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이자 대표 항구 도시다. 예술과 건축 모두를 품은 곳으로 디자인 탐방하기에 이만한 곳도 없다.
시테 라듀스
시테 라듀스 / 사진=마르세유 관광청 사이트
시테 라듀스(cite Radieuse, 유니테 다비타시옹)는 현대 아파트의 시초다. 이곳은 르코르뷔지에가 1947년부터 1952년 사이에 지은 실험적 주거 건축물로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17층 높이에 337세대가 들어선 ‘수직 정원 도시’라 불리는 공간이다. 일반 아파트가 아니라 도시 주거의 미래를 시험한 실험장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면 생활의 모든 것이 집약돼 있다. 상점가, 레스토랑, 갤러리, 어린이집, 아트센터 MaMo까지. 옥상에는 테라스와 운동 공간, 전시 공간이 마련돼 마르세유 전경을 내려다보며 문화와 일상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시테 라듀스 / 사진=마르세유 관광청 사이트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브루탈리즘(콘크리트를 그대로 드러내는 건축) 스타일과 기능주의 디자인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소다. 노출 콘크리트의 거대한 구조, 세대마다 확보된 빛과 바람, 중복되지 않는 복층 구조의 복도 등은 건축학도는 물론 도시와 디자인에 관심 있는 여행자는 꼭 들러야한다. 시테 라듀스는 공동체와 주거, 공공 공간의 결합을 구현한 사례로 1950년대에 이미 고밀도 주거 해법을 탐구했다. 한국의 아파트 문화와 비교해도 시사점이 많다.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 샤넬이 2024/2025 크루즈 컬렉션을 옥상 테라스에서 선보이며 다시 주목받았다. 누구나 무료로 방문할 수 있고 마르세유 관광안내소를 통해 가이드 투어도 예약 가능하다.
280 Bd Michelet, 13008 Marseille, 프랑스
MaMo 아트 센터
MaMo 아트 센터 / 사진=MaMo 아트 센터 사이트
시테 라듀스 옥상에 오르면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이 눈앞에 열린다. MaMo 아트 센터다. 르코르뷔지에가 남긴 모듈러(Modulor) 철학을 기반으로 조성된 현대 미술 전시·창작 공간. 건축 자체가 예술이 되고, 그 안에서 국내외 작가들의 전시와 퍼포먼스, 워크숍이 이어진다. 유니테 다비타시옹 내부에 있다. 건축과 인간의 비율을 맞춘 모듈러 개념을 반영해 공간 전체가 작품처럼 기능한다. 건축과 예술이 직접 맞닿는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옥상에 서면 시야가 시원하다. 마르세유 도시 전경과 지중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 건축과 자연, 도시 환경이 함께 어우러진다. MaMo의 현대적 감각은 디자이너 오라이토(Ora Ito)의 손길이 더해졌다. 미래적인 디자인이 창의적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디자인과 예술을 공부하거나 창작하는 이들에게 생생한 영감을 주는 곳이다.
280 Bd Michelet, 13008 Marseille, 프랑스
르 르레 50
르 르레 50 / 사진=르 르레 50 사이트
점심 시간, 풍경 좋은 곳을 찾는다면 르 르레 50(Le Relais 50)이 제격이다. 르 르레 50은 마르세유 구항구 앞에 자리해 테라스에 앉는 순간 항구와 도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실내는 파리 브라세리 스타일로 꾸며져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메뉴는 현지 재료로 만든 현대 지중해 프랑스 요리가 차려진다.
레스토랑은 제철과 유기농을 원칙으로 삼는다. 건강하고 창의적인 조리법으로 완성한 메뉴는 마르세유 전통 생선 수프, 구운 연어, 문어 튀김, 유기농 닭 요리, 계절 야채와 소스까지 다양하다. 친환경 레스토랑 인증(에코테이블 3마카롱)을 획득하며 현지에서도 꾸준히 추천받는다.
