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 난바는 한국인 여행객이 가장 많이 찾는 동네지만 정해진 관광 코스만 따라가면 놓치는 곳이 많다. 골목 구석구석에는 현지인만 아는 카페도 많다. 그중 눈여겨볼 만한 네 곳을 소개한다. 각자 분위기도 다르고 바쁜 여행 일정 중에도 미식과 휴식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곳들이다.
기싸 토미(Kissa Tommy / 喫茶トミー)
먼저 기싸 토미는 오사카 난바나카 골목에 자리한 전통 기싸텐으로 아날로그 공간이다. 빛바랜 간판과 벽돌 장식이 세월을 그대로 보여주고 문을 열면 짙은 갈색 나무 테이블과 낡은 가죽 소파가 손님을 맞는다. 클래식 피아노 음악이나 라디오 소리가 은은하게 흐르고 손때 묻은 만화책과 잡지도 곳곳에 꽂혀 있어 1980년대 일본 어느 아침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이 든다.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문을 열기 때문에 복잡한 난바의 아침을 현지인처럼 차분하게 시작하고 싶은 한국인 여행객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두툼하게 썬 식빵을 노릇하게 구워 삶은 달걀과 진한 융드립 커피를 함께 내는 모닝 세트가 대표 메뉴고 점심시간 즈음 방문한다면 팬에 달달하고 새콤하게 볶은 꾸덕한 소스의 나폴리탄 파스타도 주문해봐야 한다. 일본식 케첩 스파게티인데 소박하면서도 자꾸 생각나는 중독성 있는 맛을 낸다.
BAKERY CAFE C Namba City (베이커리 카페 씨 난바 시티점 / ベーカリーカフェC なんばシティ店)
다음은 베이커리 카페 씨 난바 시티점으로 대형 쇼핑몰 난바 시티 본관 1층에 있다. 혼잡한 역 주변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설계한 공간인데 층고가 높아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다운톤 조명과 프라이빗한 좌석 배치 덕분에 혼자 가도 주위 시선 신경 쓸 일이 없다. 매장 한쪽에는 갓 구운 빵 수십 종류가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깔끔하게 진열돼 있고 노트북으로 일하거나 조용히 시간을 정리하는 직장인과 학생이 많아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오래 운영하기 때문에 늦은 시간 갈 만한 조용하고 예쁜 공간을 찾는 한국인 여행객에게 단비 같은 곳이다. 망고라씨는 진하고 달콤한 열대 과일 맛을 시원하게 느낄 수 있어 입소문을 탄 독보적인 대표 메뉴로 감각적인 비주얼과 상큼한 맛 덕분에 필수로 주문해야 한다. 매시간 직접 구워 결이 살아있는 바삭한 페이스트리나 부드러운 단팥빵을 망고라씨와 함께 먹는 것이 이곳을 제대로 즐기는
P.G.donut 난바 파크스점 (피지 도넛 난바 파크스점 / P.G.donut なんばパークス店)
세 번째는 피지 도넛 난바 파크스점으로 세련된 복합 쇼핑몰 난바 파크스 2층에 있어 찾아가기 쉽다. 깔끔한 화이트 톤과 밝은 우드 재질을 기본으로 하고 곳곳에 감각적인 포스터와 노출 콘크리트 스타일을 매치해 젊은 감성을 살렸다. 유리 쇼케이스 안에는 마치 모형처럼 정갈하고 예쁜 색감의 도넛들이 화려하게 진열돼 있어 보는 즐거움이 크고 밝고 화사한 조명 덕분에 사진도 예쁘게 나온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쇼핑 중간에 달콤하게 에너지를 채우며 쉬어가기 좋고 비주얼만큼 맛도 챙기고 싶은 한국인들의 취향에 잘 맞는다. 생크림 도넛이 시그니처 메뉴인데 겉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도넛 피 속에 크림을 아낌없이 채워 넣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 우유 생크림 도넛과 쌉싸름하면서 달콤한 말차 크림 도넛은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고 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곁들이면 궁합이 최고다.
미키야 커피(mikiya coffee)
마지막은 미키야 커피로 난바에서 커피 본연의 맛과 장인의 손길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전문 로스터리 커피숍이다. 블랙과 다크 우드 톤을 메인으로 써서 묵직하면서도 신사들의 아지트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바 테이블 안쪽에서는 마스터가 정성껏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은은한 오렌지빛 조명 아래 아로마 향 가득한 커피 향이 공간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 화려하고 시끄러운 난바 거리의 소음에서 완벽하게 차단된 채 깊은 사색이나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에 적합하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고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운영하기 때문에 진정한 커피 미식을 즐기고 싶은 한국인 카페 마니아라면 시간을 맞춰 방문할 가치가 충분한 곳이다. 핸드 드립 커피가 필수 메뉴로 숙련된 기술로 정성껏 추출해 원두 고유의 산미와 묵직한 바디감이 입안 가득 감돈다. 진하고 촉촉한 식감의 수제 치즈케이크나 달콤 쌉싸름한 가토 쇼콜라를 함께 주문하면 디저트와 원두 풍미가 잘 어우러진다.
오사카=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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