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에서 반짝이는 대형 쇼핑몰 대신 오래된 도시의 쇼핑 풍경을 만나고 싶다면 파사르 바루(Pasar Baru)로 향해보자. 1820년대 네덜란드 식민지 시기에 조성된 이곳은 자카르타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지구 가운데 하나다. 20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상점과 시장, 오래된 빵집과 카페가 골목을 채운다.
파사르 바루는 중국계와 인도계, 인도네시아 현지 상인이 뒤섞여 만든 다문화 상권을 걸으며 오래된 자카르타의 생활상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2026년 9월 자카르타시는 파사르 바루 일대를 역사·문화 보존지구로 지정했다. 아케이드형 보행로를 따라 바틱과 원단, 맞춤옷과 수제 구두를 구경하다 보면 낡은 간판과 오래된 건물, 노점과 실내 상가가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무엇보다 파사르 바루는 걸어서 즐기기 좋다. 2~3시간 이내로 천천히 걷고 구경하며 쇼핑할 수 있는 도보코스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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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자란 파사르 바루(Jalan Pasar Baru) |
파사르 바루를 제대로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걷는 것이다.
자란 파사르 바루(Jalan Pasar Baru)는 파사르 바루(Pasar Baru), 사와 베사르(Sawah Besar) 일대에 이어진 오래된 상업거리다. 거리 자체는 24시간 통행할 수 있지만 일반 상점은 대체로 오전 8시부터 오후 6~7시 사이에 문을 연다. 일부 전문점과 카페는 오후 8시 이후까지 운영한다. 일요일 오후나 월요일에는 쉬거나 단축 영업하는 점포도 있다.
이 거리의 역사는 18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덜란드 식민지 시기에 형성된 상권으로 중국계와 인도계, 인도네시아 현지 상인들이 오랜 시간 함께 장사하며 지금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화려하게 정비된 관광형 시장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아케이드형 보행로를 중심으로 좁은 골목과 오래된 간판, 실내 상가와 노점이 뒤섞인다. 오래된 중국·인도 문화의 흔적이 남은 건물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물건을 찾는 재미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단과 의류다. 바틱(Batik) 셔츠와 원피스부터 전통 직물과 원단, 맞춤 양복과 셔츠를 파는 가게가 이어진다. 수제 구두와 샌들, 가죽 가방과 지갑, 시계와 안경, 액세서리, 금·은 제품도 찾을 수 있다.
빈티지 의류와 생활용품을 파는 가게도 많다. 오래전부터 신발 제작과 수선으로도 이름난 지역이라 맞춤 신발이나 수선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길거리 간식은 1만~3만루피아(약 760~2300원), 일반 신발과 잡화는 2만루피아(약 1500원)부터 찾을 수 있다. 빈티지 의류는 대략 3만~10만루피아(약 2300~7600원), 일반 바틱 의류는 10만~40만루피아(약 7600~3만원) 수준이다. 맞춤 셔츠와 양복, 고급 직물은 소재와 제작 방식에 따라 수십만~수백만루피아까지 올라간다.
흥정이 가능한 가게에서는 “볼레 쿠랑?(Boleh kurang?)”이라고 물어보자. ‘조금 깎아줄 수 있나요?’라는 뜻이다. QRIS를 받는 점포가 많지만 작은 상점을 이용할 생각이라면 현금도 준비하는 편이 좋다.
쇼핑만 보고 지나치기는 아쉽다. 파사르 바루에는 바크미(Bakmi)와 박소(Bakso), 소토(Soto), 짜꾸에(Cakwe), 마르타박(Martabak) 등 오래된 로컬 먹거리도 풍부하다. 카레와 밥, 중국계 인도네시아 국수, 전통 간식과 빵도 쉽게 만난다. 1970년대부터 영업해 온 짜꾸에 가게와 오래된 빵집, 바크미 전문점도 이 일대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가 가장 둘러보기 좋다. 오전에는 가게가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하고 늦은 오후가 되면 인기 상품이 빠지거나 문을 닫는 점포가 생긴다.
오래된 거리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꼈다면 이번에는 파사르 바루에서 가장 현대적인 공간 중 하나로 들어가 보자.
Jl. Ps. Baru No.15, RT.15/RW.4, Ps. Baru, Kecamatan Sawah Besar, Kota Jakarta Pusat, Daerah Khusus Ibukota Jakarta 10710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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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그라메디아 핀투 아에르(Gramedia Pintu Air) |
뜨거운 자카르타 거리를 한동안 걸었다면 그라메디아 핀투 아에르(Gramedia Pintu Air)에서 실내 에어컨과 함께 현지 문구와 책을 구경해보자.
인도네시아 대표 대형 서점 브랜드 그라메디아(Gramedia)의 지점으로, 파사르 바루 입구와 가까운 잘란 핀투 아에르 라야(Jl. Pintu Air Raya) 72번지에 자리한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다.
