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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건물이 럭셔리 호텔로…라오스 루앙프라방 이곳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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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 라오스 루앙프라방

1920년대 옛 건축물 보존해 살린 아만타카

새벽 탁발부터 메콩강 크루즈까지 문화 체험

바시 의식·현지 수공예품으로 현지 전통 계승

라오스 루앙프라방 탁발 행렬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라오스 루앙프라방 푸시산 자락. 주황빛 가사를 두른 승려들이 맨발로 젖은 흙길을 걷는다. 수백 년 동안 아침마다 같은 모습으로 이어 온 탁발 행렬이다. 루앙프라방 사람들에게 탁발은 종교 의식이자 삶과 영원을 대하는 가장 경건한 태도다.

라오스 북부에 자리한 루앙프라방은 란장 왕국의 수도였던 도시라 옛 왕궁과 사원이 곳곳에 남았다. 1995년 유네스코는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건물을 함부로 부수거나 새로 지을 수 없어 수백 년 전 풍경이 그대로 남았다.

루앙프라방의 하루는 매일 오전 5시에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은 어두운 골목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갓 지어 김이 오르는 찰밥을 대나무 통에 담아 곁에 둔다. 주황빛 승려들이 멀리서 길게 줄지어 다가오면 밥을 떼어 발우에 조용히 담는다. 평생을 수행한 주지 스님이 앞장서고 동자승들이 뒤따른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은 인사를 나누지 않는다. 공덕을 쌓을 기회에 감사하며 욕심을 비울 뿐이다.

탁발을 끝내고 돌아가는 승려들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가난한 시골 아이들에게 사찰은 학교이자 쉼터다. 마을 사람들이 아침마다 올리는 밥 한 줌이 동자승의 양식이 된다. 동자승은 받은 밥과 과자를 덜어 배고픈 아이들과 유기 동물에게 나눈다. 온 마을이 서로를 돌보는 약속이다.

왓 씨엥통 / 사진=아만타카

마을 중심부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히는 왓 씨엥통이 있다. 붉은색과 금색이 어우러진 세 겹 지붕 앞에 서면 발길이 저절로 멈춘다.

근사한 호텔은 이제 어디에나 있다. 번쩍이는 샹들리에와 매끄러운 대리석이 흔한 시대에 여행자가 바라는 건 땅이 간직한 오랜 기억일지 모른다. 지나간 시대의 유산을 오늘 어떻게 이어 가야 할까. 답은 효율을 앞세워 모든 것을 허물고 새것을 올리는 데 있지 않았다. 하룻밤 묵는 숙소에 그치지 않고 라오스 문화를 대표하는 호텔이 있다. 아만타카다.

옛 풍경을 지킨 아만타카

아만타카 전경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뜻하는 호텔 ‘아만’은 1988년 태국 푸껫 아만푸리로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에 36곳을 운영한다. 역사적인 장소의 수호자로 공간을 보존한다.

아만은 팬층이 두터워 ‘아만 정키’라 불리는 단골 투숙객까지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물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할리우드 스타 킴 카다시안도 자주 묵었다. 국내 스타들도 마찬가지다. 가수 제니와 배우 한예슬은 미국 아만기리에서 휴가를 보냈다. 곧 한국에도 아만 서울이 문을 연다.

루앙프라방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아만타카는 1920년대 프랑스 통치 시절 지어진 건물을 허물지 않고 옛 모습을 살려 2009년 문을 열었다. 호텔 이름은 부처의 가르침을 담은 경전 티피타카에서 따왔다.

아만타카 로비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낮은 단층 건물에 흰 외벽과 초록색 창살, 붉은 기와지붕을 얹었고 평지 정원과 오래된 나무를 그대로 품었다. 시내 중심인데도 교통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호텔 어디서나 푸시산 정상의 황금빛 불탑 탓 촘시가 보인다. 넓게 펼쳐진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면 고풍스러운 로비가 나오고 그 안쪽으로 긴 복도가 작은 공간들로 이어진다.

정원과 어우러진 24개 스위트룸

객실 외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전체적인 분위기는 인공적인 세련미보다 소박하고 자연스럽다. 상당수 공간과 요소를 사람 손으로 완성했다. 객실은 장식을 덜어내고 동남아시아풍 나무 가구를 채웠다. 24개 스위트 객실은 그늘진 중앙 정원과 넓은 수영장을 둘러싸듯 배치했다. 모두 독채라 사적인 시간을 보내기 좋다.

객실 내부의 욕조/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천장 높은 침실 한가운데에는 실크장이 드리워진 킹사이즈 캐노피 침대가 있다. 거실에는 푹신한 쿠션을 얹은 소파를 놓아 쉬기 좋다. 욕실에는 세면대 두 개를 나란히 두고 별도의 드레스 공간과 독립형 욕조를 마련했다.

객실에서 이어지는 수영장 / 사진=아만타카

객실에서는 뒷마당과 수영장으로 바로 이어진다. 세탁 서비스는 무료다.

아만타카 중앙 메인 수영장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길이 26m의 중앙 메인 수영장은 짙은 초록색 타일로 둘렀고 흰색 파라솔은 물가를 따라 놓았다. 수영장을 둘러싼 안뜰에 라운지 체어가 있어 객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수영장 옆에는 피트니스 센터와 요가 스튜디오가 있다.

더 레스토랑의 모습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식음업장 더 레스토랑은 개방감 있는 프랑스풍 공간이다. 라오스와 서양 요리를 현지 재료 중심으로 내며 호텔이 직접 가꾸는 유기농 농장의 채소와 계절 재료를 쓴다. 아침 식사는 단품 메뉴로 주문한다. 풀 테라스에서는 야외에서 점심과 저녁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라이브러리의 모습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라이브러리에서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디저트와 쿠키를 곁들인 티 서비스를 낸다. 한국어를 포함해 여러 언어로 된 책이 있다. 부티크에서는 직물과 실크 현지 미술품과 사진 등 라오스 수공예품과 예술품을 팔며 지역 공동체를 지원한다.

아만 스파 실내 미온수 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로비와 라이브러리를 지나면 아만 스파가 나온다. 조각처럼 다듬은 관목과 키 큰 토착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다. 프라이버시를 지키도록 설계한 공간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각 트리트먼트 룸은 탈의 공간과 자쿠지 휴식 공간을 갖췄다. 건식과 습식 사우나를 갖췄고 정원을 보며 쉴 수 있는 실내 미온수 풀도 마련했다.

메콩강 크루즈 ‘노을멍’ 힐링

탁발 행렬 / 사진=아만타카

아만타카는 새벽 탁발에서 해 질 무렵 메콩강 크루즈까지, 하루 동안 루앙프라방의 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메콩강 선셋 크루즈 / 사진=아만타카

투숙객은 새벽에 호텔 앞을 지나는 탁발 행렬에 무릎을 꿇고 공양을 올린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다. 낮에는 가이드와 전용 툭툭을 타고 사원을 둘러본다. 오후가 되면 라오스 전통 ‘바시(Baci)’ 의식에 참여한다. 인간의 몸에 깃든 서른두 개의 영혼을 다독여 슬픔과 병으로부터 삶을 지켜준다는 오래된 믿음이다. 의식을 이끄는 모 폰의 야트막한 찬송 소리가 정적을 깨면, 온전한 안녕을 기원하는 하얀 실이 손목 위에 묶인다. 해 질 무렵에는 프라이빗 크루즈로 메콩강을 가르며 노을을 본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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