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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여러분이 떠난 여행 속 주인공은 누구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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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여러분이 떠난 여행 속 주인공은 누구였나요?

여행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소일까요. 아니면 여행지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이나, 행사, 액티비티일까요. 여행에 대한 추억이 하나하나 쌓일수록 그 주인공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브리즈번 / 사진 = 미다스북스

여책저책이 만난 두 권의 책 속 저자도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서머(summer) 작가의 책 ‘방학여행 호주’는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가족의 시간을, 임현지 작가의 책 ‘우리들의 발리 여행’은 관광보다 문화와 삶을 이해하는 여행의 가치를 전합니다.

한 권은 가족을, 다른 한 권은 여행지를 깊이 들여다보지만, 두 책 모두 ‘얼마나 많이 봤는가’보다 ‘얼마나 깊이 경험했는가’를 묻습니다. 결국 좋은 여행은 체크리스트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오래 기억할 순간과 마음을 남기는 일임을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방학여행 호주

서머 │ 미다스북스

여행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부모라면 가방에 두 가지를 챙기지 않을까. 하나는 아이를 위한 짐,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한 걱정이다. 그래서 아이와 떠나는 여행은 혼자 떠나는 여행보다 몇 배는 더 복잡하고, 계획대로 맞춰가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다시 짐을 싼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여행일테니 말이다.

책 ‘방학여행 호주’는 바로 그 시간을 담은 기록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인 저자 서머(summer)는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24일간 호주를 여행했다. 브리즈번에서 시작해 골드코스트와 캔버라, 시드니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얼핏 평범한 가족여행처럼 보인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독자는 유명 관광지보다 아이들의 표정과 엄마의 마음을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여행은 시작부터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공항을 나서자마자 캐리어 바퀴가 부서지고, 일정은 아이들의 컨디션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 식사 시간을 놓치는 것은 다반사고, 예상보다 더운 날씨에 당황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변수들을 실패한 여행으로 기록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떠난 여행이기에 반드시 만나게 되는 풍경으로 받아들인다.

사진 왼쪽부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브리즈번 네빌 보너 브리지 / 사진 = 미다스북스

그래서일까. 책에는 ‘완벽한 여행’이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하루를 무사히 건너는 기쁨이 있다. 브리즈번에서는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원에서 아이들과 뛰어논다. 코알라와 캥거루를 만나며 아이들의 눈이 커지는 순간을 기록하고, 사우스뱅크에서는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 곁에서 엄마 역시 잠시 아이가 된다. 관광 명소를 체크리스트처럼 소비하기보다 그곳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먼저 들여다본다.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여행객들이 잘 찾지 않는 도시에서 전쟁기념관을 둘러보고, 애버리지니의 역사를 배우며, 낯선 영어 발음에 웃고 당황하는 순간까지 솔직하게 담아낸다. 거창한 감동을 만들어내기보다 여행이 원래 이런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시드니에서는 더욱 흥미로운 장면들이 이어진다. 아이의 두 번째 독주회, 체스 국가대항전, 비 오는 날에도 포기할 수 없는 놀이터, 페리를 타고 건너는 바다, 원시림에서 만나는 노을 등 여행은 어느새 유명 랜드마크보다 아이들의 성장일기로 거듭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저자가 ‘엄마’라는 역할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행하는 동안에도 그는 끊임없이 아이들을 살핀다. 잘 먹고 있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낯선 환경에서 상처받지는 않는지 걱정한다. 동시에 자신 역시 여행을 통해 조금씩 변해간다.

골드코스트 / 사진 = 미다스북스

책은 여행 정보서라기보다 가족의 성장 에세이에 가깝다. 브리즈번에서 어디를 가야 하는지보다 아이와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지가 더 중요하다. 시드니의 명소를 몇 군데 더 보는 것보다 아이와 나란히 걸으며 나눈 대화가 더 오래 남는다.

여행의 속도도 다르다. 관광객이라면 하루에 여러 장소를 둘러봤겠지만, 저자는 공원 하나에서 오래 머문다. 박물관에서는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만큼만 걷고, 해변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충분히 즐긴다.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여행이 아니라 시간을 함께 보내는 여행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이와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부모들에게도 작은 용기를 건넨다. 꼭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루 한두 곳만 둘러봐도 충분하다고, 여행은 많이 보는 것이 아니라 오래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 왼쪽부터 브리즈번, 캔버라 / 사진 = 미다스북스

책을 읽다 보면 호주라는 나라보다 ‘가족’이라는 풍경이 먼저 떠오른다. 아이들이 세상을 배우는 시간은 엄마도 다시 배우는 시간이 된다. 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동안 부모 역시 새로운 자신을 만난다. 여행이 끝난 뒤 사진보다 마음속에 더 오래 남는 것은 그런 변화들이다.

