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헝춘에만 있는 향토 디저트가 있다. ‘뤼더우좐’이다. 껍질 벗긴 녹두를 삶은 모습이 다진 마늘(蒜)을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고 걸쭉하게 끓인 달콤한 전분 물에 전분 묵과 쫀득한 떡을 넣은 뒤 얼음이나 타피오카를 얹어 먹는다.
대만 남쪽 끝 헝춘은 일년 내내 따뜻하고 오래된 성곽이 남은 소도시로 노동자와 주민들의 출출함을 달래주던 뤼더우좐이 수십 년째 이어져 온 곳이다. 녹두 껍질을 하나하나 손으로 벗겨 부드럽게 삶은 뒤 진득한 전분 육수와 고명을 얹어 차갑게 혹은 따뜻하게 낸다. 한국의 팥죽이나 콩국수 팥빙수를 떠올리게 하면서도 대만 남부만의 낯선 단맛을 내는데 걸쭉한 녹두의 고소함과 롱안(桂圓) 육수의 은은한 풍미가 균형을 이뤄 지나치게 달거나 인공적인 단맛을 부담스러워하는 입맛에도 잘 맞는다. 켄팅의 뜨거운 햇살 아래를 걷다가 얼음 얹은 뤼더우좐 한 그릇을 비우면 더위가 가신다. 헝춘에서 만날 수 있는 뤼더우좐 맛집 네 곳을 소개한다.
아보뤼더우좐(阿伯綠豆饌)
사진=공식 페이스북
헝춘 올드타운의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은은한 단내와 함께 긴 줄이 늘어선 가게를 만난다. 아보뤼더우좐이다. 단순한 디저트 가게가 아니라 헝춘 반도 전체의 미식 정체성을 보여주는 노포이자 현지인들의 세월이 깃든 곳이다. 과거 자전거에 작은 수레를 싣고 다니며 녹두죽을 팔던 할아버지의 손맛에서 시작해 40년 넘는 세월 동안 조리 방식을 그대로 지켜왔다. 박물관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오랜 정성이 느껴지는 매장 분위기와 세월의 흔적이 타이베이나 가오슝 같은 대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헝춘만의 호젓하고 다정한 분위기를 낸다.
흔히 접하는 대만 망고 빙수나 타피오카 밀크티와는 다른 미식 경험을 준다. 한국의 콩국이나 달콤한 단팥죽 모찌 떡이 주는 친숙한 구수함에 대만 전통 구이위엔(桂圓, 롱안) 풍미가 더해져 처음 맛보아도 부담이 없다. 헝춘의 무더운 태양 아래를 걷고 난 뒤 맛보는 시원한 한 그릇은 여행의 피로를 씻어주는 미식 오아시스가 된다.
메뉴는 종합 뤼더우좐 하나로 낸다. 따뜻하게 먹거나 굵은 얼음을 수북하게 얹은 차가운 방식으로 주문할 수 있는데 무더운 날씨엔 빙수 형태인 ‘종합 빙 뤼더우좐(綜合冰綠豆饌)’을 고르는 편이 좋다. 푹 삶아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지는 녹두 알갱이 위로 롱안과 말린 나츠메를 넣어 졸인 구수한 특제 흑당 전분 육수를 올리고 그 위에 쫄깃한 타피오카 그리고 네모난 찹쌀떡 모양을 푸짐하게 얹는다. 바삭하게 씹히는 얼음과 쫀득한 고명 부드럽고 구수한 녹두의 식감이 입안에서 다채롭게 어우러지고 달콤하면서도 과하게 자극적이지 않아 질리지 않고 깔끔하게 비운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며 수요일은 정기 휴무다. 재료가 일찍 떨어지거나 가게 사정으로 임시 휴무가 생기기도 하니 헝춘 올드타운 일정 앞쪽에 넣어 들르는 편이 안전하다.
阿伯綠豆饌
No. 115號, Zhongshan Rd, Chengxi Village, Hengchun Township, Pingtung County, 대만 946
커지구짜오웨이뤼더우좐(柯記古早味綠豆饌)
사진=구글맵 소유자 제공 이미지
커지구짜오웨이뤼더우좐(柯記古早味綠豆饌)은 헝춘 고성 골목에 있는 아담하고 정겨운 상점이다. 가게 이름 그대로 매일 준비한 재료가 소진되면 곧바로 영업을 마친다. 대만 전통 시장 특유의 눅눅하거나 어수선한 분위기가 부담스러운 여행객에게 쾌적하고 깔끔한 매장 환경을 제공하고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 감칠맛 나는 흑당과 계화 향이 밴 전분 육수는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의 균형을 갖췄다.
