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고 있다”고 언급하자마자 이 책은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짧은 한마디가 실제 판매 흐름을 바꿨다.
요즘 아이돌 사이에서 책은 조용한 취미가 아니라 감각 있는 취향 표현으로 여겨진다. 걸그룹 르세라핌의 멤버 허윤진은 방송 대기실에서 책을 읽고 필사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고 공항에서도 책을 들고 등장해 ‘공항 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이런 흐름 중심엔 ‘텍스트힙’이 있다.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와 멋있다는 의미의 ‘힙’을 합친 말로 책을 읽는 행위를 스타일 있는 라이프스타일로 소비하는 문화를 말한다. SNS에 읽고 있는 책을 공유하거나 책 속 문장을 촬영해 올리고 도서 행사에 참석해 인증샷을 남기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혼자 조용히 읽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읽고, 공유하고, 보여주는 시대다. 읽지 않는 사회라던 말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 배우 한소희가 읽는다고 알려진 800쪽 분량의 철학서 ‘불안의 서’는 품절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RM이 언급한 ‘요절’은 18년 만에 재출간돼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금 Z세대는 읽는 행위를 자기표현으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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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돌 사이에서도 유행인 ‘텍스트 힙’ |
책을 읽는다는 행위가 다시 영향력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호텔 문화에도 반영됐다. 스마트폰으로 늘 연결된 시대. 멀리 떠나는 일은 디지털로부터의 거리두기이기도 하다. 시인 오은은 “잠시 떨어져도 괜찮다는 마음이 이동의 본질”이라 말했다.
강원도 정선 긴 길을 돌아 파크로쉬 리조트에 도착하면 120도 꺾인 건물이 맞이한다. 통창 너머로 자연이 안으로 들어온다. 글래스하우스에 앉아 있지만 어느새 숲 한가운데에 들어온 듯하다.
파크로쉬는 최근 야외 글래스하우스에서 북토크 프로그램을 열었다. 지난 5월 9일부터 이틀간 열린 행사 가운데 첫날, 직접 북토크에 참여해봤다. 오은 작가는 2002년 등단 이후 대중과 문학계를 오가며 활동을 이어온 인물이다. 유쾌한 언어감각으로 대산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날 강연에선 시집 ‘없음의 대명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유리 벽 너머로 초록이 번지는 오후, 참가자들은 숲을 배경으로 작가 강연을 듣고 소통하며 문학을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은 시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시집에서 스스로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구절을 고르고 그 문장에 얽힌 이야기를 즐겁게 풀어냈다.
이어진 시간엔 참가자들이 각자의 감상을 나눴다. 누군가는 시를 읽고 떠오른 장면을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비슷한 마음을 겪은 경험을 꺼냈다. 정해진 형식은 없었다. 자유롭게 말했고 듣고 공감했다. 창작 시간도 있었다. 작가의 문장을 토대로 자신의 문장을 써보며 감정이 자연스레 흘렀다. 그렇게 90분이 지났다.
현장에서는 강연 도서와 더퍼블리셔 핸드크림을 선물로 제공했다. 퀴즈를 맞추면 파크로쉬 PB 상품을 받는 시간도 마련했다. 참가비는 2만8000원. 예약은 공식 웹사이트와 웰니스 클럽 유선을 통해 가능하다.
책 표지 색에 맞춘 작가의 오렌지색 복장까지 현장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었다. 북토크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다. 문장과 공기, 여운이 오래 머물렀다. 마지막엔 모두 줄을 서서 작가와 사진을 찍고 책에 사인을 받았다. 북토크는 그렇게 천천히, 조용히 마무리됐다.
북토크는 책 한 권을 두고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누는 자리다. 감정을 나누고, 생각을 풀어내고, 직접 문장을 써보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지금’에 집중하게 한다. 이는 명상의 핵심인 ‘마인드풀니스’와 맞닿는다. 파크로쉬는 북토크를 통해 투숙객이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수업은 어렵지 않다. 작가가 하나하나 질문을 받고 문장을 함께 들여다본다. 프라이빗한 구성으로, 낯선 이들과도 금세 마음이 열린다. 책은 선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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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로 마음을 정리하는 곳, 라이브러리 |
파크로쉬는 최근 2층 라이브러리 공간을 새롭게 단장했다. 전문 독립 출판사 ‘읻다’와 함께 큐레이션한 330여 종의 도서를 비치했다. 시, 소설, 인문 등 문학 중심 서적은 물론, 웰니스 4대 테마(Eat Well, Move More, Stress Less, Love More)를 기준으로 한 도서도 포함된다.
리조트에 머무는 동안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책 두께도 조정했다. 가볍게 들고 앉아 여유롭게 완독할 수 있는 분량으로, 독서를 통해 진정한 쉼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라이브러리는 24시간 운영된다. 머무는 동안 언제든 원할 때, 가장 조용한 시간에 나만의 속도로 책을 펼칠 수 있다.
라이브러리 한편에는 필사 공간도 마련했다. 마음에 닿은 문장을 따라 써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내면을 단련하는 시간이다. 좋은 문장을 눈으로 읽고 손으로 쓰는 과정을 통해 불안한 마음을 정리하고, 내면을 차분하게 가다듬는다. 어휘력과 표현력뿐 아니라 마음의 근력까지 단련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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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색, 호흡으로 완성하는 웰니스 공간 |
파크로쉬는 문학 프로그램 외에도 다양한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도슨트 사운드 콘서트’는 소리로 감각을 정돈하는 사운드 웰니스 프로그램이다. 테마에 따라 선곡한 명곡에 전문 성우 해설을 더해 음악과 설명이 이어지는 무인 감상회 형식으로 운영한다. 약 50분으로 진행한다. 곡이 재생되기 전, 작곡가 생애와 시대 배경, 감상 포인트를 짚어준다. 매월 테마는 바뀌며 6월은 일본 뉴에이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다.
공간은 1층 야외 글라스하우스다. 전면 유리창을 통해 시간대마다 달라지는 외부 풍경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천연 목재, 벽돌, 행잉 플랜트 등 자연 소재로 마감한 구조에 메이어 사운드 스피커 2종을 설치했다. 세계 유수 공연장에서 사용하는 장비로, 깊은 몰입감을 준다. 도슨트 사운드 콘서트는 매일 오후 12시, 4시, 9시 세 차례 운영하며, 회차당 20명까지 입장 가능하다. 음료는 반입할 수 없다.
G층에 자리한 아뜰리에도 새롭게 구성했다. 드로잉과 강한 색채로 휴식의 감각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2층 웰니스클럽에서는 ‘조이풀 플로우’를 운영한다. ‘조이풀 플로우’는 요가에 호흡 명상을 더한 심화 클래스다. 움직임과 호흡에 집중하며 내면의 균형을 되짚는다. 매주 금·토 오후 3시 30분부터 60분간 진행하며 인당 참가비는 1만 원이다.
정선(강원)=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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