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여책저책] 사춘기도 이긴다는 갱년기…빠르게 보다 느리게 떠난 여행길

여행플러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Google 검색에서 여행플러스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여책저책] 사춘기도 이긴다는 갱년기…빠르게 보다 느리게 떠난 여행길

누구나 인생의 전환기인 중년을 맞이할 테죠. 누구보다 바쁘게 일상을 살아오던 자신에게 느릿한 여유가 있는 여행을 선물하는 것은 어떨까요. 화려한 명소를 소비하는 관광 대신, 스스로 선택한 고요 속에서 하루의 밀도를 채워가는 방식으로 말이죠.

여책저책은 책 ‘날아 봐, 떠나 봐, 나를 봐’와 책 ‘생애 한 번쯤은, 지중해 위를 걷다’를 통해 인생 후반전을 단단하게 채워나갈 용기와 삶의 이정표를 만납니다.

날아 봐, 떠나 봐, 나를 봐

김경아 | 미다스북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사춘기. 모든 것이 싫고, 청개구리 삶을 살고 싶을 때가 바로 이 시기다. 하지만 혹자는 어마무시한 사춘기를 이기는 것이 갱년기라고 한다. 특히 엄마의 갱년기는 사춘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갱년기는 단순한 신체적 노화를 넘어 ‘엄마’와 ‘아내’라는 사회적 역할의 변화와 맞물린다. 거대한 심리적 지진이라고까지 할 만큼 요동친다. 잘 살아왔다고 자부했음에도 문득 찾아오는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과 무기력 앞에 서면 삶의 궤도 전체가 흔들리는 듯한 불안에 휩싸인다.

책 ‘날아 봐, 떠나 봐, 나를 봐’의 저자 김경아는 이 무거운 갱년기라는 신호탄 앞에서 주저앉는 대신 낡은 여권을 챙겨 들고 길 위로 나섰다. 이 책은 50대라는 생의 중간 지점에서 조용히 비행 방향을 바꾸어 다시 자기 자신에게로 향해 걸어간 성실하고 담담한 치유의 기록이다.

저자는 “살고 싶어 떠났고, 돌아와 피어났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이 책이 지닌 가장 미덕 있는 지점은 시중의 수많은 가이드북처럼 극적인 치유를 성급하게 선언하지 않는다. 책은 흔들리는 상태 그대로의 삶을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를 취한다.

미국 옐로스톤의 압도적인 대자연 속에서 비로소 팽팽했던 숨을 고르고, 캐나다 밴쿠버에서 타인에게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삶의 방식을 배운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을 유랑하면서는 트램의 속도에 맞추어 자신의 걸음을 재조정하고, 늘 공사 중인 도로를 보며 우리의 인생 역시 끊임없이 보수해 나가는 과정이다.

관광지의 화려한 이면을 들추는 대신 철저히 저자 개인의 감정 지형을 따라 이동하는 여정은 독자들에게 묘한 동질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책은 중년 여성이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나이가 들며 변화하는 몸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 옷차림 하나에도 검열을 붙여야 했던 억압에서 벗어나 이탈리아와 독일의 거리에서 나답게 입는 법을 배우는 저자의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눈물겹다.

바티칸 피에타 상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비로소 ‘딸이었고 엄마였고 마침내 나’라는 주체적인 존재로 우뚝 서는 순간은 이 책의 백미다. 저자는 낭만적인 풍경 이면에 숨겨진 우울과 불안, 노화의 징후들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을 억지로 이겨내려 애쓰기보다 삶의 무게중심을 ‘잘 버티는 삶’에서 ‘조금 덜 애쓰는 삶’으로 미세하게 옮겨갈 뿐이다.

프랑스 에펠탑의 위트나 크로아티아의 파란 의자 하나에 깃든 침묵 속에서 저자가 써내려 간 문장들은 멀리 가는 것보다 무엇을 내려놓고 돌아오는지가 더 중요함을 일깨워준다.

건강하게 잘 자란 할머니가 되기 위해 오늘도 읽고 쓴다는 저자의 다짐처럼 이 책은 화려한 성취 대신 작고 소중한 것들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돌진하는 폭주를 멈추고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 싶다면 이 책이 제안하는 느린 걸음에 동참해 볼 일이다.

책장을 덮고 나면 비로소 내 안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이 책은 일상의 복잡한 소음을 끄고 온전한 나를 마주하려는 이들에게, 가장 안전하고 조용한 착륙 지점이 돼줄 것이다.

생애 한 번쯤은, 지중해 위를 걷다

정찬수 | 북베이크

모든 것이 초고속으로 흐르는 시대다. 여행조차 ‘더 많이, 더 빠르게’라는 효율성의 법칙에 저당 잡힌 지 오래다. 스마트폰 화면 가득 쏟아지는 명소의 체크리스트를 지워나가듯 사정없이 몰아치는 일정 속에서 현대인들은 정작 장소의 깊이를 음미할 시간을 잃어버렸다.

