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트렌드] “숙박비 아껴 마음껏 쇼핑”…한국 여행 ‘0박 2일’에 빠진 日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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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트렌드] “숙박비 아껴 마음껏 쇼핑”
…한국 ‘0박 2일’에 빠진 日 2030
새벽 카페부터 K패션·피부미용까지
24시간 서울을 누비는 초밀착 여행
BC카드 결제, 日 관광객 증가세 뚜렷
금요일 퇴근 뒤 밤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자정이 넘어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호텔 체크인 대신 공항 인근 스파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 아침에는 갓 구운 빵과 커피를 즐기고 낮에는 패션과 화장품 쇼핑에 빠진다. 오후엔 피부미용 시술을 받고 저녁에는 한국식 고기를 구워 먹는다. 홍대의 밤거리까지 훑고 나면 다시 공항으로 향한다.
일본 도쿄의 한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하는 가와구치 마이 씨(34·가명)의 한국 여행이다. 숙박비를 아껴 쇼핑과 미식, 뷰티 체험에 투자하는 이른바 ‘0박2일’ 여행이다. 금요일 밤 출발해 토요일 하루를 꽉 채우고 돌아오는 방식으로 최근 일본 젊은 직장인 여성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행플러스가 마이 씨의 하루를 BC카드 결제 데이터와 함께 재구성했다. 실제 결제 추이를 겹쳐 보니 카페와 패션, 피부미용, 음식점까지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의 소비 지도가 넓어지고 있었다.
자정…인천공항에서 시작하는 여행
오전 0시 3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마이 씨가 향한 곳은 공항 주변 스파다. 장거리 이동의 피로를 풀고 서울로 이동할 채비를 한다. 시내에 도착하면 역이나 쇼핑몰의 무인 물품보관함에 캐리어를 맡긴다. 가벼워진 몸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첫 번째 미션이다.
BC카드의 2026년 1~9월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인천공항 주변 스파를 찾은 일본인의 결제가 꾸준히 늘었다. 특히 무인 물품보관함 결제 건수는 전년보다 100% 이상 증가했다. 숙박 대신 휴식시설을 활용하고 짐을 맡긴 채 도심을 누비는 여행 방식이 소비 데이터에서도 포착된 셈이다.
오전 7시…빵 냄새 따라 종로로
첫 목적지는 종로의 인기 베이커리 카페다. 갓 구운 빵에서 고소한 버터 향이 퍼지고 진열대 앞에서는 SNS에서 눈여겨본 메뉴를 고르느라 발걸음이 느려진다. 커피와 빵을 즐기며 사진을 찍은 뒤 한옥 카페로 이동한다. 기와지붕과 나무 기둥 아래서 녹차와 소금빵을 맛보며 서울의 오래된 풍경과 새로운 감각을 함께 누린다.
BC카드 자료를 보면 오전 7~9시 종로구 일대 유명 베이커리 카페의 결제에서 외국인 비중이 절반에 이르는 곳들이 나타났다. 일부 카페는 외국인 결제 중 일본인 비중이 약 60%를 넘었다. 카페는 이제 커피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여행의 목적지이자 SNS 콘텐츠를 만드는 무대가 됐다.
오전 9시30분…성수동에서 해장국 한 그릇
“아침은 뼈해장국이나 설렁탕이 국룰이라고 추천받았어요.” 성수동에 도착한 마이 씨는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기 전 24시간 감자탕집부터 찾는다. 펄펄 끓는 뚝배기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진한 국물에는 부드럽게 익은 고기가 넉넉하게 담긴다. 뼈에서 살을 발라 먹고 밥을 국물에 말아 한 숟가락 뜨면 든든한 아침 식사를 완성한다.
