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높이에서 설계한 아사히카와의 공공 인프라는 일본 소도시 특유의 배려와 수준 높은 미감을 보여준다.
아사히카와시 과학관 ‘사이팔'(Asahikawa Science Museum)
홋카이도 북부의 과학 교육 거점으로 불리는 아사히카와시 과학관 사이팔은 1994년 문을 열었다. 과학을 궁전처럼 즐기자는 ‘Science Palace’의 약자답게 3층 규모의 현대적인 구조를 자랑한다. 이곳은 단순히 눈으로 구경하는 전시관이 아니다. 직접 몸을 움직이며 노는 ‘체험 중심 과학 공간’이다.
내부는 세 가지 테마로 나뉜다. 북국 과학 존에서는 홋카이도다운 콘텐츠를 만난다. 눈 결정 관찰기나 얼음 터널 모형을 통해 눈과 얼음, 저온 물리 현상을 실험한다. 지구 과학 존은 지진과 화산 시뮬레이터로 기후 변화와 지질 현상을 재현한다. 우주 과학 존은 로켓 발사 시뮬레이션과 별자리 탐험 게임을 갖췄다. 대부분 버튼을 누르거나 기구를 타는 방식이라 아이부터 어른까지 언어 장벽 없이 몰입한다.
압권은 1층의 돔형 플라네타륨이다. 100석 규모의 공간에 칼자이스 사의 투영기가 밤하늘을 투영한다. 도내 최대급 규모와 아름다운 영상미로 정평이 났다. 옥상 천문 관측실에는 도내 세 번째 크기인 65cm 반사 망원경과 20cm 굴절 망원경이 자리한다. 비가 오면 별을 볼 수 없지만 거대한 망원경 본체는 가까이서 구경한다. 주말마다 열리는 액체 질소 쇼나 전기 실험 같은 워크숍도 활기가 넘친다.
입장료는 성인 400엔, 초등생 200엔으로 부담 없다. JR 아사히카와역에서 82, 84번 버스를 타고 ‘과학관 앞’에 내리면 바로다. 뮤지엄 숍에서 파는 독특한 우주식품은 여행의 재미를 더한다. 뻔한 관광 코스 대신 일본 소도시의 내실 있는 교육 인프라를 확인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장소다.
3 Chome-3-32 Miyamae 1 Jo, Asahikawa, Hokkaido 078-8329 일본
100년 전통의 닭요리, 오노키(Onoki)
과학관에서 지적 호기심을 채웠다면 이제 아사히카와의 소울푸드로 배를 채울 차례다. 아사히카와 동물원 가는 길목에는 1922년 문을 연 닭요리 전문점 오노키가 있다. 100년 넘는 세월 동안 4대째 가업을 이어온 이곳은 현지인들 사이에서 ‘소울푸드’ 맛집으로 통한다.
JR 히가시아사히카와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라 동물원 코스에 넣기 딱 좋다. 한국인 관광객보다 현지인 비율이 높아 대기 없이 로컬 분위기를 즐기기 유리하다.
이 집의 자부심은 대표 메뉴인 ‘치도리아게’에서 나온다. 닭 가슴살과 다리살을 전통 방식으로 튀기는데, 간장이나 마늘을 쓰지 않는다. 달걀과 특제 가루, 소금으로만 맛을 내 3~4시간 재운다. 바삭한 외피와 육즙 가득한 속살이 조화를 이룬다. 70년 넘게 사용한 특제 하얀 깨 분말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이 이곳만의 전통이다.
아사히카와 지역의 향토 요리인 ‘신코야키’도 놓칠 수 없다. 닭 반 마리를 뼈째 구워 특제 소스를 입힌 요리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이외에도 닭 핫팟인 치리나베, 닭 모츠 샐러드, 닭 스키야키 등 메뉴가 다채롭다. 점심 정식은 1,000엔대부터 시작해 가성비가 훌륭하다.
식당 내부는 60석 규모로 넉넉하며 가족 모임을 위한 방도 마련했다. 고급스러운 정문과 평범한 측문으로 나뉜 입구 디자인도 독특하다. 현지 방송에서 “변하지 않는 맛”으로 극찬할 만큼 지역 사회의 신뢰가 깊다. 라멘이나 해산물에 질린 여행자라면, 홋카이도 내륙 지방 특유의 신선한 닭요리 문화를 경험하러 가볼 만하다.
일본 〒078-8251 Hokkaido, Asahikawa, Higashiasahikawa Kita 1 Jo, 6 Chome−10−27 鳥料理小野木
모리모리 파크 (Morimori Park)
든든하게 식사를 마쳤다면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할 차례다. 아사히카와시 종합복지회관 내부에 위치한 모리모리 파크는 눈이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만든 전천후 실내 놀이터다. 2017년 개장한 이곳은 날씨와 상관없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모험 공간이다.
연령별로 동선을 분리한 설계가 돋보인다. 대형 미끄럼틀과 볼풀이 가득한 ‘완파쿠 히로바’, 지역 목재 장난감으로 창의력을 키우는 ‘모쿠모쿠 히로바’, 영유아 전용 ‘히다마리 히로바’가 각기 다른 즐거움을 준다. 장난감 세척 시스템과 수유실 등 부대시설도 철저하다. 3세 이상 1일권이 500엔 수준이라 부담이 없고, 지역 목재 산업의 강점을 살린 놀이기구들은 키즈 디자인 상을 받았을 만큼 수준 높은 미감을 자랑한다. 가족권 1000엔을 끊으면 온 가족이 하루 종일 머문다.
