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공연 3년 새 3배…실내는 ‘2만 석의 벽’
5만 석 건립비 6010억…매진해도 수익성 빠듯
건축비 60% 지원해도 투자 회수는 ‘경계선’
K팝을 중심으로 대형 공연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 2만 석을 넘는 실내 공연장이 없다. 대형 공연장을 새로 짓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지만 규모가 커진다고 수익성까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대형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하는 아이돌 / 사진= AI 제작
5만 석 공연장이 흑자를 내려면 조건이 까다롭다. 연간 36회 공연을 열어 모두 매진시키고 티켓 가격과 수수료도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부대사업에서도 상당한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공이 부지를 제공하고 건축비 상당 부분을 지원해도 투자비 회수는 쉽지 않다.
여행·관광 산업 전문 연구기관 야놀자리서치가 1일 발간한 ‘5만 석 대형 공연장 건립의 재무적 타당성: 사업 성립 조건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5만 석 공연장의 사업성은 공연 횟수와 티켓 가격, 부대사업 수입에 크게 좌우됐다.
대형 공연 3년 새 3배…여전히 ‘2만 석의 벽’
대형 공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공연 티켓판매수와 판매액 / 사진= 공연예술통합전산망
1만 석 이상 시설에서 열린 공연의 티켓 판매액은 2022년 1802억원에서 2025년 5320억원으로 늘었다. 3년 만에 약 3배다. 전체 공연 티켓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7.5%에서 30.7%로 높아졌다.
대형 공연 시장은 사실상 대중음악이 이끌고 있다. 2025년 1만 석 이상 대형 공연의 티켓 판매 수 가운데 대중음악 비중은 99.5%에 달했다. 글로벌 팬덤을 확보한 K팝이 대형 공연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시장 성장에 비해 실내 공연장은 부족하다. 1만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실내 공연시설은 6곳뿐이다. 모두 2만 석 미만이다.
공연이 몰리는 시설은 이미 빠듯하게 돌아간다. 2025년 올림픽공원 KSPO돔은 115일간 공연을 열었다. 추정 가동률은 78.1%다.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도 같은 해 60일간 공연이 열렸다.
고척스카이돔과 잠실실내체육관은 스포츠 일정과 공연 일정이 겹친다. 2만 석을 넘는 대형 공연은 야외 종합운동장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다만 보고서는 5만 석을 공연장 건립의 ‘정답’으로 보지는 않았다. 글로벌 투어의 경제성과 국내 실제 공연 수요를 함께 따져보기 위한 기준 규모로 설정했다.
5만 석 짓는 데 6010억원…땅값까지 더하면 2조원 육박
5만 석 공연장을 짓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5만 석 공연장의 투자 방식별 민간 초기 투자비와 내부수익률 / 사진= 야놀자리서치
보고서는 서울에 5만 석 공연장을 짓는 기준모형을 설정했다. 건축공사와 무대기술 인프라, 주차장, 설계·감리 등을 합친 건축 관련 비용은 약 6010억원으로 추산했다.
땅값은 이보다 더 크다. 필요한 부지는 약 9만5000㎡(약 2만8740평)다. 토지매입비만 약 1조2072억원으로 추정했다. 민간 사업자가 땅까지 직접 사면 초기 투자비는 약 1조9890억원에 달한다.
공공이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해도 부담은 크다. 토지매입비를 제외하더라도 건축 관련 투자비를 민간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을 연 뒤에도 비용은 계속 든다. 감가상각비를 포함한 연간 운영비용은 약 407억원이다. 이 가운데 현금성 운영비는 약 225억원으로 추산했다. 수선유지비와 인건비 등은 공연이 없는 날에도 상당 부분 발생한다.
티켓과 대관료 수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관람권 수수료뿐 아니라 명명권과 식음료(F&B), 상품(MD), 광고 등 부대사업에서 얼마나 수익을 내느냐가 중요하다.
36회 모두 매진돼야 흑자…부대수익까지 따라줘야
보고서는 공연 유치 규모 4단계와 수익 구조 3단계를 조합했다. 모두 12개 시나리오를 분석했다.
