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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말고도 갈 곳 넘치는 도시…시애틀에서 꼭 가야 할 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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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자욱한 아침과 세련된 마천루가 어우러진 미국 시애틀은 커피의 성지로만 정의하기엔 층위가 훨씬 깊고 다채롭다. 더 깊이 여행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시애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장소들을 추렸다.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

시애틀의 하늘을 가로지르는 은빛 원반,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은 시애틀의 정체성을 응축한 아이콘이다. 1962년 세계박람회를 위해 건립한 건축물로 당시 인류가 열망하던 미래주의와 우주 시대를 형상화했다. 높은 전망대라는 기능에 머물지 않고 시애틀이라는 도시가 지닌 혁신적인 DNA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장소다.

해발 184m 높이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시애틀의 입체적인 매력을 한눈에 담아낸다. 서쪽으로는 엘리엇 베이(Elliott Bay)의 푸른 바다와 올림픽 산맥(Olympic Mountains)이, 동쪽으로는 캐스케이드 산맥(Cascade Mountains)과 레이니어 산(Mount Rainier)의 웅장한 설산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스페이스 니들은 관광 그 이상의 영감을 준다. 스타벅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혁신 기업이 태동한 도시의 에너지를 가장 높은 곳에서 조망하며 도시의 레이아웃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스페이스 니들은 완전히 새로운 면모를 갖췄다.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회전식 유리 바닥인 ‘더 루프(The Loupe)’가 핵심이다. 발밑으로 아찔하게 펼쳐지는 도시 전경을 밟으며 360도 회전하는 경험은 공포와 경외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벽면 전체를 감싼 통유리창 ‘스카이라인’에 기대어 기념사진을 남기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상층부 전망대인 ‘어퍼 레벨(Upper Level)’은 실내외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야외 테라스의 유리벽은 시야를 가리는 프레임 없이 시애틀의 바람과 공기를 그대로 전한다. 어퍼 레벨에서 마주하는 일몰은 도시 전체를 금빛으로 물들이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팁으로는 1층 화장실 말고 건물 꼭대기 화장실을 이용할 것. 훨씬 깨끗하다.

치홀리 가든 앤 글래스(Chihuly Garden and Glass)

치홀리 가든 앤 글래스(Chihuly Garden and Glass)는 시애틀의 랜드마크 스페이스 니들 바로 옆에 자리한다. 세계적인 유리 공예 거장 데일 치홀리(Dale Chihuly)의 일생을 집대성한 전시 공간이다.

유리라는 물성이 빛과 자연, 건축과 만날 때 어떤 에너지를 만들어내는지 온몸으로 확인하는 감각적인 공간이다.

입구를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거대한 유리 조형물들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바다 밑 산호초를 형상화한 ‘실 드 플로트(Seal de Float)’부터 천장을 가득 메운 꽃 모양의 ‘페르시안 셀링(Persian Ceiling)’까지, 치홀리는 유리가 가진 유연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반드시 마주해야 할 풍경은 글래스하우스(Glasshouse)다. 거대한 유리 온실 천장에는 오렌지, 옐로, 레드의 강렬한 색조를 띤 100피트 길이의 조형물이 매달려 있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시애틀의 하늘과 스페이스 니들이 겹쳐 보이는 순간은 시애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시각 경험이다.

실내 전시를 마치면 가든(Garden)으로 연결된다. 치홀리는 실제 식물들 사이에 유리 공예품을 배치해, 무엇이 생명체이고 무엇이 예술품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정원을 만들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유리 덩굴과 꽃들은 카메라에 담기에도 벅찬 아름다움을 발산한다.

세련된 여행을 즐기는 2040 세대에게 치홀리 가든은 시애틀이 가진 현대적 감각과 예술적 깊이를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장소다. 시애틀의 변덕스러운 날씨조차 유리 조형물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나 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살 덕분에 하나의 연출로 작동한다.

전시는 총 여덟 개의 내부 갤러리로 이루어진다. 치홀리가 영감을 얻은 북미 원주민의 바구니 패턴부터 바다 생물에서 착안한 유기적인 형태들까지, 그의 연대기별 핵심 작업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반드시 눈여겨봐야 할 작품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밀레 피오리(Mille Fiori)다. 이탈리아어로 ‘천 개의 꽃’을 뜻하는 이 작품은 검은 유리 바닥 위로 형형색색의 유리 꽃들이 피어난 형상으로, 다른 행성의 식물원에 발을 들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두 번째는 글래스하우스 천장 조형물 레드 앤 옐로 샹들리에(Red and Yellow Chandelier)다. 스페이스 니들을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뻗어 나가는 대규모 설치 작품으로, 치홀리의 작업 중에서도 손꼽힌다. 마지막은 야외 정원의 시트론 아이시클 타워(Citron Icicle Tower)다. 투명하고 날카로운 노란색 유리 고드름 수백 개가 엉겨 붙어 거대한 탑을 이룬 작품으로, 시애틀의 푸른 하늘과 대비되어 강렬한 생명력을 뿜어낸다. 유리라는 물성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눈앞에서 확인하며 여행의 영감을 채우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더 스피어스(The Spheres)

시애틀 중심가, 7번 애비뉴를 걷다 보면 커다란 유리 구슬 세 개가 맞물린 건축물과 마주치게 된다. 아마존 본사 부지 한복판에 자리한 ‘더 스피어스(The Spheres)’는 사무 공간이라고 부르기엔 스케일부터 다르다.

높이 27m에 달하는 투명한 돔 안에는 전 세계 30개국에서 들여온 4만여 점의 식물이 거대한 수직 정원을 이룬다. 건축 설계사 NBBJ는 정오각형 180개를 이어 붙인 카탈란 다면체(Catalan solid) 구조로 외형을 완성했다. 낮에는 태양광을 그대로 흡수하고, 밤에는 내부 조명이 유리벽 밖으로 은은하게 번져 시애틀의 야경을 새로 그린다.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시애틀의 서늘한 공기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습도 60%, 온도 22도의 아열대 기후가 피부에 닿는다. 4층 높이의 벽면을 가득 채운 ‘리빙 월(Living Wall)’은 식물들이 뿜어내는 산소로 가득하다.

공중에 매달린 다리와 오두막 형태의 회의실은 업무와 휴식의 경계를 허문다. 아마존은 직원들이 콘크리트 벽 대신 초록빛 자연 속에서 창의적인 영감을 얻도록 공간을 기획했다. 인공적인 도심 한복판에서 생태계의 역동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건물 밖에도 놓칠 수 없는 재미가 있다. 아마존은 지역 사회와의 연결을 위해 건물 인근 ‘커뮤니티 바나나 스탠드를 운영한다.

누구나 무료로 바나나를 가져갈 수 있으며, 하루에 수천 개씩 내놓는다. 건강한 간식이기도 하지만, 아마존이 시애틀이라는 도시와 소통하는 위트 있는 방식으로 읽힌다. 내부 관람은 사전 예약한 일반인에게 특정 요일에만 허용하므로 방문 전 일정 확인이 필수다.

글,사진 / 시애틀=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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