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타이난은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다. 화려한 야경이나 쇼핑몰보다 골목, 건물, 음식 하나하나에 역사가 스며든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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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난까지 가는 방법 |
타이난행 직항은 없다. 인근 도시로 입국 후 이동해야 한다. 가장 추천하는 루트는 가오슝 경유다. 인천에서 가오슝까지 직항으로 약 3시간이면 닿고 여러 항공사가 운항해 편 고르기도 어렵지 않다. 공항에서 MRT로 가오슝역까지 이동한 뒤 일반 기차(TRA)를 타면 타이난까지 30~50분이면 된다. 고속열차(HSR)를 이용할 경우 좌잉역에서 고속철 타이난역까지는 15분이지만, 시내까지 샬룬선으로 20분을 더 가야 한다는 점은 미리 알아두자.
최근 노선이 늘어난 타이중 경유도 고려할 만하다. 타이중 공항에서 HSR로 환승하면 타이난까지 약 40분이면 닿는다. 어느 루트를 택하든 타이난 주요 명소는 일반 기차역인 타이난역 주변에 몰려 있다. 고속철 타이난역 도착 시 샬룬선으로 환승해 시내까지 약 20분을 더 이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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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원타이난측후소 (原臺南測候所, Former Tainan Weather Observatory) |
하루의 시작은 1898년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원타이난측후소다. 당시 대만 전역에 측후소가 여럿 건립됐지만 원형을 유지한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현지인들은 이 건물을 ‘후추통(胡椒管)’이라 부른다. 모양이 후추통을 닮아서다.
해발 14m의 작은 언덕 위에 서 있는 이 건물은 당시 도시 안에서 기상 관측에 가장 유리한 지점을 골라 세운 결과물이다. 중앙에는 높이 12m의 풍력 관측탑이 솟아 있고 그 주위를 18각형의 단층 건물이 감싸고 있다.
내부에는 과거 기상 관측 기구들과 관련 기록물이 전시돼 있어 박물관 역할도 겸한다. 기상이라는 주제 자체가 언어 장벽 없이 직관적으로 읽히는 전시가 많고 아이와 함께여도 유익하다. 한국의 근대 기상 관측 역시 비슷한 시기에 출발했다는 사실이 묘한 동질감을 만들기도 한다.
3월에서 4월 사이에 방문한다면 운이 좋다. 건물을 둘러싼 분홍색 꽃나무(장밋빛 나팔나무)가 만개하는 시기로 인증샷 명소다. 건물 맞은편 붉은 벽돌 외관의 타이핑징 교회(太平境教會)와 함께 한 앵글에 담기는 풍경이 압권이다.
바로 옆 현대식 기상 센터에서는 최신 기상 기술도 체험할 수 있어 100년 전 기상 과학과 현재를 나란히 비교해볼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로 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월요일과 주말은 휴무인 경우가 많으니 방문 전 확인이 필수다.
No. 21號, Gongyuan Rd, West Central District, Tainan City, 대만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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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오원 (吳園藝文中心, Wu Yuan Yiwen Center) |
측후소에서 도보로 이동하면 오원이 나온다. 대만 4대 정원 중 하나로 청나라 시기 소금 재벌이었던 오상신이 네덜란드 통치기 통역사 허빈(He Bin, 何斌)의 저택을 사들여 중국식 정원으로 가꾼 데서 시작됐다.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구 타이난 공회당이 시선을 잡는다. 바로크 양식의 외관을 가진 이 서구식 건물은 뒤편으로 나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도심 소음이 차단된 고요한 정원에는 청나라풍의 연못과 정자, 수석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그 옆으로는 일본식 목조 건물 류옥(Willow House, 柳屋)이 이어진다. 지금은 십팔묘찻집(Shi Ba Mao Tea House, 十八卯茶屋)으로 운영 중이라 정원을 바라보며 대만 차를 한 잔 마시기 좋다.
중국 청나라의 고전미, 일본 통치기의 정갈함, 유럽 바로크 양식의 화려함이 한 공간에 쌓여 있다.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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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30, Section 2, Minquan Rd, West Central District, Tainan City, 대만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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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아샤 판디엔 (阿霞飯店, A SHA Tainan Main Restaurant) |
오원에서 점심 시간에 맞춰 아샤 판디엔으로 이동한다. CNN이 타이난 미식으로 꼽은 레스토랑이자, 60년 넘게 ‘게 알 찹쌀밥’ 하나로 정상을 지켜온 곳이다. 화려한 장식보다 재료 본질에 집중하는 타이난 부호들의 외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자리다.
