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연휴 900㎜ 넘는 극한호우
축제장 전면 침수·국화 43종 파손
지역 축제 줄취소…관광업계도 비상
사진= 거제시
매년 가을 꽃섬으로 물든 거제의 풍경을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거제시는 오는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열 예정이던 ‘제20회 거제섬꽃축제’를 전면 취소한다고 밝혔다. 광복절 연휴 거제를 덮친 기록적인 폭우 때문이다.
올해는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던 만큼 취소 결정의 아쉬움이 크다.
축제가 열리는 거제시농업기술센터 일대는 매년 가을 국화 2만여 주가 뒤덮고 대형 국화 조형물과 분재가 관광객을 맞았다. 지난해에는 약 3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거제를 대표하는 가을 축제다.
900㎜ 물폭탄에 잠긴 축제장
사진= 거제시
거제에는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900㎜를 웃도는 비가 내렸다. 17일 새벽에는 시간당 12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주택과 도로, 농경지가 물에 잠기고 곳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축제를 준비하던 거제시농업기술센터와 거제식물원도 직격탄을 맞았다. 거제섬꽃축제가 천재지변으로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축제는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이어져 왔다.
잔디광장 4377㎡(약 1324평)와 농심테마파크 4000㎡(약 1210평), 대형 유리온실 등 야외·실내 행사장 전체가 물에 잠겼다.
오랜 기간 가꿔온 국화 조형물 43종도 파손됐다. 기성관 등을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 7종과 중형 18종, 소형 18종이 피해를 입었다. 화단과 화분에 심어 축제장을 채울 예정이던 국화 2만4000여 주는 사실상 전량 폐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거제의 랜드마크인 거제식물원 정글돔과 정글타워 피해도 컸다. 주요 제어 설비가 침수돼 작동을 멈췄고 농업과학관과 곤충체험관 등 내부 운영 시설도 물에 잠겼다.
이영실 거제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2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했으나 취소 소식을 전해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라며 “현재는 살수차 등 가용 장비를 총동원해 신속한 물 빼기와 시설물 복구에 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주년 앞두고 타격 입은 거제 대표 축제
사진= 거제시
올해 취소가 더욱 아쉬운 이유는 거제섬꽃축제가 20주년을 맞는 해였기 때문이다.
축제의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거제시 인구 20만명 돌파를 기념해 거제시농업개발원에서 연 ‘거제가을꽃한마당축제’가 모태다.
당초 일회성 행사로 시작했지만 농업개발원 직원들이 뜻을 모아 축제로 발전시켰다. 농작물 연구와 농업소득원 개발을 위한 시험·연구 시설에 꽃 문화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2010년에는 축제 이름을 바꿨다. 기존 명칭이 길고 ‘한마당’과 ‘축제’라는 표현이 겹친다는 지적에 따라 시민 공모를 진행했다. 여러 후보 가운데 ‘거제섬꽃축제’를 새 이름으로 선정했다.
‘섬꽃’은 지역명 ‘거제’의 지리적 특성을 나타내는 ‘섬’, ‘꽃’을 합친 표현이다. 육지에서 열리는 꽃축제와 차별화하면서 특정 계절이나 국화 한 종류에 국한되지 않는 축제로 키우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후 축제는 한 해 10만명 이상이 찾는 거제 대표 가을 행사로 성장했다. 2024년에는 약 30만명이 방문해 85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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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회째인 지난해에는 가을꽃 조형물과 국화 분재 작품을 비롯해 거제동백원, 힐링 허브랜드, 농심테마파크 등을 선보였다.
축제장이 농업기술센터인 만큼 농업 콘텐츠도 함께 운영했다. 아열대작물 재배시험포와 실증시험온실, 화목류 시험포, 난지과수원 등을 공개했다. 거제정글돔과 정글타워 등 거제식물원 유료시설도 함께 운영했다.
청소년 K팝 페스티벌과 거제사또 부임행차 재현, 다문화 노래자랑 등 문화공연도 열렸다. 식물을 활용한 힐링 체험과 테라리움, 압화, 공예, 고구마 캐기, 농촌교육농장, 승마 등 체험 프로그램도 축제장을 채웠다.
지역 축제 줄줄이 취소…관광업계까지 타격
사진= 거제시
극한호우가 멈춰 세운 행사는 거제섬꽃축제뿐만이 아니다.
9월 5일 열릴 예정이던 ‘둔덕포도축제’도 전면 취소를 결정했다.
거제시 둔덕면은 지역 특산품인 거봉 포도 수확철에 맞춰 매년 축제를 열어왔다. 이번 폭우로 포도밭 전체가 물에 잠겼고 수확을 앞둔 포도까지 폐기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정상 개최가 어려워졌다.
대신 농협과 거제시는 ‘포도 팔아주기 행사’를 추진한다. 축제는 취소했지만 수해를 입은 농가의 판로를 확보해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인다는 취지다.
거제시는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열 예정이던 제18회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을 취소했다.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은 해양수산부가 주최하는 행사다. 거제시는 행사장 안전 확보와 경기 시설 설치가 어렵다고 판단해 개최를 취소를 결정했다. 대회를 강행하는 대신 피해 복구와 안전 조치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인근 경남 통영에서도 행사가 잇따라 취소됐다. 통영시는 오는 29일 한산면 용호도에서 열 예정이던 ‘음악을 만난 섬’을 취소하고 환불 절차에 들어갔다. 28일 예정했던 ‘청년 문화거리 365 핫플레이스’ 8월 행사도 열지 않기로 했다.
피해는 축제를 넘어 거제 관광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거제시에 따르면 지역 유명 관광지 인근 주차장과 탐방로 등 공공시설 최소 10곳이 이번 호우로 직접 피해를 입었다.
장목면 대금리 매미성 주변 주차장에는 토사가 밀려들었다. 동부면 학동리 그물개 오솔길 전망대도 파손됐다. 남부면 바람의언덕 공영주차장과 근포땅굴 등 주요 관광지 주변 공공시설도 피해를 봤다.
최근 걸그룹 리센느가 다녀간 덕포해수욕장도 예외가 아니다. 백사장에는 폭우에 떠밀려온 수해 잔해와 쓰레기가 쌓였다. 거제지역 다른 해수욕장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다.
관광지 피해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행을 앞두고 예약을 취소하는 관광객도 잇따르고 있다. 숙박업계에서는 투숙 전날이나 당일 예약을 취소해 달라는 요청까지 들어왔다. YTN은 이번 폭우로 최근 일주일 동안 거제가 놓친 관광객이 2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거제시는 관광객 감소가 장기화하지 않도록 주요 관광지 주변 공공시설 복구를 서두르고 있다. 직접 피해를 본 관광시설 역시 최대한 빨리 정상화한다는 계획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다시 거제를 찾아 즐길 수 있도록 이른 시일 안에 피해를 복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서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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