이러한 관광의 피로감은 역설적으로 가장 느린 이동 수단을 통해 여행의 속도와 삶의 밀도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책으로 탄생했다. 현직 법조인이자 오랜 시간 여행과 사진, 와인을 기록해 온 정찬수 변호사가 책 ‘생애 한 번쯤은, 지중해 위를 걷다’를 썼다. 그는 서부 지중해의 푸른 물결 위에서 길어 올린 인생 후반전을 향한 나직하고 단단한 사색의 기록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이탈리아 로마를 시작으로 시칠리아, 스페인 바르셀로나‧마르세유, 그리고 몰타와 제노바 등 서부 지중해의 유서 깊은 항구 도시들을 순환하는 크루즈 여행을 이 책의 무대로 삼았다. 그러나 이 책은 흔한 크루즈 여행의 화려함을 찬양하거나 기항지의 이국적인 풍경을 다루는 관광 가이드북이 아니다.

저자에게 크루즈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숙박과 이동, 식사와 휴식을 정교하게 결합한 ‘바다 위를 움직이는 도시’다. 밤새 어둠을 가르며 미끄러지듯 이동해 눈을 뜨면 새로운 항구에 닿아 있고, 한낮의 탐험을 마친 뒤 다시 바다라는 거대한 안식처로 돌아오는 여정은 크루즈만의 매력이다.

책의 서사는 법조인 특유의 치밀한 관찰력과 여행자의 유연한 감성이 절묘하게 교차하며 독특한 결을 만들어낸다. 저자는 서두르지 않고 하루를 깊이 있게 채워가는 방식을 통해 그동안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온 이들에게 ‘머무는 여행’의 진짜 가치를 일깨워준다.

더 많은 곳을 빠르게 지나치는 전반전의 삶이 지나갔다면, 인생의 후반부에는 하루를 얼마나 밀도 있게 보낼 것인가가 더 중요한 화두가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60세 이후의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묵직한 공감대를 선사한다. 직선의 속도전을 멈추고 곡선의 유랑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삶의 새로운 주파수가 켜진다면서 말이다.

책은 감성적인 읽을거리에 머물지 않고 실용적인 미덕을 함께 갖추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에세이의 유려한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크루즈 선내에서의 세련된 생활 방식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스마트한 정보 검색, 기항지에서의 효율적인 이동 전략 등 초보 여행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실질적인 노하우들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낯선 공간이 주는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지닌 독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다정한 길잡이가 돼주는 셈이다.

책은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온전한 나만의 시간을 차리고 싶은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익숙한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나 살아있다는 감각을 다시금 깨우고 싶다면, 이 책이 건네는 지중해의 느린 시간에 주파수를 맞추어볼 일이다.

장주영 여행+ 기자

✈
여행플러스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트렌디'한 여행 정보를 받아보세요!
https://www.instagram.com/trip_plus/
2.2K
게시물
23.2K
팔로워
2
팔로우

관련 기사

여행플러스
viewus@mk.co.kr

댓글0

300

댓글0

[여행꿀팁] 랭킹 뉴스

  • 내빈석 따로 없습니다…해남미남축제가 의전을 없앤 까닭 [페스티벌 플러스]
  • 올가을 단풍 언제 절정일까…전국 절정 시기 한눈에 볼 수 있네
  • 한일축제한마당 2026 성료…전통 공연부터 관광·먹거리까지 한자리에
  • 비행기 놓칠까 식사 포기? 인천공항 모바일 주문 서비스 도입 [항공+]
  • [장주영 기자의 여책저책] 완벽하지 않아도 함께라는 이유로 손 잡으니 생긴 일
  • 한우 먹고 불꽃놀이까지…가을밤 제대로 즐기는 축제 열리는 ‘이곳’ [페스티벌플러스]

당신을 위한 인기글

  • 한국인들이 사랑한 미국인 인기 유튜버 올리버쌤 10년 만에 방송 중단
  • 새로운 여성과 데이트 할 때마다 前 아내에게 연락한다는 인기 야구인
  • 김주하가 前 남편과의 사기 결혼을 직감하게 된 결정적 계기
  • 백종원, 전현무 제치고 대한민국 말실수 논란 스타 1위 오른 인물
  • 세계 최고의 축구팀을 한국으로 데려왔지만 100억 파산 위기 맞은 여자
  • 괌에서 HOT 구경하다 캐스팅된 17세 소녀…한국 국민요정이 되다
  • 코미디언 박명수 딸의 놀라운 근황…대박 성공 행보
  • 잘 알려지지 않은 삼성 이재용 회장이 타고다닌 자동차 수준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