한국의 대형 서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인도네시아어 소설과 역사·문화·여행 서적, 종교서적, 어린이책과 그림책부터 영어 원서, 만화와 그래픽노블까지 폭넓게 갖췄다.
여행자라면 책보다 문구 코너가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노트와 다이어리, 펜과 형광펜, 스티커부터 아트북과 스케치북, 수채화·아크릴·드로잉 용품, 캐릭터 상품과 선물용 문구, 달력과 플래너까지 다양하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다. 스티커와 문구, 작은 기념품은 1만5000루피아(약 1100원)부터 시작한다. 일반 인도네시아어 도서는 약 5만~15만루피아(약 3800원~1만1400원), 다이어리와 플래너는 3만~20만루피아(약 2300원~1만5200원) 정도다. 아트북과 수입도서는 15만루피아(약 1만1400원) 이상이며 화방용품도 품목에 따라 수만~수십만루피아로 가격 차이가 크다.
인도네시아 작가의 사진집이나 현지 요리책, 바틱과 건축을 다룬 책을 골라보는 것도 좋다. 부피가 부담스럽다면 인도네시아 디자인을 담은 문구류가 가벼운 기념품이 된다.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에서 잠시 더위를 식혔다면 다시 파사르 바루 특유의 ‘보물찾기’로 돌아갈 차례다.
Jl. Pintu Air Raya No.72 6, RT.6/RW.1, Ps. Baru, Kecamatan Sawah Besar, Kota Jakarta Pusat, Daerah Khusus Ibukota Jakarta 10710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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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비스트로 베이커리(Bistro Bakery) |
이번에는 맛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비스트로 베이커리(Bistro Bakery)는 1980년대부터 영업해 온 파사르 바루의 로컬 제과점이다. 메트로 아톰 플라자 내부에 자리하며 일부 자료에서는 그라운드 플로어(Ground Floor) 12호로 안내한다.
운영시간은 월~토요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일요일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로 알려져 있다. 인기 빵은 오전에도 바로 품절되는 편이니 아침에 방문하는 걸 추천한다.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처럼 화려한 곳은 아니지만 파사바루 코스에 꼭 등장하는 빵집이다. 작은 매장에서 갓 구운 빵을 진열해 파는 전형적인 동네 빵집에 가깝다. 오히려 그 오래된 분위기가 이 코스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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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메뉴는 로티 소벡 리마 라사(Roti Sobek Lima Rasa)다. 커다란 빵을 여러 조각으로 뜯어 먹는 인도네시아식 빵으로 초콜릿과 치즈, 바닐라, 사리카야, 커피, 팥, 땅콩 등 여러 맛을 조합해 즐긴다.
치즈와 초콜릿 로티 소벡을 비롯해 초콜릿 치즈빵, 바나나 초콜릿빵, 팥빵과 사리카야빵, 커피 크림빵도 있다. 소시지빵과 소시지 파이, 크림빵, 롤케이크와 쿠키, 코코넛을 넣은 전통적인 빵까지 종류가 다양하다.
가격도 저렴하다. 개별 빵은 약 6000~2만5000루피아(약 460~1900원), 로티 소벡은 약 1만~2만루피아(약 760~1500원) 정도다. 롤케이크는 크기와 구성에 따라 3만루피아(약 2300원) 이상, 쿠키와 선물용 포장은 2만~7만루피아(약 1500~5300원) 정도다.
로티 소벡은 갓 나왔을 때 손으로 결을 따라 찢어 먹어보자. 여러 맛이 궁금하다면 한 가지보다 리마 라사처럼 다양한 맛을 담은 제품이 재미있다. 크림이나 버터가 들어간 제품은 당일 먹고, 여행 중 오래 들고 다닐 계획이라면 쿠키나 기본 빵을 고르는 편이 낫다.
건물 지하에는 과일, 아침식사 등을 파는 구역이 있다. 어두워서 혼여행객이라면 들어가기 무서울 수 있지만 판매 품목도 다양하고 인도네시아 유명 커피 기념품도 살 수 있는 곳이다.
Metro Atom Plaza, Jl. Samanhudi GF, 12, RT.3/RW.6, Pasar Baru, Sawah Besar, Central Jakarta City, Jakarta 10710 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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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토코 코피 마루(TOKO KOPI MARU) |
토코 코피 마루 / 사진= 토코 코피 마루 인스타그램
하루 종일 오래된 거리와 상점을 걸었다면 커피휴식을 취해보자.
토코 코피 마루(TOKO KOPI MARU)는 파사르 바루의 오래된 건축과 골목 분위기를 살린 로컬 카페다.
