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멸의 와일드카드, 축제 ①> 인구 줄자 축제가 늘었다…지자체가 ‘축제’에 몰린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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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수는 37% 늘고 예산은 1.8배 커졌다
지방 소멸 막기 위한 지자체들의 생존 카드
상대적으로 쉬운 과정…제도가 키운 축제
지방 소멸의 와일드카드, 축제
① 왜 전국은 축제를 만들기 시작했나
대한민국은 지금 ‘전국 축제 자랑’을 펼치고 있다. 지역마다 새 축제가 생겨나고, 기존 축제는 해마다 몸집을 키운다. 너도나도 출렁다리와 케이블카를 놓던 유행이 이제는 “우리도 축제 하나 만들자”는 경쟁으로 옮겨붙었다.
과연 축제가 지역을 살리는 해법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여행플러스는 ‘지방 소멸의 와일드카드, 축제’ 기획을 통해 축제가 급증한 이유부터 경제효과, 성공하는 축제의 조건과 앞으로의 과제까지 4회에 걸쳐 짚어본다.
“요즘 축제가 뜨나봐. 내가 몰랐던 축제들이 이렇게 많았더라고.“
이렇게 생각했다면 착각이 아니다. 실제로 전국 지역축제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국 축제 계획 수 추이 (주: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축제 개최계획) / 사진= 야놀자리서치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축제 개최 계획에 따르면 전국 축제 수는 2019년 884개에서 2025년 1214개로 증가했다. 6년 사이 329개가 증가해 약 37.4% 늘어난 셈이다.
개수가 늘어난 만큼 예산 증가 규모도 커졌다. 전국 지역축제 예산 총액은 2019년 3448억3000만원에서 2025년 6195억1800만원으로 증가했다. 6년 만에 약 1.8배가 늘었다. 지역축제의 평균 규모도 함께 커지고 있다. 축제당 평균 예산은 2019년 약 3억9000만원에서 2025년 약 5억1000만원으로 상승했다.
축제의 예산은 연평균 약 10.3%씩 증가하고 있다. 지역축제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 도시 브랜딩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지역별 축제 수 추이 (주: 문화체육관광부 지역축제 개최계획) / 사진= 야놀자리서치
지역별 증가 폭을 보면 축제 증가의 배경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2019년과 비교하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230개에서 254개로 10.4% 증가했다. 반면 지방은 654개에서 960개로 46.8% 늘었다.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방에서 축제 증가 폭이 훨씬 컸다.
인구소멸 위기가 축제를 늘렸다
늘어난 축제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인구감소지역의 소화기 역할을 하고 있다.
변곡점은 2021년 10월 18일이다. 행정안전부가 전국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고시하면서 지방 소멸 위기가 공식화됐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논산딸기축제 딸기족욕장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지진호 논산문화관광재단 대표는 “지역의 인구 소멸 속도가 정부 예상보다 훨씬 빨라서 지방이 그만큼 위기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결국 지역이 활성화돼야 소멸을 막을 수 있다. 축제를 한다고 주민이 바로 이주해 오는 것은 아니지만, 단기간에 효과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사업이다. 축제를 통해 특산물을 구매하고 지역 소비가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는 이후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도입했다. 정부는 10년간 매년 1조원 규모의 재원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2022년에는 7500억원이 배정됐다.
음성품바축제 / 사진= 음성군
지방소멸대응기금은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전략과 투자계획을 수립해 제출하면 평가와 협의, 자문을 거쳐 배분 금액이 결정되는 상향식 지원 정책이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태워 축제를 만들었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행사성 축제에는 사용할 수 없고 관광지 보수, 프로그램 운영 등에는 활용이 가능하다.
여행·관광산업 전문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는 대응 기금과 인구 감소 지역 지정이 축제를 개최할 수 있는 관광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기금 도입 초기 지자체 투자계획에서 문화·관광 분야는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2022년 문화·관광 분야는 전체 사업의 28%, 2023년에는 26%를 차지했다. 2022년부터 2024년 6월까지 누적 기준으로도 문화·관광 분야 비중은 25%로 가장 높았다. 축제가 늘어난 것도 결국 생활 인구 확대를 위한 해법으로 관광과 축제에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순창군 떡볶이 페스타 성과 발표 자료 / 사진= 순창발효관광재단
‘마이 돌깨비 난장 축제’와 ‘별별 소원의 밤’ 축제를 새로 시작한 진안군의 관계자는 “전북도 자체 사업으로 명품관광지 수요조사를 했다. 이 가운데 우수·최우수 평가받은 축제 2개에 예산을 편성했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총사업비 59억원 중 6억3000만원이 축제에 편성됐다. 인구 감소가 심해질수록 관광객이 많이 찾아 소비하는 것이 중요해 축제를 대안 가운데 하나로 추진했다.”고 말했다.
