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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야카르타 왕궁에서 대학가까지 쭉 올라가는 하루 여행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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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는 걸으며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여행지다. 오래된 왕궁에는 자바 왕실의 전통이 남아 있고, 번화한 거리에는 화려한 문양의 바틱을 파는 상점들이 모여 있다. 북쪽으로 이동하면 독특한 박물관과 활기찬 대학가도 만날 수 있다.

욕야카르타를 하루 동안 알차게 둘러보고 싶다면 남쪽 왕궁에서 출발해 북쪽 대학가로 향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오전에는 크라톤 왕궁의 전각과 안뜰을 둘러보고, 말리오보로를 거쳐 가자마다대학교(UGM) 인근에서 식사와 커피를 즐기는 일정이다.

01

자바 왕실의 철학을 만나다…방살 크마강안(Bangsal Kemagangan)

여행의 시작은 욕야카르타 크라톤 왕궁(Keraton Yogyakarta) 근교다. 왕궁 건물 옆에는 작은 공원같은 전각들이 남아있다.

넓은 안뜰과 기둥이 받치고 있는 전통 전각들이 이어지고 자바 왕실의 역사와 문화를 배울 수 있다. 지금도 왕실 의례가 열리는 만큼 단순한 역사 유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공간에 담긴 왕실의 철학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장소다.

왕궁에서 눈여겨볼 곳 중 하나는 방살 크마강안(Bangsal Kemagangan)이다. 인도네시아어로 ‘방살(Bangsal)’은 왕궁의 파빌리온이나 전각을 뜻한다. 크마강안은 왕궁의 공간적 질서와 자바의 인생철학이 담긴 구역이다.

왕궁 공식 설명에 따르면 남쪽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철학적 공간 배치에서 크마강안은 사람이 성인이 되기 위해 배우고 경험을 쌓는 단계를 상징한다. 이름에 들어간 ‘마강(magang)’ 역시 견습이나 수련이라는 의미와 연결된다.

전각을 둘러볼 때는 기둥과 지붕이 만드는 열린 구조, 안뜰과 파빌리온의 배치에 주목해보자. 왕궁 중심부로 이어지는 경계와 의례 공간, 일반 관람 공간이 어떻게 구분되는지도 살펴볼 만하다. 건축물의 의미를 알고 나면 넓은 안뜰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현재 보이는 건축 자재가 모두 창건 당시의 것은 아니다. 왕궁의 2017년 보수 기록에는 크마강안 지붕에 금속 슁글을 사용했다는 설명이 있다. 오랜 세월 보수와 복원을 거치며 왕궁의 모습을 이어온 셈이다.

왕궁에서 다음으로 살펴볼 곳은 방살 판차니티(Bangsal Pancaniti)다. 크마강안과는 다른 안뜰에 자리하며, 왕궁 북쪽의 카만둥안 로르(Kamandhungan Lor), 일명 크벤(Keben) 구역에 속한다.

판차니티는 자바 왕실의 전통 음악과 의례가 이어져 온 전각이다. 왕궁 공식 기록에 따르면 자바 새해 전야 행사에 앞서 전통 시가인 ‘마차팟(Macapat)’을 낭송하는 장소로 사용됐다.

자바 왕실의 대표적인 전통 행사인 세카텐(Sekaten)과도 관련이 깊다. 세카텐에 사용한 왕실 가믈란이 왕궁으로 돌아오는 ‘콘두르 강사(Kondur Gangsa)’ 의례가 이곳에서 이어진다.

전각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울려 퍼졌을 전통 음악과 왕실 의례를 떠올려보자. 건축물의 외관뿐 아니라 공간에 담긴 문화까지 이해할 수 있다.

왕궁에서 마지막으로 살펴볼 곳은 카만둥안 파빌리온(Kemandhungan Pavilion)이다.

크라톤 왕궁에는 북쪽의 카만둥안 로르(Kamandhungan Lor)와 남쪽의 카만둥안 키둘(Kamandhungan Kidul)이 각각 있다. 두 곳은 서로 다른 안뜰과 전각으로 구성돼 있다.

북쪽 카만둥안은 앞서 소개한 판차니티가 자리한 크벤 구역이다. 왕궁 행사와 관람 동선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자바 새해에 성곽 주변을 도는 ‘무벵 브텡(Mubeng Beteng)’ 행사의 출발·귀환 지점으로 사용된 기록도 있다.

남쪽 카만둥안은 별도의 안뜰과 파빌리온으로 이뤄져 있다. 2024년에는 이곳에서 인도네시아 독립 기념 음악 행사가 열렸다.

