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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보러 교토 간다면…구마 겐고가 지은 겐닌지 앞 호텔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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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첫 카펠라 호텔, 지난 3월 개관

141년 된 옛 초등학교 부지에 조성

구마 겐고가 재해석한 마치야 구조

89개 객실과 프라이빗 온천 갖춰

카펠라 교토 외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짧은 휴가에 해외로 떠난다면 일본만 한 곳이 없다. 비행시간이 길지 않아 며칠만 내도 계절을 온전히 즐기고 올 수 있다. 그중에서도 교토는 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카펠라 교토 외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교토를 간다면 올가을 주목할 호텔이 지난 3월 개관한 카펠라 교토다. 호텔 체인 카펠라 호텔앤리조트가 일본에 처음 선보이는 곳으로 141년 역사를 지닌 옛 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섰다.

카펠라 교토 외관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위치도 예사롭지 않다. 교토에서 가장 오래된 선종 사찰과 게이코와 마이코(게이샤 견습생) 공연이 열리는 전통 극장 사이, 미야가와초 골목 한복판에 자리한다. 설계는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구마 겐고가 이끄는 건축사무소 구마 겐고 앤 어소시에이츠가 맡았다. 격자무늬 목재 구조로 지은 전통 주택 형태다.

오사카에서 온다면 게이한선을 타고 기온시조역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면 된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는 하루카 특급열차를 타고 교토역까지 온 뒤 이동하면 된다. 역에서 걸어가다 보면 겐닌지 사원 맞은편, 미야가와초 가부렌조 극장 사이로 낮고 차분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상 4층, 지하 2층 규모다.

구마 겐고가 옮겨온 기온 골목

일본 전통 가림막 천인 노렌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입구에 서면 대나무 외장재와 교차형 목재 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그 아래엔 일본 전통 가림막 천인 ‘노렌’이 걸려 있다. 문 앞에 늘어뜨려 안이 살짝 비치게 하는 천이다. 교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텍스타일 디자이너 메이 엥겔기어가 각지 상점과 시장에서 모은 앤티크 원단으로 만들었다. 계절마다 분위기를 바꿔 단다.

호텔 가운데 중정을 객실로 둘러싸도록 설계한 모습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건축가 구마 겐고와 브루인 디자인 오피스는 교토 전통 가옥인 ‘마치야 구조’를 현대적으로 풀어냈다. 폭이 좁고 안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구조를 살려 중정을 객실들이 둘러싸도록 설계했다. 미닫이 문을 지나 골목처럼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가면 물소리가 들리고 공간은 좁아졌다 다시 열리기를 반복한다. 기온 골목을 걷는 감각을 호텔 안으로 옮겨왔다.

호텔 가운데 중정을 객실로 둘러싸도록 설계한 모습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지하 로비층엔 인공 폭포가 흐르고 객실마다 딸린 작은 정원에도 물을 주요 소재로 사용했다. 폭포 근처에 놓인 돌은 구마 겐고 팀이 기후현 채석장에서 직접 골랐고, 정원의 돌은 강에서 가져왔다.

지하 로비층의 인공 폭포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두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는 의도다. 객실과 공용 공간에는 교토산 삼나무와 편백, 대나무를 사용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무 향이 옅게 퍼진다. 호텔 곳곳에는 약 500점의 예술 작품도 걸려 있다.

초등학교와 극장을 함께 되살린 지역 재생

리빙룸의 모습/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카펠라 교토는 141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다 2011년 문을 닫은 신미치 초등학교 부지에 세워졌다. 공사 전부터 있던 벚나무와 단풍나무는 옮겨 보관했다가 완공 후 원래 자리에 다시 심었다. 심야 다이닝 요이의 바 아래에는 옛 음악실 바닥재를 그대로 썼다. 학교가 남긴 흔적을 공간 곳곳에 남겨뒀다.

호텔은 1896년 세워져 게이코와 마이코가 수련해온 미야가와초 가부렌조 극장과 함께 복원됐다. 새 커뮤니티 센터까지 더해 신미치 거리를 이루는 지역 재생 사업의 한 부분으로, 구마 겐고 앤 어소시에이츠가 세 건물 설계를 모두 맡아 전통 목조 구조와 대나무 소재, 역사적 조각 장식을 공유하도록 했다.

