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멀고도 가까운, 여행이 아닌 삶이 있는 곳으로 떠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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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멀고도 가까운,
여행이 아닌 삶이 있는 곳으로 떠난 이들
낯설게만 여겼던 공간이 익숙해지거나 새롭게 보일 때가 있다. 섬과 DMZ 비무장지대가 어쩌면 적절한 대상일지 모른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섬은 흔한 듯 하지만 도시가 일상인 이들에게는 의외로 접하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DMZ는 한 단계 더 난이도가 있다. 출입 자체부터 목적에 따라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따라서 대부분 방문 자체가 제한적이다. 그렇다 보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여행을 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독도 / 사진 = 북트리거
강이석 작가의 ‘가도 가도 섬 이네!’는 직접 전국의 섬 이곳저곳 현장을 누빈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리와 문화, 생태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냈다. 김영준 작가의 ‘DMZ 평화의 길을 걸어요’는 DMZ라는 특별한 곳을 여행하는 즐거움과 우리 국토를 더 깊이 이해하고 소중히 바라보는 시선을 선물한다.
여책저책은 단순한 여행지 소개를 넘어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 자연의 가치를 함께 담아낸 두 책을 만난다.
가도 가도 섬이네!
강이석 | 북트리거
바다를 건너야 닿을 수 있는 곳. 그래서 섬은 늘 여행의 끝자락에 있는 풍경처럼 여겨진다. 대부분의 여행자는 아름다운 해변과 일몰을 떠올리고, 조금 더 관심 있는 사람은 맛집과 명소를 찾는다. 책 ‘가도 가도 섬이네!’는 그 익숙한 여행법을 조용히 바꿔 놓는다. 이 책은 섬을 볼거리가 아니라 읽을거리로 만든다.
지리 선생님이자 유튜브 채널 ‘지리는 강선생’을 운영하는 강이석 저자는 전국의 섬을 직접 찾아다니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령도에서 독도까지, 제주도에서 신안군까지, 이름만 들어도 익숙한 섬들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전혀 다른 얼굴을 만나게 된다.
경북 울릉도 / 사진 = 북트리거
가장 흥미로운 점은 저자가 끊임없이 “왜?”를 던진다는 것이다. 제주도에는 왜 독특한 가족 문화가 자리 잡았을까. 울릉도는 왜 외식 물가가 높을까. 백령도에서는 안개가 끼면 카드 결제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도는 왜 작은 섬 이상의 의미를 가질까. 관광 안내서라면 지나쳤을 질문을 저자는 끝까지 파고든다.
그리고 그 답은 언제나 지리와 역사, 사람의 삶으로 이어진다. 덕분에 독자는 풍경보다 배경을 먼저 보게 된다.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이 왜 만들어졌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여행기인 듯하지만 역사책이고, 지리 교양서인 듯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인문 에세이인 이유다.
경남 거제시 / 사진 = 북트리거
책은 총 15개의 섬 이야기를 크게 여섯 개 주제로 풀어낸다. 섬의 정의와 영해 개념부터 시작해 제주도와 울릉도의 문화, 한강의 하중도, 강화도와 진도의 역사, 백령도·마라도·독도 같은 국경의 섬, 그리고 고군산군도와 영종도, 거제도처럼 개발과 변화의 한가운데 놓인 섬까지 폭넓게 다룬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목소리다. 울릉도 학생들과의 짧은 인터뷰에서는 관광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섬 청소년들의 현실이 드러난다. 백령도에서 근무했던 공무원, 제주와 신안에서 살아가는 교사, 거제 조선소 노동자의 이야기도 곳곳에 실려 있다.
전남 신안군 / 사진 = 북트리거
사진도 풍성하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100장이 넘는 사진과 드론으로 담은 풍경은 섬의 규모와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여기에 지도와 교통 정보까지 곁들여져 실제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에게도 유용하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가이드북’이 아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한 번 읽으면 여행의 깊이가 달라지고, 여행을 다녀온 뒤 읽으면 기억이 더욱 선명해지는 책에 가깝다.
책은 섬을 좋아하는 사람만을 위한 책도 아니다. 오히려 섬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독자일수록 더 흥미롭게 읽힌다. 여행 프로그램에서 스쳐 지나갔던 장소들이 하나둘 살아 움직이고, 지도 위 작은 점으로만 보였던 섬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품은 공간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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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평화의 길을 걸어요
김영준 | 바른북스
비무장지대(DMZ)는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장 낯선 공간이다. 뉴스에서는 자주 등장하지만 정작 직접 걸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 철책과 군사시설, 긴장과 분단의 상징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DMZ를 소재로 한 책이라고 하면 역사나 안보를 다룬 다소 무거운 교양서를 떠올리기 쉽다.
KBS 기자이면서 동시에 동화를 쓰는 작가인 김영준 저자의 ‘DMZ 평화의 길을 걸어요’는 그런 예상에서 한 걸음 비켜선다. 이 책은 DMZ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DMZ를 만나게 한다. 평화를 외치는 대신 평화를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이끈다. 동화라는 가장 부드러운 형식을 통해서다.
저자는 실제로 DMZ와 접경지역을 오랫동안 취재하고 답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 위에 상상력을 얹었다. 그래서 책 속 공간은 허구이지만 풍경만큼은 실제처럼 살아 움직인다. 숲길과 생태, 전망대와 케이블카, 접경지역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독자는 어느새 DMZ를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책에는 세 편의 동화가 담겼다. 표제작 ‘DMZ 평화의 길을 걸어요’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 DMZ 평화의 길을 걸으며 자연과 평화의 의미를 배우는 이야기다. 관광지를 소개하는 여행기가 아니라 함께 걸으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이 중심이 된다.
아이는 숲을 바라보고, 어른은 그 풍경 속에 담긴 역사를 이야기한다. 독자는 그 대화를 따라가며 평화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걷는 일상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두 번째 작품 ‘오늘의 숙제 : 이웃 인터뷰하기’는 제3회 보훈신춘문예 당선작답게 더욱 현실적인 울림을 준다. 숙제를 위해 참전용사를 찾아간 아이는 인터뷰를 통해 교과서에서 배우지 못했던 평화의 의미를 배운다.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와 오늘을 살아가는 아이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은 특별한 사건 없이도 깊은 감동을 만든다. 평화는 과거의 희생 위에 세워졌고, 그 기억을 이어가는 일 역시 우리의 몫이라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세 번째 작품 ‘DMZ 잠의 숲 탈출기’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신비로운 DMZ 마을과 잠의 숲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담이다. 친구를 구하기 위한 용기와 협력, 자신을 믿는 마음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현실 공간인 DMZ를 판타지 무대로 확장하면서도 결국 이야기의 목적지는 성장이다. 어린 독자들은 모험을 따라가고, 어른들은 그 속에 숨은 평화와 공동체의 의미를 읽게 된다.
이 책의 장점은 DMZ를 정치나 이념의 공간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자연과 생태, 사람과 일상을 함께 품은 장소로 바라본다. 실제 DMZ는 사람의 출입을 제한한 덕분에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생태 보고가 됐다. 저자는 이 특별한 자연환경을 아이들의 호기심과 연결한다. 그래서 독자는 철조망보다 숲을 먼저 떠올리고, 긴장보다 생명을 먼저 바라보게 된다.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지만 어른이 함께 읽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아이는 모험을 읽고, 부모는 역사와 평화를 읽는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걸으며 답을 찾아가자고 손을 내민다. 평화를 가장 쉽고 깊게 이야기하는 한 권의 동화가 바로 ‘DMZ 평화의 길을 걸어요’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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