식사를 마치면 성수동 쇼핑을 시작한다. 감각적인 디저트 카페에서 크림빵과 아메리카노를 즐기고 패션·뷰티 팝업스토어를 돌며 신제품을 살펴본다. 샘플링 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구경만 하려던 제품도 어느새 쇼핑백 안에 들어간다. 브랜드와 공간, 체험을 한꺼번에 즐기는 성수동의 매력이 짧은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정오…K패션·K뷰티에 지갑 열다
정오부터는 쇼핑의 속도가 빨라진다. 한남동에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를 둘러본 뒤 명동으로 이동해 패션 플랫폼 매장과 인기 브랜드를 찾는다. 온라인에서 저장해둔 가을 신상품을 직접 입어보고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른다. BC카드 데이터에서는 일본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의 결제 건수가 전년 대비 수십 배 증가했다.
쇼핑에 이어 피부미용 시술을 받고 주변 약국까지 들른다. 화장품과 옷을 사는 데서 나아가 한국의 뷰티 서비스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201만명으로,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처음 연간 200만명을 넘어섰다.
BC카드의 2026년 상반기 자료에서도 외국인 관광객의 의료기관 이용금액은 전년 동기보다 98% 증가했다. 피부미용은 109.8%, 약국은 1177% 늘었다. 관광과 쇼핑, 의료·뷰티 서비스를 한 일정에 묶는 소비가 주목받는 이유다.
오후 5시…돼지갈비로 체력 충전
오후 5시. 체력은 바닥을 드러내지만 쇼핑 목록은 아직 남았다. 일본 SNS에서 화제가 된 화장품과 마스크팩, 선물용 약과까지 장바구니에 담는다. 저녁 메뉴는 돼지갈비다. 숯불 위에서 고기가 익으며 달콤한 양념 향이 퍼지고, 지글거리는 소리가 식욕을 돋운다. 잘 익은 고기를 상추와 마늘, 쌈장에 곁들여 먹으며 하루의 피로를 잠시 잊는다.
BC카드에 따르면 닭한마리 식당의 일본인 결제는 꾸준히 증가했다. 최근에는 돼지갈비와 K바비큐, 국밥집에서도 일본인 결제금액이 40% 넘게 상승했다. 한국 음식은 여행 중 끼니를 해결하는 수단을 넘어 현지에서 직접 맛보고 싶은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밤 8시…홍대에서 마지막 불꽃
마지막 목적지는 홍대다. 거리에는 음악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뒤섞이고 상점마다 불빛이 반짝인다. 매콤달콤한 떡볶이와 바삭한 닭강정, 달콤한 초코 아사이볼까지 즐긴다. 휴대전화에는 카페와 쇼핑, 음식 사진이 빼곡하다. 마이 씨는 사진 수십 장을 짧은 영상으로 편집해 SNS에 올린다. “발은 부르트고 온몸은 쑤시지만, 마음은 100% 충전됐어요.”
밤 10시 30분. 심야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돌아온 마이 씨는 탑승을 기다리며 면세점에서 마지막 쇼핑까지 마친다. 다만 일본에서 익숙하게 쓰던 결제 방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고, 언어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짧은 여행일수록 결제와 교통, 다국어 안내 등 이용 편의를 높이는 일이 중요해지는 대목이다.
방한 일본인 증가…소비의 흐름 주목
문화체육관광부 발표에 따르면 2026년 1~8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1505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1.6% 증가했다. 8월 한 달 방한객도 약 225만명에 달했다. 일본인 관광객 역시 상승세다. 2026년 1~7월 방한 일본인은 약 228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8.8% 더 찾았다. BC카드 데이터에서도 일본인 월간 결제금액은 2026년 9월 기준 2025년 1월보다 114% 증가했다. 2026년 1~9월 누적 결제금액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
한 외국인 관광객 전문여행사 관계자는 “짧은 시간 안에 취향과 미식, 뷰티와 문화를 한꺼번에 경험할 수 있는 여행이야말로 한국만의 매력”이라며 “앞으로 한국 관광은 얼마나 많은 관광지를 보여주느냐를 넘어 하루를 보내고도 다시 찾고 싶을 만큼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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