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 도심 속 초록 정원의 호텔…개관 1년 맞은 아만 나이러트 방콕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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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 도심 한복판에서 울창한 고목과 푸른 녹지에 둘러싸여 쉬어 갈 수 있는 신상 호텔이 문을 열었다. 지난 2025년 4월 문을 연 아만 나이러트 방콕으로 개관한지 1년 반이 지났다.
룸피니 일대 나이러트 파크 안 약 2.8헥타르(7에이커) 부지에 들어서 고목 사이로 새소리가 들리고 객실 창밖으로는 초록빛 공원이 펼쳐진다. 대사관과 쇼핑몰이 모인 중심가인데도 문을 나서면 도로보다 정원이 먼저 나온다. 아만이 일본 도쿄와 미국 뉴욕에 이어 세 번째로 낸 도심형 호텔이자 푸껫 아만푸리 이후 태국에서 두 번째로 연 호텔이다. 객실은 스위트 52실뿐이다.
가는 길도 어렵지 않다. 수완나품(BKK) 국제공항과 돈므앙(DMK) 공항에서 차로 45~60분 정도다.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플런칫 BTS역이 있어 시내 어디든 나가기 편하다. 출퇴근 정체 시간대에는 택시보다 BTS가 빠르고 명품 쇼핑몰과 디자이너 숍은 걸어서 닿는다.
호텔을 둘러싼 공원에는 사연이 있다. 이 공원은 방콕 근대화를 이끈 기업가 나이러트(프라야 박디노라세트)가 일군 땅이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얼음을 들여와 태국 첫 제빙 공장을 세웠고 자동차와 백화점 수상택시 버스 노선까지 처음 들여온 개척자였으며 표범 탐을 반려동물로 키운 일화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증손녀 나파폰 렉 보디라탕쿠라 CEO를 비롯한 4대째 가문이 땅을 지키고 있다. 그 공원 안에 아만과 함께 ‘아만 나이러트 방콕’을 지은 것이다.
아만은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뜻한다. 설계는 오랜 협력자 장미셸 가티가 맡았고 호텔 곳곳에는 옛 저택의 흔적이 남았다. 석재 바닥은 저택 티크 마루의 파켓 패턴을 따랐고 객실 천장의 층층이 접힌 몰딩은 2차 세계대전 때 폭격 피해를 줄이려고 기와를 겹쳐 올린 지붕에서 가져왔다.
저택은 호텔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그대로 서 있다. 1915년에 지은 티크목 헤리티지 홈으로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다. 투숙객은 헤리티지 홈 투어가 요금에 포함돼 있어 체크인 뒤 가볍게 들르기 좋다.
1층은 도착 로비다. 체크인하는 9층 리셉션 로비부터 눈길을 끈다. 세 개 층 높이로 트인 공간에 검은 수면이 깔리고 랜턴 모양 등불이 떠 있다. 그 위로 12m 높이의 브론즈 레인트리 조형물이 늘어진다. 무게 2.3t에 수공예 놋쇠 잎 6000여 개를 단 작품으로 영지에 선 100년 된 참주리 나무를 본떴다. 데스크 뒤편 벽은 3000여 개의 팽이 오브제로 채웠고 치앙마이 장인이 조각해 금박을 입힌 목재 스크린이 옆에 선다.
객실은 52실 모두 스위트로 11~18층에 있고 기본 크기가 92~99㎡라 시내 호텔 가운데 넓은 편이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닿는 통창으로 공원의 녹지와 노을 지는 하늘이 그대로 들어온다.
침대 뒤편은 연한 꿀색 세로 패널이 촘촘히 이어지다 대각선 경계에서 회갈색 직물 패널로 바뀌고 태국 전통 지붕의 곡선은 바나나 껍질 줄기로 표현했다. 드레스룸 중앙의 금속 연꽃잎 장식은 전쟁 때 폭탄이 떨어진 자리에 생긴 공원 연못을 뜻한다. 침대에는 400수 프레떼 침구를 깔았고 발치 가구에는 TV가 숨어 있어 버튼을 누르면 올라온다.
욕실은 침실과 이어져 필요에 따라 열고 닫을 수 있다. 한가운데 놓인 둥근 대형 욕조에 아로마 배스 솔트를 풀어 느긋하게 몸을 담그기 좋다. 샤워 공간은 벽과 벤치를 짙은 회색 대리석으로 통일해 천장 틈의 간접 조명이 석재의 흰 결을 따라 퍼지며 둥근 레인 샤워 헤드와 핸드 샤워를 같이 배치했다. 세면대 서랍에는 다이슨 드라이어가 있고 옷장의 짙은 녹색 토트백은 기념품으로 가져가도 된다.