운영 흑자가 가능한 범위는 가장 낙관적인 상한 조건뿐이었다. 연간 36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켜야 했다. 평균 티켓 가격은 17만6000원, 관람권 수수료율은 10%를 유지해야 한다. 부대사업 수입도 대관 매출의 50%에 달해야 했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연간 총수입은 약 537억원으로 추산됐다. 영업이익은 약 130억원이다. 반대로 하한 조건에서는 약 127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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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횟수만 늘린다고 흑자가 나는 구조는 아니다. 공연 횟수와 티켓 가격, 부대사업 수입이 모두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했다.
공공이 건축비 60% 지원해도 투자 회수 ‘경계선’
운영 흑자와 초기 투자비 회수는 또 다른 문제다.
대형 공연장 건설 현장 / 사진= AI 제작
보고서는 건설 3년과 운영 30년을 합친 총 33년의 현금흐름을 분석했다. 할인율은 연 7~10%를 적용해 투자 방식별 순현재가치(NPV)와 내부수익률(IRR)을 분석했다.
민간이 토지를 직접 매입하면 모든 시나리오에서 NPV가 마이너스였다. 공공이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해도 상한 조건에서 IRR은 1.85%에 그쳤다.
건축비까지 지원하면 수치는 올라갔다. 건축비의 20%를 지원하면 IRR은 3.42%였다. 지원 비율을 40%로 높이면 5.68%로 상승했다. 60%를 지원해 민간의 초기 투자액을 약 2644억원까지 낮추면 IRR은 9.47%가 됐다.
그래도 10% 할인율에서는 NPV가 마이너스였다. 건축비 60% 지원도 사업성을 보장하는 기준이라기보다 타당성이 갈리는 경계에 가까웠다.
조건이 조금만 달라져도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같은 지원 조건에서 실제 수요가 예상치의 70%에 그치면 IRR은 3.03%로 낮아졌다. 부대사업 수입 비율이 30%에 머물면 6.94%였다. 현금성 운영비가 10% 늘면 8.71%로 떨어졌다.
홍석원 야놀자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60%라는 특정 지원율이 아니라, 공공의 초기투자 지원이 실제 공연 유치와 수익 창출 성과로 이어지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장 전 국내외 공연기획사와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일정을 확보하고, 명명권·F&B·MD 등 부대수익을 계약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며 “개장 초기 램프업 손실 분담까지 함께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몇 석’보다 중요한 건 누가 어떻게 채우느냐
보고서는 대형 공연장 사업의 성립 가능성을 높일 조건도 제시했다.
먼저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나눠야 한다고 봤다. 공연 일정도 미리 확보해야 한다. 국내외 공연기획사와 장기 파트너십을 맺어 개장 전부터 공연 일정을 채우는 방식이다.
수익원도 다변화해야 한다. 명명권과 F&B, MD, 관광 연계 사업 등을 공연장이 문을 열기 전부터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입지도 주요 변수다. 공연 수요뿐 아니라 교통과 숙박, 상권, 소음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수요가 검증된 지역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비수도권은 교통·관광·숙박·콘텐츠 전략을 결합한 별도의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사업 추진 방식으로는 ‘조건부 의사결정’을 제안했다. 단계별로 수요를 검증하고 교통영향평가를 거치는 방식이다. 민간 운영계획과 부대수익 확보 계획도 검증 대상이다. 일정 기준을 통과한 사업만 다음 단계로 넘기자는 취지다.
장수청 야놀자리서치 원장은 “대형 공연장은 건물 하나를 짓는 사업이 아니라 공연 콘텐츠와 교통·관광·상업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플랫폼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는 ‘몇 석을 지을 것인가’보다 ‘어떤 공연 수요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고, 누가 어떤 책임으로 지속적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규완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대형 공연장은 국내외 팬을 도시로 끌어들이는 앵커 시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장 전부터 공연기획사와 장기 파트너십으로 일정을 확보하고, 공항 이동·숙박·심야 교통을 연계한 외국인 관람객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며 “그래야 공연 관람을 체류형 관광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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