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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과 쇼핑 너머, 건축으로 보는 후쿠오카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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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도시 일본 후쿠오카는 자주 찾게 되지만, 늘 온천과 쇼핑으로만 기억된다. 그러나 도시를 천천히 걷다 보면 의외로 놀라운 건축물들이 많다. 여행 중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공간의 미학과 도시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을 소개한다.

아크로스 후쿠오카 (ACROS Fukuoka)

후쿠오카 도심 텐진 중심부에 자리한 아크로스 후쿠오카는 건축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의 얼굴 같은 공간이다. 아르헨티나 출신 건축가 에밀리오 암바즈가 설계한 이 건물은 ‘산’을 콘셉트로 한 14층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이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거대한 산 하나가 도시 한복판에 솟아오른 듯한 인상을 준다. 특히 외벽 전체를 덮은 60m 높이의 계단식 정원 ‘스텝 가든’은 후쿠오카 시민은 물론 관광객에게도 상징적인 장소다. 약 4만 그루의 나무와 120여 종의 지역 토착 식물이 심어져 사계절의 변화를 그대로 담아낸다.

스텝 가든은 텐진 중앙공원과 맞닿아 있어 도심의 녹지 축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계단을 따라 오르며 시내를 내려다보면 도시 속에서도 숨결이 살아 있는 자연의 리듬이 느껴진다. 내부로 들어서면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이 공간을 가득 채운 아트리움이 펼쳐진다. 건물은 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고, 대기질 개선에도 기여하도록 설계됐다. 단순히 건물이 아닌 하나의 생태 시스템처럼 작동하는 셈이다. 건물 안에는 후쿠오카 심포니홀과 국제회의장이 함께 있어, 음악 공연이나 전시, 포럼 등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경험할 수 있다. 친환경 건축의 교과서 같은 장소로, 건축과 지속 가능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들러볼 만하다.

후쿠오카 타워 (Fukuoka Tower)

후쿠오카 해변가의 랜드마크이자,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완성하는 상징적 건축물이다. 높이 234m로 일본에서 가장 높은 바닷가 타워로 알려져 있다. 3면 유리벽 구조로 이루어진 외관은 햇빛에 따라 색이 미묘하게 변하며, 바다와 하늘이 반사되어 시간대마다 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오후에는 유리벽에 노을빛이 스며들고, 밤에는 조명이 켜져 바다 위의 등대처럼 도시를 밝힌다.

전망대에 오르면 후쿠오카 시내, 하카타만, 멀리 쓰시마 해협까지 360도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규슈 북부 해안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해질 무렵에는 도심 불빛과 바다의 수평선이 맞닿는 풍경이 인상적이다. 현지인들에게는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로, 여행자에게는 후쿠오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필수 코스로 꼽힌다. 도심과 바다가 공존하는 도시의 매력을 가장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규카츠 모토무라 후쿠오카 파르코점

건축 탐방 사이에 꼭 들러야 할 미식 스폿이다. 텐진 중심 파르코 백화점 별관 지하에 위치해 접근성이 좋다. 얇고 바삭한 튀김옷 속에 육즙이 그대로 살아 있는 소고기 규카츠가 대표 메뉴다. 고기의 신선도와 두께, 튀김 온도가 절묘하게 맞물려 부드러우면서도 풍부한 식감을 자랑한다. 한입 베어물면 고소한 향과 고기의 단맛이 동시에 퍼진다.

현지에서도 인기가 높지만, 특히 한국인 여행자에게 ‘후쿠오카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예약은 불가능하고 웨이팅은 기본이지만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다. 식당 내부는 아담하지만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고, 식사가 나오기 전 스스로 구워 먹는 방식이라 즐거움도 더해진다.

하카타 리버레인

하카타 강변을 따라 자리한 복합문화 단지다. 상업시설과 호텔, 미술관이 모여 있으며, 현대적인 디자인과 세련된 구조미가 돋보인다. 외관은 유리와 금속이 조화된 미니멀한 형태로, 주변 수변 경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내부는 넓은 통로와 개방감 있는 공간 구성으로, 예술과 일상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단지 내에는 미술관이 있어 수준 높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고, 고급 레스토랑과 부티크 호텔이 함께 들어서 있어 여행 중 잠시 머무르기에도 좋다. 커피 한 잔을 들고 강변을 걷다 보면 도시의 여유와 감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쇼핑과 문화, 미식이 한자리에 모인 복합 공간으로, 후쿠오카의 현대 건축미를 체험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장소다.

구 후쿠오카현 공회당 귀빈관 (Former Fukuoka Prefectural Hall Guest House)

후쿠오카의 역사와 건축을 동시에 품은 공간이다. 메이지 시대에 건립된 서양식 건축물로, 일본 근대 건축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다. 외관은 대칭형 구조에 고전적인 장식이 더해져 있으며, 내부는 서양식 건축 기술과 일본의 미적 감각이 조화되어 있다.

이 건물은 일본이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던 과도기에 세워져,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는 시대의 흔적을 보여준다. 목재와 석재가 정교하게 결합된 구조, 섬세한 몰딩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등 세부 요소 하나하나가 세월의 깊이를 전한다. 후쿠오카의 도시 변화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이자, 일본 근현대 건축의 맥락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여행 중 잠시 들러 건축물에 담긴 시간의 층위를 느껴보길 권한다.

후쿠오카는 자연과 도시, 역사와 현대가 겹겹이 쌓인 건축의 도시다. 눈에 익숙한 쇼핑 거리 뒤편으로 한 걸음만 물러서면 전혀 다른 후쿠오카가 보인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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