여행은 아이를 키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부모를 다시 성장시키는 시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24일 동안의 호주 여행을 통해 그 사실을 조용히 증명한다.

가족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나는 것은 화려한 랜드마크가 아니다. 길을 잃고도 함께 웃었던 순간,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걸었던 저녁, 예상치 못한 변수 앞에서 서로를 다독였던 시간들이다. 언젠가 아이들은 이 여행의 세세한 일정은 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와 함께 걸었던 따뜻한 시간만큼은 오래 기억할 것이다. 결국 그런 순간들이 모여 여행은 완성된다.

우리들의 발리 여행

임현지 │ 노트앤노트

좋은 여행 가이드북은 길만 알려주지 않는다. 여행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부터 알려준다. 임현지 작가의 ‘우리들의 발리 여행’은 바로 그런 책이다. ‘어디를 가야 할까’라는 질문보다 ‘왜 그곳에 가야 할까’를 먼저 묻는다.

인도네시아 발리는 많은 여행자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하지만 막상 여행을 준비하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것은 막막함이다. 우붓에서 요가를 할지, 꾸따에서 서핑을 배울지, 스미냑에서 감각적인 카페를 찾아 커피 한잔을 할지, 짱구에서 디지털 노마드의 하루를 체험할지 등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유명한 여행지인 만큼 정보는 넘쳐나지만,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 길을 잃기 쉽다.

이 책은 그런 혼란을 차분하게 정리해 준다. 여행 준비부터 입국 절차, 지역별 특징, 추천 일정, 이동 방법, 숙소, 맛집, 액티비티까지 발리 여행 전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최신판에서는 인도네시아 입국 시스템 변화에 맞춘 ‘올인도네시아(All Indonesia)’ 도착 카드 작성법과 함께 최근 여행자들의 관심이 높아진 발리 동부와 길리 트라왕안 정보까지 추가하며 한층 완성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이 책이 여행지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발리를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와 삶의 방식으로 바라본다. 매일 아침 신에게 꽃과 음식을 바치는 발리 사람들의 일상, 논에 물을 공급하는 ‘수박(Subak)’ 관개 시스템에 담긴 힌두 철학, 자연과 인간, 신이 조화를 이루어야 행복하다는 세계관까지 여행 정보 사이사이에 녹여낸다.

그래서 우붓의 논밭은 단순히 예쁜 풍경이 아니다. 발리인의 삶과 신앙이 이어지는 공간이 된다. 꾸따의 파도는 단순한 서핑 명소가 아니라 기다림과 균형을 배우는 교실이 되고, 짱구는 디지털 노마드가 사랑하는 도시를 넘어 ‘일과 삶의 균형’을 고민하게 만드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책 곳곳에 담긴 저자의 경험도 신뢰를 더한다. 발리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걱정하는 ‘발리 밸리(Bali Belly)’를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응급 대처법과 여행자 보험 활용법까지 꼼꼼하게 정리했다. 여행의 낭만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변수까지 함께 안내하는 모습에서 오랜 현지 경험이 느껴진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테마 여행’이다. 일출 트레킹, 쿠킹 클래스, 요가, 서핑, 스노클링, 래프팅, 자전거 여행, 비건 레스토랑 등 발리를 조금 더 깊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유명 관광지를 체크하듯 둘러보는 여행보다 한 가지 경험을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여행을 권한다.

특히 우붓의 요가와 채식 문화, 꾸따의 서핑, 스미냑의 로컬 브랜드 쇼핑, 짱구의 코워킹 문화는 각 지역이 왜 서로 다른 여행자들을 끌어들이는지를 자연스럽게 설명한다. 지역을 나누는 기준도 행정구역이 아니라 여행자의 취향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사진과 지도도 충실하다. 20여 장의 지도는 동선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고, 지역별 숙소 지도와 추천 코스는 초행길 여행자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된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 나만의 발리 여행 일정이 그려진다.

무엇보다 책에서 오래 남는 것은 저자가 반복해서 전하는 여행의 태도다. 그는 발리 사람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 “나는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묻는다.

여행은 풍경을 보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기도 하다. 발리의 바다와 논, 사원과 파도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 풍경 뒤에 삶의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행자의 시선을 관광지에서 사람으로, 명소에서 문화로, 소비에서 이해로 조금씩 옮겨 놓는다.

좋은 여행은 목적지를 많이 아는 것보다 한 도시를 깊이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책은 발리를 처음 찾는 여행자에게도, 다시 찾을 여행자에게는 미처 보지 못했던 발리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언젠가 떠날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도 여행의 일부다. 책장을 덮는 순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하나다. 항공권을 예약하고 싶어진다는 것. 그리고 이번에는 발리를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오래 ‘이해하러’ 가고 싶어진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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