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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메드 빈탄, 30년 만에 두 번째 ‘풀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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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가는 거 귀찮아.”

이런 말이 나오는 곳이라면 오히려 한 번쯤 가볼 만하다. 그만큼 사람이 덜 몰린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휴가철마다 ‘한국인 없는 곳’을 검색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인도네시아 빈탄은 그 조건에 꽤 잘 맞는 답이다. 일단 들어가는 길에 관문이 여러 겹이다. 싱가포르에 입국한 뒤 페리를 타고 들어가야 하고, 입국심사도 두 번 받는다. 싱가포르에서 한 번, 인도네시아에서 또 한 번이다. 나올 때는 이 과정을 거꾸로 되풀이해야 한다.

이 귀찮음을 기꺼이 감내한 사람들만 닿는 섬이다. 그 대신 붐비지 않는 청정 휴양지를 넉넉히 누릴 수 있다. 빈탄에는 대형 리조트가 여럿 들어서 있어 ‘호캉스족’이 주로 찾는다.

1997년 문을 연 이 섬의 터줏대감 클럽메드 빈탄이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다. 프리미엄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클럽메드(Club Med)는 객실과 다이닝, 가족 전용 공간을 차례로 새로 단장하고 있다. 2016년에 이어 올해 다시 대규모 리노베이션에 들어갔으니, 30년 가까이 운영해온 리조트로서는 두 번째 변신이다.

308개 객실 새 단장…아이 위한 ‘배 모양 침대’도

리노베이션이라는 말에 걸맞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객실이다.

약 6만평 규모의 클럽메드 빈탄에는 객실이 모두 308개 있다. 슈페리어룸 187실, 디럭스룸 118실, 스위트룸 2실, 휠체어 이용 가능 객실 1실로 구성돼 있다.

이번 콘셉트는 빈탄의 자연과 바다다. 코스탈 무드의 컨템포러리 디자인에 우드톤과 직물 소재를 활용했다 .

빈탄의 바다와 문화를 모티브로 꾸민 ‘디럭스 테마 룸’에는 배 모양 어린이 전용 침대를 들였다. 배 모양 침대 양옆으로는 창을 냈다. 야외에서 캠핑하는 듯한 느낌을 내 아늑한 아지트다. 부모와 한방을 쓰면서도 아이에게는 ‘나만의 공간’을 준다.

객실부터 식사까지 리조트 안에서 모두 해결하는 올인클루시브인 만큼 가족이 함께 머무는 공용공간도 손봤다. ‘어메이징 패밀리! 허브(Amazing Family! Hub)’에는 아케이드와 소프트 플레이그라운드, 워크숍 공간, 프라이빗룸을 마련했다. 게임과 체험을 한 지붕 아래서 즐길 수 있다.

‘파노라마 커피숍(Panorama Coffee Shop)’은 남중국해와 메인 수영장을 바라보며 음료를 마시도록 새로 꾸몄다. 연내에는 새 다이닝 공간 ‘더 그릴(The Grill)’도 문을 연다. 리셉션과 젠 라운지는 2027년 1분기, 그릴 고메 클럽과 키즈클럽은 같은 해 2분기에 리뉴얼을 마칠 예정이다.

액티비티도 한층 풍성해졌다. 기존 플라잉 트라페즈와 카약, 스노클링, 비치테니스, 패들테니스에 피클볼과 미끄럼틀 달린 가족용 페달보트가 새로 합류했다.

이 페달보트는 두 사람이 페달을 밟아 바다로 나간다. 마음에 드는 곳에서 멈춰 미끄럼틀을 타고 그대로 바다에 풍덩 뛰어들 수 있다. 해변을 벗어나 에메랄드 바다 한가운데서 즐기는 수영과 페달링은 바다를 온몸으로 만끽한다.

양궁, 비치발리볼, 스탠드업 패들보드, 실내 암벽등반까지 육지와 바다를 넘나드는 프로그램도 갖췄다. 객실 밖에서도 온 가족이 하루를 꽉 채워 놀 수 있게 공간과 체험을 함께 늘렸다.

부모가 골프 치는 사이 아이는 키즈클럽으로

리노베이션의 중심에는 가족 여행객이 있다. 가족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로 이름을 알린 만큼 이번에 아이와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했다.

