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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축제는 다 비슷할까”…전문가에게 물었다[지방소멸의 와일드카드,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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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서는 축제가 지역을 살린다고 말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혈세를 태우는 일회성 행사라고 비판한다. 전국 곳곳에서 해마다 새로운 축제가 생겨나지만, 차별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번 편에선 관광연구원, 실무자, 관광교수 등 축제 전문가들에게 한국 축제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1. 축제는 세금 낭비인가 전략인가

사진= 대구시

축제를 둘러싼 가장 큰 논란 중 하나가 세금 낭비 여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축제가 다른 지역개발 사업과 비교하면 오히려 효율성이 높은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손신욱 부연구위원은 “축제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라며 “안동에 3400억원을 들여 지은 컨벤션센터는 한 달 방문객이 1000명도 되지 않지만, 축제는 20억~30억원으로 수십만 명을 불러모은다”고 말했다.

이어 “투입 예산 대비 방문객 수를 따지면 굉장히 효율적인 정책”이라며 “우리나라 축제 총예산은 약 6000억원 수준이다.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에 들어가는 매몰비용과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규모”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 감소가 가장 빠른 강원도가 인구 10만명당 축제 수도 가장 많다는 통계가 있다”며 “인구감소 위기 지역의 95%가 축제를 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이 절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진호 대표는 축제를 경제 논리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남 백제문화제와 같은 문화예술형 축제는 경제효과만 보면 눈에 띄지 않는 소모성 행사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전승하고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든버러 축제나 프랑스 파리 몽마르트 축제도 행사 자체로 막대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며 “지역 문화를 알리고 관광객이 이를 체험하게 한 결과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유진호 한국관광공사 대외협력관은 축제 자체의 매출보다 이후 지역 관광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축제 자체보다 축제를 계기로 지역 관광이 다시 생산되는 구조가 중요하다”며 “축제는 특정 지역의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를 새롭게 만드는 도구”라고 설명했다.

축제로 도시 브랜드를 만든 대표 사례인 김천시 김밥축제 담당 주무관은 “김밥축제 이후 인지도가 낮았던 중소도시 김천에 ‘김밥 도시’라는 이미지가 생겼다”며 “이제 김천을 들으면 김밥을 자동으로 떠올릴 정도로 새로운 도시 브랜드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이어 “별도의 촬영 협찬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방송과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효과를 얻었다”며 “시민들도 도시가 알려지는 것 자체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2. 한국 축제는 왜 차별성이 없는가

축제는 늘어나지만 꽃축제, 야행축제 등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한 축제가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조직의 불안정성’을 첫손에 꼽았다.

지 대표는 “공무원은 스스로 콘텐츠를 연구할 역량과 의지가 부족해 다른 지역에서 성공한 업체를 그대로 데려오는 경우가 많다”며 “업체 역시 다른 곳에서 사용한 콘텐츠를 반복해 활용하니 전국 축제가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영철 상지대 교수는 “일본은 전담 조직이 무대나 기반시설을 행사 업체에 맡기더라도 콘텐츠 기획은 놓지 않는다”며 “주민과 어떻게 연출할지, 관은 어떤 역할을 맡을지, 올해는 무엇을 새롭게 시도할지를 1년 내내 고민하며 콘텐츠를 축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은 축제 운영을 외부 업체에 맡기는 위탁 구조가 일반적이다. 김천 김밥축제도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전 교수는 “김밥축제는 관 주도 축제지만 좋은 업체를 만나 3년째 흥행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가계약법상 위탁 기간을 3년 이상 줄 수 없어 잘하는 업체도 결국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쌓은 기획력은 모래성처럼 허물어진다”며 “새로운 기획사가 들어오면 다른 관점에서 다시 처음부터 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 조직의 잦은 인사도 연속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전 교수는 “공무원은 2년마다 바뀌고 지자체장은 4~5년마다 바뀐다”며 “담당자가 바뀌면 축제의 틀이 달라지고 대행사가 바뀌면 운영 방식 전체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구조에서 일회성 행사가 반복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손신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외 축제와 비교해 민간 기업의 참여가 적다는 점을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손 부연구위원은 “짧은 기간 많은 사람이 몰리는 축제는 기업 입장에서 신제품을 먼저 선보이는 시험무대가 될 수 있다”며 “기업이 후원이나 협찬에 나설 유인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축제는 구조적으로 후원과 협찬, 기부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나라 축제는 예산의 거의 100%를 지자체와 국비로 충당하고 일부를 민간 협찬으로 메우는 구조”라며 “결국 돈을 대는 쪽이 주도권을 쥘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 대표는 “축제 수요는 늘어나는데 지역만의 콘텐츠는 개발되지 않고 있다”며 “어디에서 성공했다고 하면 다른 지역이 비슷하게 따라간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진주남강유등축제를 들었다.

그는 “진주 유등축제가 성공한 뒤 서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유사한 축제가 생겼다”며 “여기저기서 같은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정작 원조인 진주 유등축제도 존재감이 흐려지고 인기도 예전만 못해졌다”고 평가했다.

