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는 맑은 하늘과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하지만, 여행 중 예상치 못한 비를 만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하루 일정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비 오는 날에만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와 아름다운 건축,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고풍스러운 도서관부터 무료 박물관, 빅토리아 시대 쇼핑 아케이드까지. 비가 와도 오히려 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드니 실내 여행지를 소개한다.
1. 100년 넘는 역사를 품은 도서관,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도서관 (State Library of NSW)

1826년 설립된 ‘뉴사우스웨일스 주립 도서관’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도서관으로, 웅장한 사암 건물과 고전적인 분위기 덕분에 관광지라기보다 하나의 문화유산을 거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곳은 ‘미첼 도서관 리딩 룸(Mitchell Library Reading Room)’이다. 높은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책으로 둘러싸인 벽면, 오랜 세월 사용된 나무 책상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영화 속 도서관을 떠올리게 한다. 이곳은 지금도 학생들이 이용하는 공간이지만 여행객 역시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1942년에 완성된 이 열람실은 여러 차례 복원을 거치면서도 원래의 건축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도서관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비가 내리는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책을 읽거나, 무료로 열리는 전시를 둘러보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분위기가 한층 여유로워진다. 어린이 전시 공간도 따로 있어 가족 여행객이라면 아이와 함께 체험 프로그램 참여해도 좋다.

2. 무료로 즐기는 숨은 박물관, 차우 착 윙 박물관 (Chau Chak Wing Museum)

시드니대학교 안에 자리한 ‘차우 착 윙 박물관’은 아직 한국 여행자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소다. 2020년 문을 연 이 박물관은 대학이 소장해 온 방대한 컬렉션을 한곳에 모아 선보이는 공간으로, 입장료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가장 인기 있는 전시는 고대 이집트 컬렉션. 미라와 석관, 조각상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유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며, 그리스와 로마, 중동 지역의 고고학 자료도 함께 볼 수 있다. 여기에 희귀 광물과 동물 표본을 소개하는 자연사 컬렉션, 호주 원주민 문화와 현대미술 작품까지 더해져 하나의 박물관 안에서 전혀 다른 시대와 문화를 넘나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넓은 창으로 자연광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현대적인 전시 공간은 작품을 더 돋보이게 만들어, 비 오는 날에도 답답한 느낌 없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다. 비가 그치면 시드니대학교의 아름다운 캠퍼스도 산책해 보길!

3. 비가 와도 쇼핑을 포기할 수 없다면, 스트랜드 아케이드 (The Strand Arcade)

비가 오는 날에도 쇼핑을 즐기고 싶다면 ‘스트랜드 아케이드’를 추천한다. 1892년에 문을 연 이곳은 시드니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 아케이드 가운데 하나로 꼽히며,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건축을 거의 원형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천장을 덮은 유리 지붕. 자연광이 은은하게 스며들고, 주철 난간과 모자이크 타일, 목재 계단이 어우러져 마치 유럽의 오래된 백화점을 걷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입점한 매장도 일반 쇼핑몰과는 조금 다른데, 호주 디자이너 브랜드와 장인들이 운영하는 부티크, 맞춤 구두와 주얼리 가게, 개성 있는 생활용품 판매장들이 모여 있어 천천히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쇼핑하지 않더라도 건축과 인테리어를 감상하며 사진을 남기기 좋고, 중간중간 카페에 들러 비를 피하며 쉬어가기에도 안성맞춤. 비 오는 날이 오히려 이 공간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4. 과거로의 시간여행, 퀸 빅토리아 빌딩 (Queen Victoria Building)

‘QVB’로 불리는 ‘퀸 빅토리아 빌딩’은 시드니를 대표하는 역사적 건축물이다. 1898년 완공된 이 건물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웅장한 외관과 화려한 내부 장식으로 지금도 많은 여행자들이 일부러 찾는 명소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높이 솟은 중앙 돔과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 정교한 철제 난간과 타일 바닥이 한눈에 들어온다. 층마다 이어지는 회랑을 따라 걷다 보면 100여 년 전 시드니의 화려했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건물 중앙에는 시간을 알릴 때마다 인형이 움직이는 두 개의 대형 시계인 ‘로열 클락(Royal Clock)’과 ‘그레이트 오스트레일리안 클락(Great Australian Clock)’이 설치되어 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 있는 볼거리다. 고급 브랜드 매장과 카페, 티 룸(tearoom)도 있어 비를 피해 여유롭게 브런치나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를 즐기기에도 좋다. 쇼핑하지 않아도 건축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글·사진ⓒ 코지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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