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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 전설 따라가는 태국 코사멧 기행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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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라용(Rayong)주에 자리한 코사멧(Koh Samet)은 에메랄드빛 바다와 부드러운 백사장으로 사랑받는 휴양지다.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간직한 아련한 인어 전설이 숨 쉬는 섬이다.

태국의 문학 거장 순톤 푸(Sunthorn Phu)가 쓴 서사시 《프라 아파이 마니(Phra Aphai Mani)》에는 마귀할멈을 피해 달아나던 아파이 마니 왕자를 구한 인어가 등장한다. 인어는 왕자와 사랑에 빠지고, 두 사람이 도착한 신비의 섬 ‘콕깨우 핏사단(Koh Kaew Phisadan)’이 오늘날의 코사멧으로 전해진다.

이번 코스는 문학 속 인어의 전설을 따라 코사멧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와 명소를 둘러보는 일정으로 준비했다. 선착장 인근 벽화에서 출발해 사원과 인어 조형물, 해변의 대표 동상을 차례로 만난 뒤 서쪽 해안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콕깨우 핏사단 학교 (โรงเรียนเกาะแก้วพิศดาร)

코사멧의 메인 선착장인 나단 선착장(Na Dan Pier)에 내려 섬 중심가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콕깨우 핏사단 학교(โรงเรียนเกาะแก้วพิศดาร)가 나온다.

학교 이름인 ‘콕깨우 핏사단’은 서사시 속 코사멧의 옛 지명이다. ‘보석으로 가득 찬 신비로운 섬’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 섬 전체가 문학적 전설의 무대라는 걸 보여준다.

이곳의 필수 관람 포인트는 학교 외곽을 감싸고 있는 긴 담장 벽화다. 정성스럽게 그린 벽화에는 만파식적과 같은 신비한 피리를 부는 프라 아파이 마니 왕자의 모습부터 그를 사랑해 목숨을 걸고 바다를 헤엄치는 인어, 이들을 위협하는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해마귀 피쓰아 사뭇(Phi Suea Samut)까지 서사시의 주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다. 학교를 관광지처럼 내부까지 관람하기보다는 길가를 산책하며 외벽 벽화를 감상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공공 구역에 있는 외벽이라 사실상 상시 감상할 수 있지만, 학교 내부에는 관광지를 기준으로 한 별도의 운영시간은 없지만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엔 내부에 들어가는 걸 피하자.

코사멧 사원 (วัดเกาะเสม็ด, Koh Samet Temple)

콕깨우 핏사단 학교에서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코사멧 사원(Koh Samet Temple·วัดเกาะเสม็ด)이 자리한다. 현지 주민들의 정신적 중심지이자 인어 전설이 조형물과 벽화에 녹아 있는 문화 공간이다.

섬에서 가장 중심적인 사원 가운데 하나로, 대체로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전후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는 무료다. 다만 지역 행사나 내부 관리 상황에 따라 개방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

사원 입구에 들어서면 섬의 상징과도 같은 커다란 인어 동상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대웅전과 외벽에는 태국 전통 양식의 불화와 함께 프라 아파이 마니 서사시의 주요 장면을 표현한 민화풍 그림이 채색돼 있다. 불교 미술과 태국 고전 문학의 융합을 볼 수 있다.

웅장한 흰색 부처상과 정성스럽게 모신 승려들의 모형도 자리한다. 주황색 가사를 입은 스님과 마당을 거니는 길고양이들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용히 마음을 정돈하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신성한 불교 공간인 만큼 노출이 심한 비치웨어나 슬리퍼 차림은 피해야 한다.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정숙한 복장을 갖추고 들어가는 것이 기본 예절이다. 사원 내부에서는 촬영이 가능한 구역과 제한된 공간이 나뉠 수 있다. 스님이나 기도 중인 사람을 촬영하는 행동도 삼가는 것이 좋다.

인어와 아이 상

(อนุสาวรีย์นางเงือก เกาะเสม็ด, Mermaid and the Child Monument)

사원을 지나 코사멧에서 가장 활기차고 아름다운 해변인 사이깨우 비치(Sai Kaew Beach) 방향으로 걷다 보면 해변으로 들어서는 길목과 바위 언덕 경계에서 인어와 아이를 형상화한 동상(Mermaid and the Child Monument·อนุสาวรีย์นางเงือก เกาะเสม็ด)을 만날 수 있다.