소유주는 NTT 그룹 계열사 NTT 도시개발이다. 지난해 문을 연 파티나 오사카도 같은 계열사 소유지만 카펠라 브랜드로는 이곳이 일본 첫 호텔이다. 무료 체험 프로그램 카펠라 모먼트는 옛 학교의 배움을 잇는다는 취지로 일주일에 12개 세션씩 돌아가며 열린다.

매일 저녁이면 1층 리빙룸에서 현지 마이코가 다다미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치고, 끝나면 투숙객과 눈을 맞추며 질문에 답하거나 행운을 뜻하는 하나메이시 스티커 명함을 나눠준다.

체크인 할 때 모습/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체크인도 이 리빙룸에서 이뤄지며 유자 모찌와 작은 포크, 목재 키카드, 은실 와시 편지지를 함께 건넨다.

마치야 구조를 그대로 옮긴 89개 객실

객실 모습/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객실은 총 89개다. 마치야 구조를 살린 객실마다 작은 이끼 정원인 ‘츠보니와’를 두었고 깊은 톤의 목재와 곡선형 가구, 다다미를 닮은 카펫으로 꾸몄다. 협탁과 바 공간은 흑연색 가죽으로 마감했다.

현지 분위기를 살린 어메니티 상자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침대 머리맡 장식은 교토 아티스트 신조 다이치로가 1688년 문을 연 직물 공방 호소오와 함께 만들었다. 선종 사찰의 돌 정원에서 따온 사계절을 뜻하는 서예 글자를 금속빛이 도는 전통 직물에 짜 넣었다. 주류를 제외한 미니바 속 과자와 음료는 무료고, 침대 옆에는 뱅앤올룹슨 스피커를 뒀다.

객실 모습/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전용 온천탕을 갖춘 온센 스위트는 6개다. 모든 객실에 욕조가 있고, 온센 스위트에는 편백나무 욕조를 따로 갖췄다.

창밖으로는 겐닌지 사원과 언덕 풍경이 펼쳐지고 아침이면 리넨 커튼 사이로 햇살이 스며든다. 잠들기 전 정돈 서비스로는 허브티와 함께 라벤더 향주머니나 장인의 소품을 선물로 준다.

웰니스와 전통이 어우러진 부대시설

올데이 브라세리 ‘랑테른’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식음업장은 세 곳이다. 대표 레스토랑 ‘소노마 바이 싱글스레드’는 미국 캘리포니아 미쉐린 3스타 싱글스레드의 카일 코노턴, 카티나 코노턴 부부와 함께 만들었다. 이름처럼 ‘상상의 공간’이라는 뜻을 담아 오차야 스타일로 꾸몄고 12석 프라이빗 카운터와 20석 라운지 바를 갖췄다.

올데이 브라세리 ‘랑테른’에서는 대리석과 헤링본 바닥 위로 파리 카페 문화가 교토식으로 펼쳐진다. 조식도 이곳에서 먹을 수 있는데 과일과 베이커리, 샐러드, 샤퀴테리, 일본식 메뉴가 함께 오르는 뷔페식이고 점심과 저녁에는 일본식을 더한 프렌치 요리를 낸다.

오후에 바라본 중정 / 사진=권효정 여행+ 기자

밤이 깊어지면 심야 다이닝 ‘요이’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주변 가게 대부분이 오후 9시면 문을 닫는 동네라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 여는 이곳이 더 반갑다. 1980~90년대 시티팝이 흐르는 가운데 쉬는 날에는 게이코와 마이코가 들르기도 한다.

투숙객 전용 아우리가 스파는 달의 주기와 전통 의식에서 영감을 받았다. 프라이빗 온센 룸 3개와 남녀 습식·건식 사우나, 트리트먼트 룸 4개, 24시간 피트니스 센터를 갖췄고 스파 예약이 없어도 사우나와 피트니스 센터는 투숙 기간 내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현지 문화 프로그램 ‘카펠라 큐레이츠’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장소로 안내한다. 1909년 문을 연 옻칠 공방에서는 5대째 가업을 잇는 장인의 워크숍에 참여할 수 있고 150년 역사의 공방 기온 나이토에서는 역시 5대째 장인과 함께 기모노용 샌들 제작을 체험한다.

이른 아침에는 길 건너 겐닌지 사원의 문을 열고 들어가 승려와 정원을 걷는 명상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도 있다. 시조도리와 가모강, 니시키시장, 기요미즈데라 방면도 모두 가까워 호텔이 마련한 무료 자전거로 돌아보기 좋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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