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가 금빛입니다. 오늘은 시라쿠사의 오르티지아(Isola di Ortigia)의 맨 끝자락에 우뚝 서 있는 요새, 카스텔로 마니아체(Castello Maniace)를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시대의 권력과 이상, 전쟁과 평화, 그리고 전략과 예술이 얽혀 만들어진 이 건축물은 시칠리아가 지닌 역사적 깊이와 문화적 정수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건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르티지아 섬의 시간 여행 끝판왕, 웅장하고 커다란 울림을 가진 마법의 성으로 얼른 떠나보겠습니다.

비잔틴 장군의 이름에서 태어난 성, 천 년의 시작을 품다
마니아체(Maniace)라는 이름은 11세기 비잔틴 장군 조르지오 마니아체(George Maniakes)에서 유래합니다. 1038년, 그가 아랍 세력으로부터 시라쿠사를 탈환하며 최초의 방어 시설을 세운 것이 이 요새라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고고학적 발굴에 따르면 이전 구조물의 유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초기 요새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졌다고 하지요. 본격적인 카스텔로 마니아체의 건축은 신성 로마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2세(Frederick II of Swabia)의 명으로 시작됩니다. 리카르도 다 렌티니(Riccardo da Lentini)가 설계를 맡아 1232년 착공하여 1240년경 완성된 이 요새는, 이후 군사 방어 역할뿐 아니라 황제의 권위와 균형을 상징하며 왕과 왕비의 거처로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정교함과 웅장함이 공존한 지중해의 건축 미학
카스텔로 마니아체는 각 변 약 50~58m의 정사각형 평면 위 네 귀퉁이에 원형 탑이 세워진 구조로, 메인 입구는 고딕 양식과 다채로운 대리석, 이국적인 조각 장식을 지니고 있어 시각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내부는 넓은 하이포스타일(hypostyle, 기둥이 숲처럼 빽빽하게 세워진 건축 양식) 홀로, 16개의 자유 기둥, 16개의 주변 기둥, 4개의 반기둥이 25개의 갈라진 아치 천장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정교함과 우아함이 공존하는 이 구조는 서부 지중해의 군사 건축에서 보기 드문 것이라고 하지요. 기초는 석회석과 화산암, 채움부와 장식에는 사암 등으로 다양한 재료가 사용되었으며 수 세기에 걸친 보수와 복원에도 불구하고 초기의 웅장함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놀라운 부분입니다.

시간이 머무는 성, 시라쿠사의 기억을 품다
오늘날 카스텔로 마니아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시라쿠사와 판탈리카의 고대 유적군(Syracuse and the Rocky Necropolis of Pantalica)의 일부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즉, 이 성은 시라쿠사의 찬란한 고대 유적과 함께 인류 문화유산의 한 축을 이루는 중요한 증거이지요. 고대 그릭 시어터, 아폴로 신전, 두오모 광장과 더불어 이 요새는 지중해 문명의 변천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역사적 무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때는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군사 요새였지만, 지금의 카스텔로 마니아체는 역사의 박물관이자 문화의 무대로 변모했습니다. 여행자들은 자유롭게 드나들며 성벽 위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그 안에 숨은 수백 년의 이야기를 듣지요. 바람은 마치 오래된 노래처럼 성 안을 흐르고, 파도는 과거의 함성을 속삭이는 듯 벽을 두드립니다. 요새 내부에는 당시 사용되던 군사 구조와 포탄 흔적이 남은 벽면, 감시탑과 좁은 통로들로 당시의 긴장된 공기를 느낄 수 있어요. 과거 군사들의 집결지였던 성 중앙의 안뜰은 이제 여행자들이 잠시 머무르며 사진을 찍고 휴식을 취하는 평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요새의 매력은 위치 그 자체가 아닐까 합니다. 오르티지아섬 남단에서 360도로 펼쳐지는 바다의 전경은 가히 압도적이에요. 게다가 멀리 에트나 화산(Monte Etna,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동부 카타니아 근처에 자리한 활화산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고 가장 활발한 화산으로 유명)이 흐릿하게 보이고, 바람은 맑고 짭조름한 지중해 바다 내음을 실어 나릅니다. 이곳에 서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지요. 성에서 빠져나오면 눈 앞에 펼쳐지는 오르티지아의 금빛 미로 건물들이 이를 극대화합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마니아체 성은 여전히 푸른 지중해를 바라보며 시라쿠사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곳을 방문하신다면 오래된 유적지를 직접 한번 들여다본다기보다는, 뭐랄까 수백 년의 기억과 문명이 교차하는 순간을 마주하는 호화를 경험하시게 되는 거지요.

관람 팁
● 입장 시간은 주중 08:30 – 17:15 / 주말 08:30 – 12:45 이며, 요금은 입장 후 티켓 부스 통해 구매 가능 합니다 (한화 약 1만원).
● 바다와 하늘의 대비로 살아있는 건물 윤곽과 디테일을 볼 수 있는 맑은 날 방문을 추천해 드립니다.
● 바다와 바람 소리를 배경으로 기둥, 아치, 장식(포털 입구의 브론즈 아리에트 등)과 벽에 남은 역사의 흔적들을 통해 당시 전략적 의미를 떠올려보며 관람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되실 겁니다.

글·사진ⓒ 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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