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430조 토요타 회장은 왜 한 식품회사를 ‘나의 교과서’라 불렀나
‘세하나 경영 인사이트 트립 13기’ 출범
日 8개 기업 찾아 실패·성장 노하우 탐구
나고야·나가노 등 11월 12~15일 여행
10월 20일까지 선착순 20명 모집 예정
한천(寒天). 우뭇가사리를 끓였다 얼렸다를 반복해 굳힌 투명한 식품이다. 일본에서는 겨울의 재료라고도 부른다. 차가운 계절을 견디며 만들어지는 이 재료로 50년 가까이 매출과 이익을 동방 성장시킨 기업이 있다. 일본 나가노현 이나시의 이나식품공업이다.
그런데 연 매출 50조엔(약 430조원)을 올리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 토요타자동차는 연 매출 232억엔(약 2000억원)의 이 기업을 주목했다. 심지어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은 이곳의 창업가 쓰카코시 히로시를 두고 “나의 교과서”라고까지 표현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의 수장이 작은 한천 제조업체의 경영자에게 배움을 얻었다고 한 그 비결은 무엇일까. 그리고 반세기 동안 한 가지 원칙을 지켜온 기업에서 지금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토요타가 배우러가는 행복한 기업, 이나식품공업의 제품 숍 / 사진 = 화제인
이같은 질문을 일본 기업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콘텐츠기획·마이스(MICE) 기업 화제인이 ‘세하나(세상에 하나뿐인) 경영 인사이트 트립 13기’의 참가자를 모집한다.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3박 4일 동안 일본 중부 나고야·기후·나가노를 돌며 기업 8곳의 성장과 실패, 재도전의 과정을 살펴보는 일정이다.
특히 이번 트립에서 이나식품공업이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나식품공업은 창업 이후 48기 연속 매출과 이익이 함께 증가했다. 2025년 매출은 232억엔(약 2000억원), 직원은 591명이다.
이 회사가 내세우는 경영철학은 의외로 화려하지 않다. 성장을 서두르기보다 나무의 나이테처럼 한 해 한 해 조금씩 성장하는 ‘나이테 경영’이다. 경영의 목적도 매출이나 이익에 앞서 ‘직원의 행복’에 둔다.
쓰카코시 최고 고문은 올해 6월,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경영철학은 아들 쓰카코시 히데히로 사장이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기획서를 만들고 디자인까지 해내는 시대가 됐지만 기술만으로 복제하기 어려운 것은 결국 사람과 시간의 축적이다.
AI는 과거의 성공 사례를 빠르게 찾아내고 비슷한 전략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한 기업이 수십 년 동안 겪은 시행착오와 위기의 순간에 내린 결정, 직원과 지역사회와 쌓아온 신뢰까지 그대로 복제하기는 어렵다.
팬션 잼으로 시작해 상장사로, 나가노 지역기업 산쿠제루의 와이너리 / 사진 = 화제인
세하나 트립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나가노현 이이즈나마치의 산쿠제르는 펜션 조식으로 내놓던 수제 잼 한 병에서 출발했다. 이후 사업을 키워 2022년 도쿄증권거래소 그로스 시장에 상장했다. 2026년 3월 기 매출은 206억엔(약 1760억원)에 달한다. 구제후쿠상점을 포함한 매장은 177개다.
기후현 에나시의 에나카와카미야는 지역 특산물인 밤에 집중했다. 농가와 직접 계약해 생산물을 제값에 사들이고 재배 기술까지 함께 전했다. 수확 후 24시간 안에 가공하는 ‘초특선 에나 밤’을 앞세워 매출 1억엔(약 8억5000만원) 규모의 지역 과자점을 약 30억엔(약 256억원)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멈춰선 뒤 다시 일어선 기업도 있다. 나가노현 미야다무라의 퍼블릭 레코드는 엘피(LP) 제작의 첫 단계인 원반을 만든다. 2020년 미국 공장이 화재로 사라지면서 세계에서 하나 남은 제조사가 됐다. 직원 45명 규모의 작은 공장이지만 이곳이 멈추면 전 세계 레코드 생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불황을 딛고 부활한 마르스 고마가타케 증류소 / 사진 = 화제인
같은 지역의 마르스 고마가타케 증류소는 위스키 불황으로 1992년 증류를 중단했다. 그리고 19년이 지난 2011년 다시 증류를 시작했다. 재가동 2년 뒤인 2013년 월드 위스키 어워드에서 세계 최고 블렌디드 몰트로 선정됐다.
도코나메시의 코코테라스는 달걀 하나에서 출발해 6차산업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농림수산대신상에 이어 내각총리대신상을 받았고 한 해 약 16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인다. 기후시 타마미야는 셔터를 내렸던 역 앞 상점가를 음식점과 이자카야 400여 곳이 모인 밤거리로 바꿨다. 국가 예산이 아니라 지역 상인들이 직접 만든 지역 창생의 사례다.
기업을 둘러보는 사이에는 일본의 오래된 풍경도 만난다. 해발 2612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로프웨이 역이 있는 중앙알프스 고마가타케, 에도 시대 역참마을 마고메주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쌓은 나고야성, 천년의 역사를 이어온 고젠지 등을 찾는다.
기업의 역사는 여행지의 풍경과도 닮았다. 한 번에 완성된 곳은 없다. 성장과 정체, 실패와 재도전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모습을 만든다.
전세계 유일의 레코드 원반 제조사, 퍼블릭 레코드 / 사진 = 퍼블릭 레코드 홈페이지
세하나 트립이 단순한 기업 탐방과 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기업의 대표와 임원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질문한다. 책이나 보고서로 정리된 성공 공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사람들이 들려주는 경험을 만나는 방식이다.
결국 AI 시대에도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남는다. 오히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수록 직접 고민하고 실행하고 실패하며 얻은 경험의 가치는 더욱 선명해질 수 있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노하우에는 데이터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판단의 순간과 관계의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세하나 트립은 일본 10회, 중국 7회, 국내 4회를 진행했으며 최고경영자(CEO)와 전문가 290여 명이 참여했다.
트립을 이끄는 조미호 화제인 대표는 MBN과 SBS에서 18년간 방송PD로 활동한 기획자다. 매일경제 세계지식포럼과 SBS D포럼 총괄PD도 지냈다. 조 대표는 “이들이 가진 것은 최신 기술이 아니라 시간과 사람, 땅, 그리고 끝까지 지킨 한 가지”라며 “AI 시대에 오래가는 브랜드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책이 아닌 현장에서 확인하는 4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13기는 11월 12일부터 15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한다. 참가 인원은 선착순 20명이며 신청은 10월 20일까지 받는다. 자세한 사항은 화제인(02-544-7277)으로 문의하면 된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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