여러 고명이 풍성하게 올라간 차가운 ‘종합 뤼더우좐 빙(綜合綠豆饌 冰)’이 대표 메뉴다. 고소하고 부드럽게 씹히는 껍질 벗긴 녹두 위에 쫀득한 수제 찹쌀떡, 탱글한 젤리 질감의 펀티아오, 타피오카 타로 볼 등을 다채롭게 얹고 그 위에 곱게 간 살얼음과 특제 수제 흑당 시럽을 뿌린다. 바삭하게 씹히는 얼음과 따뜻하고 부드러운 녹두 전분의 대비가 입안에서 좋은 식감을 만든다. 따뜻하게 먹는 온(熱) 버전도 있지만 더운 남국의 열기를 식히고 재료의 탱글한 식감을 살리려면 차가운 빙수 버전을 고르는 편이 낫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지만 그날 준비한 녹두와 고명이 다 팔리면 영업시간과 상관없이 일찍 문을 닫으니 오후 이른 시간에 방문하는 편이 좋다. 휴무일은 없다.
커지구짜오웨이뤼더우좐
No. 69號, Fude Rd, Chengxi Village, Hengchun Township, Pingtung County, 대만 946
황가 뤼더우좐(車城黃家綠豆蒜, Huang’s Sweet Mung Bean So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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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가 뤼더우좐(車城黃家綠豆蒜, Huang’s Sweet Mung Bean Soup)은 헝춘 반도 입구에 있는 오랜 노포다. 켄팅이나 헝춘 중심가의 번화한 관광지에서 벗어나 대만 남부 식문화를 가장 원형에 가깝게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수십 년 동안 같은 방식을 고수하며 지역 주민은 물론 대만 전역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의 발길을 끌고 있다.
흔히 접하는 타피오카 밀크티나 자극적인 길거리 음식과 달리 부드럽게 씹히는 녹두 알갱이와 과하지 않은 단맛으로 부담 없이 맞아떨어지고 화려한 인테리어 대신 무심한 듯 정겨운 로컬 식당의 풍경이 현지 삶에 깊숙이 들어간 기분을 안겨준다.
차가운 ‘종합 빙 뤼더우좐(綜合冰綠豆蒜)’을 가장 많이 찾는다. 뜨겁게 졸여낸 녹두 베이스 위에 고운 입자의 빙수를 올리고 그 위에 수제 찹쌀떡과 푸타오간(건포도) 전분 묵 등 고명을 다채롭게 얹는다. 차가운 얼음과 따뜻한 녹두 베이스가 섞이면서 녹두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이 더욱 살아나고 쫄깃한 고명이 씹는 재미를 더한다. 취향에 따라 따뜻하게 즐기는 뤼더우좐을 고를 수도 있지만 남국의 무더운 기후를 식혀주는 차가운 버전이 단연 많은 사랑을 받는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0시 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며 수요일은 정기 휴무다. 재료가 소진되면 마감 시간보다 일찍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오전이나 점심 식사 직후 방문하는 편이 안전하다.
Huang’s Sweet Mung Bean Soup
No. 3之36號, Fu’an Rd, Fu’an Village, Checheng Township, Pingtung County, 대만 944
바이후짜이얼러우(伯虎在二樓-恆春本店 / But Who)
사진=구글맵 소유자 제공 이미지
오래된 고성 도시 특유의 세월을 간직한 2층 고택을 개조해 레트로한 감성을 살린 빈티지 카페다. 1층의 분주한 골목 풍경을 뒤로하고 계단을 오르면 옛 대만 주택 특유의 낡은 목재 구조와 빛바랜 타일 클래식한 가구가 어우러진 비밀스러운 공간이 펼쳐진다. 입구에서 마치 과거의 공장이나 사무실로 출근하듯 레트로 타임카드를 직접 찍고 들어가는 시스템을 갖춰 여행의 시작부터 독특한 재미와 몰입감을 준다. 흔한 프랜차이즈나 모던한 카페와는 다른 남국 헝춘만의 고즈넉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사진과 글로 담기에 좋은 곳이다.
세월의 결이 느껴지는 감성과 함께 대개 길거리 노포나 야외 평상 형태의 오래된 가게에서 팔려 여름철 무더위 속에서 편하게 즐기기 어려웠던 전통 향토 디저트를 쾌적하고 세련된 고택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뤼더우좐은 매일 아침 매장에서 직접 구워내는 수제 베이커리와 헝춘 특산물을 활용한 시그니처 디저트로 새롭게 풀어낸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수제 까눌레와 풍미 가득한 스콘 파운드케이크는 꼭 주문해야 할 메뉴로 꼽힌다. 전통 뤼더우좐에 들어가는 푹 삶은 녹두와 쫀득한 떡 고명의 식감 그리고 은은한 흑당 풍미를 현대적인 음료나 파이 형태의 디저트로 풀어낸 시그니처 메뉴는 노포의 맛이 낯선 여행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별미다. 정갈하게 우려낸 대만 산지 차나 깊은 풍미의 핸드드립 커피를 수제 베이커리와 함께 즐기는 편을 추천한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만 운영한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은 휴무다. 상호명(無接待110cm以下孩童內用)에 나와 있듯 매장 내 안전과 조용한 분위기 유지를 위해 키 110cm 이하 어린이는 매장 내 취식이 제한되는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
伯虎在二樓-恆春本店/無接待110cm以下孩童內用
946 대만 Pingtung County, Hengchun Township, Chengbei Village, Zhongshan Rd, 48號入口在秋香麵店旁2樓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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