순창군 관계자는 “지자체 전반적으로 관광 분야에 대한 관심과 범위가 넓어지면서 관광 프로젝트와 콘텐츠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순창장류축제에 이어 순창 고추장을 활용한 떡볶이 축제를 새롭게 발굴했고, 군 단위뿐 아니라 읍·면 단위 소규모 행사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작은 지역까지 소비를 유도하고 관광객을 분산시켜 생활 인구를 늘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낮은 진입장벽도 축제를 늘렸다
축제 규모별로는 소규모 축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5년 기준 3억원 미만 축제는 741개로 전체의 61.0%를 차지했다. 2019년 545개에서 196개 증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
전체 |
3억원 미만(비중) |
1억원 미만 |
5천만원 미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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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제수(개) |
비중(%) |
축제수(개) |
비중(%) |
축제수(개) |
비중(%) |
||
|
2025 |
1214 |
741 |
61.0 |
381 |
31.4 |
182 |
15.0 |
|
2024 |
1170 |
753 |
64.4 |
391 |
33.4 |
201 |
17.2 |
|
2023 |
1129 |
743 |
65.8 |
394 |
34.9 |
186 |
16.5 |
|
2019 |
885 |
545 |
61.6 |
267 |
30.2 |
133 |
15.0 |
야놀자리서치는 소규모 축제가 증가한 이유 중 하나로 낮은 제도적 진입장벽을 언급했다. 새로운 축제를 만드는 데 필요한 행정 절차가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다는 것이다.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규칙’ 제3조에 따르면 시·군·구가 추진하는 총사업비 1억원 이상 3억원 미만의 공연·축제 등 행사성 사업은 자체 투자심사 대상이다. 반면 총사업비 1억원 미만 사업은 투자심사 대상에서 제외다.
일정 규모 이하 축제는 중앙 차원의 엄격한 심사나 외부 검증 없이 지자체 내부 절차만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는 소규모 축제 신설에 따른 행정 부담을 낮추고 지자체가 비교적 손쉽게 신규 축제를 기획·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김천 김밥축제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절차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단기간에 효과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사업이다 보니 축제가 지자체들의 ‘와일드카드’가 된 셈이다.
일정 규모 미만 축제는 전국 단위 비교·검색이 가능한 원가 정보 공개가 제한된다는 점도 소규모 축제 증가의 배경으로 꼽았다.
‘지방재정법’ 제60조와 시행령 제68조에 따르면 지자체는 재정운용 상황을 매년 주민에게 공시해야 한다.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결산공시 대상은 집행액 기준 광역자치단체 5000만원, 기초자치단체 1000만원 이상 모든 행사·축제다.
반면 행정안전부 지방재정365 통합공시와 공공데이터에서 전국 비교가 가능한 대상은 광역자치단체 5억원, 기초자치단체 3억원 이상으로 한정된다. 이 때문에 기초지자체의 3억원 미만 축제는 자체 공시에서는 원가가 공개되더라도 전국 단위 비교·검색이 가능한 행정안전부 통합공시에서는 제외한다.
공주시 공주 페스티벌 / 사진= 문서연 여행+ 기자
이 같은 구조는 지자체로서 축제를 비교적 쉽게 신설할 수 있고, 일정 규모 미만의 경우 개별 집행 내역 공개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이러한 제도적 환경이 소규모 축제 증가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야놀자리서치 연구원은 “지역축제 증가는 지방소멸 대응과 생활인구 확대라는 정책적 필요, 문화·관광 공모사업 확대라는 공급 측 유인, 낮은 투자심사 장벽, 일정 규모 미만 축제에 대한 제한적 정보공개 구조가 맞물리며 지역축제 증가를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생활 인구 증대를 위한 축제 지원이 국가 전체 차원의 재정 투입 대상으로 얼마나 타당한지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지역 간 방문객 유치 경쟁이 과도해질 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보다 제한된 인구와 소비를 지역 간에 재배분하는 ‘제로섬’ 성격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생활인구 확대를 명분으로 한 축제 지원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와 신규 관광수요 창출 여부, 재정 투입 대비 편익 등을 보다 엄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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