‘패밀리 골프 홀리데이(Family Golf Holiday)’는 여행 내내 붙어 다니는 대신 각자 시간을 보내다 다시 만나는 방식이다. 부모가 골프를 치는 동안 아이는 키즈클럽에서 논다. 오후에는 온 가족이 수영이나 스포츠를 즐기고, 저녁에는 한 식탁에 둘러앉는다.

할 게 워낙 많아 아이들도 부모를 기다리며 지루해할 틈이 없다. 미니 클럽메드 플러스에서는 스포츠 그룹 레슨과 테니스, 분리수거 교육, 쇼타임, ‘쁘띠 셰프’ 등을 운영한다.

키즈 프로그램은 연령별로 촘촘히 나뉜다. 세계 각국에서 가족 여행객이 모이는 곳이라 또래 외국인 친구를 사귈 기회도 많다. 클럽메드를 자주 찾다 보니 친해진 아이들끼리 ‘클럽메드 키즈’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다.

만 2~3세는 쁘띠 클럽(Petit Club Med), 만 4~10세는 미니 클럽메드 플러스(Mini Club Med+)를 이용한다. 만 11~13세는 틴즈 클럽메드(Teens Club Med), 만 14~17세는 클럽메드 칠 패스(Club Med Chill Pass)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바다 보며 티샷…어른들도 놀 게 많다

‘애들이 놀게 많으면 어른은 심심하다’는 말은 올인클루시브 리조트가 들으면 자존심 상할 소리다. 이곳에서는 어른도 꽤 바쁘다.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동안 부모는 골프장으로 향한다. 대표 코스는 리아 빈탄 골프클럽(Ria Bintan Golf Club)이다.

세계적인 골퍼 게리 플레이어(Gary Player)가 설계한 27홀 챔피언십 코스로, 미국 「골프다이제스트」 등에서 세계 100대 골프코스로 선정된 명문 골프장이다.

코스는 오션 코스 18홀과 포레스트 코스 9홀, 총 27홀로 이루어져 있다.

남중국해를 내려다보는 오션뷰와 정글을 닮은 자연 친화적 코스가 어우러진다. 바다를 향해 샷을 날리는 오션코스 9번 홀이 특히 유명하다.

한국인 골퍼는 골프장의 잘 관리된 잔디와 빠른 그린을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잔디가 푹신할 정도로 부드럽고 관리 상태도 좋았다”며 “동남아 골프장은 강한 햇빛에 잔디가 마르면서 그린 스피드가 느린 곳이 많은데, 이곳은 PGA 투어 경기장을 떠올릴 만큼 그린이 빨랐다”고 말했다.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들의 하루도 바쁘다. 4일을 머무니 다 해보겠다는 호기가 생기지만 욕심일 뿐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아침은 해변을 바라보며 하는 모닝 요가로 시작한다. 강사 뒤로 남중국해를 따라 약 2.5㎞ 길이의 프라이빗 해변이 펼쳐진다. 이름부터 ‘파워 요가’다. 설렁설강사 뒤로는 남중국해를 따라 약 2.5㎞ 길이의 프라이빗 해변이 펼쳐진다.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요가를 한다고 뻣뻣한 몸이 하루아침에 유연해지지는 않지만, 상쾌하게 아침을 여는 데는 충분하다.

몸을 풀었으면 조식당으로 간다. 메인 레스토랑 ‘워터폴(Waterfall)’에서는 인도네시아, 아시아, 서양 요리를 낸다. 셰프 서맨사 가우잉(Samantha Gowing)이 구성한 포케와 비건 메뉴도 맛볼 수 있다.

식당 문을 나서면 파란 수영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기다린다. 굳이 그 유혹을 견딜 이유가 없으니 수영복 챙겨 곧장 물로 향한다. 해변과 수영장이 바로 붙어 있어 동선도 짧다. 수영장에서는 수중 에어로빅 댄스도 열리는데, G.O들이 특유의 ‘파워 텐션’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려준다.