화~금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토·일요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
대형 커피 체인과는 정반대의 매력이 있다. 오래된 상업지구의 건물과 좁은 골목을 그대로 활용해 빈티지 가구와 레트로 간판, 자연광이 들어오는 좌석을 배치했다. 작은 중정이나 안뜰처럼 느껴지는 공간도 있어 파사르 바루의 옛 건물과 함께 사진을 남기기 좋다.
화려한 포토존보다 ‘오래된 상권 안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경험 자체가 이곳의 매력이다. 주변으로 오토바이가 오가고 상인과 손님이 골목을 드나드는 풍경까지 자연스럽게 카페의 배경이 된다.
메뉴는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카페라테와 카푸치노, 플랫화이트 같은 기본 커피부터 스페셜티 드립커피, 코피 수수(Kopi Susu), 크림 라테, 콜드브루와 시즌 원두 메뉴까지 다양하다.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면 말차 라테와 초콜릿 음료, 차와 과일 에이드, 밀크티와 시그니처 논커피 음료를 고를 수 있다. 케이크와 쿠키, 페이스트리, 토스트와 간단한 샌드위치, 로컬 간식도 곁들일 수 있다.
일반 음료는 약 2만~3만8000루피아(약 1500~2900원), 스페셜티 드립커피는 약 3만~5만루피아(약 2300~3800원) 수준이다. 디저트와 간식은 약 2만~5만루피아(약 1500~3800원), 가벼운 식사류는 약 4만~8만루피아(약 3000~6100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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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메트로 파사르 바루(Metro Pasar Baru) |
다음 목적지는 메트로 파사르 바루(Metro Pasar Baru)다. 메트로 아톰 플라자(Metro Atom Plaza) 또는 파사르 바루 메트로 아톰(Pasar Baru Metro Atom)이라는 이름으로도 찾을 수 있다.
잘란 KH 사만후디(Jl. KH. Samanhudi) 일대에 자리한 다층형 상가로,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최신 대형 쇼핑몰처럼 세련된 공간보다는 현지 생활형 상가의 분위기가 짙다. 엘리베이터와 주차장, 실내 상점가와 푸드코트를 갖췄고 의류부터 원단, 신발, 액세서리, 전자기기, 생활용품까지 한 건물에 뒤섞여 있다.
대체로 1층에서는 식당과 국수점, 생활용품점을 만날 수 있다. 2층에는 의류와 원단, 액세서리 매장이 많고 3~4층으로 올라가면 구제·빈티지 의류를 찾아보는 재미가 커진다. 상층부에는 신발과 가방, 잡화, 수선점 등이 자리한다.
특히 3~4층의 이른바 스리프트(Thrift) 구역은 빈티지 의류를 좋아한다면 놓치기 아쉽다. 빈티지 티셔츠와 셔츠, 재킷, 스웨트셔츠와 데님, 스포츠웨어부터 스니커즈, 가방과 모자까지 보물찾기하듯 뒤져볼 수 있다.
가격은 빈티지 티셔츠와 일반 구제 의류가 약 3만~10만루피아(약 2300~7600원), 셔츠와 스웨트셔츠가 5만~20만루피아(약 3800원~1만5200원) 정도다. 재킷과 데님은 10만~40만루피아(약 7600원~3만원), 신발과 스니커즈는 상태와 브랜드에 따라 10만~50만루피아(약 7600원~3만8000원) 이상까지 올라간다. 작은 액세서리는 1만~10만루피아(약 760~7600원) 정도다.
쇼핑하다 배가 고프다면 건물 안 푸드코트에서 잠시 쉬어가도 된다. 바크미와 미고렝(Mie Goreng), 박소, 미 아얌(Mie Ayam), 캡차이(Cap Cay), 가도가도(Gado-Gado), 나시 캄푸르(Nasi Campur), 론통 차프고메(Lontong Cap Go Meh), 이푸미(I Fu Mie), 해산물 볶음과 아이스 디저트까지 인도네시아식과 아시아식 메뉴가 섞여 있다. 한 끼 가격은 대략 2만~7만루피아(약 1500~5300원)다.
Jalan Haji Samanhudi No. 2B 1 3, RT.3/RW.6, Ps. Baru, sawah pesar, Kota Jakarta Pusat, Daerah Khusus Ibukota Jakarta 10710 인도네시아
파사르 바루는 최신 쇼핑몰처럼 깔끔하게 정돈된 곳도, 관광객만을 위해 만들어진 전통시장도 아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자란 파사르 바루에서는 200년 가까이 이어진 상권을 걷고, 그라메디아 핀투 아에르에서는 지금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읽고 쓰는 책과 문구를 만난다. 메트로 파사르 바루에 들어가면 빈티지 옷을 뒤지는 보물찾기가 시작되고, 비스트로 베이커리에서는 1980년대부터 이어진 동네 빵집의 맛을 경험해보자.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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