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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항구 도시 가오슝, 예술과 건축으로 읽는 반나절 여행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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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슝은 오래된 항구 도시다. 군사 기지가 공연 예술 센터로 바뀌고, 낡은 주택가엔 세계 각국 벽화 작가들이 그림을 그렸다. 도시가 바뀐 방식이 꽤 흥미롭다. 가오슝에서 꼭 가봐야 할 여섯 곳을 추렸다.

가오슝 시립 도서관 총관 (Kaohsiung Public Library Main Library / 高雄市立圖書館總館)

가오슝 시립 도서관 총관(高雄市立圖書館總館)은 도시의 문화 랜드마크다. 책 읽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건물 외관이 먼저 눈길을 잡아끈다.

세계 최초로 강철 서스펜션 구조를 적용한 공공 도서관이다. 서스펜션 구조는 층마다 기둥을 세워 바닥을 받치는 대신, 건물 중앙 코어에서 강철 케이블로 각 층을 위에서 매달아 고정하는 방식이다. 천장에서 줄로 층을 끌어올린다고 생각하면 쉽다. 덕분에 내부에 기둥이 없다. 어디 서도 시야가 트인다.

설계 철학의 출발점은 ‘거대한 나무 아래에서 쉬어가는 시민’이었다. 1층 필로티 공간은 높이 7.5m로 탁 트인 광장처럼 쓰인다. 통유리 외벽은 바깥 풍경과 빛을 그대로 실내로 불러들인다.

6층부터 8층에 걸친 중정 ‘중정항(中庭)’에는 실제 나무가 자란다. 실내에서 자연광과 녹음을 함께 경험할 수 있다. 각 층 테라스와 옥상 신만가든(New Bay Garden)에 서면 가오슝 항구와 85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일몰 시간대를 맞추면 붉게 물드는 항구 야경까지 챙길 수 있어, 사진 찍는 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알려진 곳이다.

장서는 시민 기부금으로 마련했다. 내부의 ‘감사의 나무’ 조형물엔 기부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니 저녁 일정을 마친 뒤 들러도 여유롭다. 오슝 전람관과 가오슝 경전철(LRT) 역이 인근에 있어 이동도 편하다.

까오슝 시립도서관 신총관

No. 61號, Singuang Rd, Cianjhen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6

토마스 치엔 (Thomas Chien Restaurant / THOMAS CHIEN 法式料理)

소프트웨어 기술 단지 안에 파인 다이닝이라니, 조합이 묘하다. 그런데 막상 가보면 이해가 된다. 가오슝 비즈니스 리더들이 굳이 이곳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토마스 치엔 레스토랑은 남부 대만 파인 다이닝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다.

셰프 토마스 치엔(Thomas Chien)은 20년 넘게 프랑스 요리를 공부하면서 대만 식재료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꾸준히 탐구해왔다. 레스토랑은 가오슝 소프트웨어 파크(Kaohsiung Software Park) 안에 자리한다. 모노톤 인테리어와 높은 층고가 만드는 개방감은 식사 전부터 차분한 몰입감을 준다.

이곳을 가야하는 이유는 대만 식재료가 프랑스 요리 체계 안에서 얼마나 우아하게 변주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토마스 치엔은 가오슝의 채소와 펑후(Penghu) 제도 해산물을 프랑스 조리법으로 풀어낸다. 대만 식재료가 낯선 여행자라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밸런스를 잘 잡는다. 가격 대비 서비스 수준도 기대 이상이다.

대표 메뉴 중 추천하는 메뉴는 ‘스모크드 피죤(Smoked Pigeon, 훈제 비둘기 요리)’이다. 비둘기 고기를 완벽한 굽기로 조리해 육즙을 가두고, 은은한 훈연 향을 더해 고소하면서도 깊은 풍미를 끌어낸다. ‘사쿠라 에비 카펠리니(Sakura Shrimp Capellini, 벚꽃새우 카펠리니)’도 놓칠 수 없는 인기 메뉴다. 대만 동부의 특산물인 벚꽃새우의 감칠맛을 극대화한 요리로, 얇은 면발에 새우의 바다 향이 촘촘히 배어 한 입마다 농밀한 맛을 전한다.