동상은 왕자를 구한 뒤 사랑에 빠진 인어와 아이의 모습을 담았다. 문학적 배경으로는 인어가 왕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수사콘(Sudsakorn)을 품에 안은 장면과 맞닿아 있다.

태국 신화 속 수사콘은 훗날 날개 달린 용마를 타고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또 다른 기이한 영웅담의 주인공이다. 다만 동상의 공식 명칭이나 세부적인 조각 의도는 관광 자료마다 표현이 조금씩 다르다. 따라서 ‘인어와 아이를 형상화한 동상’으로 소개하고 수사콘 이야기를 문학적 배경으로 덧붙인다.

아이를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는 인어 어머니의 아련하고 세심한 표정이 정교하게 표현돼 있다. 많은 여행객이 걸음을 멈추고 기념사진을 남기는 코사멧의 대표 포토존이다.

사이깨우 비치 입구 쪽에 자리해 탁 트인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햇살이 바다 위로 부서지는 낮 시간대에 방문하면 더욱 눈부신 사진을 남길 수 있다.

프라 아파이 마니 왕자와 인어 동상

(Prince Phra Aphai Mani and the Mermaid – Statue)

사이깨우 비치 남쪽 끝자락에는 코사멧 인어 전설의 정점이자 섬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있다. 바다와 거친 바윗가가 만나는 갯바위 위에 세워진 프라 아파이 마니 왕자와 인어 동상(Prince Phra Aphai Mani and the Mermaid Statue)이다.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 위에는 왕자가 피리를 들고 앉아 있다. 그 발치 아래에서는 인어가 왕자를 애틋하게 바라보며 받치고 있다. 바위 위에 왕자와 인어가 자리한 조형물이다.

서사시에서 왕자의 피리 소리는 세상을 통제하고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신비한 힘을 지닌 것으로 그려진다. 거친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가 어우러지면 마치 지금도 바위 위에서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한 이국적인 분위기다.

해변에 설치된 야외 조형물이라 산책하며 24시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동상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도는 조수와 현장 안전 관리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바위 주변은 파도와 습기로 미끄러우므로 발밑을 잘 살펴야 한다. 특히 만조 때는 무리하게 접근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선셋 바 (Sunset Bar)

사진= 파라디 페이스북

인어의 전설을 따라 섬 동쪽 해변을 둘러봤다면 하루의 마지막은 코사멧 서쪽 해변에 자리한 선셋 바(Sunset Bar)에서 보내는 것이 좋다. 라용 무앙(Rayong Mueang)구 뼤(Phe) 지역의 코사멧 서안 절벽 지대에 있는 곳이다.

울창한 언덕과 바다가 맞닿은 서쪽 해안은 코사멧에서도 노을이 아름다운 지역으로 꼽힌다. 나무 데크와 빈백, 자연 친화적인 오두막 스타일의 공간에서 수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내려앉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통상 정오 무렵 문을 열어 오후 10~11시 전후까지 운영한다.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는 오후 5시 30분부터 6시 30분 사이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시원한 싱하(Singha)나 창(Chang) 맥주, 트로피컬 칵테일을 곁들여보는 걸 추천한다. 칵테일은 약 150~250바트(약 6600~1만 1000원), 팟타이나 해산물 핑거푸드 같은 가벼운 음식은 약 120~300바트(약 5300~1만 3200원)로 예상할 수 있다.

인어가 왕자를 구했던 태국만의 바다 위로 붉은 태양이 떨어지는 장관을 바라보며 시원한 음료를 마시는 시간은 마치 전설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한 감동을 느껴보자. 칵테일과 가벼운 안주를 곁들이며 일몰을 감상하기 좋다.

언덕길에 자리한 만큼 도보 이동보다는 썽태우(Songthaew)나 빌린 스쿠터를 이용하는 편이 편리하다. 스쿠터를 이용할 때는 해가 진 뒤 어두워진 경사로와 노면 상태를 살피며 안전하게 이동하자.

나단 선착장에서 시작해 사이깨우 비치까지 천천히 걸으며 전설의 흔적을 만난 뒤, 서쪽 해안에서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해보자.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 너머에 숨은 이야기를 따라가는 순간, 코사멧은 단순한 휴양지를 넘어 문학과 전설이 살아 숨 쉬는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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