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이폴입니다. 크로아티아 북부에 있는 이스트리아(또는 이스트라, 영문 표기 Istria, 현지 표기 Istra) 반도는 이탈리아, 슬로베니아까지 총 3개 나라의 국경이 모여 있어 오랜 기간 복합적인 역사와 문화를 거쳐온 곳입니다. 여름 끝자락이자 가을의 문턱을 맞아 아드리아해의 따뜻한 햇살을 충전할 겸 신선한 식재료로 유명한 이스트리아의 로빈과 모토분을 다녀왔습니다. 로빈은 바다 위에 섬처럼 떠 있는 듯한 낭만 가득한 어촌 마을이고, 모토분은 내륙 중심의 언덕 마을이라 각기 다른 분위기와 매력을 가진 소도시들이에요. 반면 두 도시는 크로아티아에 속해있지만, 역사적으로는 고대 로마부터 베네치아 공국까지 이탈리아 문화권의 영향을 받아 건축 양식과 언어, 음식까지 비슷한 흔적을 지니고 있답니다. 두 도시에서 당일치기 코스로 가볼 만한 곳과 직접 다녀온 맛집까지 함께 소개해 드릴게요.
1. 로빈(Rovinj, 로비니)
이스트리아 반도에는 해안을 따라 크고 작은 규모의 도시들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고대 유적으로 알려진 풀라(Pula), 일리 커피의 고향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Trieste), 슬로베니아의 피란(Piran) 등이 있습니다. 다만 짧은 일정을 고려해 가장 가보고 싶은 로빈을 선택했어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해안 풍경과 함께 예술가의 도시라 불릴 만큼 곳곳이 낭만 가득한 곳곳을 걸어보고 싶었거든요. 바다 위에 떠 있는 듯 독특한 형태의 로빈 올드타운은 과거 실제 섬이었으나 베네치아 시절에 놓인 다리로 반도의 형태가 되었다고 해요. 로빈은 하늘 위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특히 아름다운데요. 주변에 높은 전망대가 없어 드론 촬영으로만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대신 올드타운 아래 항구 근처로 내려가면 뾰족한 종탑과 겹겹이 쌓인 파스텔톤의 건물까지 마을 풍경을 살짝 떨어져 조망할 수 있는데요, 이 근처에 주차 후 산책을 하거나 석양을 바라보며 저녁 식사를 즐기기에 좋은 위치입니다.
올드타운은 크기가 작아 한두 시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인데요, 먼저 해안을 따라 골목골목을 한 바퀴 천천히 둘러보는 걸 추천해 드려요. 도시를 그린 회화 작품이 놓인 갤러리부터 빈티지 상점까지 눈을 떼기 힘든 볼거리가 계속 이어집니다. 특히 절벽 위 바다와 맞닿은 건물들 사이로 계단이 있어 직접 내려가 볼 수 있는데요. 여름철에는 현지인과 여행객들이 실제 바다로 뛰어들기도 한다고 해요. 해변 가까이 운영하는 바에서 음료나 와인을 마시다가 다이빙을 하기도 하고, 햇살이 좋은 날에는 Plaza Balota 같은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기도 한답니다. 올드타운 중심 언덕 위로 올라가면 성 에우페미아 교회(St. Euphemia Church)와 함께 사방에 펼쳐진 아드리아해의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볼 수 있어요. 마을 입구로 내려와 항구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 Atlas에서 신선한 해산물로 만든 파스타와 튀김, 리조또를 맛보았는데요, 날씨 좋은 날 야외 테이블에 앉아 즐기기 좋은 분위기와 착한 물가에 개인적으로 만족했던 곳입니다. 여유로운 일정이라면 1박 정도 머물며 석양과 야경까지 로빈의 로맨틱한 밤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2. 모토분(Motovun)
로빈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모토분은 트러플(송로버섯)로 유명하며, 특히 향이 진하고 고급으로 취급받는 화이트 트러플(White Truffle)의 세계적인 산지 중 하나입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동화 속에서 본 듯한 성처럼 보이는데 실제 중세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과거 요새 역할을 했다고 해요. 마을 내 차량 진입은 제한되어 있어 아래쪽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셔틀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갈 수 있는데 무더운 날씨라면 가급적 버스를 이용하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배차는 30분 간격으로 편도 3.5유로(약 5800원) 티켓을 현장에서 카드 또는 현금으로 구입 가능합니다. 마을 크기는 상당히 작은 편이라 이동 경로에 식사와 산책 포함 반나절 정도면 충분해 도시 간 이동 시 들렀다가 가기 좋은 코스입니다. 메인 골목이 중앙에 있고 양옆으로 트러플 상점과 와인샵 등이 오밀조밀 모여있어 걷기만 해도 트러플 향이 진하게 느껴져요. 미리 예약하고 간 트러플 전문 레스토랑 Konoba Mondo에서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트러플 슬라이스가 듬뿍 올라간 파스타와 리조또를 맛보며 진한 풍미에 감동했답니다. 평소 트러플을 좋아하는 미식가라면 놓치지 마시고 분위기 좋은 현지 레스토랑에서 트러플 향 가득한 음식들을 천천히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가을이 제철이라는 트러플을 좀 더 깊이 경험해 보고 싶다면, 현지 가이드와 함께 사냥개를 따라 숲속에서 직접 트러플을 찾아보는 트러플 헌팅(Truffle Hunting) 체험에 도전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또한 모토분은 석회질의 토양과 햇살이 좋아 과거로부터 이스트리아에서 손꼽히는 와인 산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마을 언덕에 있는 Fakin은 동일한 이름의 와이너리가 직접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트러플과 현지 와인을 함께 페어링하기 좋은 곳입니다.
첫 크로아티아 여행은 여름 성수기의 뜨거운 햇살 아래 바다 수영을 주로 즐기며 휴양이 목적이었다면, 가을에 만난 이스트리아 반도의 두 도시는 적당히 쾌적한 날씨와 더불어 수확의 계절을 맞아 풍성하고 감각적인 여행지로 기억될 것입니다. 소도시의 한적한 분위기와 동화 같은 풍경,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까지 누릴 수 있는 이스트리아 반도 미식 여행, 어떠셨나요? 오늘도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사진ⓒ 제이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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