계절마다 구성이 바뀌는 테이스팅 코스는 지역 농부들과 협업한 유기농 채소를 활용해 대만의 사계절을 식탁 위에 펼쳐낸다. 디저트로는 대만산 과일을 활용한 소르베나 수플레가 깔끔한 마무리를 담당한다.

THOMAS CHIEN RESTAURANT

No. 11號, Chenggong 2nd Rd, Cianjhen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6

우드풀 라이프 (Wooderful Life, 木育森林)

보얼예술특구 안에 자리한 우드풀 라이프(木育森林)는 원목을 테마로 한 복합 문화 공간이다. ‘나무와 함께하는 교육(木育)’이라는 철학 아래, 목재의 따뜻함과 지속 가능한 가치를 전달한다. 정교한 원목 오르골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브랜드가 운영하며, 나무가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아날로그적인 즐거움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규모의 실내 원목 놀이 시설과 커스터마이징 체험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보얼예술특구의 대형 창고를 개조한 공간은 층고가 높고 쾌적하며, 입구에서부터 은은한 나무 향이 감돈다. 플라스틱 장난감 가득한 키즈 카페나 화려한 영상 위주의 테마파크와 달리, 모든 놀이기구와 교구를 나무로 만들어 시각적·촉각적 몰입감이 남다르다.

20~40대에게는 아날로그적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자연 친화적인 놀이 환경을 제공하니 가족과 연인 모두에게 통하는 공간이다.

공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무위선림(木育森林, Wooderful Land)’이라 불리는 실내 체험형 테마파크다. 나무로 만든 짚라인, 볼링, 사격, 퍼즐 등 40여 가지 이상의 놀이 시설이 있다. 전기 없이 물리적인 원리와 사람의 움직임만으로 작동하는 기구가 대부분이라 놀이 자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성인도 충분히 즐길 수 있고 공중을 가로지르는 실내 짚라인은 가오슝 지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설이다.

또 하나는 DIY 오르골 제작소다. 수백 가지 원목 피규어와 부품 중 원하는 것을 골라 세상에 하나뿐인 오르골을 직접 설계하고 조립한다. 대만 랜드마크를 형상화한 소품부터 움직이는 기차, 회전목마 등 정교한 부품이 가득해 완성도도 높다. 완성된 오르골은 여행의 기억을 소리로 기록하는 물건이 된다.

Wooderful Life

803 대만 Kaohsiung City, Yancheng District, Dayi St, 2-2號C8-19

오령년대커피(五零年代咖啡, 50’s Cafe)

가오슝의 골목 어귀에서 만나는 오령년대커피(五零年代咖啡, 50’s Cafe)는 1950년대의 고즈넉한 정취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핸드드립 전문점이다.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로스팅과 핸드드립에만 집중하는 곳으로, 문을 열면 주인장이 직접 볶은 원두 향이 먼저 반긴다.

대만 커피 애호가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한 잔을 내놓는 집’으로 통하며, 관광지보다 도시의 깊숙한 풍경을 마주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잘 맞는다.

대만 특유의 섬세한 핸드드립 문화를 가감 없이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한국 여행자에게 권하는 이유다.

정갈하고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여행 중 충분히 쉬어가기에도 좋다. 친절한 접객과 고전적인 소품이 어우러진 내부는 묘한 해방감을 준다.

주인장은 전 세계 산지에서 엄선한 생두를 직접 로스팅해 각 원두의 최적 맛을 끌어낸다. 매장 한쪽의 로스팅 기계와 정갈하게 나열된 원두 병이 그 진심을 말해준다. 시럽이나 토핑 대신 물의 온도와 속도만으로 맛을 조절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볼거리가 된다.

추천 메뉴는 싱글 오리진 핸드드립 커피(單品手沖咖啡)다. 그날 추천 원두 리스트가 칠판에 적혀 있는데, 산미를 좋아하면 에티오피아 계열을, 묵직하고 고소한 풍미를 원하면 중남미 원두가 잘 맞는다. 대만 현지 산지 원두가 있다면 주저 없이 선택하길 권한다. 깨끗한 뒷맛과 은은한 차 향이 이 공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커피와 함께 수제 푸딩(手工布丁)도 주문해볼 만하다.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 달걀의 고소함과 카라멜 시럽의 풍미가 살아있어, 씁쓸한 핸드드립 커피와 균형이 좋다. 카페인에 민감하다면 대만 고산차나 제철 과일 음료도 훌륭한 대안이다.

