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수도 하노이를 걷다 보면 이따금 프랑스에 온 듯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베트남 전통 건축물 사이로 파리에서나 볼 법한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하노이에 도대체 왜 이런 프랑스풍 건축물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 이유는 베트남의 아픈 역사와 관련이 있다. 베트남은 19세기 후반부터 1954년까지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특히 하노이는 1902년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수도가 되면서 프랑스식 도시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때 지어진 프랑스풍 관공서와 성당, 극장 등 유럽풍 건축물들이 지금까지 하노이 곳곳에 남아 있다.
비록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상처로 남은 역사의 흔적이지만 지금은 하노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베트남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하노이의 프랑스풍 건축물 세 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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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St. Joseph’s Cathedral 성 요셉 대성당 |

사진= 이경동 여행+ 에디터
첫 번째 장소는 성 요셉 대성당(St. Joseph’s Cathedral)이다. 하노이의 어느 기념품점에 가도 성 요셉 대성당의 포토카드를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하노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다. 호안끼엠 호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에도 좋다.
성 요셉 대성당을 처음 마주하면 동양에 있는 성당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흔히 프랑스나 독일에서 볼 법한 어두운 외관에 성당 중앙의 십자가와 조각상은 마치 유럽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성 요셉 대성당은 1886년 완공된 네오고딕 양식의 성당으로, 실제로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본떠 지어졌다고 한다. 왠지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성 요셉 대성당은 프랑스가 하노이를 점령한 이후 가톨릭의 중심지 역할을 하기 위해 건립됐다. 이후 하노이 가톨릭 공동체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성당 정면 양쪽에는 약 31m 높이의 종탑이 우뚝 솟아 있어 굉장한 위압감이 느껴진다. 내부 역시 유럽의 성당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다. 높은 아치형 천장과 유럽 성당의 대표적인 건축 요소인 스테인드글라스가 눈길을 끈다. 특히 햇빛이 들어올 때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내부를 여러 색으로 물들여 굉장히 아름답다.
성 요셉 대성당
1 P. Nhà Thờ, Phường, Hoàn Kiếm, Hà Nội 100000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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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Hanoi Opera House 하노이 오페라하우스 |

사진= 이경동 여행+ 에디터
호안끼엠 호 주변을 구경하다 보면 갑자기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건축물이 눈에 들어온다. 관공서 같기도 하고 대형 카페 같기도 한 이 건물은 바로 하노이 오페라하우스(Hanoi Opera House)다. 이 건물이 유독 눈에 띄는 이유도 바로 프랑스 건축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앞서 봤던 성 요셉 대성당이 중세 유럽의 고딕 건축을 재현했다면, 오페라하우스는 신고전주의 건축의 특징을 보여준다.
하노이 오페라하우스는 프랑스가 하노이를 문화의 중심지로 개발하던 시기에 지어졌다. 당시 프랑스인들은 본국에서 즐기던 오페라와 연극을 관람할 유럽식 공연장이 필요했고, 이런 이유로 호안끼엠 호 주변에 오페라 하우스가 들어섰다. 1901년 공사를 시작해 무려 10년에 걸쳐 완공된 건물이다. 오페라하우스 역시 어디선가 한 번 본 듯한 기시감이 들 수도 있다. 파리의 유명한 오페라 극장인 오페라 가르니에를 참고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실제 파리의 극장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정면의 웅장한 기둥과 대칭적인 구조, 화려한 장식에서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크림색과 노란색의 조합은 이 건물만의 매력 포인트다. 발코니와 아치형 창문도 유럽풍 건축물 특유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언뜻 보면 우리나라의 덕수궁 석조전이 떠오르기도 한다.
내부는 훨씬 화려하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붉은 카펫이 깔린 대리석 계단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양쪽으로 갈라지는 구조가 나타나는데, 마치 유럽의 궁전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객석은 무대를 감싸는 말굽 모양으로 설계됐으며, 여러 층으로 나뉜 발코니 좌석 역시 유럽의 전통 오페라 극장 방식을 그대로 차용했다고 한다.
현재도 클래식 음악과 오페라, 발레,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이 열리고 있다.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
1 Tràng Tiền, Cửa Nam, Hà Nội 100000 베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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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Trang Tien Plaza 장띠엔 플라자 |

사진= 이경동 여행+ 에디터
하노이 오페라하우스를 뒤로하고 대로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화려한 백화점이 등장한다. 순간 베트남에 이렇게 큰 백화점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도쿄에 이세탄 백화점이 있다면 하노이에는 장띠엔 플라자(Trang Tien Plaza)가 있다.
앞서 봤던 두 건축물은 종교와 예술을 위한 건물이었다. 하지만 장띠엔 플라자는 프랑스의 상업 문화가 하노이에 남긴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인 1901년 들어선 상업시설로, 각종 수입 상품을 판매하는 곳에서 시작했다.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팔던 하노이에서는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장띠엔 플라자도 점차 변화를 거쳤다. 독립 이후에는 베트남 국영 종합 백화점으로 전환됐고, 2002년 현재의 이름으로 재개장했다.

사진= 이경동 여행+ 에디터
장띠엔 플라자의 외관은 상당히 특별하다. 다른 백화점들이 대부분 통유리 외벽이나 단순한 직선 구조로 설계된 것과 달리, 장띠엔 플라자는 유럽의 오래된 백화점을 연상시킨다. 밝은 크림색 외벽은 프랑스풍 건축물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일반적인 백화점에서는 보기 드문 아치형 창문 역시 건물의 포인트다.

사진= 이경동 여행+ 에디터
내부는 완전히 고급 백화점 그 자체다. 구찌, 까르띠에, 롤렉스, 버버리, 베르사체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마치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명품 쇼핑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을 둘러봐도 좋다.

사진= 이경동 여행+ 에디터
운영시간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이며,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후 10시까지다.
장띠엔플라자
24 P. Hai Bà Trưng, Cửa Nam, Hà Nội, 베트남
하노이의 프랑스풍 건축물들을 둘러보고 나면 묘한 기분이 든다. 식민 지배의 아픈 기억 속에서도 이런 건축물들이 남아 지금은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면 일제강점기 시절의 건축물들은 상당수가 사라졌다. 베트남 사람들의 시선은 우리와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프랑스인들이 자신들의 문화를 즐기기 위해 지었던 하노이 오페라하우스에서 오늘날 베트남의 공연이 펼쳐지는 모습은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글= 이경동 여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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