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픽 천연 수영장
생명의 나무, 코코넛
차모로족 전통 공연
괌 북부 이나라한 지역에서 주말을 보내는 현지인/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로컬 경험’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여행객은 더 이상 수박의 겉만 핥지 않는다. 유명 관광지보다도 현지인은 어디서 놀고 무엇을 먹는지, 이곳에는 어떤 역사와 문화가 남아 있는지 궁금해한다. 호텔과 바다로 유명한 대표 휴양지 괌. 파워에이드 색 껍질은 그만 핥고 그 안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현지인은 어디서 놀아요? 로컬 픽 천연 수영장
투몬 해변, 탕기슨 해변 등 관광객으로 가득한 괌의 대표 명소를 돌아다니다 보면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현지인은 어디서 물놀이를 하는가. 그 답은 이나라한 천연 풀장에 있다. 리조트와 관광지가 몰려 있는 북부와 멀리 떨어진 남부에 위치한 곳이다.
이나라한 천연 풀장/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나라한 천연 풀장은 말 그대로 자연이 만든 수영장이다. 해안가의 암석 사이로 바닷물이 드나들며 여러 개의 웅덩이를 만들었다. 이 웅덩이를 둘러싼 지형은 방파제처럼 파도를 한 차례 걸러준다. 덕분에 물이 고이지 않으면서도 파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자연 해수 풀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나라한 천연 풀장에서 다이빙하는 모습 /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렇게 만들어진 천연 풀장은 괌 사람들의 주말 놀이터가 됐다. 풀장 바깥에서는 바비큐를 굽고 물속에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차례로 다이빙을 한다. 익숙한 듯 망설임 없이 뛰어내리는 모습에 연거푸 환호가 터져 나온다.
암석이 둘러싼 지형을 따라 수심도 제각각이다. 비교적 수심이 얕은 구역에는 어린 아이들이 모여있다.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온 한 현지 어린이는 “가족과 주말마다 이곳에 자주 온다”며 “오늘도 친구네와 놀러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은 아직은 키가 작아 높은 다이빙대는 무리라며 낮은 난간에서 뛰어내렸다. 수면 위로 올라오자마자 카메라에 잘 담았냐며 스스럼 없이 다가오는 모습이 꼭 괌을 닮아 있다.
현장에서 만난 현지 어린이 /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현지 어린이가 다이빙 시험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괌에 35년째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오로라 씨는 “괌 사람들은 주말에 바비큐 구워 먹고 바다에서 수영하는 게 낙”이라고 말했다.
코코넛 회라고 들어봤나, 코코넛 클래스
“괌에서는 코코넛을 회처럼 와사비 간장에 찍어 먹어요.”
괌 코코넛 클래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현지를 이해하는 데 삶이 녹아 있는 문화 체험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괌에서는 코코넛을 직접 갈고 맛보는 수업이 열린다. 코코넛 하나로 음식부터 생활까지 해결해 온 괌의 전통을 들여다볼 수 있다.
코코넛을 괌의 전통 식재료라고만 표현하기엔 부족하다. 괌 사람들은 코코넛 나무를 ‘생명의 나무’라고 부른다. 과육은 음식으로 먹고 껍데기로는 그릇을 만들며 잎은 엮어 공예품을 만든다. 예전에는 코코넛 껍데기를 이용해 불을 피우기도 했다. 코코넛 하나에 괌의 삶이 녹아 있는 것이다.
체험은 차모로족 전통 의상을 입은 현지 강사의 설명으로 시작한다. 코코넛의 종류와 구별법을 알아본 뒤 단단한 겉껍질을 벗기고 안쪽의 과육을 꺼낸다.
괌 코코넛 클래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가장 특별한 체험은 ‘코코넛 회’다. 강사는 “코코넛 과육을 긁어모아 생선회처럼 먹는다”고 설명했다. ‘코코넛 사시미’라는 강사의 표현이 장난 섞인 농담인 줄 알았지만 곧이어 와사비와 간장, 그리고 코코넛 회가 눈앞에 놓였다. 반신반의하며 한 점 집어 먹은 코코넛은 실제로 회처럼 느껴졌다. 꼬들꼬들한 지느러미 부위를 먹는 듯한 식감과 간장과 잘 어울리는 슴슴한 맛이 회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음식이 없다.
괌 코코넛 클래스/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코코넛 커피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직접 그라인더에 갈아 가루로 만든 코코넛을 천에 넣고 커피에 짜내면 된다. 다른 첨가물 없이 코코넛만 넣어 진한 맛은 없지만 은은한 향이 코끝에 남는다.
노을지는 바다를 배경으로 차모로족 전통 공연
오랜 세월 이어져 온 괌의 전통을 만나고 싶다면 공연장으로 향하자. 스페인과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의 영향을 거치며 지금의 괌은 다양한 문화가 섞여 있지만 가장 먼저 이 섬에 도착한 차모로족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 있다. 타오타오타씨 디너쇼다.
타오타오타씨 디너쇼/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차모로족은 오랜 세월 태평양을 건너 괌과 주변 섬에 정착해 살아온 원주민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전통 복장과 장신구를 갖춘 무용수들이 등장한다. 고대 전사의 모습을 재현한 무대부터 남태평양 전통 춤까지 차모로족의 역사와 문화를 몸짓으로 풀어낸다.
타오타오타씨 디너쇼/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이때 가장 인상적인 감각은 ‘소리’다. 구호인지 노래인지 경계가 모호한 소리를 반복하는데 새의 노랫소리 같기도 하고 고래의 울음소리 같기도 하다. 마이크를 쓰지 않아도 소리는 강렬하게 울려 퍼진다.
타오타오타씨 디너쇼/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공연장은 건 비치를 배경으로 한 야외극장이다. 노을이 지고 파도가 치는 아름다운 괌의 모습과 무대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타오타오타씨 디너쇼/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타오타오타씨 디너쇼/사진=김지은 여행+ 기자
공연 도중에는 관객 참여형 무대도 이어진다. 일부 관객을 무대로 불러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공연 전에는 관객에게 직접 춤을 가르쳐주기도 한다. 어느새 관객도 공연의 일부가 된다. 여행객과 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김지은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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