왕궁은 지금도 술탄과 왕실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공개 구역과 비공개 구역을 구분하고, 전각에 올라가기 전 신발과 사진 촬영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오래된 건물에는 계단과 단차가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를 이용한다면 관람 동선을 미리 살펴보는 편이 좋다.

왕궁 일대를 둘러보는 데는 약 2시간을 잡으면 좋다. 자바 왕실의 건축과 전통을 충분히 살펴봤다면 이제 북쪽 말리오보로로 향해보자. 왕궁에서의 차분한 관람을 마치고 활기찬 거리로 나서는 순간, 여행의 분위기도 조금 달라진다.

Bangsal Kemagangan (ꦧꦁꦱꦭ꧀ꦏꦼꦩꦒꦁꦔꦤ꧀)

59R7+FFX, Jl. Magangan Kulon, Panembahan, Kecamatan Kraton, Kota Yogyakarta, Daerah Istimewa Yogyakarta 55131 인도네시아

Bangsal Pancaniti

59V7+7MF, Panembahan, Kraton, Yogyakarta City, Special Region of Yogyakarta 55131 인도네시아

Kemandhungan Pavilion

59Q7+W9Q, Jl. Ngadisuryan, Patehan, Kecamatan Kraton, Kota Yogyakarta, Daerah Istimewa Yogyakarta 55133 인도네시아

02

전통 바틱을 고르는 재미…마르가리아 바틱 말리오보로(Margaria Batik Malioboro)

왕궁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욕야카르타의 대표 번화가 말리오보로(Malioboro)에 닿는다. 왕궁의 출입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마르가리아 바틱 말리오보로(Margaria Batik Malioboro)까지는 도보로 약 15~25분을 예상하면 된다. 날씨가 덥다면 짧게 차량을 이용해도 좋다.

말리오보로에서 눈여겨볼 쇼핑 품목은 바틱(Batik)이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전통 염색 직물로, 지역과 제작 방식에 따라 무늬와 분위기가 달라진다.

마르가리아 바틱은 전통 문양부터 현대적인 디자인까지 다양한 바틱 제품을 살펴볼 수 있는 전문점이다. 원단과 셔츠, 블라우스 등 여러 의류를 판매한다. 업무나 공식 행사에 어울리는 옷부터 일상에서 입기 좋은 디자인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완성된 옷을 고르는 것도 좋지만 원단의 무늬와 소재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비슷한 문양이라도 제작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손으로 무늬를 그리는 ‘바틱 툴리스(batik tulis)’, 도장을 활용하는 ‘바틱 찹(batik cap)’, 무늬를 인쇄한 프린트 원단은 서로 구분된다. 면과 레이온, 실크 등 소재에 따라서도 착용감과 관리 방법이 달라진다.

마르가리아 바틱은 오랜 역사를 지닌 욕야카르타 브랜드다. 전통과 현대적인 디자인을 함께 고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남성용 바틱 셔츠와 여성용 바틱 의류, 원단 등이 주요 쇼핑 품목이다. 원단은 길이와 소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원피스와 스카프, 소품 등 원하는 상품이 있다면 해당 지점의 재고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코타그데(Kotagede)에 있는 마르가리아 본사나 다른 지점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마음에 드는 바틱을 구경했다면 다음 목적지는 코타바루(Kotabaru)다. 왕궁과 전통 직물에 이어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주제의 박물관을 만나볼 차례다.

Margaria Batik Malioboro

Jl. Jend. Ahmad Yani Jl. Margo Mulyo No.65, Ngupasan, Kec. Gondomanan, Kota Yogyakarta, Daerah Istimewa Yogyakarta 55122 인도네시아

03

비밀통신의 역사를 만나다…암호 박물관(Museum Sandi)

사진= 암호 박물관 페이스북

말리오보로에서 코타바루로 이동하면 암호 박물관(Museum Sandi)을 만날 수 있다.

암호 박물관은 이름 그대로 암호와 비밀통신의 역사를 다루는 곳이다. 인도네시아의 주요 역사적 사건 속에서 암호 활동과 정보보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전시에는 오래된 암호 장비와 문서, 통신·보안 관련 자료 등이 소개된다. 암호의 원리와 비밀통신의 발전 과정을 알아갈 수 있는 공간이다. 왕궁에서 자바의 전통문화를 살펴봤다면 이곳에서는 인도네시아 근현대사의 또 다른 면을 만나는 셈이다.

박물관은 코타바루의 역사적인 건물에 자리한다. 인도네시아 국가사이버암호청(BSSN)과 관련된 시설로, 국가의 투쟁 역사와 정보보안 문화를 함께 알리는 교육 공간이다.