0~3세 영유아라면 ‘히다마리 히로바’로 향하면 된다. 부드러운 매트와 인형이 준비되어 있어 안전하게 시간을 보낸다. 관광객 전용 시설이 아닌 현지인들의 일상이 녹아든 공간이라 일본 특유의 공공 키즈 인프라를 확인하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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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070-0031 Hokkaido, Asahikawa, 1 Jodori, 8 Chome−108 6階
카페 수지 쿠퍼 (スージー・クーパー)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다면 이제 어른들이 숨을 돌릴 시간이다. 아사히카와 나가야마 주택가에 숨어있는 카페 수지 쿠퍼(スージー・クーパー)는 북카페와 라이프스타일 숍이 결합한 아담한 쉼터다. 2010년대 초반부터 주인장의 취향을 켜켜이 쌓아온 공간으로,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권한다.
메뉴의 중심은 홋카이도 대지에서 자란 채소다. 시그니처 메뉴인 ‘오마카세 오하루고한’ 플레이트는 매일 구성이 바뀐다. 신선한 생선이나 고기 메인 요리에 현미밥, 발효 식품 사이드 메뉴를 곁들여 완벽한 영양 균형을 맞춘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나 채식주의자에게도 반가운 구성이다. 직접 구운 스콘과 계절 파르페 같은 디저트도 놓치면 아쉽다.
12석 규모의 카운터 좌석 주변으로는 주인장이 선별한 책들과 리넨 의류, 문구류가 가득하다. 나무와 부드러운 조명이 어우러진 인테리어는 아사히카와의 추운 겨울도 잊게 할 만큼 포근하다. JR 아사히카와역에서 차로 20분 거리지만, 주택가 특유의 은밀함 덕분에 진짜 로컬 맛집을 발견했다는 성취감을 준다. 건강한 식단과 책, 취향이 담긴 소품이 어우러진 이곳은 아사히카와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그대로 압축해 보여준다.
5 Chome-2-2 Nagayama 9 Jo, Asahikawa, Hokkaido 079-8419 일본
키타사이토 가든 (Kita Saitō Garden)
포근한 휴식 후에는 다시 자연으로 나선다. JR 아사히카와역 남쪽 문을 열고 나서면 곧장 이시카리강을 품은 수변 정원, 키타사이토 가든이 펼쳐진다. 2010년대 아사히카와시가 추진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탄생했다. 역에서 걸어서 5~10분이면 닿는 이곳은 미야마에 공원과 하나로 묶여 도심 속 거대한 ‘녹색 복도’ 역할을 해낸다.
버려진 철도 부지와 폐쇄된 강변 공간을 보행자 중심으로 재편했다. 보드워크와 드넓은 잔디밭, 계절 꽃이 만발한 화단이 길을 만든다. 봄에는 벚꽃, 여름에는 수국이 고개를 들고 가을 단풍을 지나 겨울 설경까지 홋카이도의 사계절을 차례로 보여준다. 차가운 북쪽 도시의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열대 식물까지 조화롭게 심어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었다. 피크닉 테이블과 모래 놀이터, 그네 존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이나 커플 등 누구에게나 쉼터가 되어준다.
무엇보다 과학관 사이팔과 도보로 연결되는 동선이 매력적이다. 실내 체험을 마친 아이들이 강바람을 맞으며 뛰어놀기에 최적의 장소다. 유모차 이동이 편한 평탄한 길과 개방감 있는 공간 덕분에 부모는 안심하고 휴식을 취한다. 무료 입장인데도 화장실과 주차장 같은 편의 시설이 완벽하다. 일본 소도시가 역 주변 유휴지를 어떻게 시민들의 라이프 허브로 탈바꿈시켰는지 보여주는 현지인들의 아지트다.
일본 〒987-1101 Miyagi, Ishinomaki, Maeyachi, Kurosawa−73-1 字
카와무라 카네토 아이누 기념관
여행의 마무리는 홋카이도의 뿌리를 마주하는 시간으로 채운다. 카와무라 카네토 아이누 기념관은 1916년 일본 최초의 아이누 박물관으로 문을 연 역사적인 공간이다. 100년 넘게 후손들이 직접 운영하며 아이누 문화를 지켜온 상징성이 남다르다.
전통 의상의 정교한 자수부터 사냥 도구, 종교 의례용품까지 아이누의 삶을 관통하는 방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실제 생활 공간을 재현한 ‘치세’ 모형은 당시의 공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후손들이 직접 들려주는 해설은 박물관의 벽을 넘어선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통 악기 무끼리 연주와 자수 워크숍을 통해 단순한 관람 이상의 문화적 교감을 나눈다. 아사히카와역에서 차로 15분이면 닿는 이곳에서 여행자는 홋카이도의 깊은 역사를 마주한다.
이처럼 아사히카와는 유구한 세월을 지켜온 전통과 시민들을 위한 다정한 인프라가 공존하며, 여행자에게 뻔하지 않은 로컬의 진짜 얼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11 Chome Hokumoncho, Asahikawa, Hokkaido 070-0825 일본
홋카이도의 자연을 몸으로 배우고 건강한 로컬 음식을 나누는 시간은 아이에게 잊지 못할 배움의 장이 된다.
권효정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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