이나타운의 켐방 제푼(Kembang Jepun) 거리다. 칼리마스 강 동쪽 파베안 칸티안(Pabean Cantian) 지역에 자리한 오래된 상업거리다.
켐방 제푼은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에 ‘한델스트라트(Handelstraat)’로 불렸다. 네덜란드어로 무역을 뜻하는 ‘한델(Handel)’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당시 수라바야의 주요 상업 중심지로 발전했으며 일본 점령기에는 켐방 제푼이라는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이후 중국계 상인들이 활동하는 주요 상업거리로 자리 잡았다.
이곳의 대표적인 야간 명소는 캬캬 켐방 제푼(Kya-Kya Kembang Jepun) 야시장이다. 2003년 5월 31일 처음 선보인 야간 먹거리 거리로, 주말 저녁에 현지 음식과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금·토·일요일 저녁에는 거리 일부의 차량 통행을 통제하고 음식 노점이 들어선다. 붉은 홍등과 중국풍 아치형 대문이 거리를 장식하며 라이브 음악과 바롱사이(Barongsai) 등 문화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먹거리도 다양하다. 딤섬은 한 세트에 약 1만5000~2만5000루피아(약 1300~2200원), 중국식 찐빵인 박파오(Bakpao)는 개당 약 1만~1만5000루피아(약 900~1300원) 수준이다.
해산물 볶음요리와 꼬치류는 약 2만~4만루피아(약 1700~3500원), 국수 요리인 박미(Bakmi)와 나시고렝은 약 1만5000~3만루피아(약 1300~2600원)다. 사테는 약 2만~3만5000루피아(약 1700~3000원), 에스 테와 에스 즈룩 등 음료는 약 5000~1만5000루피아(약 400~1300원)에 판매한다.
방문객들은 홍등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저렴한 음식 가격을 장점으로 꼽는다. 딤섬과 사테, 디저트가 인기이며 토요일에는 특히 방문객이 많다. 일부 가게에서는 인도네시아 QR 결제 시스템인 QRIS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주말 저녁에는 사람이 많아 혼잡할 수 있다. 일부 방문객은 건물 리노베이션 상태나 공연 음악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야시장은 금·토·일요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운영한다. 오후 6~9시 사이에 방문하면 야시장과 공연을 함께 즐기기 좋다.

인도네시아 자와티무르 Surabaya, Pabean Cantikan, Bongkaran, 차이나타운
수라바야 올드타운은 도시의 역사와 현지인의 일상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곳이다. 100년 된 건축물과 강변 공원, 저렴한 현지 음식부터 홍등이 켜진 야시장까지 저녁 산책 코스에 다양한 즐길 거리가 모여 있다.
낮에는 관광지를 둘러보고 저녁에는 올드타운으로 향해보자. 오래된 건축물과 활기찬 야시장이 어우러진 수라바야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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