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책저책] 여행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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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책저책] 여행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일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배우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했죠. 바라보는 것에 따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행을 떠나 자연을 마주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볕이 좋고 바람이 선선한 때의 자연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분명 같은 곳인데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강풍이 불면 달라지겠죠.
책 ‘모든 날의 강원’은 강원 지역의 자연, 역사 등이 주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 그리고 그 이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엽서 같은 풍경 뒤에 쌓인 사람들의 땀과 역사를 읽습니다.
책 ‘나의 직업은 여행입니다’는 화려해보이는 여행 크리에이터의 일상 뒤에 감춰진 어려움과 갈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습니다.
여책저책은 두 저자의 책을 통해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이 아닌 멈추고 깊이 바라보는 자세를 살펴봅니다. 그 과정에서 얻은 것 역시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과 시선이라는 것도 전합니다.
모든 날의 강원
이영재 | 모요사
동해의 푸른 바다, 설악산의 장엄한 설경, 그리고 여름철의 북적이는 피서지. 우리가 흔히 ‘강원도’라고 하면 떠올리는 전형적인 이미지들이다. 최근 출간한 이영재 작가의 ‘모든 날의 강원’은 이러한 엽서처럼 납작한 풍경 뒤에 숨겨진 강원의 진짜 속살을 깊이 있게 소개한다.
저자는 KBS 강릉방송국 아나운서로 강릉에 터를 잡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토포필리아적 인간’이자 ‘공간 반골’이라 부른다. 때문에 화려하게 도약하는 대도시나 번성하는 공간 보다는 인구가 줄고 쇠락해 가는 구도심을 선호한다. 또 사람의 온기가 깊게 배어 있는 장소에서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책은 단순한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저자의 철학이 담긴 인문 에세이에 가깝다.
책은 강원의 자연을 단순히 아름다운 절경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풍경은 언제나 사람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 저자는 강원의 공간을 땀과 역사가 켜켜이 쌓인 문화와 생활이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동해 논골담길의 가파른 경사는 그저 전망 좋은 언덕이 아니라 비탈을 따라 삶을 밀어 올려야 했던 사람들의 생활사라고 적었다. 정선 아우라지의 물길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삶에서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를 성찰하게 하는 장소라 되짚었다.
아픔과 역사가 새겨진 장소도 빼놓지 않았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관심이 뜨거운 영월의 장릉과 엄흥도의 묘를 따라 이어지는 서사를 책 속에 싫었다. 단종의 비극을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죽음 앞에서도 인간의 도리를 다했던 충신의 의지를 전했다. 산업유산의 공간인 태백을 ‘검은 시간’과 ‘흰 시간이 함께 포개진 곳’으로 묘사했다. 태백의 겨울 하늘 아래 순도 100%의 검은 밤하늘을 무대로 펼쳐지는 찬란한 별빛의 향연은 혹독한 계절을 견뎌낸 삶의 무게가 그 안에 스며 있다고 썼다.
또 저자는 강릉단오제에 대해 외지인에게는 며칠간의 축제로 비치지만 지역민에게는 계절의 리듬과 시장의 활기, 사람들의 체취가 살아나는 생활 그 자체라고 역설한다. 안목해변의 보잘것없는 자판기에서 출발해 전국적인 커피 생태계로 성장한 강릉의 커피 이야기는 시간이 빚어낸 독특한 서사를 증명한다. 이 밖에도 옥계나 한계령, 내린천의 휴게소, 예밀리의 그윽한 와인 향 등 한때 경유지에 불과했던 공간들이 새로운 목적지로 변모하는 과정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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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의 지형은 ‘봉긋한’이나 ‘야트막한’ 같은 단어로는 다 담을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근육질의 기세를 지니고 있다면서 말이다. 저자는 강원의 높은 고도와 거센 바람, 극단적인 계절이 빚어낸 육백마지기와 안반데기, 매봉산 바람의 언덕 같은 ‘언덕 삼대장’을 압도적인 파노라마로 그려낸다.
책은 우리가 빠르게 지나쳐 왔던 강원을 잠시 멈추고 다시 읽게 만든다. 다이어리를 펼쳐 강원으로 향하는 날을 찾게 만드는 이 책은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벅찬 감동과 위로를 얻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든든한 동행이 돼줄 것이다.
나의 직업은 여행입니다
강은빈 | 도서출판 푸른향기
“여행이 직업이 된다면 어떨까.” 많은 이들이 꿈꾸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현실로 만들어낸 부부 크리에이터가 있다. 팔로워 4만7000명과 함께 월 1000만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써니앤쎄이’의 강은빈 저자가 책 ‘나의 직업은 여행입니다’를 출간했다. 책은 화려하게만 보이는 여행 크리에이터의 일상 뒤에 숨겨진 치열한 현실과 내면의 성장을 진솔하게 풀어냈다.
저자는 그저 여행이 좋아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여행하면서 돈도 벌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크리에이터의 길에 들어섰다. 책은 롯데백화점, 여기어때 등의 강연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과의 협업, 그리고 채널S 예능 프로그램 ‘다시 갈 지도’ 출연까지 쉼 없이 달려온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담고 있다.
그렇다고 책은 화려한 성공의 비결만 다루지 않았다. 저자는 낮에는 열심히 취재하고 밤에는 좀비처럼 보정의 늪에 빠져 지내는 창작의 고통을 가감 없이 실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일의 괴로움, 알고리즘과 숫자에 흔들리는 불안감, 그리고 콘텐츠 제작에 지쳐 찾아온 번아웃까지 크리에이터가 겪는 진짜 고민을 털어놓는다. 또한 부부이면서 동시에 함께 일하는 파트너로서 마주하는 이중관계의 어려움과 갈등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은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선사한다.
저자는 여행이라는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가 아닌 ‘사람’이라고 역설한다. 아무리 유익한 정보라도 콘텐츠 속의 사람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때 팔로워 전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독자들은 단순히 정보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크리에이터 개인을 구독하는 시대에 어떻게 ‘나’를 브랜드화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책에는 인스타그램 계정 세팅과 릴스 및 캐러셀 제작 노하우, 광고주를 만족시키는 콘텐츠의 정성 등 실질적인 가이드도 함께 담겼다.
책의 후반부에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던 캐나다와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의 기록이 이어진다. 캐나다 밴프에서 마주한 ‘댄싱 오로라’의 경이로움, 그리고 지난 3년간의 번아웃을 자연의 품에서 치유받는 에필로그는 독자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
책은 여행과 일을 병행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돼준다. 환상이 아닌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스스로의 기준을 세우며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가는 한 크리에이터의 성실한 기록이기도 하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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