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눈 부신 호주의 아침, 멜버른에서 출발해 서쪽 해안선을 따라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로 향하는 로드트립을 떠나보자. 빅토리아주 남서부를 따라 이어지는 이 243km의 해안 도로는 태초의 자연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곳이다.

고요한 바다와 거센 바람이 빚어낸 절벽, 그리고 광활한 대지를 따라 이어지는 이 길은, 멜버른에서 포트 캠벨(Port Campbell)까지 호주의 대자연을 온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이다.
첫 번째로 만난 마을은 론(Lorne).

해변을 따라 아기자기한 상점들과 카페가 늘어서 있는 이 마을은 여행자들이 잠시 숨을 고르기에 좋은 곳이다. 특히 현지인들도 즐겨 찾는 Louttit Bay Bakery는 꼭 들러볼 만하다. 진열장에는 호주의 고전적인 디저트들이 즐비한데,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분홍색과 초콜릿색이 반반 덮인 앙증맞은 타르트인 니니쉬 타르트 (Neenish Tart)다.

이 타르트는 바삭한 타르트지 위에 버터크림이나 젤리, 연유로 만든 달콤한 필링이 채워져 있고, 그 위를 분홍색 아이싱과 초콜릿 아이싱으로 반반 나눠 장식한 게 특징이다.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이 디저트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레트로 스타일의 제과점으로, 한입 베어 물면 부드러운 크림과 바삭한 타르트지, 진한 단맛이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코코넛 가루가 뿌려진 스펀지케이크, 레밍턴(Lamington)은 호주를 대표하는 디저트로, 단순하지만, 입안에서 촉촉하게 퍼지는 맛이 일품이다. 긴 로드트립 중 당 충전하기 좋은 곳이니 꼭 들러보자.

론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는 달콤한 디저트뿐만이 아니다. 해변가에 자리한 현지 피시 앤 칩스 가게에서 갓 튀겨낸 생선을 받아 들고, 바닷가 벤치에 앉아보자. 바삭한 튀김옷 속에 담긴 신선한 흰살 생선과, 소금 간이 적당히 배인 감자튀김의 단순한 조합이 주는 만족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호주에서는 식초를 곁들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감자튀김에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고소한 맛 사이로 상큼함이 더해져 새로운 맛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감자튀김에는 반드시 ‘치킨 솔트’를 뿌려 달라고 요청하자. 호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 짭짤한 시즈닝이 피시 앤 칩스를 한층 더 맛있게 만들어준다. 단, 바닷가에서는 갈매기들이 피시 앤 칩스를 노리며 언제든지 달려들 준비를 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론을 지나 다시 달리다 보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점점 더 깊고 풍부해진다. 중간 지점쯤에서 만나는 마을 아폴로 베이(Apollo Bay)는 바다와 산이 어우러진 조용한 해안 도시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정중앙쯤에 자리한다. 고요한 바닷가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마을 중심의 피시마켓에서 간단한 점심을 즐기며 재충전하기에 딱 좋은 곳이다.

이후 도로를 따라 케넷 리버(Kennett River)로 향한다. 이곳은 야생 코알라를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다. 처음에는 유칼립투스 나무에 딱 붙어 있는 코알라를 찾아내기란 쉽지 않지만, 간단한 팁이 있다. 도로 갓길에 차들이 정차해 있거나, 사람들이 고개를 들고 한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그 주변을 주의 깊게 살펴보자.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면, 유칼립투스 가지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코알라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자연 속 야생 코알라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건, 호주 여행 중에서도 꽤 특별한 경험이다.
도시를 지나 점점 더 자연 깊숙이 들어가면, 차창 밖 풍경이 어느새 극적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12사도상(The Twelve Apostles)에 도착한다.

바다 위에 우뚝 솟은 이 거대한 석회암 기둥들은 수천만 년 동안 남극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과 파도에 침식되어 형성된 것이다. ‘열두 사도’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는 열두 개였던 적이 없다. 처음부터 여덟 개였고, 그중 하나는 2005년에 무너져 지금은 단 7개의 기둥만이 남아 있다. 오늘도 조금씩 깎여나가며, 이 풍경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전망대에 서서 수평선 너머로 솟은 석회암 기둥들을 바라보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선 깊은 울림이 밀려온다. 단단하면서도 유한한 이 거대한 자연물을 온몸으로 감상하는 기분은 그레이트오션로드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12사도상에서 차로 5분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 역시 광활한 자연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은 명소다.

하지만 이곳이 단순한 절경을 넘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름에 담긴 감동적인 실화 때문이다. 1878년, 영국에서 멜버른으로 향하던 배 로크 아드호(Loch Ard)가 짙은 안갯속 암초에 부딪혀 침몰했다. 당시 승선 인원 54명 중 단 두 사람만이 살아남았는데, 그 주인공은 15세 소녀 에바 카멜과 18세의 선실 승무원 톰 피어스였다. 톰은 거센 파도를 헤치며 에바를 구해 이 협곡의 해변까지 데려왔고, 두 사람은 구조 신호를 보내면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졌다.

로크 아드 고지의 해협을 바라보면, 그때의 급박했던 상황이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듯 생생하게 상상된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자연 풍경에 깊은 의미를 더해 주며, 마을 사람들 사이에선 오래도록 전해 내려오는 소중한 전설처럼 자리 잡고 있다.

로크 아드 고지를 지나 몇 분 더 달리면, 마침내 여정의 마지막 마을인 포트 캠벨(Port Campbell)에 도착한다. 고요한 해변 마을로, 이 일대 주요 명소들과 가장 가까운 거점이다. 포트 캠벨은 지역 주민들과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아기자기한 상점들 덕분에 한층 여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천천히 즐기고 싶다면, 포트 캠벨에서의 하룻밤 숙박을 추천한다. 다음 날 아침에는 현지인과 여행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Grassroots Deli Cafe에서 브런치를 즐겨보자.

호주를 대표하는 미트파이는 고소한 풍미와 진한 육즙이 일품이며, 진하게 내린 로컬 커피와 함께하면 금세 피로가 풀린다. 특히 바람이 유난히 세게 불던 어느 날, 창밖 바다를 바라보며 따뜻한 파이를 맛본 그 시간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포트 캠벨에서는 그냥 쉬기만 해도 좋지만, 시간이 허락된다면 꼭 걸어볼 만한 산책 코스가 있다. 마을에서 출발해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완만한 Port Campbell Discovery Walk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 거친 절벽 그리고 포트 캠벨이 한눈에 보인다.

길목에 피어난 야생화를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하이킹을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
멜버른에서 포트 캠벨까지 이어지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서는 바다와 절벽, 숲과 마을을 지나며 호주의 다양한 풍경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이 길 위에서는 서두르기보다는 천천히 주변을 살피며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여행하는 동안 마주치는 풍경과 소소한 이야기들이 이 여정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글·사진ⓒ원더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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