건물 외관을 살펴본 뒤 전시실로 들어가면 좋다. 암호라는 주제가 낯설더라도 오래된 장비와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정보가 국가의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과학이나 역사, 추리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 흥미롭게 둘러볼 만하다.

입장료는 인도네시아 국가 박물관 등록부 기준 무료다. 요일별 요금도 모두 0루피아로 표시돼 있다.

운영시간은 월~목요일 오전 9시~오후 4시, 금요일 오전 9시~오후 4시 30분, 토·일요일 오전 9시~오후 3시다. 공휴일은 휴관이다.

관람에는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잡으면 좋다.

왕궁의 전통문화부터 바틱, 비밀통신의 역사까지 살펴봤다면 이제 욕야카르타의 일상적인 풍경을 만날 차례다. 다음 목적지는 북쪽에 자리한 가자마다대학교(UGM) 대학가다.

Museum Sandi

Jl. Faridan M Noto No.21, Kotabaru, Kec. Gondokusuman, Kota Yogyakarta, Daerah Istimewa Yogyakarta 55224 인도네시아

04

현지 대학생처럼 한 끼…BNI 푸드파크 UGM(BNI Food Park UGM)

암호 박물관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가자마다대학교(Universitas Gadjah Mada·UGM) 일대에 닿는다. 차량을 이용하면 배차시간을 포함해 약 15~30분 정도 걸린다.

UGM 대학가에서 들러볼 곳은 BNI 푸드파크 UGM(BNI Food Park UGM)이다. 대학생과 교직원, 인근 주민들이 식사를 위해 찾는 푸드코트다. 다른 UGM 학부 식당이나 위즈덤 파크(Wisdom Park)와는 별개의 공간이다.

왕궁과 박물관이 욕야카르타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줬다면 이곳에서는 현지 대학가의 일상을 느낄 수 있다. 여러 점포에서 음식을 고르고 함께 앉아 식사하는 공간이다.

BNI 푸드파크는 UGM과 인도네시아 은행 BNI의 협력으로 조성됐다. 2013년 12월 11일 문을 열었다.

설립 당시 목표는 건강하고 청결하며 영양가 있고 가격 부담이 적은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잘란 판차실라(Jalan Pancasila) 일대에서 영업하던 상인과 교내 소규모 식품 판매자의 영업 환경을 개선하고, 창업과 경영을 지원하려는 취지도 담겼다.

푸드파크의 장점은 다양한 점포 가운데 원하는 음식을 골라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메뉴,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분위기다.

지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현지 대학가에서 한 끼를 해결했다면 이제 커피 한 잔과 함께 여행을 마무리해보자.

BNI KCP Pasca Sarjana UGM

Jl. Pogung Kidul, Pogung Kidul, Sinduadi, Kec. Mlati, Kabupaten Sleman, Daerah Istimewa Yogyakarta 55284 인도네시아

05

대학가 골목에서 즐기는 커피…호자 커피 바(Hoja Coffee Bar)

하루 코스의 마지막 목적지는 호자 커피 바(Hoja Coffee Bar)다. UGM 대학가 인근 코초란(Kocoran) 지역에 자리한 카페로, 늦은 시간까지 머물며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BNI 푸드파크에서 이동할 때는 도보 경로를 확인하거나 짧게 차량을 이용하면 된다.

호자 커피 바는 지점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코스에서 소개하는 곳은 코초란 매장이다. UGM의 GIK 건물에 입점한 매장과는 다른 지점이다.

코초란 매장은 아늑하고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이다. 야외와 반야외 좌석이 있으며 와이파이와 화장실, 테이크아웃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관광지를 돌아다니느라 바빴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어울리는 분위기다.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거나 그날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여행 기록을 남겨보는 것도 좋다.

과제를 하거나 작업하기 좋고 비교적 조용하다다. 커피와 친절한 서비스도 장점이다.

메뉴로는 인도네시아식 밀크커피인 코피 수수(Kopi Susu)와 크루아상(Croissant)을 판매한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다.

호자에서는 45분~1시간 30분 정도 여유를 잡아보자. 늦게까지 운영하는 카페인 만큼 시간에 쫓기지 않고 하루를 정리하기 좋다.

Hoja Coffee Bar

69MH+MRF, Kocoran CT.III, RT.5/RW.3, Kocoran, Caturtunggal, Kec. Depok, Kabupaten Sleman, Daerah Istimewa Yogyakarta 55281 인도네시아

욕야카르타는 오래된 전각과 전통 직물, 작은 박물관과 대학가의 커피 한 잔까지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루쯤은 왕궁에서 출발해 도시의 북쪽으로 천천히 이동해보자. 걷고 구경하고 쉬어가는 사이 욕야카르타의 여러 얼굴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될 것이다.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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