20 Quai du Port, 13002 Marseille, 프랑스
함께 본 기사: “괌은 관광상품이 아닙니다”… 괌, 휴양지에서 이렇게 바뀐다
뮤제 뒤 파포
뮤제 뒤 파포 전경 / 사진=웹사이트
마르세유 한복판에서 장식 예술, 도자기, 패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뮤제 뒤 파포 (Musée des Arts Décoratifs, de la Faïence et de la Mode). 르코르뷔지에 건축이 보여주는 현대적 시선과, 시간의 겹을 두고 마주 선 역사적 건축물이 묘한 울림을 만든다.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이어지는 유럽 장식미술과 도자기, 그리고 패션 변화를 보여주는 전시 공간은 방대한 도자기 컬렉션으로 먼저 시선을 붙잡는다. 미술사 교과서를 그대로 펼쳐 놓은 듯한 작품들과 프랑스와 유럽의 장식 예술은 보는 재미와 배움의 무게를 동시에 안긴다. 시대별 의상과 패션 소품은 당시 유럽 사회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남부 프랑스 특유의 문화적 색채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패션 박물관으로서 의상과 소품이 전하는 기록은 패션 연구자나 디자인 전공자에게 더없이 좋은 자료다.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였던 마르세유의 배경은 전시 속 장식 예술과 도자기에 깊게 새겨져 있다. 유럽 해양 도시가 지닌 풍요로움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종합 미술관과 달리 장식미술, 도자기, 패션에 집중한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경험도 이곳만의 장점이다. 학술 탐방이나 문화예술 전문 취재에도 손색이 없다. 게다가 위치는 마르세유 1구 중심이라 접근이 편하고 시내 다른 문화 명소와 연계해 관람하기에도 알맞다.
132 Av. Clot Bey, 13008 Marseille, 프랑스
카페 드 라 방크
메뉴 / 사진=카페 드 라 방크(Café de la Banque) 웹사이트
마르세유 행정 중심가 금융 지구 한복판, 19세기 말 세워진 전통 브라세리를 개조한 카페 드 라 방크(Café de la Banque)가 있다. 이름처럼 은행 건물을 개조한 이곳은 지금도 프랑스 국립은행과 주요 금융기관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도시 경제의 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관광객 중심 카페와 달리 현지인들의 생활이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여행자에게는 진짜 마르세유의 리듬을 느낄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된다. 합리적인 가격에 커피, 오믈렛, 샐러드, 고기나 생선 요리까지 든든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지하철 에스트랑갱 역과 가까워 이동도 편리하다. 카페 드 라 방크는 마르세유 금융 지구 속에서 현지 생활을 체험하고, 프랑스 카페 문화의 진수를 직접 맛볼 수 있는 장소로 추천할 만하다.
24 Bd Paul Peytral, 13006 Marseille, 프랑스
롭미에르 드 노먼 포스터
롭미에르 드 노먼 포스터 / 사진=마르세유 광역 관광 및 컨벤션 사무국(Office Métropolitain de Tourisme et Congrès Marseille)
예술 여행으론 마르세유에서 거울 캐노피를 뺴놓을 수 없다. 공식 명칭은 롭미에르 드 노먼 포스터(L’Ombrière de Norman Foster)다. 한국어로는 ‘노먼 포스터의 거울 캐노피’라 불린다. 위치는 마르세유 구항구 동쪽 가장자리다. 거울 광택으로 마감한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과 얇은 기둥으로 구성됐다. 2013년, 유럽 문화수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세워졌다.
마르세유 구항구에 들어선 이 구조물은 초대형 캐노피다. 햇빛과 비를 막아주는 기본적인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반사면이 방문객과 풍경을 왜곡해 보여준다. 덕분에 그곳에 서면 새로운 시각적 경험이 만들어진다. 지역 주민과 여행자가 모여 공연, 장터, 집회가 열리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공중에 떠 있는 거울 같은 모습 덕에 마르세유 구항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진 명소로 자리 잡았다.
영국 건축계 거장 노먼 포스터가 설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런던의 ‘걸킨’ 빌딩처럼 현대 건축과 도시 공간 재활성화의 사례로 꼽힌다. 이 구조물이 들어서기 전, 구항 주변은 차량 통행으로 단절되고 쇠퇴한 공간이었다. 캐노피와 광장이 조성되면서 활력이 돌아왔고, 도시 재생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마르세유는 오래된 항구의 시간 위에 오늘의 삶을 덧입힌다.
Quai de la Fraternité, 13001 Marseille, 프랑스
권효정 여행+ 기자
✈
여행플러스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고
‘트렌디’한 여행 정보를 받아보세요
https://www.instagram.com/trip_plus/
팔로워 8,050명, 팔로잉 43명, 게시물 1,098개 – 여행플러스(@trip_plus)님의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보기
www.instagram.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