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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책저책] 괴롭고 힘들고 슬펐던 기억이 시간 지나면 추억이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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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책저책] 괴롭고 힘들고 슬펐던 기억이

시간 지나면 추억이 되는 이유

좋음과 좋지 않음은 무릇 평가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기준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립니다. 잘함과 못함도 궤를 같이합니다. 어쩌면 여행은 이런 평가에서 자유롭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여행을 떠나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만 있지 않죠. 괴롭고 힘들고 슬펐던 기억도 분명 자리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떠올리면 당시 안좋았던 일도 어느새 추억이란 이름으로 웃으며 말하게 됩니다.

탄자니아 / 사진 = 언스플래쉬

책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와 ‘마그넷 수집가’는 내용이나 형태 등이 다르지만 ‘여행’이란 공통점을 지녔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찾는다면 여행을 통해 자신과 삶의 의미를 성찰한다는 것인데요.

시인 나태주는 탄자니아 여정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노래하고요. 저자 서지선은 마그넷에 담긴 기억으로 여행 이후의 삶을 이어갑니다. 두 작품 모두 여행을 ‘기억과 성찰의 과정’으로 확장하는데요. 여책저책은 두 저자가 여행의 끝에서 비로소 삶을 돌아보는 여정을 따라갑니다.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나태주 | 달 출판사

“여기 오기를 잘했다. 너를 다시 만나기를 참 잘했다.” 나태주 시인이 이토록 극찬한 ‘여기’와 ‘너’는 누구일까. 저자가 최근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를 들고 독자들에게 돌아왔다. 여든의 삶과 여행의 의미를 조용히 풀어낸 이 책은 탄자니아에서 보낸 일주일의 시간을 바탕으로, 삶의 본질과 인간의 감정을 되짚는 여행기이자 시집이다.

책은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니다. 저자는 6년간 후원해온 한 소녀를 만나기 위해 20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다하고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마주한 자연과 사람, 그리고 자신의 삶을 시인 나태주만의 감성을 담아 시와 그림으로 내보였다. 붉은 먼지와 뜨거운 햇빛, 낯선 풍경 속에서 그는 “생애 최상의 여행”을 경험했다고 회고한다.

사진 왼쪽부터 ‘탄자니아 풍경’ 연필화, ‘정겨운 배려’ 연필화 / 사진 = 달 출판사

총 134편의 시로 구성한 이번 시집은 세 개의 장으로 나뉜다. 1부 ‘탄자니아의 시’에서는 현지에서의 체험과 감정을, 2부 ‘생명의 선물’에서는 지나온 삶에 대한 감사와 성찰을, 3부 ‘먼 곳’에서는 시인의 인생 여정 속 다양한 공간과 기억을 풀어낸다. 특히 “돌아보면 떠나온 그곳이 천국”이라는 메시지는 독자들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시집 곳곳에는 시인이 직접 그린 연필화 62점이 함께 실렸다. 탄자니아의 풍경과 동물, 그리고 소박한 일상의 장면들이 담긴 그림은 시와 어우러져 한층 깊은 울림을 더한다. 여기에 화가 윤문영의 작품이 더해지며 시각적 완성도 또한 높였다.

사진 왼쪽부터 네마 니코데무와 나태주 선생님 / 사진 = 달 출판사

이번 작품은 빠른 속도와 효율을 강조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멈춤’의 가치를 강조한다. 저자는 “잠시 발을 멈추고 돌아보면 지금의 삶도 충분히 천국일 수 있다”고 말하며, 독자들에게 삶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오랜 시간 교단과 문학 현장을 오가며 수많은 작품을 남긴 나태주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특별한 장소가 아닌, 우리가 지나온 시간 자체가 이미 충분히 아름다웠다는 깨달음이다.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는 여행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결국 자신을 마주하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시인의 담담한 언어는 독자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네며 묻는다. “지금 당신이 서 있는 그곳은, 이미 천국이 아니었는가”라고 말이다.

마그넷 수집가

서지선 | 크루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는 방법은 각자 다르다. 누구는 사진이나 영상, 다른 이는 엽서나 그림, 또 다른 사람은 머그컵이나 스노볼 등으로 여행을 마친 뒤 허한 마음을 달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기념품이 있다. 마그넷(자석)이다.

이 작은 마그넷으로 여행의 기억을 실타래 풀 듯 풀어낸 감성 에세이가 출간됐다. ‘느긋하고 솔직한 지리 덕후의 유럽 여행’이란 부제를 단 책 ‘마그넷 수집가’다. 이 책은 여행지에서 모은 마그넷을 바탕으로 유럽 각 도시의 풍경과 감정,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저자 서지선은 지리와 여행을 주제로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여행작가로, ‘지리 덕후가 떠먹여주는 풀코스 세계지리’ 등으로 독자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그는 지도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직접 발로 걸으며 경험한 이야기를 기록해 왔다. 이번 책에서는 유럽 각지에서 수집한 마그넷을 매개로 여행의 기억을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 사진 = 언스플래쉬

책은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독일 하이델베르크, 이탈리아 베네치아와 로마 등 유럽 주요 도시부터 프랑스 지베르니, 이탈리아 부라노, 독일 트리어 같은 비교적 조용한 지역까지 다양한 장소를 다룬다. 책은 ‘꿈꿔 온 도시’ ‘조용한 사색’ ‘함께라는 인생의 조각’ ‘비현실의 현실’ 등 네 개의 장으로 구성해 각 도시에서의 경험과 감정을 차분히 전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마그넷’이라는 일상적인 기념품을 중심에 두었다는 점이다. 여행에서 흔히 구입하는 작은 자석 하나가 단순한 장식품이 아니라 기억을 불러오는 매개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냉장고에 붙은 마그넷을 바라보는 순간, 그곳의 풍경과 소리, 사람들과의 만남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고 말한다.

런던의 마그넷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도시를 처음 마주한 순간의 설렘을 떠올리게 하고, 파리의 마그넷은 에펠탑을 바라보며 느꼈던 개인적인 시선을 담아낸다. 베네치아에서는 길을 잃는 경험조차 여행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도시의 매력을 발견하고,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음악이 흐르는 여름밤의 기억을 마그넷에 담아낸다.

프랑스 지베르니 / 사진 = 언스플래쉬

이처럼 마그넷 하나에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여행 중 겪은 다양한 감정과 사건이 함께 담긴다. 낯선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짧은 인연,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느낀 감정,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마주한 내면의 변화 등을 작은 기념품 속에 축적시킨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솔직하고 유쾌한 문체로 풀어내며 독자들에게 공감과 웃음을 전한다.

책은 여행의 본질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저자는 여행이 단순한 이동이나 소비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낯선 환경 속에서 길을 잃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때로는 혼자가 되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책은 여행 이후의 시간에도 주목한다. 여행은 끝나지만 기억은 계속된다는 점에서, 마그넷은 일상 속에서 여행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사진이 점점 흐려지고 기억이 희미해질 때, 작은 마그넷 하나가 그 순간을 다시 불러내며 우리를 다시 여행자로 만든다.

이탈리아 부라노 / 사진 = 언스플래쉬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기억을 수집하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가 모은 마그넷은 곧 하나의 지도와도 같고 각 도시의 이야기와 개인의 경험이 맞닿는 지점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여행이 남기는 의미와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마그넷 수집가’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여행의 기억을 다시 꺼내보고 싶은 이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냉장고 문에 붙은 작은 마그넷처럼, 사소하지만 오래 남는 기억의 힘을 조용히 일깨운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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