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의 주도 몬테레이(Monterrey)는 흔히 ‘산업의 도시’로 불린다. 여행자들에게는 칸쿤이나 오아하카처럼 매력적인 관광지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멕시코 경제를 이야기할 때 몬테레이를 빼놓을 수는 없다. 이곳은 멕시코에서 가장 높은 1인당 GDP를 기록한 도시 중 하나이며, 다국적 기업과 대기업의 공장이 밀집해 있다. 멕시코 내 자동차, 철강, 통신, 식품 산업의 핵심 거점이 바로 몬테레이다.
특히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주요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한인 거주 인구가 많은 편이다. 실제로 몬테레이에는 규모 있는 한인 사회가 형성되어 있으며, 한국 식당과 마트, 교회가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경제적 기회가 많고 생활 인프라도 안정적이어서, 멕시코 내에서도 비교적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그만큼 산업 중심의 도시이기에, 관광지로서의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자로서 몬테레이가 지루한 곳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차분하고 실용적인 도시 구조 속에서, 멕시코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센트로의 변신, 바리오 안티구오
몬테레이의 중심부 ‘센트로(Centro)’는 도시의 구시가지이다. 과거에는 행정과 상업의 중심지였지만, 20세기 후반 신도시 개발이 급격히 이루어지면서 한동안 쇠퇴기를 맞았다. 낡은 건물들이 방치되고 밤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예술가와 젊은 창업자들이 이곳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데, 한국으로 따지면 망원동, 성수동 느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바리오 안티구오(Barrio Antiguo)이다. 이름 그대로 ‘오래된 동네’라는 뜻을 가진 이 지역은 몬테레이의 원도심이자, 근대 건축물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18세기부터 20세기 초반 사이에 지어진 스페인풍 주택들이 즐비하고, 그 벽면 곳곳에는 그래피티와 조형물이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몬테레이의 그 외 지역과 대비감이 특히 인상적이다. 낮에는 카페와 부티크 상점들이 문을 열고, 밤이 되면 음악과 사람들이 거리로 흘러나온다. 한때는 범죄율이 높아 기피되던 지역이지만 지금은 도시 재생의 대표 사례로 손꼽힌다. 노후한 건물을 개조한 카페와 바, 예술 스튜디오가 공존하고 거리마다 특유의 정체성이 뚜렷하다. 주말이면 골목골목에서 플리마켓이 열려 현지 작가들의 수공예품이나 중고책, 레코드판을 구경할 수 있다.
바리오 안티구오의 골목 중에서도 벨모테 바(Belmote Bar)는 꼭 들러볼 만한 장소이다. 겉보기에는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낡은 카페 느낌인데, 내부는 세련되고 따뜻하다. 낮에는 카페처럼 운영되어 커피나 간단한 음료를 즐길 수 있고 저녁에는 바 형태로 운영되니 언제든 들러보기 좋다. 관광할 만한 곳이 많지 않은 몬테레이에서 그나마 관광지 격인 센트로이지만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곳이다.
추천 메뉴는 멕시코 식 드립커피와 프렌치토스트. 사실 전체적인 메뉴들이 다 퀄리티가 좋다고 하는데 우리는 글로리아가 올라간 토스트를 주문했다. 글로리아는 오블레아스라는 과자 사이에 들어가 있는 캬라멜 같은 간식인데 북부 멕시코에서 특히 유명하다고 한다.
앤틱 레코드숍과 서점 구경
바리오 안티구오를 거닐다 보면, 눈길을 끄는 공간이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것은 앤틱 레코드숍과 독립 서점이다.
골목 골목마다 낡은 간판 밑에 중고 LP와 CD를 진열해둔 작은 가게가 보인다. 멕시코 록 밴드부터 재즈, 클래식, 80년대 팝까지 장르가 다양하다. 일부는 희귀한 수입 음반이기도 하다. 오랜 라틴 팝 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꼭 들러볼 만 하다. Jose Jose, Luis Miguel, Selena 와 같은 멕시코의 전설적인 가수들 음반을 대부분 이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맞은편에는 소규모 독립 서점이 있다. 오래된 활자 냄새가 가득한 공간으로, 멕시코 문학과 예술 관련 서적이 중심이다. 책방 내부에는 독립 출판물과 엽서, 포스터도 진열되어 있고, 커피와 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몬테레이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다소 딱딱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빽빽한 고층 빌딩,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 공장 굴뚝이 도시의 풍경을 지배하는 공업도시, 차가 없으면 돌아다니기 힘든 단점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젊은 세대가 이끌어가는 창조적인 문화가 자리한다. 산업도시의 틀 안에서 새로운 감성을 만들어가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바리오 안티구오는 그 상징적인 결과물이다.
글·사진ⓒ 유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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