육상에서는 골프와 요가, 파델, 수영장 액티비티, 공중그네·서커스 아카데미, 클라이밍, 피클볼, 양궁, 피트니스, 테니스를 즐길 수 있다. 배드민턴과 페탕크, 스쿼시, 탁구, 프렌치 당구, 요리교실, 유산소 운동 프로그램도 있다. 클럽메드의 시그니처인 공중그네와 서커스 아카데미, 테니스는 만 4세부터, 클라이밍과 피클볼, 양궁은 만 6세부터 참여할 수 있다.

직원도 모두 친구…클럽메드만의 문화

여느 호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얼굴이 유독 자주 눈에 띈다. 바로 리조트의 총지배인이다.

호텔에 묵으면서 총지배인을 직접 본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이곳에서는 오히려 한 번도 안 마주치고 돌아가는 게 이상할 정도다. 리조트 곳곳에서 마주치고, 체크아웃할 때는 배웅 인사까지 받는다. 직원들도 살갑게 다가오니 이틀만 지나도 낯익은 얼굴이 훌쩍 늘어난다.

클럽메드에서는 총지배인을 ‘촌장(村長)’이라는 뜻의 CDV(Chef de Village)라고 부른다.

티셔츠나 청바지, 때로는 그날 파티의 드레스코드에 맞춘 옷을 입고 리조트 곳곳을 누빈다. 며칠 지켜보다 보면 ‘저분이 정말 총지배인이 맞나’ 싶지만 맞다. 고객과 눈을 맞추며 인사하고, 레스토랑에서 자연스럽게 합석해 식사도 한다. 낮에는 리조트 시설과 안전, 직원을 총괄하다가 밤이면 직접 무대에 오른다. 파티의 메인 MC로 고객들과 함께 춤도 춘다.

지배인을 포함한 직원들이 투숙객과 친구처럼 어울리는 것은 G.O(Gentle Organizer)를 중심으로 한 클럽메드 특유의 문화다. G.O는 스포츠 강사이자 키즈클럽 선생님이고, 저녁이면 무대에 서는 엔터테이너다. 고객과 밥을 함께 먹고 자연스럽게 수다를 나눈다.

낮에 같은 테이블에서 밥을 먹은 G.O가 저녁에는 무대 위에서 춤을 춘다. 아는 사람이 공연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반갑다.

클럽메드 빈탄에서는 매일 밤 가든파티와 야외 바비큐, G.O들의 공연과 테마 쇼가 이어진다. G.O들이 직접 준비한 서커스와 댄스, 뮤지컬도 밤마다 다르게 펼쳐진다. 이틀쯤 지내다 보면 서로 얼굴을 알아보는 G.O도 생긴다. 호텔에 묵는다기보다 낯선 동네에서 며칠 살아보는 기분에 가깝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풍경도 있다. 식사 도중 신나는 음악이 나오면 흰색 냅킨을 머리 위로 빙글빙글 돌리는 ‘냅킨 웨이빙(Napkin Waving)’이다.

음식을 준비한 셰프와 주방팀의 노고에 감사를 전하는 클럽메드 특유의 인사법이다. G.O들이 먼저 냅킨을 흔들며 분위기를 띄우면 세계 각국에서 온 투숙객들도 하나둘 냅킨을 집어 든다. 주로 저녁 식사 후반부에 진행하며, 메인 갈라쇼나 ‘화이트 나이트’ 같은 특별한 날에는 조명을 낮추고 시작하기도 한다.

빈탄이 가기 번거롭다고 한국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클럽메드가 공개한 한국 시장 자료에 따르면 빈탄 리조트를 찾는 한국인 고객은 연간 1500~2000명 수준이다. 방문객은 싱가포르, 중국, 호주, 대만, 한국 순으로 많다. 한국인 직원도 5명가량 근무해 필요할 때 한국어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요가 중에서 한국인 여행객에게도 만났다. 김문석 씨는 “20년 전 빈탄으로 혼자 휴가를 다녀왔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언젠가 한번 와보고 싶었다”며 “주변에 빈탄에 다녀온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온 일행은 이날 처음 해본 플라잉 요가에 대해 “처음에는 따라 할 만했는데 뒤로 갈수록 쉽지 않았다”며 “몸의 균형을 많이 쓰는 운동이라 한 번쯤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골프 대신 리조트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고, 바다거북 방생 프로그램처럼 평소 접하기 어려운 체험에도 참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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