객실은 방향과 층에 따라 취향대로 고를 수 있다. 북쪽을 보는 디럭스(14실)와 서쪽과 남쪽을 보는 프리미어(20실)가 기본이고 270도로 창이 트인 코너와 프리미어 코너(각 7실)가 있다.
노을을 오래 보고 싶다면 17층 테라스 스위트(114㎡)의 개인 테라스가 알맞다. 18층 전체를 쓰는 아만 스위트(566~713㎡)는 이동식 벽난로와 사우나·온탕·냉탕을 갖춘 전용 스파룸 짐 엔터테인먼트룸 서재 다이닝룸을 한 층에 모았다. 반려동물과 함께라면 벽에 나이러트와 표범의 마차 벽화가 그려진 11층 객실을 쓰고 어린이 동반 투숙객에게는 수영 용품과 식기 하이체어를 준비하며 객실에 표범과 정원이 그려진 티피 텐트를 설치한다.
식음업장은 9층과 19층에 모여 있다. 9층 아르바는 오픈 키친에서 이탈리아 제철 재료로 요리하는 레스토랑으로 가지 파르미지아나와 카바텔리 생면 파스타에 소믈리에 와인 페어링을 곁들이고 조식은 단품으로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 같은 층 1872는 나이러트가 태어난 해에서 이름을 딴 올데이 라운지로 애프터눈 티와 칵테일을 내며 바에서는 아트리움과 반사 연못이 내려다보인다.
19층은 좀 더 프라이빗하다. 히노키 카운터 8석의 스시 오마카세 세수이는 사토시 쓰루 셰프가 일본에서 당일 들여온 생선으로 19가지 코스를 낸다. 옆 테판야키 히오리(14석)는 셰프가 눈앞에서 요리하며 두 곳 모두 저녁에만 문을 연다. 식사 뒤에는 아만 라운지에서 음양오행(지·풍·화·수·공)에서 영감을 얻은 칵테일과 매일 밤 열리는 라이브 연주를 즐기거나 시가 바 야외 테라스로 자리를 옮기면 된다.
부대시설도 충분하다. 10층 아만 스파(약 1500㎡)의 시그니처는 치앙마이 전통 치유법인 넏 톡센 오일 마사지로 벼락 맞은 티크나무를 깎은 도구로 척추와 어깨 라인을 두드려 진동을 전한다. 쌀 찜질 주머니로 등과 어깨를 누르는 쌀 컴프레스 오일 마사지도 있다. 트리트먼트를 받지 않아도 도심 전경을 보며 스팀룸과 사우나 온탕 냉탕을 쓸 수 있다. 같은 층에 바냐 스파 하우스, 기구 필라테스 스튜디오, 무에타이 짐, 헤어 앤 네일 살롱이 있다. 8층 메디컬 웰니스는 헤르티튜드 클리닉이 맡아 혈액검사 기반 진단과 영양 주사 크라이오테라피 줄기세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9층 25m 야외 수영장은 100년 된 솜퐁 나무가 바닥 타공 공간을 뚫고 올라와 그늘을 만들어줬다.
턴다운(잠자리 정돈 시간) 때 침대에 태국 전통 인형을 올려 두고 하우스키핑은 투숙객이 방을 비운 사이 정돈을 끝낸다.
요금에는 조식이 매일 포함되고 객실 미니바도 투숙 내내 넉넉하게 채워진다. 무알콜 음료는 요금에 들어 있고 견과류와 건망고는 매일 새로 채운다. 코너 스위트 이상에 묵으면 1872에서 애프터눈 티를 1회 즐길 수 있다. 2박 이상 머물면 도착과 출발 때 패스트트랙을 쓰고 공항까지 왕복 리무진을 탄다. 코너 스위트 이상은 1박만 묵어도 왕복 리무진이 포함된다. 떠나는 순간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점도 눈에 띈다.
체크아웃 때는 직원이 나무 상자를 내밀며 운세를 뽑아 보라고 권한다. 다음 여정을 축복하는 태국 전통 의식으로 종이에는 앞날을 비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캐리어 손잡이에는 투숙객 이름 앞에 태국어 존칭 쿤(Khun)을 붙여 새긴 짙은 녹색 가죽 네임택이 달린다.
글,사진/ 방콕(태국)=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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