운영 업체가 여러 지역에서 콘텐츠를 반복 활용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전 교수는 한국 축제의 역사적 배경도 차별성 부족의 원인으로 짚었다. 그는 “일본은 근대화 과정에서 스스로 행사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지만, 우리는 1994년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면서 물산 중심의 축제가 다시 생겨났다”며 “그전에 이어오던 마을 축제는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대부분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역 고유성을 지켜 성공한 사례도 있다. 연천구석기축제다.

정세미 연천군 주무관은 구석기 축제의 성공 요인으로 ‘일관성’을 꼽았다.

정 주무관은 “구석기축제라는 콘셉트를 무너뜨리지 않고 계속 유지한 것이 다른 축제와 구분되는 인식을 심어줬다”며 “전문 인력이 10년 넘게 같은 업무를 담당한 점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천 김밥축제는 현장의 문제를 빠르게 고치며 차별성을 키웠다.

김천 김밥축제 담당 주무관은 “축제 초기에는 정작 김밥이 부족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바로 개선해 김밥 판매 횟수를 4배 이상 늘렸다”고 말했다.

내빈 중심의 운영 방식도 버렸다.

그는 “일반 행사처럼 내빈 의전에 시간을 쓰지 않고 방문객 서비스에 집중했다”며 “비싼 유명 가수 대신 김밥과 관련된 가수를 무대에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명세에 기대지 않고 ‘김밥’이라는 본질에 집중한 점이 다른 축제와의 차별점이 됐다”고 말했다.

3. 가장 글로벌 가능성 있는 한국 축제

전문가들이 한국에서 가장 잘 만든 축제로 꼽은 곳은 화천산천어축제와 보령머드축제였다. 두 축제 모두 지역을 대표하는 소재를 발굴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다만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개선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손신욱 부연구위원은 화천산천어축제의 성공 비결로 안정적인 조직과 명확한 목표 고객 전략을 꼽았다.

그는 “재단법인 형태의 전담 조직이 안정적으로 운영됐고, 군수가 수십 년간 5선을 지내며 일관된 마케팅 전략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화천군은 해외 관광객 가운데 대만을 핵심 시장으로 정했다.

손 부연구위원은 “군수가 대만 최대 여행사 대표를 직접 화천으로 초청하고 방공호에서 대형 얼음 케이크로 생일을 축하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펼쳤다”고 소개했다.

손 부연구위원은 “무슬림 기도실을 설치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의 특성에 맞춘 시설까지 완비한 축제는 흔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방문객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10% 안팎에 이르면 ‘글로벌 축제’로 볼 수 있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다만 축제 콘텐츠가 오랫동안 정체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진호 대표는 “화천산천어축제는 초기에는 굉장히 성공적인 축제였다”며 “지금은 지나치게 조직화되고 운영이 정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콘텐츠가 오랫동안 정체된 사이 유사한 축제가 여러 지역에서 생겨났다”며 “그 과정에서 경쟁력도 많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보령머드축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형 축제로 자리 잡았지만, 아직 세계적인 축제로 가기에는 보완할 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 부연구위원은 보령머드축제에 대해 “아직 더 나아가야 할 단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대표 문화관광축제로 오랫동안 지원했지만 외국인 방문객은 여전히 1만 명이 되지 않는다”며 “목표 고객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위주로 제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얼굴에 진흙을 묻히는 체험 사진 한 장이 해외 관광객에게 얼마나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20년 가까이 같은 콘텐츠를 내세웠는데 외국인 방문객이 아직 1만 명도 되지 않는다는 점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4. 한국 축제가 바꿔야 할 것들

전문가들은 한국 축제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운영 조직과 재원 구조, 인력 양성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신욱 부연구위원은 현재 추진 중인 ‘문화축제 육성에 관한 법률’을 언급하며 국내 축제 정책의 한계를 짚었다.

그는 “우리나라가 축제 정책을 도입한 지 30년이 됐다”며 “그동안 막대한 국비를 투입했지만 외국인이 이름을 떠올릴 만한 한국 축제는 아직 하나도 없다는 것이 연구팀의 결론”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세계인이 함께 참여하는 자원봉사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손 부연구위원은 “삿포로 눈축제가 한국 유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면 하루 만에 마감된다”며 “삿포로라는 도시 브랜드와 세계적인 축제에 직접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에서 시작한 축제라도 글로벌 축제로 성장하려면 세계인이 기획과 운영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천산천어축제는 지역 출신 청년을 축제 운영에 다시 참여시키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다.

손 부연구위원은 “화천은 다른 지역으로 떠난 대학생을 아르바이트 인력으로 고용해 축제 기간 다시 고향으로 불러들인다”며 “글램핑장을 확충하고 인근 지역과 관광을 연계하려는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진호 대표는 가장 시급한 과제로 민간 주도 운영 구조로의 전환을 꼽았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순수 민간 주도형 축제로 가야 한다”며 “이를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는 자금과 전문 인력 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 기업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없으면 투자하지 않는다”며 “정부 지원을 줄이는 것만으로 민간 주도 구조가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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