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책저책] 내가 걷는 이 길이 과연 맞는지 되돌아보고 싶을 때 가면 좋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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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책저책] 내가 걷는 이 길이 과연 맞는지
되돌아보고 싶을 때 가면 좋은 곳
‘길’은 전 세계 어느 도시에 가도 있습니다. 그 길을 어느 방향으로 가냐는 걷는 이의 몫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나만의 길을 걸었습니다. 같은 곳을 보고 걷기도, 정 반대이기도, 때로는 멈췄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에서 우리는 우리를 마주하고 향해가는 행동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여책저책이 만난 두 권의 책의 주 내용은 길과 걷기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 사진 = 언스플래쉬
이호태 작가의 ‘길 위에서 적다’는 국내 산길과 둘레길에서, 박진은 작가의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는 800km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길 위의 사유를 기록했습니다.
두 저자는 걷기를 통해 삶을 성찰한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두 책 모두 목적지보다 과정에 주목하며, 걷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을 재정립하는 내면의 여정을 담아냈습니다.
길 위에서 적다
이호태 | 북랩
산길을 오르다 문득 멈춰 서는 순간, 비로소 보이는 풍경이 있다. 목적지에 닿기 위한 속도가 아니라 걷는 시간 속에서 쌓이는 생각, 나아가 귀를 기울이는 여행의 모습이 그것이다.
충주에 거주하며 산길과 둘레길을 즐겨 걷는 작가 이호태는 그동안 그가 걷고 보고 느낀 산과 들, 오래된 길 위에서 써 내려간 산문집 ‘길 위에서 적다’를 펴냈다.
이번 책은 저자의 네 번째 도보여행 기록이다. 앞서 그는 ‘걸어가는 길’, ‘걸어가는 길 2’, ‘오늘도 걷는다’를 통해 꾸준히 걷기의 의미를 탐색해왔다.
이번 산문집에서는 한층 더 사유의 밀도를 높였다. ‘어디를 다녀왔다’는 정보 중심의 여행기가 아니라 길 위에서 멈추어 바라본 순간과 마음의 결을 담아냈다.
강원 정선 백운산 칠족령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책은 2022년부터 2025년까지의 기록을 시간 순으로 엮었다. 충북 충주 계명산, 강원 정선 백운산, 경북 예천 선몽대, 강원 홍천 미약골, 경북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등 전국의 산길과 둘레길, 계곡과 호숫가가 등장한다. 특정 명소를 소개하기보다 그 장소에서 느낀 공기와 빛, 오래된 이야기와 개인적 기억을 함께 풀어내는 방식이다.
예컨대 충북 괴산의 산막이호수길에서 바라본 연천대의 절경 앞에서 그는 “푸른 산, 푸른 물, 푸른 숲, 시원한 하늘”을 천천히 되짚는다. 충주 팔봉 강가 향나무 앞에서는 불어난 강물을 보며 유년 시절의 기억을 끌어올린다. 삿대를 내려 물고기를 잡던 장면, 옥녀봉 바위 아래서 라면을 끓여 먹던 추억은 현재의 풍경과 겹쳐지며 시간을 여행하는 느낌을 전한다.
충북 괴산 산막이옛길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책에는 역사와 설화, 인물의 자취도 스며 있다. 충남 서산 아라메길의 ‘원효 깨달음길’, 괴산 각연사의 나한상, 안동 선비순례길 등에서 저자는 옛사람의 발자취를 더듬는다. 안동 도산면 일대를 걸으며 월천서당, 퇴계종택, 예안향교 등을 차례로 지나고, “그렇게 걸으면서 무엇을 보았는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여행은 풍경 감상의 시간이자,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정상에 오르는 성취감보다 오르는 동안 떠오른 생각을 기록하고, 유명 관광지의 화려함보다 그곳에 이르는 과정의 숨결에 주목했다.
경북 안동 용계리 은행나무 / 사진 = 한국관광공사
책은 빠르게 소비하는 여행 정보 대신 천천히 축적된 사유를 제안한다. 걷고, 멈추고, 다시 적는 과정 속에서 길은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저자는 “길 위에서 적는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읽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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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일상에 지친 독자에게 이 책은 속도를 낮추는 연습을 권한다. 많이 떠난 사람의 화려한 기록이 아니라 오래 생각한 사람의 조용한 문장들을 곱씹으라 권한다. 산과 길, 사람과 시간을 따라 이어지는 이 산문집은 독자에게 또 하나의 동행으로 각자의 길 위에서 멈춰 설 용기를 건넨다.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
박진은 | 새움출판사
퇴근길 지하철에서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졌고,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 일을 계속해도 될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칭찬까지 받은 날이었는데도 그는 자신을 되돌아 봤다.
기뻐야 할 순간에 찾아온 울컥함은 마음 깊숙이 눌러두었던 물음을 끌어올렸다. 박진은 작가가 800km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된 계기다. 저자는 자신의 순례 여정을 책 ‘배움의 시간을 걷는다’로 기록했다.
책은 오랜 직장생활 끝에 스스로의 삶을 점검하기 위해 길을 나선 한 직장인의 에세이다. “대표님, 저 정말 일을 잘하고 싶어요. 다시 이 길로 돌아온다고 해도, 적어도 제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시도를 한 번은 해봐야겠어요.” 그는 그 ‘한 번’을 위해 회사를 떠났다. 목적지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카미노였다.
여정은 프랑스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시작해 스페인 산티아고까지 이어진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고지에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기어가듯 걸었던 날, 포도주에 취해 다음 날 고통을 겪은 날, 여행자들과의 거리와 관계를 고민하며 밤을 지새운 순간들이 생생하게 담겼다. 폭설과 강풍, 소음과 날씨, 관계의 삼중고 속에서도 그는 매일 자신에게 묻는다. “이 길로 가는 게 맞을까.”라고.
책은 ‘도전의 길’, ‘사색의 길’, ‘행운의 시간’ 등 3부로 구성했다. 도전의 길에서는 낯선 환경에 던져진 초보 여행자의 좌충우돌이 펼쳐진다. 사색의 길에서는 혼자가 두렵지 않게 된 시간, 길 위에서 배운 깨달음과 자유의 감각을 돌아본다.
행운의 시간에서는 계획이 어긋나도 결국 좋은 결론으로 이어졌던 경험을 통해 삶의 태도를 정리한다. “계획이 없어도 인생에는 늘 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문장은 순례길이 건넨 메시지다.
카미노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선택의 연속이었다. 어느 길을 택할지, 누구와 함께 걸을지, 언제 멈출지 스스로 결정해야 했다. 그는 “스스로의 결정과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임을 절감했다고 고백한다. 이는 순례길 위에서뿐 아니라 삶 전체에 적용되는 규칙이었다.
여정 속에는 다양한 국적의 순례자들이 등장한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도 “부엔카미노(Buen Camino)”라며 “좋은 여행 되세요”라고 인사를 나누고, 위험에 처하면 기꺼이 손을 내민다. 함께 고난을 겪으며 형성된 연대는 각자의 속도로 걷더라도 서로를 그리워하고 걱정하는 따뜻한 관계로 남는다.
저자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혹독하고 가혹했지만, 그만큼 충만했던 긴 배움의 시간”이라고 말한다. 800km를 완주한 몸과 마음은 이후의 삶을 단단히 받쳐줄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도시에서의 반복된 일상도, 순례길의 하루처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됐다는 깨달음이다.
책은 직장인의 불안과 갈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삶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빠르게 달려온 이들에게는 잠시 멈추라고 주문한다. 그리고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내가 선택한 길’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라 말한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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