五零年代咖啡(手沖專門-自家烘焙)

No. 99, Dajhih Rd, Yancheng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3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Weiwuying, 衛武營國家藝術文化센터)

웨이우잉 국가예술문화센터는 과거 군사 훈련 기지였던 땅이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지붕 공연 예술 센터로 바뀐 곳으로, 건축 자체가 볼거리다. 네덜란드 건축가 프란신 후벤(Francine Houben)이 설계했는데, 지역의 상징인 반얀트리 군락에서 영감을 받아 유려한 곡선 지붕이 지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공연장 내부 견학도 흥미롭지만, 사실 이곳의 매력은 담벽 없는 열린 공간에 있다. 24시간 개방하는 ‘반얀 플라자’는 건물 하부를 거대한 지붕이 덮고 있는 구조로, 대만의 뜨거운 햇볕과 비를 피하면서도 바람은 그대로 통하는 독특한 공간이다. 곡선형 강판으로 마감한 벽면은 조선소의 선박 제조 기술을 응용한 것인데, 매끄럽고 거대한 금속 표면이 묘하게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사진 좋아하는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가오슝 최고의 스폿으로 통한다.

공연장은 총 4개의 실내 홀과 야외 극장 하나로 이뤄져 있다. 콘서트 홀의 파이프 오르간은 아시아 최대 규모로, 음악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놓치지 말 것.

방문은 반얀 플라자를 따라 천천히 걷는 것으로 시작하면 된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곡선의 대비를 눈으로 따라가다 보면, 건물 지붕이 지면과 맞닿아 자연스럽게 계단식 객석이 된 ‘아웃도어 시어터’에 닿는다.

웨이우윙 국립 가오슝 예술 센터

No. 1號, Sanduo 1st Rd, Fengshan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30

웨이우 미미촌(Wei Wu Mi Mi Cun)

웨이우 미미촌은 낡은 주택 단지를 거리 예술가들의 캔버스로 바꾼 대만 최대 규모의 벽화 마을이다. 2016년 시작한 가오슝 국제 거리 예술 축제로 24개국 이상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했고, 지금은 100점이 넘는 대형 벽화가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관광용으로 꾸며놓은 곳이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사는 동네라는 점이 이곳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이유다.

접근성도 나무랄 데 없다. 가오슝 메트로(MRT) 오렌지 라인 웨이우잉역(衛武營站) 5번 출구에서 바로 연결된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특히 마음에 들 텐데, 대형 벽화뿐만 아니라 낡은 건물의 창문이나 배수관까지 작품에 녹여낸 아티스트들의 센스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마을에 들어서면 대만 아티스트 양웨이주(Yang Wei-Zhu)의 ‘웰컴 투 마이 룸(Welcome to My Room)’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3층 건물 외벽 전체를 거대한 책장으로 그려놓은 작품으로, 스케일부터 압도적이다. 그 외에도 초록빛 식물 벽화, 건물을 뚫고 나올 듯한 거대 고양이와 강아지 그림, 대만 풍경을 추상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골목마다 이어진다. 전신주나 소화전까지 예술로 칠해져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 것.

큰 길보다 주민들이 실제로 오가는 좁은 골목 안쪽까지 들어가 봐야 진짜를 본다. 골목마다 분위기가 달라 화려한 원색 기하학 문양이 가득한 곳이 있는가 하면, 조용하고 서정적인 풍경화로 채워진 골목도 있다. 색감이 가장 선명하게 살아나는 건 해가 강한 낮 시간대다. 단, 실제 주민들의 생활 공간이니 조용히 다니는 것이 기본 예의. 마을 입구 근처 카페나 노점에서 대만식 간식으로 마무리하면 더할 나위 없다.

WeiWu Mi Mi Village

No. 6號, Shangyong Rd, Lingya District, Kaohsiung City, 대만 802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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