1940년대 노점에서 출발해 지금은 대만 미식을 대표하는 레스토랑이 됐다. 대만 역대 대통령들이 찾았고 국가 연회가 열린 자리이기도 하다.
대표 메뉴는 홍슈미가오(紅蟳米糕, Crab Sticky Rice)다. 알이 꽉 찬 민물게를 찹쌀밥 위에 얹어 쪄낸 요리로 쫀득한 밥알에 게의 풍미가 깊게 배어든다. 한국의 게장 비빔밥이나 영양솥밥을 좋아한다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닭고기, 돼지 간, 해산물을 넣고 진하게 끓인 부다오지(佛跳牆, Buddha Jumps Over the Wall)와 멧돼지 고기와 채소를 다져 만든 샤쥐안(蝦捲, Shrimp Rolls)도 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한국의 튀김 요리와는 또 다른 맛을 낸다. 중서구 골목 안에 자리해 도시 특유의 분위기와 함께 즐기기 좋다. 가족 여행이나 격식 있는 자리에도 잘 맞는다.
No. 7號, Lane 84, Section 2, Zhongyi Rd, West Central District, Tainan City, 대만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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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파리파리 (Paripari apt. / パリパリ) |
식사 후 여유 있게 걷다 보면 좁은 골목 사이에 파리파리가 나타난다. 60년대 쇼와 시대 복고풍을 타이난식으로 재해석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파리파리’라는 이름은 1970년대 대만에서 유행했던 ‘멋쟁이’를 뜻하는 은어에서 땄다.
1층은 골동품과 감각적인 소품을 파는 편집숍이다. 대만의 빈티지 감성을 눈으로 먼저 경험할 수 있다. 계단을 올라 2층에 들어서면 카페 공간이 나온다. 짙은 색감의 나무 가구와 가죽 소파,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수십 년 전 일본 커피 살롱의 분위기를 낸다. 3층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된다. 구석구석 배치된 빈티지 오브제와 타일 바닥, 창밖으로 보이는 골목 풍경은 시각적 만족감이 높다.
대표 메뉴는 핸드 드립 커피, 카페라떼, 그리고 탱글탱글한 식감에 쌉싸름한 캐러멜 시럽이 올라간 푸딩이다. 든든한 한 끼가 필요하다면 샌드위치류도 있어 브런치로도 손색이 없다.
No. 9號, Lane 158, Section 2, Zhongyi Rd, West Central District, Tainan City, 대만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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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합성전포행 (合成帆布行, Ho-Sheng Canvas) |
카페에서 나와 도보로 이동하면 합성전포행이 나온다. 1920년대부터 이어온 캔버스 백 전문점으로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졌다. 원래 대만 학생들의 책가방을 전문으로 만들던 곳이다. 지금도 매장 안쪽에서 장인들이 직접 재봉틀을 돌려 가방을 만드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제품 라인은 버블티를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음료 컵 홀더, 다양한 크기의 토트백, 수납력 좋은 파우치가 주력 상품이다. 두꺼운 고밀도 캔버스 천으로 제작해 내구성이 뛰어나고 세탁 후에도 모양이 잘 유지된다.
가격대도 합리적이어서 지인 선물용으로도 좋다. 세련된 편집숍 분위기와는 다르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나무 선반과 쌓여 있는 원단 롤들 사이에서 나만의 가방을 고르는 것이 이곳의 묘미다.
No. 45號, Zhongshan Rd, West Central District, Tainan City, 대만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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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우분투 북스 (烏邦圖書店, Ubuntu Books) |
일정의 마지막은 타이난 운하변 우분투 북스에서 해보자. 세련된 건축미와 평화로운 수변 풍경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1층은 예술 갤러리, 2층은 서점이자 카페로 운영된다.
‘우분투(Ubuntu)’라는 이름은 남부 아프리카 반투어로 ‘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공존의 철학에서 왔다. 통유리창 너머로 반짝이는 운하를 바라보며 큐레이션 된 책들을 살펴볼 수 있다. 책 대부분이 한자로 돼 있지만 수준 높은 사진집과 예술 서적, 디자인 관련 도서가 풍부해 언어 장벽 없이도 시각적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서점 내 카페에서 운하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환허가 본점을 이미 방문했다면 타이난 시립 도서관 총관 분점도 들러볼 만하다.
대만 최초로 도서관 내부에 입점한 독립 서점으로 현대적인 도서관 건축 안에서 우분투 특유의 감성을 또 다른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다.
70060 대만 Tainan City, West Central District, Lane 129, Huanhe St, 27號2樓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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