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중심가에서 차로 20분 정도 달리다 보면 해안가 따라 조깅을 하는 현지인들이 여럿 등장한다. 칸 사람들이 주말이면 찾아 성곽 위를 천천히 걷고 예술가의 골목에서 영감을 얻는 ‘앙티브’는 하루면 충분히 둘러볼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칸 중심가는 전 세계의 셀럽과 럭셔리함으로 북적이는 도시라면, 앙티브는 훨씬 더 소박하고 ‘현지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칸의 해변은 모래사장이라면, 앙티브의 캡 당티브(Cap d’Antibes) 산책로는 해안 절벽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어우러진 곳이다. 관광객보다는 러닝을 하거나 천천히 걷는 현지인들을 많이 만나는 동네다. 그렇다고 소박하기만 한 곳은 아니다. 앙티브의 포르 보방(Port Vauban)은 유럽에서 가장 큰 요트 항구로 억만장자의 부두(Quai des Milliardaires)에 정박한 거대 슈퍼 요트들도 구경할 수 있다.
Av. de Verdun, 06600 Antibes, 프랑스
성벽 길에서 내려와 구시가지 안쪽으로 발을 들이면, 앙티브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역인 사프라니에(Commune Libre du Safranier)를 만나게 된다. 사프라니에 자유 지구는 1966년(활동은 1964년부터 시작) 마을 주민들이 현대화의 물결 속에서 남프랑스 고유의 전통과 공동체 정신을 지키기 위해 상징적으로 선포한 특별한 자치 구역이다. 실제로 이곳은 자신들만의 명예 시장을 따로 선출할 정도로 독립적인 자부심이 강하다. ‘자유’라는 이름 뒤에는 정치적 의도보다는 ‘과거의 소중한 가치를 잃지 않을 자유’를 지키려는 주민들의 따뜻한 고집이 담겨 있다.
이곳의 골목들은 마치 누군가 정성껏 가꾼 정원 같다. 대문 앞마다 놓인 화분, 벽을 타고 올라가는 능소화와 부건빌레아 꽃들이 돌벽과 어우러져 동화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골목 어귀에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처럼 평온한 마음이 찾아온다.
‘그리스인 조르바’의 저자 니코스 카잔차키스(Nikos Kazantzakis)가 1948년부터 약 10년 동안 거주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간 곳이기도 하다. 그가 살았던 집에는 그를 기리는 명판이 붙어 있어 문학 팬들의 성지가 됐다.
1 Pl. du Safranier, 06600 Antibes, 프랑스
앙티브를 이야기할 때 파블로 피카소를 빼놓을 수 없다. 바다를 마주 보고 우뚝 솟은 그리말디 성(Château Grimaldi)은 현재 피카소 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1946년, 당시 큐레이터였던 로무알드 도르 드 라 수셰르가 피카소에게 성의 일부를 작업실로 제공했다. 피카소는 이에 화답하며 6개월간 작업한 23점의 회화와 44점의 드로잉을 시에 기증했고, 이것이 세계 최초의 피카소 미술관이 탄생한 계기가 됐다. 그는 이곳의 눈부신 햇살과 신선한 해산물에서 영감을 얻어 ‘삶의 기쁨(La Joie de Vivre)’ 같은 걸작을 남겼다. 미술관 테라스에 서면 피카소가 바라보던 그 바다가 펼쳐진다.
미술관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야외 테라스에서의 전경 촬영은 가능하다. 실내 작품 감상 후 반드시 바다 쪽 테라스로 나가보자. 지중해를 배경으로 서 있는 제르멘 리시에, 미로 등의 현대 조각품들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절경이다. 피카소의 작품뿐만 아니라 니콜라 드 스탈, 한스 하르퉁 등 앙티브와 인연이 깊은 다른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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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mariejol, 06600 Antibes, 프랑스
앙티브 성벽 하단의 아치형 공간인 ‘카즈메이트(Casemates)’는 현재 지역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과거 대포가 놓여 있던 어둡고 단단한 요새가 이제는 창조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예술의 통로가 됐다. 유리 작품, 그릇, 액세서리 소품 등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세상 하나뿐인 특별한 기념품을 찾는다면 이곳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 구매해보길.
Bd d’Aguillon, 06600 Antibes, 프랑스
앙티브에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는다면 지중해식 레스토랑 ‘페르니’를 추천한다. 로컬 식재료를 활용해 감각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맛집으로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갖춰 현지 젊은이들이 많이 방문한다. 숯불 오븐에서 구워내 훈연 향이 일품인 스테이크와 생선 요리가 대표적이다. 맥주와 곁들이기 좋은 안주를 찾는다면 오징어튀김을 추천한다.
Place des Martyrs de la Résistance, 06600 Antibes, 프랑스
앙티브에서 하루 머물고 간다면 구시가지와 항구에서 도보로 불과 몇 분 거리에 위치한 ‘호텔 라 빌라 포트 당티브 & 스파(Hôtel La Villa Port d’Antibes & Spa)’를 추천한다.
이 호텔은 프랑스 가정집에 온 듯한 따뜻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며 각 객실은 화려한 패브릭으로 장식돼 있어 유니크한 매력을 지녔다. 특히 야외에는 일 년 내내 온수가 유지되는 아늑한 수영장이 있어 계절에 상관없이 여유로운 수영을 즐길 수 있고, 스파 시설도 있어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제격이다. 아침이면 신선한 로컬 과일과 갓 구운 빵, 정성스러운 수제 잼 등으로 구성한 조식을 제공한다. 객실 크기는 다소 작은 편이지만, 위치 좋고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숙소를 찾는다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8 Av. Frédéric Mistral, 06600 Antibes, 프랑스
앙티브는 칸 사람들에게 안식처 같은 곳이다. 억만장자의 요트와 소박한 공방이 나란히 공존하고, 피카소의 거대한 예술혼이 골목길 꽃향기와 섞여 흐르는 기묘한 조화는 오직 앙티브에서만 느낄 수 있다. 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하루쯤은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 앙티브를 찾아 성벽 위를 걷는 현지인들의 여유로운 발걸음을 따라가보자.
칸(프랑스)= 강예신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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